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지 않고서야’ 직장 다닐 수 있나요?

‘미치지 않고서야’ 직장 다닐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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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미디어 속 노동법 '직장생활편'> 시리즈의 1화입니다. 


중년판 '미생'을 그려낸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


아직도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는, 격변하는 생활 전선에서 살아남고자 몸부림치는 중년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가 지난 여름 안방극장을 찾아갔습니다. 이 드라마는 기존 오피스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중장년 서사를 깊이 있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전자회사를 배경으로 20년 차 안팎의 40대 직장인들의 생존기를 실감나게 그린 이 드라마에는 윗사람에게 눌리고 후배에게 치이면서 하루에도 열두 번 퇴사와 이직을 고민하고, 명예퇴직 바람이라도 불면 마음이 바늘방석인 중년직장인의 모습이 꽤나 사실적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직장생활을 실감나게 보여줬고, 기술과 일을 사랑하는 중년부장, 똑 부러지는 베테랑 인사팀장, 권모술수에 능한 직원들의 조직 내 암투도 입체적으로 표현되었습니다.

ⓒ MBC 공식 홈페이지


드라마의 제작진은 "자기 의지대로 살기 어려운 중년 가장이 직장 등 시스템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퇴장이 임박한 중년들의 뜨거운 생존감을 표현한 작품이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인사팀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답게 인사노무의 여러가지 이슈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신랄하게 비추는 구조조정 실태


지방 사업부 인사팀장 당자영(문소리)은 임원들 앞에서 구조조정 계획안을 발표합니다. 사업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회사의 방침을 전달합니다.

“사업부 전체 인원 1,250명 중에 자연 소멸 가능한 인력을 제외하고 3백 명입니다. 각 부서별로 운영 가능한 최소 인력을 결정해 주시면 나머지는 알아서 진행하겠습니다. 그럼 희망퇴직 준비를 시작하겠습니다”

희망퇴직자 위로금 규모를 주제로, 현실적인 희망퇴직 진행을 위해 위로금 증액이 필요하다는 인사팀과 퇴직위로금으로 재무적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재무팀의 신경전이 치열합니다.

마침내 희망퇴직 공고문이 사내 게시판에 붙게 되고 직원들은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희망퇴직’이란 무엇일까?
‘희망퇴직’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구조조정이나 승진적체 해소 등의 방법으로, 사전에 정한 요건에 따라 회사가 희망퇴직자를 모집, 심사 및 최종 승인해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명예퇴직’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회사가 희망퇴직 희망자를 모집하는 것은 청약 유인에 해당하고, 직원의 사직원 제출은 희망퇴직 신청으로 근로계약 해지 청약을 의미합니다. 신청을 반영한 회사 승인은 청약 승인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승인을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관련 판례)
사용자가 근로자의 명예퇴직신청에 대한 수리를 거부한 것은 명예퇴직 심사·결정 권한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 회사의 취업규칙 등에서 명예퇴직 신청자격이 있는 근로자의 신청만으로 명예퇴직이 이루어진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와 같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명예퇴직은 그 성질상 근로자의 명예퇴직 신청과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에 비로소 성립된다.
(대법원 1999. 12. 21. 선고 99다42933 판결)

3개월 후 명예퇴직하기로 합의해 미리 사직서를 제출한 후, 3개월이 다 되어 명예퇴직신청서를 제출했다가 이를 회수하면서 위 사직서에 의한 사직의사도 철회했으나 사용자가 사직서를 수리한 경우에는 당초 합의한 대로 명예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대법원 2003. 6. 27. 선고 2003다1632 판결)


합의 이후에는 ‘희망퇴직’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
희망퇴직은 당초 예정된 희망퇴직일자에 효력이 발생하며, 합의 이후 당사자는 임의로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습니다.

(관련 판례)
사용자측 내부에서는 근로자로부터 명예퇴직신청이 있을 경우 이를 모두 받아들이기로 하는 결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외부적으로는 일정한 경력이 있는 근로자 전원에 대하여 명예퇴직을 신청할 수 있고 그 명예퇴직 신청자 가운데 결격사유가 있는 자를 유보한 후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명예퇴직 대상자를 정한다는 방침을 소속근로자에게 고지하고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사실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원고가 사직원에 의하여 신청한 명예퇴직은 근로자가 청약을 하면 사용자가 요건을 심사한 후 승낙함으로써 합의에 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으로서 사용자의 승낙이 있어 근로계약이 합의해지되기 전에는 근로자가 임의로 그 청약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11458 판결)

