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마케팅? '동원참치'는 못 참지!

신선한 마케팅? '동원참치'는 못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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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고객의 마음을 얻는 마케팅> 시리즈의 4화입니다.


“22년 연속 브랜드 파워 1위”
“동일 업종 시장 점유율 1위”

누구나 꿈꾸는 타이틀을 가진 1등 브랜드도 고민이 있을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하는 회사라면 한 번쯤 ‘성장의 정체’에 대한 고민을 한다. 매년 늘어나는 경쟁자는 회사의 존속을 위협하고,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끊임없이 고찰하게 한다.

브랜드 이미지의 정체로 미래를 고민하기 시작한 마케터, 이전과는 다른 변화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은 실무자,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방법을 고민 중인 사람까지. 동원참치 이야기를 통해 실무에 영감을 얻고,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난 맹렬했던 시간을 이어보고자 한다.


* 본 아티클은 원티드 마케팅 컨퍼런스 후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에디터의 시점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박세영 동원F&B 전략사업부 팀장 


1등 브랜드, 동원참치가 직면한 문제


긴 설명 없이 지금 바로 주방의 찬장을 열어보자. 분명 찬장 어딘가에 있을법한 참치캔은 자타공인 동원 F&B의 원탑 캐시 카우(Cash Cow)다.

1982년 출시 이래로 39년간 약 68억 캔을 판매한 동원참치. 이는 참치캔을 일렬로 정렬했을 때 지구를 약 14바퀴 반을 둘러 이동할 수 있는 만큼 거대한 양이다.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인 동원참치가 부딪혔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소재’ 중심의 경쟁력
동원참치의 경쟁력은 '참치 그 자체'였다. 바다에서 갓 잡은 참치의 품질을 가정에서 그대로 맛볼 수 있도록 동원 산업이 바다에서 직접 원어를 잡고, 동원시스템즈에서 통조림 캔의 몸체 뚜껑을 만든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동원에프앤비가 원어를 통조림 캔에 가공·생산해 판매한다. 어떠한 방부제 없이 바다의 가치를 고스란히 담아 소비자 식탁 앞까지 전달하는 것이 동원참치의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현대인의 식문화 변화로 캔참치를 재료로 해 밥을 만들어 먹는 가구보다, 바로 먹을 수 있는 배달이나 밀키드 등의 가정간편식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밥을 챙겨 먹지 않고 거르는 사람이 많아 이제는 성인남녀가 하루에 두 끼만 먹는 시대가 되었다.


참치캔의 이용 방식의 한계
또한 새벽 배송 등으로 재료를 수급하는 방식이 다양해지며 참치캔을 대체할 수 있는 재료가 너무나 많아졌다. 2529세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참치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음식할 때 참치가 떠오르지 않는다’의 선택 비율이 70% 이상이었다. 밥을 해 먹을 때 참치캔을 재료로 이용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었던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참치를 이용한 레시피가 ‘참치 김치찌개’로 한정되어 있었는데 이 또한 상황이 참치캔 소비 정체의 또 다른 이유라고 볼 수 있었다.


안정된 판매량
마지막으로 꾸준한 판매량을 소비 정체의 이유로 지목했다. 제품 출시부터 변화를 시도하기 이전까지, 연간 2억 캔씩 제품을 판매해왔고. 숫자 변동은 없었다. 안정적인 상태에서 안주하지 않고, 사업의 미래를 위해 판매량이 증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일정하고 안정된 수치가 되려 지속가능성을 저해한다고 분석했다.


이미지 타파를 위한 마케팅 전략
소통방식의 변화 (make voice > consumer voice) 이전까지 동원참치는 빅 모델을 중심으로 고객과 소통했다. 매년 빅 모델과 함께 광고 소재를 바꿔 ‘건강에 좋은 참치’를 앞세워 소비자를 만났다. 하지만 한정된 소통 채널로 전개하는 일방적인 소통 방식은 현시대의 소통 트렌드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즉, 소비자가 직접 동원 참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유하는 것이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전달 방식의 변화를 꾀했다.

