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랩스ㅣ개발은 물론 사업‧기획 능력을 모두 겸비하라

호두랩스ㅣ개발은 물론 사업‧기획 능력을 모두 겸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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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일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성장> 시리즈 8화입니다. 


훌륭한 IT 개발자는 어떤 특징을 지닌 사람일까.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흔히들 개발을 잘 하는 개발자, 협업에 능한 개발자, 새로운 기술을 계속 배워나갈 수 있는 개발자를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면 이 3가지 중에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훌륭한 개발자의 범주에서 멀어지는 것일까.

22년차 개발자 김도열 호두랩스 플랫폼랩 총괄리더의 생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이다. 무엇을 요구하는 조직에 속했냐에 따라 훌륭한 개발자를 가늠하는 잣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기획자의 요청에 철저하게 부응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개발자를 원하는 회사도 있지만, IT 개발 지식과 사업 통찰을 겸비한 인재를 원하는 회사도 있다”며 “스타트업이나 조직 구성원이 힘을 합쳐 신규로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에 있는 회사들이 특히 그렇다”고 조언했다.

실제 김도열 총괄리더 자신도 영화전문 포털부터 B2B플랫폼‧소셜 미디어‧게임‧에듀테크 업체를 비롯해 스타트업 위주의 IT업체를 거치면서 ‘개발과 사업‧기획을 동시에 이해하는 개발자’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김도열 총괄리더를 만나 개발자로서의 그의 성장 과정과 업무 철학, 개발자를 꿈꾸는 이들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김도열  | 호두랩스 플랫폼랩 총괄리더 


반갑습니다. 김도열님이 현재 하는 일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에듀테크 기업 호두랩스에서 플랫폼랩 총괄리더를 맡고 있습니다. 호두랩스는 기술을 활용해 교육격차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게임화된 온라인 영어 말하기 프로그램과 랜선 라이브 수업 프로그램 등을 만드는 회사인데요. 회사 안에 구성된 여러 개의 랩 중에 플랫폼랩은 회사의 온라인 서비스운영과 신규서비스 개발을 하는 부서입니다. 플랫폼랩에는 앱 개발자, 프론트엔드·백엔드 개발자, Data Architect(데이터 설계자)뿐 아니라 서비스 기획자, 웹·앱 디자이너까지 속해 있는데요. 그런 만큼 우리 부서는 개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님과 직접 소통하면서 회사에서 펼쳐 나갈 서비스에 맞는 기획을 하는 일까지 하고 있습니다. 저는 부서를 총괄하는 동시에 데이터베이스와 관련한 실무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개발자로 입문하게 되었나요.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입시위주여서인지 학창시절엔 ‘장래에 어떤 것을 전공하면 내가 어떤 꿈을 이룰 수 있겠다’는 그림을 그리기가 쉽지 않았어요. 단지 제가 이공계였다 보니 전기공학을 전공했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전공을 살렸을 때의 진로가 제게 썩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반면 제 관심을 끄는 변화가 대학 졸업 무렵의 시기에 있었는데, 그것은 기존 전화선 모뎀 인터넷을 사용하던 상황에서 ADSL이라는 인터넷망이 생겨 인터넷 회선의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었죠. 특히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을 서비스할 수 있는 환경에 관심이 갔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 VHS 테이프를 대여해 영화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거든요. 그래서 대학 졸업 뒤 IT 개발 분야와 관련해 공부를 해 개발자가 됐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덕업일치’의 삶을 이루게 된 것이죠.


첫 직장은 어떤 곳이었고, 그곳에서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입니까.

