보상체계 수립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1. 시장가치 조사하기몇 천만 원의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면 가장 쉽고 정확하고 빠른 방법은 HR 전문 전략 컨설팅펌을 이용하는 것이지만 비용이 부담된다면 HR담당자가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현재의 시장 가격에 대해서는 알기 어렵지만 전년도 이전의 정보는 쉽게 구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임금 직무 정보시스템은 2007년 이후 매년 국내 대다수의 기업들의 임금정보를 수집/분석하여 공개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사회적 이목을 피하기 위해 실제 인건비보다 낮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고,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현금을 직접 지급하기도 하고, 기업마다 천차만별의 복잡한 임금체계로 인해 비교가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투명성이 확보되고, 다수의 회사가 연봉제를 도입하고, 임금체계를 간소화하여 믿을 수 있는 정보라고 할 수 있다. 블라인드, 잡플래닛, 원티드 등에서 제공하는 정보도 유의미하다. 근로자의 사회보험료를 역산하여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산출하고 이에 현/퇴직자가 작성하는 실제 연봉 수준을 반영하여 보여주기 때문에 신빙성이 있다. 또한 연 초, 언론사에서 기사화하는 ‘사업별 주요 기업들의 보상 수준’을 통해서는 우리 회사가 설계한 Pay-band 중위값의 적정성을 알아보거나 Tier group의 수준과 비교를 해 볼 수 있는 좋은 지표이다. 매우 드물지만 간혹 채용공고에 노출하는 회사들을 통하거나, 주변 HR담당자 모임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 직무 레벨별 가치 평가하기직무가치는 ‘직무별 난이도’만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속한 산업 군, 기업별 주요 성장 채널 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일례로 이커머스 회사는 마케팅과 MD의 직무가치가 높은 편이고, 주류 회사는 영업, 플랫폼 회사는 기획으로 각각 편차가 있다. 따라서 우리 회사가 성장하는데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직무가 무엇인지, 그 직무 담당자를 선발하는 것이 동일 산업 군에서는 얼마나 어려운지, 다른 산업 군 경력자도 활용할 수 있는지 등도 따져봐야 한다. 그다음에는 앞서 말한 임금직무 정보시스템이나 블라인드, 잡플래닛 등에서 제공하는 산업별-직무별 임금수준 자료를 참고하여 사내에서 정한 직무 레벨과 시장가치를 매칭하는 작업을 통해 직무 레벨별 가치를 정할 수 있다.
3. 구성원에 대한 역량 레벨링네이버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지난 2014년 기존 지급제를 폐지하고 모든 직원을 ‘리더’와 ‘팀원’으로 나누는 2단계 직급제로 전환했다. 제도 시행 이후 내부적으로는 “보상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성과를 내는데 제자리에 머무는 것 같다” 등 ‘성장의 가시성’에 대한 직원들의 요구가 많았다. 이에 2020년 10월 네이버는 전문성, 역할, 영향력의 성장지표를 평가하여 5단계의 레벨제를 시행하고, 단계적으로 보상과의 연계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역량 레벨링은 내부 구성원을 넘어 신규로 영입할 인재에 대한 평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내부 구성원들에 대한 기대 역량과 역할, 보상 수준 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레벨 제도가 있다면, 채용 초기부터 ‘어떤 수준의 인재를 뽑을 것인가?’, ‘어느 정도의 보상을 지불할 용이가 있는가?’에 대해 명확하게 할 수 있고, 최종 입사 조율 단계에서도 후보자의 역량, 직무의 난이도, 희소성, 기여도, 시장가치 등을 고려하여 처우를 결정하게 됨으로써 over-pay를 하고 인재를 영입하는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성장의 가시성’을 고려하여 레벨을 정하고, 시장가치에 맞게 레벨과 보상 수준을 매칭하여 테이블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4. 다양한 보상 방법을 활용하기기본급, 직무급, Sign-on Bonus, Stock-option 등 다양한 방법을 유연하게 활용하여 보상 정책을 세우는 것이 좋다. 중소 스타트업의 경우 시장가치 수준의 연봉을 줄 수 없는 경우도 있고, 후보자의 역량에 대해 확신하기 어려워 전 직장 수준으로 베팅하기에 고민되는 경우도 있고, 후보자가 단기적 보상(연봉)보다 장기적 한방(스톡옵션)을 기대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여 보상 제도를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보상체계는 위 1~3에서 말한 내용을 토대로 회사의 가용 범위와 직무 레벨을 고려하여 ‘기본급+직무급 구조’로 만든다. 그리고 시장가치 대비 부족분, 인재 영입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Sign-on Bonus, Stock-option을 유연하게 이용하는 제도를 덧붙이면 좋다.
다수의 기업이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적합한 인재를 적정 가치(Right Value)에 영입하기 위해서는 ‘적정 시장가치를 고려한 유연한 보상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꼭 필요한’ 인재, ‘스타급’ 인재는 보상체계를 넘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인재는 극히 드물다. 시장에 몇 안 되는 스타를 찾고 영입하기 위해 불필요한 출혈 경쟁으로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회사의 수익성을 악화 시키는 일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 <스타트업 HR을 말하다> 시리즈 보러 가기글ㅣ김도형 설로인 경영지원실 이사김도형 님은 대구은행, 우아한형제에서 HR을 경험했고, 현재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설로인에서 성장하는 기업의 HR 구축과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