참치캔으로 쌓아 만든 미니언즈 스탑 빌드 ⓒ 박세영  


새로운 첫 번째 소통 방식은 컬래버레이션이었다. 동원참치의 패키지와 ‘노란색’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미니언즈 캐릭터와 컬래버레이션하며 타깃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미니언즈와 동원참치의 공통점은 ‘옐로’, 하나밖에 없었다. 이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힘들게 임원진을 설득해야 했다. 임원진의 긍정적인 의사결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사례를 준비했다. 나아가,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수익률) 관점에서 완벽하지 않더라도 최대한 목표 과정을 지표화해 제시했다. 마켓 4.0시대의 고객 특징과 사례 및 광고, 홍보 효과를 지표로 시각화했다. ‘작은 변화부터 확실하게 실행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면밀하게 준비한 결과 준비해온 이색 마케팅을 펼칠 수 있었다.

다행히 마케팅 성과 또한 성공적이었다. 미니언즈 참치의 팝업 스토어와 참치캔으로 쌓아 만든 미니언즈 스탑 빌드는 단연 고객의 눈길을 끄는 포토 스폿이 되었고, 이에 동원참치 게시물이 SNS에 공유되기 시작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색다른 컬래버레이션으로 자연스럽게 고객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미니언즈 참치캔 광고도 ‘참치캔이 왜 건강에 좋은가’, ‘어떻게 좋은가’를 늘어놓은 이전의 광고 방식을 과감하게 버렸다. ‘미니언즈와 동원 참치가 만났다’라는 원 메시지만을 담아, 미니언즈의 귀여움을 돋보이게 제작했다. (미니언즈 참치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과자 브랜드인 <꼬깔콘>과도 콜라보해 좋은 성적을 냈다.)

이 변화를 시작으로 2017년 새로운 마케팅 콘셉트와 전략을 실행해 18년 이후 최대 매출을 경신하며, 시장 점유율 역시 우상향하는 성과를 얻었다.

고객 참여형 마케팅 미니언즈 컬래버레이션으로 얻은 성과는 동원참치 콘셉트 스토어를 향한 밑거름이 되었다. 가로수길에서 10일간 진행한 ‘더:참치 밥집’이 그 출발이다. ‘더:참치 밥집’은 수많은 미니언즈 참치캔으로 꾸몄다. 미니언즈 스탑 빌드를 통해 소비자 목소리를 얻은 것을 경험 삼아 매장 내 포토존을 설치하고 사진을 찍어주는 운영 요원을 배치했다. SNS 인증 시 선착순으로 미니언즈 참치캔을 제공하는 이벤트로 바이럴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참치 김치찌개로 한정된 레시피를 확장시키기 위한 참치 컵밥을 무료 제공하며 입소문을 끌어냈다.

동원참치 팝업 스토어 ⓒ 박세영  


더: 참치 밥집에 이어 롯데월드 타워, 코엑스, 메가박스 내 동원참치 ‘TO GO’ 팝업 스토어를 진행했는데, 각각의 스테이지에 맞게 콘셉트를 달리 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일관된 콘셉트를 동시에 진행하지 않고 장소에 맞게 달라지는 콘셉트가 소비자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특히, 롯데월드 타워 팝업 스토어는 ‘세계 요리’라는 콘셉트에 맞게 다양한 참치 요리를 선보였다. 참치캔 레시피를 본격적으로 개발해 소비자가 음식을 테이크 아웃해 맛보게 함으로써 보는 재미와 먹는 재미, 두 가지의 재미를 모두 충족시켰다. 소비자가 직접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팝업 스토어는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고, 일 트래픽 12만 명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2529 타깃 층의 참여를 이끌어낸 동원참치는 뽀로로파크 내 팝업 스토어를 열어 타깃 고객층을 어린 아이까지 확대했다. 어린이를 타깃으로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라는 참치캔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참치캔을 이용한 어린이 메뉴를 개발했다. 이때의 시도를 발판 삼아 과거 건강한 먹거리에 머물렀던 ‘소재 중심’의 참치캔 콘셉트를 ‘레시피 중심’의 콘셉트로 탈바꿈했다.

이 변화는 18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직접 개발한 55개의 참치 요리 레시피를 캔 뚜껑에 그려 판매하고 있다. 또한 참치 레시피를 이용해 요리한 음식을 SNS에 올리는 이벤트를 진행해 회사의 일방적인 소통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소통하는 SNS 플랫폼을 구축했다.


