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티드 PO, 커리어 도약을 위한 허들을 넘다

원티드 PO, 커리어 도약을 위한 허들을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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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덕트 디자인> 시리즈의 5화입니다. 


‘디자인’을 축 삼아 사유의 범위를 넓혀가다 보니 ‘어쩌다 PO’가 되었다고도 표현할 수 있지만, 직무와 직무 사이의 교집합은 PO의 자격을 갖추는 요소로 작용한다. 큰 틀에서 보면 직무마다 과업 분야와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방법, 그리고 협업하는 구성원은 다르지만, 문제를 발견하고 가설을 세워 결과를 도출하는 일련의 과정은 같다. 특히 [문제 발견 → 가설 수립 → 결과 도출]이라는 하나의 사이클은 PO나 PD의 공통적인 업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UX/UI 디자이너면서 프로덕트 디자인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혹은 프로덕트 디자이너면서 프로덕트 오너 영역에 관심이 있다면 이번 아티클을 눈여겨보자. 각 직무를 이루는 구성 요소가 어느 지점에서 교집합을 이루고, 발현하는지 현직 PO의 서사를 따라가 본다. 

바로 원티드 디자이너 콘퍼런스에서 소개한 이다혜 원티드랩  PO의 강연을 글로 소개한다.

이다혜 | 원티드랩  PO
이다혜 PO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UX/UI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며 좋은 계기로 프로젝트 매니저(PM·Product Manager)의 역할까지 겸하던 중 PO(Product Owner)로 커리어 전환에 성공했다.


UX/UI 디자이너인가요?
프로덕트 디자이너세요?
더 나은 사용자 환경을 고민하는 당신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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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준비된 PO일지도 몰라요!

일반적으로 UX/UI 디자이너는 기획자의 와이어 프레임을 보며 화면 구성(버튼, 타이틀, 이미지 등)을 고민하고, 디자인툴을 활용해 그래픽을 입히는 역할을 한다. 이때 UX/UI 디자이너의 고민은 ‘화면 구성’에 집중된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PM이 제시한 제품의 방향성에 따라 이를 분석하고 디자인 개선안*을 담아 구현하는 역할을 한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선안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UX/UI 디자이너와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디자인 개선안이란 정해진 가이드에 따라 수동적으로 디자인하기보다, 스스로 ‘데이터 분석 과정’을 거쳐 문제의식을 느끼며 개선된 아이디어를 개진하고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PO는 앞서 두 직무보다 확장된 업무 범위와 책임을 지닌다. 원티드랩을 예로 들면, 원티드에는 사업부서마다 ‘스쿼드(squad)’라 불리는 조직이 있다. 스쿼드 안에는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각 분야를 담당하는 구성원이 있고, 이들을 총괄하는 사람이 바로 PO다. PO는 작은 회사의 CEO처럼 운영에 필요한 모든 의사결정 권한을 갖는다. PO를 mini-CEO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쿼드는 세부 사업 전략과 제품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며 회사의 경영 전략을 서포트한다. 스쿼드를 책임지는 PO는 제품은 물론 조직운영, 비즈니스 전략까지 고민하며 사용자가 마주한 문제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UX/UI 디자이너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프로덕트 디자이너에서 PO가 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고민의 범주가 점점 넓어진다는 사실이다. 기획자가 만든 와이어 프레임 안에서의 고민과 제품과 조직, 그리고 비즈니스 영역까지 아우르는 고민은 분명 다른 결을 지닌다. 하지만 세 직무 사이의 공통점은 존재한다. 바로 우리 제품에 어떤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다혜 PO가 알려주는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세 가지 방법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세 가지 방법은 하나의 사이클이다. 이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도 유효한 과정이다. 만약 당신이 UI/UX 디자이너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프로덕트 디자이너에서 PO로 직무 전환을 꾀하고자 한다면, 해당 사이클대로 고민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며 다양한 실무를 경험해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하나, 데이터를 늘 가까이 한다


  • 정량적(Quantitative Data) 데이터 : 전환율, 리텐션, 이탈률과 같이 숫자로 표현하는 데이터
  • 정성적(Qualitative Data) 데이터 : FGI, UT, IN-Depth 인터뷰 등 상황묘사 또는 단어로 기술되는 데이터