영화 전문잡지 ‘월간 KINO’를 인수한 ‘키노네트’(CJ엔키노)가 제 첫 직장이었습니다. 벌써 22년 전의 이야기인데요. 영화포털로서 계속 1위를 지키던 nkino.com을 개발하고 서비스했었죠. 3년 조금 넘게 근무하면서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동영상·영화 정보와 같은 콘텐츠 제공 서비스나 유료 VOD‧영화관 티케팅 서비스, 카페와 같은 커뮤니티 서비스를 개발했는데, 일한 기간에 비해 다양한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개발자가 ‘프론트엔드 개발자’처럼 특정분야 위주로 점원화된 지금과 달리, 당시는 개발자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맡아서 하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다양한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술을 폭넓게 익힐 수 있었고, 사업·기획의 요구사항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기능도 향상될 수 있었어요. 저에 대한 주위의 평가 중 한 가지는 ‘개발과 비즈니스를 동시에 이해할 줄 안다’는 것인데, 아마 이 때의 경험이 밑바탕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영화 잡지였던 <키노>의 표지 (사진출처 https://photohistory.tistory.com/1648


다음 직장으로 이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회사는 영리를 추구하고, 그 일이 잘 돼야 직원도 영속성 있는 직장을 얻을 수 있는데요. 영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이 기존의 콘텐츠 포털을 다 흡수해 버렸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제가 가진 기술을 어디서 더 잘 펼쳐낼 수 있을 것인가’와 동시에 ‘수익을 내고 있는 업계가 어디인가’를 기준으로 첫 이직을 했어요. 이후 10번 정도의 이직을 하며 커뮤니티‧B2B 플랫폼‧소셜 미디어‧게임을 비롯한 업계에서 일했고, 특히 게임업계에서는 9년 동안 일했습니다. 호두랩스에는 2년 전 합류했고요. 이직을 할 때마다 계기에는 차이가 있었는데요. 그래도 공통점이 있다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아 실현하는 것에 대한 욕심을 따랐던 것 같아요. 저는 남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유지‧보수하는 것보다는, 힘들더라도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까.

호두랩스에서 게이미피케이션, 즉 게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영어 말하기를 가르쳐 주는 앱인 호두 잉글리시의 PC버전과 모바일 버전을 서비스하고, 아이들이 영어로 써 있는 문장을 어떻게 읽는 지 알려주는 파닉스 프로그램도 만드는 등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지난달 오픈한 ‘땅콩스쿨’입니다. 4~8세 정도의 아이들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선생님이 캐릭터가 돼 라이브로 아이들에게 화상으로 말을 걸고 아이들의 말에 대답도 해 주면서 책을 읽어주는 서비스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땅콩스쿨 서비스 경험을 토대로, 누군가는 교재를 저작해 공유하고 누군가는 선생님으로서 수업을 제공하면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서로 나눌 수 있는 B2B 플랫폼을 만들 계획입니다.


현재 업무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과 가장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호두랩스는 정통 게임 기반의 학습과 웹‧앱 기반의 온라인 서비스를 개발하고 서비스하는데, 저는 과거 이직을 거치며 게임과 웹서비스의 실무를 모두 각각 10년 이상 경험했어요. 그런 면에서 호두랩스는 제게는 맞춤형 직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엔 팀을 잘 조직하고 역량을 키우는 방법을 찾는 것에 특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호두랩스가 스타트업이다 보니 공격적으로 사람을 늘리고 있고, 주니어가 빠르게 늘고 있어요. 팀원들이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고 능동적으로 서로의 생각을 물어가며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개발자로 일하며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였습니까.