변화는 기회를 만들고 성장하게 한다


변화는 성장하게 한다
동원참치가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바로 상품 타깃층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과거 주부층을 타깃으로 '건강성/간편성'을 소구점 삼아 마케팅을 전개해왔다. 하지만 브랜드 타깃층을 밀레니얼 세대로 옮겨오며 그들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 '참치의 새로움'을 어필할 수 있는 '레시피의 다양성'이었다.

타깃층 이동으로 마케팅 방식 역시 변화하게 되었고, 새로움을 주기 위한 팝업/콘셉트 스토어, 캐릭터 컬래버레이션의 시도가 가능했다. 광고 채널 역시 밀레니얼 세대와 더 가까운 유튜브 중심의 디지털 광고 캠페인으로 디지털 전환을 꾀했다.

마케팅의 올바른 변화는 성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브랜드의 고민거리였던 연간 2억 캔이라는 판매량 정체를 극복하고, 현재는 연간 3억캔을 판매하는 성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게 되었다.


변화는 기회를 만든다
전략의 변화는 새로운 기회를 불러왔다. 동원참치의 성공을 흥미롭게 목격한 소비자들이 유명인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원하기 시작했다. 라이징 스타였던 펭귄 캐릭터 '펭수'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원하는 소비자 반응에 맞춰 ‘펭수 참치’라는 신제품을 개발했다. 또한, 트로트 오디션으로 유명해진 가수 정동원의 컬래버레이션을 바라는 소비자의 요구를 담아 '동원이 동원했다'라는 메시지로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 동원F&B 공식 유튜브


물론 컬래버레이션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다. 결과 예측이 어려워 계획한 대로 성과가 나지 않고, 의도와 맞지 않은 결과로 인해 브랜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까 두려웠다. 더불어 내부 실행의 어려움을 몇 번 겪다 보니, 도전보다는 기존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택을 하고 싶기도 했다.

이때 자신감을 끌어 올리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전하는 힘은 결국 준비 과정에서 나온다. 따라서 목적에 맞는 세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특히 콜라보레이션과 같이 하나의 주체가 아닌, 쌍방향 통합 마케팅 관점에서는 소통(협상)을 통해 각 주체가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포인트다.

앞선 미니언즈와의 콜라보 성공이 없었다면 이후 컬래버레이션은 성사되지 못했을 수 있다. 혹여 콜라보가 진행되었더라도, 소비자가 원해서 진행한 방식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동원 참치는 ‘소비자와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동원 참치는 전략 변화를 통해 소비자와 소통에 성공했다. 이제 소비자는 동원참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얻었다. 빅데이터 분석 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20년 기준, 동원 참치의 감성 연관어로 ‘귀엽다’, ‘좋다’, ‘맛있다’ 순의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MZ세대와 소통하는 브랜드로 발돋움하기 위한 동원 참치의 노력이 이렇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코로나 이후 소비자의 식사 마련법은 다시 언택트, 집밥/직접 조리 등의 방식으로 변했다. 소비자의 식습관은 더욱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지만 '동원참치'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다. 코로나 이후 소비자 식사는 어떤 방식으로든 변하겠지만, 이미 변화에 맞설 대비를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함에 있어 소위 말하는 ‘짬밥’이 찼기 때문에, 변화를 맞이하는 일은 그야말로 ‘노 프라블럼(No problem)’, ‘노(No) 상관'이다.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출발점 위에


필자는 동원F&B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고 있다. 긴 시간 동안 한 직장에 머물다 보면 사람과의 관계를 단단하게 다질 수 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고, 특히 마케팅 분야의 실무자는 유관부서 도움이나 협력이 없다면 프로젝트 추진이 상당히 어렵다. 광고와 프로모션, 판매까지 모두 유관부서와 협력을 통해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많은 사람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며 유관부서 실무자들과 기본적인 신뢰 관계를 다질 수 있었다. 이는 어떤 어려운 환경이 발생하더라도 극복할 힘을 모아주는 경험을 선사한다. 나아가, 환경을 새롭게 만들어 볼 수 있는 도전도 하게 한다.

인사이트 측면에서는 회사 내부의 역량과 방향성 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도 회사 내부의 자원과 역량을 활용해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는지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생각을 기반으로 주도적으로 업무 추진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 수 있다. 새로움과 변화는 어떤 환경에서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앞서 밝힌 여러 요소를 종합해 끊임없이 다양한 시도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그 즐겁고도 치열한 여정에 여러분도 동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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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이보민ㅣ객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