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스, 상품이 아니라 고객이 다르다고?!

아이디어스, 상품이 아니라 고객이 다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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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덕트 디자인> 시리즈 1화입니다. 


‘이기는 디자인’이란 무엇을 의미할까요? 단순히 비즈니스가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이 되는 데 필요한 지표와 경쟁사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만드는 주도적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디자인에서 ‘이기다’라는 용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고민하면서 글을 읽어 보시죠. 

*본 아티클은  원티드 디자인 컨퍼런스에서  신혜정 아이디어스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신혜정 | 아이디어스 프로덕트 디자이너 

현) 아이디어스 Product Lead Designer
전) 야놀자 Product Design 팀장
쿠팡 Principal UX Designer


모바일 쇼핑 거래액이 108조를 돌파한 가운데 현재 모바일에서 구매할 수 없는 제품이 없을 정도로 모바일 쇼핑은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향후 이커머스 비즈니스 시장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인데. 이 시장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 할 수 있을까?


‘사용자’보다는 ‘고객’
쿠팡, 야놀자, 아이디어스의 메인 페이지를 살펴보면, 이커머스에서 검색어 입력 시 화면은 꽤나 유사한 인터페이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커머스에서 검색이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높다고 알려져 있다. 쿠팡은 특정 품목이나 브랜드명처럼 목적형 검색어 빈도가 상당히 높고, 야놀자는 여행지와 관련한 비중이 높다. 아이디어스는 ‘생일 선물’같은 고객의 특정 상황에 대한 키워드 검색이 발견된다.

메인 페이지는 검색어 입력 시, 화면은 유사하지만, 서비스에서 다루는 ‘고객’은 천차만별이다. 쿠팡에서도 숙소 예약이 가능하고, 아이디어스에서도 신선한 식품 주문이 가능하다. 이렇듯 구매 가능한 카테고리가 일부 겹치는데, 고객이 다르다는 말은 의아하게 들릴 수도 있다. 즉, 단순히 상품이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다르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서비스별 검색 페이지를 살펴보면 쿠팡에서는 일상생활 관련 제품, 브랜드명을 검색 키워드로 추천한다. 야놀자는 숙소명에 ‘화이트’가 포함된 키워드를, 아이디어스는 ‘화이트데이’같이 이벤트 관련 검색어를 추천한다. 자동 완성 기능은 해당 서비스에서 가장 많이 검색어로 입력되었거나 해당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 등을 데이터로 활용해서 제공하고 있을 것이다. 모바일에서 텍스트 입력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각 서비스 화면이 가진 인터페이스 유사성이 있을 수는 있지만 고객이 기대하고 방문하는 목적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용자’보다는 ‘고객’이라는 단어를 지향해야 한다. 어떤 프로덕트든 고객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디자인 설계를 할 때도 유저라는 개념보다는 고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단순히 모바일 사용을 넘어서 사용자를 비즈니스에 동화되게 하는 순간, 진정한 고객이 되기 때문이다.

쿠팡은 목적형 상품을 검색해 필요한 상품을 빠르게 찾고 주문하는 고객이 많아 체류 시간이 짧다. 반면, 아이디어스는 특정 상황에 맞는 특별한 제품을 찾다 보니 체류 시간이 길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니즈와 목적이 달라 다른 행동 패턴을 보이는 것이다. ‘구매하다’라는 본질이 크게 다르지 않을 때, 프로덕트에서 가치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하지 않는 사용자 원칙이 있을까?
예를 들어, 한 고객이 양말을 구매하려고 한다. 마음에 드는 양말을 찾아 장바구니에 담으려는 순간, ‘로그인’이라는 허들을 만나게 됐다. 대다수의 고객은 팝업의 정보를 주의 깊게 읽지 않는 패턴을 보인다. 이때 필요한 것이 고객 여정을 분석하는 것이다. 고객은 제품을 바로 구매하고 싶을 때가 있고 잠시 보류를 원할 때가 있는데, 장바구니에 담는 행위는 일시적인 보류를 의미한다고 예측할 수 있다. 이렇듯 작은 차이가 사용 흐름의 성패를 좌우하는데, 로그인 없이 장바구니 상품을 담을 수 있게 허들을 낮추는 것이 고객 플로우상에서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장바구니 담기 관련 다수의 테스트를 통해 이 원칙은 아주 정석적인 인사이트라고 생각해왔다.

아이디어스 모바일웹 상품 상세 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만났을 때 고객은 장바구니 버튼 혹은 구매 버튼을 누른다. ‘앱이 있는 고객은 바로 앱으로 진입하지만, 포털에서 검색해서 들어온 고객은 앱을 설치하지 않은 비회원 고객일 확률이 높다’라는 가설을 세웠다. 기존 웹 상품 상세페이지에서는 로그인을 하지 않으면 장바구니에 접근 할 수 없었다. 회원가입 또는 로그인을 진행해도 고객이 보던 Flow를 유지하지 않은 채 모든 케이스에서 메인 화면으로 랜딩이 되었다.


