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독일 본사 첫 한국인 리더, 그의 리더십 철학ㅣ파워존

아디다스 독일 본사 첫 한국인 리더, 그의 리더십 철학ㅣ파워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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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일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성장> 시리즈 6화입니다. 


한국인 최초 아디다스 독일 본사 시니어 디렉터, 프렌차이즈 세일즈 총괄  출신 민희정 


먼저 ‘한국인 최초’라는 수식어에 시선이 간다. ‘아디다스 글로벌 독일 본사 시니어 디렉터, 프렌차이즈 세일즈 총괄’이라는 타이틀이 한번 더 눈길을 사로잡는다. 누구나 선망하는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며 활약한 ‘여성 리더’라는 사실에 궁금증이 더욱 커진다.

지난 25년간 국내외 글로벌 기업에서 세일즈 전략, 프로덕트 리더로 일해 온 민희정 현 비즈니스 파워존 대표. 그는 작년까지 아디다스 글로벌 독일 본사에서 세일즈 총괄을 지냈다. 한국인으로는 글로벌 본사의 최초 시니어 디렉터였고, 맡았던 프랜차이즈 글로벌 세일즈 전략부서는 독일 본사 내에서도 신생 조직이었다.

전례가 없던 모든 상황을 헤쳐 나가며 수많은 이해관계와 비즈니스를 경험한 민희정 대표는 ‘의식 있는 리더와 비즈니스를 성공시키는 데에 기여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작년 8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민희정 대표(Clara Min)를 만나 일을 통한 그의 성장과 안정적인 조직 생활을 박차고 나오게 한 지금의 ‘가슴 떨리는 일’에 대해 들어봤다.

민희정  | 비즈니스 파워존 대표

  • 전 아디다스 독일 본사 글로벌 프랜차이즈 세일즈 전략 총괄
  • 전 Otto Versand 상품 기획 총괄
  • 전 LG 패션 스테파넬 상품 기획 매니저


아디다스 독일 본사 세일즈 총괄이 아닌 ‘비즈니스 파워존 대표’ 민희정 님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금 당장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 실제적인 케이스를 통해, 현실적인 해결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코칭과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라는 사람'이 조직에서 충만하게 일하고 성공하는 것, 다양한 챌린지와 이해관계를 시너지로 탈바꿈 시키는 방법에 대해 코칭하죠. 

또한 스타트업, 크로스 보더, 스케일업 전략, 프레임워크를 가지고 일하는 방법 에 대한 비즈니스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무대의 기업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크로스 보더 기업을 잘 이끌기 위해 실제 현장에서 운영과 스케일업에 필요한 전략 전술, 협업과 실행을 부르는 프레임워크를 돕고 있죠. 단, 사람과 비즈니스의 중요도를 같이 놓고 접근하는 ‘의식 있는 리더와 회사’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신 만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계실 것 같은데, 요즘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조직에 있을 때보다 다양해졌어요. 스타트업,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 그리고 젊은 리더들을 주로 만나고 있죠. 특히 한국/독일/싱가폴 스타트업 대표들을 자주 만나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에너지와 열정이 넘친다는 거예요.

그 중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열정은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인데, 아쉬운 점은 당장 잠재 고객을 소개 받고 싶어하지만 글로벌 기업 공략을 위한 체계적인 계획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에요. 어렵게 만든 미팅에서 본인이 주도성을 가지고 판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끌려가는 식으로 대화하는 모습을 자주 보곤 했죠. 저는 이들에게 전체적인 로드맵을 먼저 짜고, 타깃을 정해야 하며 현재 고민이 무엇인지 큰 그림 내에서 파악하라고 말해요. 이러한 부분에 대한 정립을 도와줄 수 있는 멘토를 만나라고도 하죠. 그래야 그 만남이 더욱 의미가 있을 테니까요. 이건 기업의 젊은 리더들도 마찬가지입니다.

ⓒ 박종현


대표님도 열정 넘치는 사회초년생 시절이 있었을 텐데요. 첫 회사는 어떤 곳이었나요?