설사 직원이 희망퇴직을 원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회사의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당 신청이 최선이라 판단하고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라면 희망퇴직은 정당하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관련 판례)
회사의 권유에 따라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여 회사가 이를 받아들였다면 근로관계가 유효하게 합의해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고들은 사직을 선뜻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할지라도 그 당시의 경제상황, 피고회사의 구조조정 계획, 피고회사가 제시하는 희망퇴직의 조건, 퇴직할 경우와 계속 근무할 경우에 있어서의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시의 상황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결과 사직원을 제출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원고들과 피고회사 사이의 근로관계는 원고들이 피고회사의 권유에 따라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고 피고회사가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유효하게 합의해지 되었으므로 원고들의 퇴직이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 주장 및 정리해고로서의 무효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모두 정당하다.
(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2다65066 판결)


퇴직위로금은 회사의 상황에 따라 지급된다
드라마와 같이 대부분의 회사는 희망퇴직과정에서 퇴직위로금 등의 추가적인 금전을 지급합니다. 퇴직위로금 등의 지급여부, 지급액은 법적 기준이 없고, 회사 경영상황과 지불능력 등을 반영해 결정합니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이 희망퇴직예정일 이전에 사망한 경우에도 퇴직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관련 판례)
자진하여 명예퇴직을 신청한 이상, 그가 명예퇴직예정일 이전에 사망과 같이 책임 없는 사유로 퇴직하였다고 하더라도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
(서울행법 2009. 4. 10. 선고 2008구합42185 판결)

‘1도 모르는 부서’로 배치전환이 된다면


‘배치전환’이란 무엇인가?
드라마는 전자회사 생활가전부 인사팀이 배경입니다. 여성 임원을 꿈꾸는 당자영(문소리)이 인사팀 팀장으로 발령받습니다. 하필 그날 그곳에 20년 넘게 개발자로만 일하던 최반석(정재영)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인사관리라고는 1도 모른 채 인사팀으로 발령을 받습니다.

ⓒ MBC 공식 홈페이지


드라마 중후반에는 인사팀장이었던 당자영(문소리)이 개발사업부의 말단 담당직원으로 발령을 받습니다. 회사에서 발생한 문제의 책임을 떠안고 좌천당한 것입니다. 상품개발이라고는 1도 모르는 전직 인사팀장은 낯선 부서에서 개발용어 공부 및 회의록 작성부터 다시 시작하며 버티고, 버팁니다.

회사는 조직변경, 업무의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해 회사 내에서 직원의 근무장소와 업무내용 등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직원에 대한 배치전환은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 회사의 상당한 재량권이 인정되지만, 근로계약의 내용, 신의성실의 원칙, 인사조치에 따른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등에 따라 일정한 제한이 따릅니다.

배치전환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업무상 필요성’과 전환에 따라 생기는 직원의 ‘생활상 불이익’을 검토하며 직원과의 협의 절차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관련 판례)
은행이 직급별 근속연수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명예퇴직 및 후선발령 대상 근로자를 선정하여 인사발령한 것은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서 행사된 것으로 적법하다.
은행이 노동조합과 합의하여 조직경쟁력을 강화하고 연공서열 중심의 고연령, 고비용 인력구조를 개선하기 위하여 직급별 근속년수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서 명예퇴직 및 후선발령 대상 근로자를 선정하여 인사발령한 것은, 은행이 노동조합과 직급별 근속년수를 후선발령 대상자 선정기준으로 합의한 점 등에 비추어 그 선정기준이 합리성과 공정성을 결여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인사발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서 행사된 것으로 적법하다.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7두20157 판결)


‘업무상 필요성’의 요건
첫째, ‘업무상 필요성’은 회사의 권리남용을 판단하는 기준이고, 권리남용은 자신의 고유한 권리를 행사할 때 제한하는 기준으로 사용됩니다. 업무상의 필요성은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간의 인화 등의 사정, 노동력 재배치를 통한 근로의욕 증대, 인사교류를 통한 업무운영 원활화, 경영능률 증진, 근로자간의 형평성 및 대체가능성, 정기적인 인사명령 시기 여부 등으로 판단합니다.

회사의 배치전환 조치에 업무상 필요성이 크다고 인정된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관련 판례 및 행정해석)
전직처분 등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당해 전직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는데, 업무상의 필요에 의한 전보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2041 판결)

무보직 전보라도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사용자 측에 상당한 재량을 인정해야 한다.
능력고과를 중심으로 하되 직원의 연령도 감안하여 이 사건 전보인사를 하였던 점, 원고와 나이가 같거나 또는 고령인 2급 직원들의 상당수가 보직을 받았고 원고보다 나이가 적은 직원 가운데에도 보직을 받지 못한 직원들이 있었던 점, 당해직급 재직기간 단기자 우선이라는 보직부여 기준이 참가인회사의 인사재량권을 제한하는 정도의 규범적 효력을 가진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다 전직명령은 사용자의 인사권에 속하는 것으로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사용자측에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할 것인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 전보가 자의적이거나 차별적이어서 부당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서울고법 2005. 6. 21. 선고 2004누16494 판결)

통상근무자를 탄력적근로시간제 실시부서로 배치한 경우를 정당하게 탄력적근로시간제를 실시하는 부서로 일시적으로 근무지시 하였다면, 취업규칙 등에 근무지정자의 근무조건 등에 대하여 별도의 규정이 없는 한, 해당 근로자는 본인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탄력적근로시간제의 적용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근로기준팀-1418, 2006. 3. 29.)

