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프렌즈ㅣ재기발랄 광고쟁이가 그로스해커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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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일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성장> 시리즈 7화입니다. 


누구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질 만큼 재기발랄한 광고를 창조해내던 손으로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심지어 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익이나 고객 유입 등을 창출할 방법을 찾아내는 그로스해킹(Growth Hacking) 영역에서 맹활약 중이다. 국내외에선 아직 익숙지 않은 개념을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해내 큰 박수를 받은 김용훈 펫프렌즈 CMO를 만나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김용훈 | 펫프렌즈 CMO


반갑습니다. 김용훈 CMO님이 마케팅 분야에 처음 들어선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제 이력은 광고에서 출발했어요. 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잠시 편집디자인 업계에 종사했는데 참신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현하는 일이 정말 재미있어 보이더라고요. 2011년 1월 이제석광고연구소에 지원해 한동안 몸담았던 이유죠.

실질적으로 마케팅에 첫발을 내디딘 시점은 2015년 굿닥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예요. 당시 우리나라에서 한창 스타트업 붐이 일어나고 있었고, 마침 모바일 벤처 연합군으로 출범해 뜨거운 열풍을 일으킨 기업인 옐로모바일의 계열사 가운데 이곳이 속해 있었는데요. 내심 들어가고 싶었던 회사였기에 여러모로 입사 전략을 모색하다 보니 가장 수요가 많은 마케팅이 최적이겠더라고요.(웃음) 따라서 원래 염두에 두진 않았지만, 스스로 선택한 만큼 최선을 다해 직무에 몰입하며 지내다가 어느덧 오늘날에 이르렀네요.


앞서 밝혔듯이, 이제석광고연구소에서 아트디렉터로 이력을 쌓기 시작했는데, 당시 축적한 지식이나 경험을 통해 얻은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듯합니다.

아시다시피 이제석 대표님은 ‘광고 천재’라는 수식어로 유명하잖아요. 저는 그 옆에서 같이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운 점이 많았어요. 크게 두 가지를 손꼽는데, 우선 실행력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고심해서 떠올린 생각이 괜찮을 때, 이리저리 재보거나 망설이기보다 실행에 나서는 거죠. 또한, 제 앞에 놓인 문제에 아이디어를 접목해보며 응용력을 한층 성장 시킬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여기서 인연이 닿은 친구 세 명과 2015년 1월부터 직장인 공익광고 비영리 모임인 ‘발광’으로 계속해서 활약 중이죠. 세상을 밝히는 광고라는 뜻이 담긴 이름처럼 3‧1절, 일본군‘위안부’, 코로나19 등 공공성을 띤 다채로운 이슈를 대중의 기억에 심어주기 위해 노력해 왔고요. 2020년엔 (사)실종아동찾기협의회의 협조를 받아 실종 아동 생일 광고판을 지하철역에 노출하는 캠페인을 펼쳤어요. 팬클럽의 아이돌 응원 광고에서 착안해 우리 관심이 실종 아동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할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감사하게도 큰 호응이 쏟아졌답니다. 뉴스나 신문 등 각종 언론에서 보도했고, 청와대에 초대 받았다는 자랑까지만 살짝 밝혀 둘게요.(웃음)


헬스케어 O2O 서비스를 제공하는 굿닥에선 그로스해커와 크레이티브디렉터로 활동해왔다고요. 그간의 자취를 돌이켜 볼 때, 특별히 기억나는 일화가 있는지요?

굿닥 내 관련 브랜딩·콘텐츠 업무를 3년간 담당하다가 우연히 직무 전환의 기회를 맞이했어요. 기존에 있었던 광고브랜드팀과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하는 신생 조직인 그로스해킹팀으로 이동한 거죠. 비유하자면, 문과에서 이과로 넘어간 셈이라고 할까요.(웃음)
물론, 복잡한 데이터를 파악하는 일이 손에 익기까지는 힘들었지만, 배워서 마케팅에 반영할수록 흥미가 붙더라고요.