정량적 데이터 예시 


Episode 1 

<회원가입 데이터>를 활용하면 알 수 있는 것

가상화폐 플랫폼 ‘코빗(Kobit)’은 상시 돈이 움직이는 공간이다 보니 회원가입 후, 휴대전화 본인인증과 은행계좌 인증까지 거쳐야 가상화폐 거래가 가능한 구조다. 그런데 실거래가 가능한 유저 전환율이 낮다는 문제를 발견하고, <회원가입 데이터>를 살펴보니 회원가입을 완료한 유저 중 32%만이 은행계좌를 입력했다. 회원가입 후 인증을 거치는 퍼널(funnel)에서 사용자 전환율을 저해하는 요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면 ‘설문조사’를 통해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


Episode 2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알 수 있는 것

쿠팡에서는 로켓 배송을 담당하는 쿠팡맨들이 사용하는 배송앱이 있다. 배송업무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이 시스템이 현장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관찰하고자 쿠팡맨과 하루 동안 동행했다. 이때 대다수의 쿠팡맨들이 한 손으로 앱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머지 한 손엔 늘 택배상자가 들려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손으로 앱을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제품을 개선했다. 만약 사무실에 앉아만 있었다면 알 수 없었던 사실이다.


Episode 3 

<정량·정성적 데이터>를 동시에 활용하면 알 수 있는 것

코빗 사례에서처럼 <회원가입 데이터>를 활용해 문제를 진단한 후, 정성적 데이터인 UT(User Test) 방식으로 원인과 해결점을 찾아보기로 했다. 먼저 가상화폐 거래 경험이 없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코빗과 경쟁사 A에 각각 가입하도록 한 후, 가상화폐를 직접 구매하는 전 과정을 테스트했다. 객관적 지표를 남기기 위해 녹음/녹화를 동시 진행했으며 ‘Think aloud(소리 내어 생각하기)’ 방법으로 사용자가 느끼는 마이너스 요소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데이터는 답을 말해준다
수치든 고객의 행동이든 뭐든 좋다.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하려면 상상만으로는 부족하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회사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용자를 직접 만날 수 없다면, 사용자 데이터를 가까이 하면서 사용자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찾아보자. 그러면 점점 더 발전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둘, 가설(Hypothesis)을 세운다


문제의 원인을 찾고 솔루션을 기획하는 단계다. 예를 들어 원티드랩에 회원가입한 신규 유저의 1주일 후 재방문율이 낮다면 리텐션 데이터를 통해 그 원인을 찾아보고, 그다음 어떻게 해야 1주 리텐션을 높일 수 있을지 가설을 세운다. 과연 어떤 요소들이 1주 리텐션에 영향을 미쳤을까? 원티드에 회원가입한 유저들이 7일 이내 재방문하기까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주요 기능 사용 여부’였다.

따라서 <가입 직후, 리텐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기능을 사용하도록 회원가입 미션을 주면 7일 내에 이 기능을 사용하는 유저가 증가할 것이고, 신규 유저의 1주 리텐션이 개선될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실제로 신규 유저에게 액션을 수행하도록 미션을 주고, 미션을 수행할 경우 보상을 주는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그 결과 가입 후 7일 이내에 특정 미션을 수행한 유저는 그렇지 않은 유저에 비해 재방문율이 높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배포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배포했다고 끝이 아니다. 실제로 유저가 원한 게 아니었고, 가설과 달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배포한 기능이 최초에 목표로 했던 지표를 달성하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물론, 개선되었다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낙담은 금물이다. 아쉬움은 잠시 접어두고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자. 실패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면 개인도, 제품도 성장한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결과를 보는 게 두렵더라도 결과를 추적하는 습관을 갖자.
 