반면에 업무상 필요성이 부인된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관련 판례)
언론사가 사전에 협의나 동의절차 없이 경영진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였던 기자직 직원들을 업무직 직원으로 전직발령한 것은 부당하다.
(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두2963 판결)

직무와 정년 등에 현저한 불이익을 받게하는 전보발령은 업무상의 필요성이 있다하여 정당화 될 수 없다.
지방공사인 의료원이 약제과장으로 근무하던 근로자에 대한 보직을 일반 약사로 변경하는 인사발령을 한 사안에서, 근로자는 약제과장에서 약사로 보직이 변경되어 직무와 정년 등의 점에서 현저한 불이익을 받는 반면에 경영 혁신의 차원에서 인원을 감축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 정년을 단축하려고 하였다는 주장 사유만으로는 그 처분을 하여야 할 업무상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 보직변경 처분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무효이다.
(대법원 1998. 1. 20. 선고 97다29417 판결)

실적 부족을 이유로 해외영업팀장을 공장관리팀으로 발령하여 전공, 경력 등과 무관한 청소상태 등을 점검하는 일을 담당하게 한 것은 부당하다.
실적 부족으로 참가인에게 계속 해외영업팀장을 맡기는 것이 적당치 않다고 판단되더라도 새로 맡기는 보직은 참가인의 전공, 경력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인데, 원고 회사는 해외영업 경력을 인정받아 입사한 후 해외영업 업무만을 맡아 온 참가인을 공장으로 발령하여 전공, 경력 등과 무관한 청소상태 등을 점검하는 일을 담당하게 한 점, 원고 회사는 참가인에게 사직을 권고했다가 참가인으로부터 최종적으로 거절 통보를 받고 나서 곧바로 이 사건 전보를 했고, 전보 직후 참가인에게 아무런 업무도 부여하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 회사는 참가인을 공장으로 발령해야 할 업무상 필요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전보는 부당하다.
(서울행법 2013. 10. 11. 선고 2013구합54038 판결)


‘생활상 불이익’의 요건
둘째는 직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고려해야 합니다. ‘생활상의 불이익’은 ‘업무상의 필요성’과 비교 · 형량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는데, 배치전환으로 인해 직원에게 초래되는 경제적 불이익 뿐만 아니라 정신적 · 육체적 · 사회적 불이익 등도 포함됩니다. 여기에서 ‘경제적 불이익’은 통근거리, 소요시간, 통근비용, 수당 감소 등을 의미합니다.

회사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직원의 ‘생활상의 불이익’은 서로 상관관계에 있지만 그렇다고 이를 대등한 요소로 볼 수는 없습니다. 배치전환의 정당성 판단 시 ‘업무상의 필요성’은 폭넓게 인정되지만 ‘생활상의 불이익’은 현저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됩니다.
직무전환으로 통근시간 증가 등 직원의 생활상의 불이익이 일부 발생하더라도 이것이 직원이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현저히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회사의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에 속하는 것입니다.

또한, 회사가 직원의 배치전환을 하면서 생활상의 불이익 해소를 위해 통근차량 제공, 교통비 지급, 숙소제공, 수당 지급 등의 노력을 했다면 회사의 권리남용 여부 판단 시 고려될 수 있습니다. 법원이 ‘생활상의 불이익’이 크다고 판단한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관련 판례)
합리성 있는 지시불이행에 대한 보복의 수단으로 이루어진 전보 처분은 무효다.
항공회사가 운전원인 근로자에게 소음 방지를 이유로 이어폰을 착용하고 교신을 들을 것을 지시했으나 근로자가 안전운전을 이유로 이에 따르지 않자 인사위원회에서 근로자에 대해 견책 및 타부서 전출을 결정하고 이에 근로자에 대하여 아무런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아니하고 제주지점으로 전보발령을 한 사안에서, 근로자가 근무지를 서울에서 제주로 변경하게 되면 주거나 교통, 자녀교육, 부부생활 등의 점에서 상당한 생활상의 불이익을 입을 것으로 보여지고, 더구나 회사는 제주지점에서 운전원을 필요로 하는 구체적 사정을 주장ㆍ입증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제주지점의 운전원은 현지 채용이 원칙으로서 제주지점에서도 마지못해 당해 근로자를 받아들였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근로자에 대한 전보명령은 근로자의 상당한 합리성이 있는 이어폰 착용 거부에 대한 보복의 수단으로서 실질적으로는 징계처분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전보로 인하여 근로자가 입은 생활상의 불이익의 정도보다 전보에 대한 업무상의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없어 근로자에 대한 전보 처분은 무효이다.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36316 판결)