저는 엘지패션(현 LF)의 머천다이징(MD)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VMD로 시작했는데 오래지 않아 IMF로 많은 동료 선후배가 떠나고 VMD/MD 4명 중 저만 남게 되어서 얼떨결에 머천다이징 일을 하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거의 자정 퇴근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고 할 수 있죠(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그 어떤 일을 해도 즐겁더라고요.  그 곳에서 국내 대기업의 조직문화와 생리는 물론 당시 담당한 수입 브랜드를 통해 글로벌 기업의 비즈니스를 경험할 수 있었어요. 또 저희 부서(브랜드)가 조인트벤처로 독립하는 과정도 함께 했죠. 이때 얻은 가장 귀한 경험은 제가 정말 하고 싶고 성공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거예요. 바로 MD/상품기획이죠.


일을 하는 과정에서 천직을 찾으신 거네요. 그런데 바로 유학길에 오르셨어요. 일을 계속 하신 게 아니라.

네 맞아요. 저는 몸으로 부딪혀 배운 MD를 제대로 배우고 이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학문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무런 망설임 없이 비행기를 탔어요.  당시 뉴욕에 Merchandising Management로 유명했던  FIT에서 공부하기 위해서요. 실제로 현장에서의 경험이 학문적으로 완벽히 정리가 되면서 자신감이 더 올라가게 됐죠. 


그 후 오토를 거쳐 아디다스에 입사하셨는데, 아디다스에서는 MD뿐만 아니라 또 다른 일을 독일까지 가서 하셨더라고요(웃음).

아디다스에 근무 당시 글로벌 차원에서 몇몇 리더를 대상으로 진행한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어요. 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에 공헌이 되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그곳에서 저의 회사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고 있는 80세 건강하고 행복한 여성’이라는 선명한 비전을 세웠어요.

그리고 오토와 아디다스라는 글로벌 회사에서 MD부서를 총괄하는 자리까지 올라오고 보니 더 넓은 분야인 전략, 세일즈 등의 업무에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시야가 넓어지고 비전이 확실해지니 저의 비전을 이루기 위한 요소를 채우기 위해서 독일 본사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많은 시도를 했어요. 당시 보스에게 제 뜻을 밝히고 지원 요청을 하고 구체적 방법들을 끊임없이 가지고 갔어요. 하지만 기회가 쉽게 오지는 않았어요. 우여곡절 끝에 독일 본사에 3개월 짜리 프로젝트를 제안해 만들어 냈고 그걸 기회로 삼아 독일에서 사내 면접을 계속 보러 다녔어요. 결국 합격하게 됐고 저의 독일 생활이 시작됐죠.

그의 남편과 함께 


저는 대표님이 '편하게' 독일로 가신 줄 알았는데, 꽤 치열하셨군요.(웃음)

그럼요! 아디다스는 한국에서도 좋은 회사 중 하나인데, 글로벌에서도 마찬가지예요. 그런 회사에 전세계 5만7천 명의 빛나는 별들이 근무하죠. 그런 상황에서 ‘아무에게나’ 자리를 주지 않아요. 똑똑한 사람, 네트워크가 좋은 사람, 자기 영역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기 때문에 그냥 되는 일은 없어요.

간혹 사람들은 회사가 나에게 제시하는 미래가 없다고 하는데, 왜 나의 미래를 회사가 제시해줘야 할까요. 회사는 이미 우리에게 직장이라는 플랫폼을 줬잖아요. 그 플랫폼을 어떻게 이용하느냐는 스스로가 책임지고, 내 미래는 내가 만들어 나가야 해요. 본인의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제안 해야 나의 넥스트가 있는 거지, 가만히 앉아서 상사나 회사가 나를 이끌어주기만 바라면 안 됩니다.


그 치열한 싸움에서 이긴 비결은 무엇인가요. 대표님이 특히 인정받은 리더십이나 성과가 있었을 거 같아요.

당시 제안 받은 글로벌 프랜차이즈 전략 부서는 조직 내부로는 본사의 모든 부서와 각 나라 지사들, 외부로는 프랜차이즈 점주까지 이해관계 등이 정말 복잡하게 얽혀 있어요. 또 비즈니스적으로는 직영 세일즈, 홀 세일즈, 이커머스 등의 채널 모두를 알아야 하며 회사 전체의 비전을 채널 전략으로 만들어 내고 이를 지사의 실행 전략과 연결 시키는 중요한 부서였죠.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만 잘못해도 아주 곤란한 잡음이 생기는 곳이었어요.