이전엔 제가 해왔던 프로젝트가 실제로 회사에서 어느 정도 이익을 실현했는지 알기 어려우니까 다소 아쉬웠거든요. 그런데 사실에 기반한 수치를 확인하면서 성과와 개선 사항이 명확해지니 신속 정확하게 대응할 방안이 생긴 거예요. 따라서 우리나라에선 아직 객관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서비스 홍보나 고객 유입을 시도한다는 개념이 없을 때 이미 그로스해킹을 적용하며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데이터 기반 그로스해킹이 매우 흥미로운데, 관심 있는 독자를 위해 간략히 정의한다면요? 또, 이처럼 새로운 영역에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그로스해킹은 국내외 전문가나 저서마다 다르게 규정하고 있어요. 온라인 경제용어사전에선 고객 취향을 파악해서 효과적으로 접근해 저비용을 통해서 최고의 효용을 추구하는 마케팅 기법 혹은 기술이라고 표현합니다. 다만 저는 간단하게 ‘목표를 위한 문제를 찾아서 해결하는 방법론이나 사고 구조’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세상엔 정말 다채로운 이슈가 있고, 솔루션은 수천, 수만 가지잖아요. 이 가운데 제일 합리적인 방식을 찾아서 개선한다면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겠죠.

이처럼 새로운 영역에서 제가 발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노하우는, 다름 아닌 여유예요. 만약 굿닥에서 데이터를 살펴볼 여지를 주지 않고 단기간에 매출을 올리라고 했다면 아마 제 풀에 나가 떨어졌을걸요? 충분히 확인할 시간이 있었기에 개념과 활용 방법을 습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분야는 실전을 겪어야 해요. 기존 시장 사례로는 배우는 데 한계가 있죠. 즉, 현장에서 직접 자신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풀어보면서 시야를 넓히는 수밖에 없어요. 다행히 회사에서 그로스해킹팀을 꾸릴 때 구성원으로 마케팅팀장인 저를 비롯해 영업팀장, 전략팀장 등을 같이 합류시켰습니다. 각자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가졌으니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일하면서 고정 관념을 허물 수 있었고, 궁극적으로 좋은 결실에 다다르는 솔루션을 많이 익혔지요.


반려동물 커머스 회사인 펫프렌즈는 이전에 몸담은 산업군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데요.

맞습니다. 그런데 2020년 6월에 이직을 결심할 당시, 심각하게 고민하기보다는 재미를 추구하자고 생각했어요. 여담으로, 아내가 7년째 애견카페를 하고 있어서 동종업계에 관심이 있었고요.(웃음) 비록 펫프렌즈가 예전에 있었던 회사와는 산업군이 다르지만, 마케팅에 그로스해킹을 활용하기란 어렵지 않았습니다.

원래 이곳은 커머스 회사라면 흔히 그렇듯 특정 매체의 SA(Search Advertisement, 검색 광고)에 의지하곤 했는데요. 반대로 저는 일반적인 경향에서 벗어나야 구매 의지가 있는 고객 유입에 한발 다가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따라서 데이터를 일일이 분석해보니 역시 광고를 통해 판매를 지속할 때 적자라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마케터 대다수는 ROAS(Return On Ad Spend : 광고비 대비 매출액)를 기준으로 삼을 뿐, 원가, 쿠폰비, 배송비, 수수료 등은 고려하지 않아요. 즉, 실질적인 이익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하니 예상과 다를 수밖에요. 또한, 신규 고객 확보와 재구매율까지 헤아려서 전망해야 더욱 정확한 결과가 나옵니다.

여기에 주어진 인력, 예산, 시간 등의 자원을 잘 이용해야 해요. 예를 들어 저는 매출 경로로 웹사이트가 아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공략하도록 했죠. 더불어 기존 콘텐츠팀을 해체한 뒤 구성원을 재배치하면서 역량 있는 직원은 퍼포먼스 마케팅에서 활약할 기회를 부여했습니다.


현재 회사에서 주도하는 업무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비전이 있나요?

제 목표는 저 없이 회사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완성해주는 거예요. 이 같은 체계를 만드는 과정은 곧 그로스 해커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으며, 약 3~6개월을 소요해요. 훗날 아예 업(業)으로 삼아서 컨설팅이라기보단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방향으로 지속해서 활동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펫프렌즈는 이미 스스로 잘 운영할 수 있는 기틀을 다져가고 있어요.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남아 있으니 차차 성장을 일궈가야죠.


일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과 더욱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은?