심사 간호사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임상 간호사로 전보된 것은 생활상 불이익이 크고 합리적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부당한 전보다. 참가인이 입게 되는 생활상 불이익이 통상 근로자로서 감수하여야 할 불이익의 범위를 벗어났고, 사전에 업무 전환을 위한 충분한 교육은 물론 참가인과의 협의 등의 절차를 거친 후 이 사건 전보 명령을 하여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 근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전보 명령은 인사 재량권을 일탈, 남용하여 위법하고 이와 같은 견해를 같이하는 이 사건 재심 판정은 적법하다.
(서울행법 2007. 10. 19. 선고 2007구합15810 판결)


‘신의성실’의 요건
셋째, ‘신의성실의 원칙’ 입니다. 이는 배치전환 과정에서 대상 직원과의 성실한 협의, 생활상의 불이익 해소를 위한 노력 등을 의미합니다. 배치전환으로 직원이 입게 될 생활상의 불이익이 크면 클수록 신의칙상의 협의절차 이행의무의 정도도 높아지게 됩니다.


희망퇴직 후 ‘생존자 증후군’ 극복방안


‘생존자 증후군’이란?
드라마에서는 희망퇴직 공고문이 사내 게시판에 붙자, 직원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은 채 함께 일하던 동료를 떠나보내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 MBC 공식 홈페이지


종종 회사는 인력구조조정의 방식과 퇴직자만을 생각하고, 인력구조조정 후 조직에 남은 직원인 이른바 생존자(survivor)에게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시간이 약’이고, 결국 시간이 지나면 모든 상처는 저절로 치유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력구조조정에서 생존자는 퇴사자와 마찬가지로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인력구조조정 이후 생존자들이 겪는 후유증을 ‘생존자 증후군(Survivor’s Syndrome)’이라고 합니다.


‘생존자 증후군’의 증세는 무엇일까?
첫째, 사기저하입니다. 일반적으로 인력구조조정 후에는 조직의 분위기가 침체되고 사기가 급격히 저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원들은 침체된 모습을 보이기 쉽고, 조직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어두워지는 경우가 드뭅니다.

둘째, 핵심인력의 유출입니다. 생존자들의 이직 의도나 이직률이 높아지는 등 이탈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상대적으로 직장을 구하기 쉬운 고성과자가 먼저 조직을 떠나고 조직에는 오직 저성과자만 남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셋째, 실패할 우려가 있는 혁신적인 업무나 변화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깁니다. 오직 실수나 실패를 피하기 위해 주어진 임무만 수행할 뿐 더 이상의 업무에는 의욕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증가합니다.

넷째, 분노나 공격적 성향이 나타납니다. 인력구조조정이 불공정하다고 느껴질 경우 더 자주 발생합니다. 차기 인력구조조정에서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주변의 동료에게 공격적 성향이 표출되는 경우도 생겨 그들과의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될 수 있습니다. 또한, 신뢰약화 조직과 경영층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표출되기도 합니다.


‘생존자 증후군’ 후유증 극복방안은 무엇일까?
‘생존자 증후군(Survivor’s Syndrome)’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요?

회사가 인력구조조정대상자에게 얼마만큼의 지원을 하는가의 문제는 인력구조조정 생존자의 사기와 회사에 대한 신뢰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만일 일방적인 해고통지를 받고, 별다른 재취업 알선도 받지 못한 채 퇴직자들이 비참하게 기업을 떠나는 모습을 회사에 남아 있는 직원들이 지켜보게 된다고 가정해봅시다. 회사 직원들은 임의적이고 무자비한 조치가 머지않아 자기에게 향하리라는 두려움을 안게 됩니다.

회사는 인력구조조정대상자의 충격 완화, 퇴사 후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퇴사 후에도 꾸준히 직업을 원하는 대상자에게 교육 및 알선 서비스인 ‘전직지원서비스 (Outplacement Service)’를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심리적 충격 치료, 변화된 환경에 대한 조언이 가능한 전문 상담원과의 상담 지원도 대상자에 대한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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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이호석
1998년에 SK에코플랜트에 입사하여 일하고 있습니다. 인사노무 기획업무와 행정업무, SK그룹 HR TF에서 HR/ER제도를 설계하며 인사노무의 다양한 실무를 익혔습니다. 또한 회계, 글로벌마케팅, 현장관리, 상생협력 업무를 수행하며 직무의 폭을 넓혔습니다. 공인노무사, 경영지도사, PHR(Professional in Human Resources)을 취득하며 법과 이론을 공부했습니다.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노동법학과에서 노동법 전반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