당시 제 보스의 피드백을 돌이켜보면 저는 맡겨 놓으면 신경 쓸 것이 없는 책임감과 큰 그림을 보고 디테일까지 빈틈없이 챙기는 것, 복잡하게 얽힌 이해 관계 속 사람들 사이에서 신뢰를 이끌어 내는 사람으로 인정 받았던 것 같아요. 사실 그 자리가 쉽지 않은 자리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저는 반나절 만에 수락을 했어요. 저의 비전이 확실했고 그 비전을 이루기 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죠. 

사실 독일에 갔을 때 저는 자신과의 싸움을 반복했어요. 한국에서 일할 때는 120%에 가까웠던 자신감이 독일에서는 80%로 떨어지기 일쑤였죠. 조직 자체가 엄청 치열한 건 아니었지만 별들의 전쟁 속에서 괜히 주눅이 들기도 했던 것 같아요. 80%로 떨어진 자신감을 100%로 끌어올리는 데에 2년 가까이 걸렸어요. 그리고 그 후엔 새로운 도전을 찾아다니며 100%에서 120%로 가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긍정적인 떨림을 즐긴 것이죠. 긴장감에 눌리는 스트레스가 아니라 새로운 것에 대한 재미, 스릴을 계속 만들어 갔어요. 


긍정적인 떨림을 즐겼다는 말이 뭔지 알 거 같아요. 나를 성장 시키는 그 떨림을 좋아하신 거네요. 작년에 퇴사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신 것도 그런 성향 때문이었겠죠.

앞서 말한 저의 80세 비전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50세가 되기 전에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2019년 말~2020년 초까지 계속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그 전부터 국제 코칭 자격증을 따고 신경언어학을 공부하며 사내 코칭, 외부 코칭을 하고 주변인들의 요청에 의해 컨설팅도 한 두 번씩 해오고 있었는데 그 일의 의미가 조금씩 커졌어요. 회사에서는 일을 사람과 하지만 사람을 주제로 일을 하는 것은 너무나 설레는 거예요.

하지만 솔직히 아디다스 글로벌 세일즈 리더 자리가 주는 현실적 안정성을 쉽게 놓긴 힘들더라고요. 독일인인 남편도 ‘지금 당신이 놓으려고 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선택하라’고 무게 있는 조언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아니면 언제? 라는 확신이 들게 됐어요.. 결정을 하고 나서는 ‘내가 정말 해야 하는 일을 하는구나’라는 기쁨이 온몸 가득 차 올랐어요. 저의 확실한 비전과 목표가 결국은 새로운 시작의 추진력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대표님의 앞으로 계획에는 리더를 코칭하는 것도 있으십니다. 최근 빠른 경영 환경 속에서 꼭 필요한 리더 역량은 무엇이 있나요.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저는 크게 3가지를 강조합니다. 먼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vulnerability), 스스로를 채우는 공부에 투자하고, 나에게 객관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코치와 멘토를 가까이 두어야 합니다. 현재 우리는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보스도 팀원도 모든 것을 알 수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함께 머리를 모아 창조해나가야 하는 것이죠. 새롭고 변화하는 답을 만들어 나가는 코크리에이션(Co-Creation), 오픈 콜라보레이션을 지휘하고 이끌어 내는 것이 두 번째 중요한 역량입니다. 마지막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는 더욱 명확하게 짜인 비전, 프레임워크,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변화의 속도와 빈도가 높기 때문에 관련된 사람들이 길을 잃지 않고 안정감을 갖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으려면 어디가 시작이었고 변화된 상태는 무엇인지 빠르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대혼란의 연속인 거죠.

이런 역량은 스스로 자신에 대한 주인의식, 자신을 알고 리드하는 자기리더십으로부터 가능하게 됩니다. 단순히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키우기 위한 자신에 대한 투자, 시간, 노력, 비용을 써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대표님을 자주 보게 될 곳은 어디일까요?

의식 있는 리더가 있는 비즈니스 현장이겠죠? 저는 의식 있는 리더가 성공하도록 돕는 일을 계속 할 거예요. 따라서 이를 위한 중간리더부터 임원레벨까지 단계별로 필요한 리더십 코칭이 한 분야가 될 것이며, 저의 비즈니스 인사이트와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스타트업과 기업들의 든든한 조력자로 컨설팅해 나갈 계획입니다. 




(현재 그는 자신의 공간에서 리더들을 만나고 있다. www.powerzone.ioⓒ 박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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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정은혜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eunhye@wantedlab.com) 

박종현ㅣ원티드 영상 제작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