펫프렌즈는 사원증에 자기 좌우명을 적어넣거든요? 저는 <ROAS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수익률) 가성비 오가닉>이라고 썼어요. 이 가운데 오가닉 트래픽, 즉 검색해서 유입하는 방문자가 마케팅하는 보람을 가장 극대화하죠. 그로스해킹으로 심혈을 기울인 만큼, 고객 여러분이 우리 서비스를 많이 사랑해주니 감사하고, 기뻐요. 재구매율이 증명하는 호감과 신뢰가 자신감을 한껏 드높인다고 할까요.(웃음) 결국 자연스러운 유입이 이상적인 목표인 듯해요. 따라서 부담스럽지 않게 고객에게 다가서고, 찾아오도록 하는 데서 만족을 찾고요.

또, 그동안 주로 스타트업에 있으면서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공개), 상장 등 다양한 프로세스를 겪어봤는데요. 여기서는 CMO로서 그로스해킹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했고, 지난 7월엔 GS리테일과 M&A를 성사했거든요.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회사와 같이 성장한다는 사실을 체감하니 재미가 쏠쏠하더라고요.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요? 먼저 밝혔듯이, 제가 없이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거예요. 다만, 나 혼자 200%를 해내기보다 전체 구성원 역량을 5~10% 더 올릴 수 있어야 CMO이자 그로스해커로서 진정한 소임을 다했다고 볼 수 있어요. 무조건 성과를 내라고 내모는 게 능사는 아니에요. 조직이 원하는 퍼포먼스를 창출하지 못하면, 방법을 다시 찾아서 시스템에 반영하고, 팀원 마인드 셋을 바꾸거나 교육해야죠. 일련의 과정이에요.


서비스 데이터를 기준으로 기존에 산재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방향을 찾고자 하는 마케터에게 당부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당부라고 하면, 어렵고요.(웃음) 이 강연을 연 계기는, CMO 자리에 있으면서 마케팅에서 재무적 측면을 제외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했거든요. 고객 유치를 위해 투입하는 광고비와 수많은 지출을 혼자 계산하지 말고, 우리 팀의 모든 구성원이 응용할 수 있는 수식을 만들어서 같이 해보자는 게 아이디어를 떠올린 배경이었어요. 과연 가능할지 궁금해서 베인앤드컴퍼니라는 유명 컨설팅 회사 출신인 배병건 펫프렌즈 CSO님과 논의해보니 이론적으로 이상이 없으며 실제 쓰기에 유용하더라고요. 모든 요소를 검증하자마자 원티드에서 최초로 강의한 거예요. 이제 차차 오픈소스로 공개할 예정인데, 실행해보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더 나은 퍼포먼스를 구현할 수 있어요.

최근 제가 아침에 듣는 시 중에 자넷 랜드의 <위험들>이 있어요. 여기 보면 ‘위험은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라는 구절이 있거든요. 리스크가 두려워서 어떤 행동조차 하지 않으면 결국 얻는 게 없다는 메시지죠. 항상 강의 마지막엔 실행하라는 말로 용기를 북돋우는 이유입니다.


최근 마케팅 외에 특별히 염두에 둔 분야는요?

당연히, 재무예요. 마케팅은 정말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라서 투자 대비 효과가 도드라지게 드러나야 제 몫을 다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투입하는 자원 가운데 특히 예산을 잘 기획할 줄 알아야 효용 가치 추구 또한 가능하죠. 덧붙여 만약 이 분야에 처음이거나 일을 배워야 하는 단계라면 좋은 스승을 만나라는 조언을 하고 싶네요. 저는 재무제표와 데이터 테이블이 멘토였어요.

거듭 강조하자면, 마케팅으로 유치한 고객이 어떤 가치를 지녔으며, 어느 정도의 수익을 창출할지 전망하기 위해선 요즘 신조어로 뇌피셜(공식적으로 검증한 사실이 아닌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객관적인 분석이 중요합니다. 단지 신규 회원이나 재구매 유입을 늘리는 데 그치지 말고 그림 전체를 보는 눈을 기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소소하게는 나 자신을 비롯해 주위 구성원의 퍼포먼스까지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사람이고 싶어요. 성능을 업그레이드해주는 전문가요. 마케팅이나 그로스해킹에 관심 있는 젊은 세대에 대한 멘토링 역시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혹시 조언이 필요하다면 언제나 열려 있어요!

그리고 크게는 선한 영향력으로 뉴스 등 언론에 자주 등장할 수 있길 바라요. 이전부터 취미로 무료 컨설팅을 해오고 있는데 자영업이나 기업을 도우면서 아는 지식을 최대한 발휘 중입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교과서에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위인까진 아니고,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이끈 인물로 기억에 남을 수 있다면 영광이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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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오민영ㅣ객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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