셋, 가설 검증을 위한 제품을 개발한다


마지막은 가설을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실제로 해결 가능한지 확인하는 단계다. 제품을 개발할 때는 MVP(Minimum Viable Product)가 중요하다. MVP란 최소 기능만으로 빠르게 개발해 유의미한 결과를 얻는 개발 방식 중 하나다. 이는 빠른 실행을 통해 사용자 반응을 보면서 추가하거나 보완해야 할 기능을 하나둘씩 업데이트해나가는 방식이다. 원티드에서는 MVP 방식을 지향하며 문제 해결의 효율성을 높여나가고 있다.


시간과 리소스는 언제나 부족하다
어느 회사든 부족한 시간과 리소스에 허덕인다. 따라서 제품 하나를 만들더라도 최대한 유저에게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끈질기게 고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문제를 꿰뚫는 주요한 기능 위주로 빠르게 출시해보자. 주어진 환경 내에서 시간과 리소스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MVP 활용 예시 


강점은 쌓고, 허들은 넘기
“프로덕트 오너, 당신도 할 수 있어요”
원티드에 합류하고 처음으로 <프로필 입력 완료> 프로젝트를 맡았다. 채용플랫폼인 만큼 회원가입뿐만 아니라 유저들이 입력하는 정보도 중요했다. 그런데 화면 분석 결과, 프로필 페이지에 들어오는 유저 중에서 11%만이 실제로 프로필을 입력했다. 원인을 분석해보니 꼭 입력해야 하는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가 혼재되어 있었고, 항목이 많아 스크롤을 내려야만 확인할 수 있는 사용성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따라서 프로필 입력 전환율을 높일 수 있는 화면 구성 변경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프로필 페이지에는 유저가 필수로 기재해야 할 세 가지 항목만 남겨두고 개편했다. 결과적으로 프로필 입력 전환율을 55%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돌아보면,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쌓으면서 화면의 사용성 이슈를 분석할 수 있게 되어 PO로 전환했을 때 좀 더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반면 넘어서야 할 허들도 존재한다. 첫 번째로 소통해야 할 대상이 많다는 점이다. UX/UI 디자이너일 때는 기획자와 함께 디자인 작업을 한 후 개발자를 만나 소통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PO는 디자이너, 개발자, 경영진, 마케터 등 굉장히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눠야 하기에 그 어느 때보다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각자가 요청하는 바가 다르거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경우 PO는 중간에서 이를 매끄럽게 조율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두 번째는 설득이다. 디자이너 때는 화면을 보여주면서 설득했다면, PO는 말이나 글로 설득해야 한다. 단순히 언변이 화려하다고 될 일은 아니고, 논리적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원티드에서는 PO들이 어떤 전략을 실행할 때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임팩트 시뮬레이션(Impact Simulation)을 시행한다. 한번은 <마케팅 푸시 수신>에 동의하지 않은 유저들을 동의로 전환하기 위해 비동의한 유저를 대상으로 수신 동의를 유도하는 팝업을 띄우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프로젝트에 앞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왜 이 프로젝트를 해야만 하는지’, ‘만약 실행한다면 이 팝업을 어떤 페이지에 띄워야 하는지’를 설득해야 했다.


그래서 팝업을 띄울 후보 페이지를 4~5개 정도 정하고, 각 페이지에 월별로 유입되는 마케팅 푸시 비동의 유저 수를 뽑아봤다. 이 유저 중에 몇 퍼센트가 동의로 전환할지 해당 페이지와 유사한 기능에서 예상 전환율을 산정했다. 그리고, 유저 수를 금액적 가치로 매겨보았다.(원티드에는 주요한 액션마다 금액적 가치를 정리해둔 표가 있다.) 이런 방식으로 프로젝트 후보마다 임팩트를 예상할 수 있다면,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임팩트 시뮬레이션을 하면 눈에 보이는 수치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타당성 등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기도 한결 수월해진다.

모든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PO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디자이너로서 강점을 쌓고 허들을 넘고 싶다면 업무의 이해 반경을 넓혀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리고 단순히 화면, 고민, 제품 등 고민의 단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본질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볼 기회가 되었길 바란다.



* 본 아티클의 영상은 원티드 플러스를 통해 시청 가능합니다. 



▶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덕트 디자인> 시리즈 보러 가기



CREDIT


권지혜ㅣ객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