개발자로서 느끼는 보람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하나는 같이 개발하는 동료들 사이에서 제가 도움이 됐을 때이고, 다른 하나는 고객들 대상으로는 제가 만든 서비스가 잘 사용될 때입니다. 특히 후자와 관련해서는 엔씨소프트에서 일할 때 개발한 빌링(결제) 시스템이 업계 표준이 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엔씨소프트의 빌링 시스템은 크게 개인이 사용하는 엔씨 코인과 PC방 업주 분들이 사용하는 G코인으로 나뉘는데, 저는 이 중 PC방 빌링 시스템을 개편해서 현재의 G코인을 만들었어요. 기존에는 게임 이용 시간을 묶어서 정량제로 판매하는 방식이어서 회계적으로 계산이 깔끔하지 않았거든요. 무엇보다 길드워, 아이온과 같은 후속 게임을 별도 과금할 수 없었는데, 이미 리니지2를 서비스할 때 끼워 팔기라는 비난을 받았던 터라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어요. 고민하지 않고 기존 시스템을 데이터베이스 수준부터 다시 설계 했고 지금의 코인 과금 시스템이 만들어지게 됐죠. 이후 넷마블 등 다른 게임 포털도 모두 이와 유사한 구조로 바뀌었어요. 만약 어떤 건축가가 자신이 만든 빌딩 앞을 지나간다면 ‘내가 저 빌딩을 만들었어’라고 뿌듯함을 느낄 것 같은데, 저도 그런 종류의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일을 하시면서 느끼신 개발자에게 중요한 덕목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개발자가 어떤 조직에 몸담고 있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스타트업이나, 조직 구성원이 힘을 합쳐 신규로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에 있는 회사들은 특정 기술만 엄청 잘 하는 개발자를 훌륭한 개발자로 보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런 개발자들에겐 회사가 개발자에 완벽한 형태의 일을 줘야만 하는데 스타트업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에요. 오히려 이런 상황의 회사에선 개발자들이 기획자보다 기술을 잘 알기 때문에 더 잘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기획자가 만들어달라는 것을 비판적이지 않게 100% 그대로 만들어 준다면 이렇게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회사와는 잘 안 맞을 수도 있다고 봐요.

반면 SI‧SM업체 같은 곳에서는 기획‧비즈니스에 대한 개발자의 판단과 공감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곳은 삼성 SDS나 LG CNS 같은 회사로부터 일을 수주 받은 대로만 철저하게 프로그램을 만들어 납품하는 곳이니까요. 이런 회사의 개발자가 되고 싶은 분들은 SI 분야에서 철저하게 스펙을 쌓으며 개발에만 집중해서 최고의 성능을 내는 방식으로 일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개발과 사업을 모두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기에 좋은 경험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실력을 키우려면 단지 기능명세서에 있는 내용을 잘 개발하는 것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제품‧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직접 사용해 보면서 관계자들과 계속 소통하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요구하는 것이 뭔지를 확인하려는 노력도 필요한 것 같고요. 저 같은 경우 기획자‧사업자들이 ‘어떤 서비스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에 목표를 두다 보니 그들과 소통하고 기획을 이해하는 능력이 향상된 것 같아요.


개발자를 꿈꾸거나 전향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 주자면?

개발자를 꿈꾸거나 전향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내가 뭘 하고 있어야 회사에서 나를 뽑아줄까’ 하는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면접관 입장에서는 이론적으로만 공부한 사람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요. 개발자는 충분히 실전적이어야 합니다. 자신이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프로그램 코드가 공개돼 있는 오픈소스에 참여해서 기여할 수 있을 테고요. 또 지금 세상에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많은 서비스들이 있으니 그걸 똑같이 본 따서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 결과물을 보여주면 자신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거예요.결과물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고민이 엿보일테니까요.  즉 계속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내가 공부한 걸 어떻게 써 먹을까, 결과물이 시원치 않다 하더라도 어떤 시도를 해 봤을까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이후 조직 내에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이 직장이 큰 비전을 가지고 하는 일이 성공하기를 바라고 또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계속 도움이 되길 바라고요. 다만 제가 22년차 정도 되다 보니 회사가 초기 단계부터 시작해 성장해서 큰 성공을 거뒀다가 점점 쇠하는 과정까지 다 본 적이 있는데요. 그 때 회사 초기 성장에 기여했던 사람들이 회사가 성장하면서는 기존에 받았던 관심과 칭찬을 못 받으면서 힘들어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회사가 커 가면 필요한 인재상도 바뀌기 때문에 기존에 인정받았던 사람이 그 인재상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하는 것이 아닌 한 계속 인정받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런 노력을 하는 데까진 하겠지만, 회사가 충분히 성장해서 필요로 하는 사람에 제가 미치지 못했을 때 실망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어요. 제가 맡겨진 일을 했을 때 그것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사람이 있으면 그걸로 족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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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최나영ㅣ객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