이 지점을 개선하기 위해 퍼널간 고객 이동을 살펴보고 선행 Test를 통해 확인한 결과, 고객은 회원가입 후 쿠폰함으로 많이 이동하고 혜택 확인하고 싶어하는 니즈가 크다는 가설을 세웠다. 쿠폰 혜택을 알리고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플로우를 개선한 결과 긍정적 구매 전환율을 얻게 되었다. 이 결과는 한번에 도출된 솔루션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정석적인 인사이트를 고착화하여 A/B Test 없이 솔루션을 설계했다면 많은 고객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데이터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해당 프로덕트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 수 있는 지표다. 모두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략을 세우고 판단해왔기 때문이다. 즉, 데이터는 단순한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고객의 요구를 철저히 이해하고 좋은 정보를 전하는 중요한 백그라운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고객이 얻길 바라는 가치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Creative, Usability, VOC를 토대로 고민해야 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비즈니스에 바탕을 둬야 하는데, 요소 간에 적절한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말은 많이들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밸런스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정답이 있는 요소가 아니라 더 어렵다. 그래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하고 각 프로젝트, 상황마다 어떤 요소에 더 가치를 둘지 구별할 수 있어야한다.


디자인 요소 변경을 비즈니스적으로 설득하는 방법
A/B Test를 시작하기 전, 일부 디자인 요소 변경을 비즈니스적으로 설득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럴 때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취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레퍼런스를 이용해 디자인을 설계하는 것이다. ‘ATF(Above the Fold)는 항상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사이트는 고객이 모바일 화면을 켰을 때 스크롤을 내려서 추가 탐색을 진행할지 말지에 대한 기준이 된다. 항상 고객의 다음 행동을 예측해야 하기 때문에 ATF는 중요하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아이디어스 메인 화면은 대형 배너 이미지를 4:3 비율에서  2:1 비율로 변경했다. 2:1 비율로 변경하고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스크롤이 일어나기 전에 더 많은 상품을 보여줄 수 있도록 궁금증을 유발하는 어포던스가 된다. 또한 2:1 배너로 최적화함에 따라 ATF 영역에 대한 인지를 높이고 하단에 노출되는 정보 탐색 유도를 논의해 볼 수 있다.

A/B Test를 진행하기 어려운 환경이더라도 이처럼 논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객관성 있게 가설을 세우고 접근하면 좋다. 디자이너는 프로덕트와 고객이 만나는 지점, 최접점에서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내가 설계한 이 경험이 고객의 행동에 얼마나 공감하고 있고, 서비스에서 얼마나 매끄럽게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최대한 논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 아이디어스 


라이프 스타일과 가치의 변화가 갖는 의미
10대와 20대에서는 종합몰 모바일 앱보다 특정 카테고리 상품군을 전문적으로 하는 전문몰 모바일 앱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한다. ‘멀티 페르소나’ 이른바 자신만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유니크한 아이템을 찾는 새로운  소비 심리가 트렌드로 연결되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만날 고객은 언제나 변화 중이다. 고객이 서비스에 방문하는 목적을 떠올려보자. 예를 들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필요한 신발이 달라지는 여성을 떠올렸을 때, ‘신발 구매’라는 표면적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상황에 따른 맥락적 니즈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구매하며 살아갈 것이고, 그 대표적인 프로덕트가 모바일 이커머스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오랜 시간 매력적인 프로덕트는 건재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비즈니스와 디자인의 목표를 동일시하고 고객 문제를 비즈니스에 득이 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불변의 사용성 원칙과 인사이트를 무작정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 시점에서, 고객이 원하는 본질적 가치가 무엇인지 데이터를 파악해 가설을 세우고, 비즈니스 관점으로 UX를 설계해야 한다.

또한, 논리적인 근거로 솔루션을 가시화하는 역할을 한다. 워크플로우 단계에서 비즈니스에 공감하는 프로세스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할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서 얻은 데이터를 이해하고 디자인해야 한다. 양적/질적 DATA, A/B Test, Usability test를 통해 고객에게 피드백을 얻고 다시 적용하는 단계를 반복하는 것이다.


처음으로 다시, ‘이기는’ 디자인이란?
‘이기다’는 보통 경쟁에서 이기는, ‘승리’라는 뜻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전 속 win은 ‘얻다, 달성하다,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다’라는 뜻도 있다. ‘이기는’ 디자인이란 비즈니스를 매출로, 숫자의 관점으로만 다루거나, 고객의 목소리에 맹목적으로 동조하라는 것이 아니다. 성공적인 비즈니스와 고객 경험을 혁신하는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 여러 관점에서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이 프로덕트에서 겪는 모든 경험을 고려하고, 그 니즈에 공감하고,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성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이런 반복된 과정이 추후 큰 실패를 막는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고객에게서 얻은 데이터로 고객을 위한 가치로 환원하는 디자인을 지향해야 한다.



* 본 아티클의 영상은 원티드 플러스를 통해 시청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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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김수진ㅣ객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