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커뮤니케이션, 잘 하고 계세요?

회사에서 커뮤니케이션, 잘 하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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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직장인의 말하기 : 말의 공식> 시리즈의 1화입니다.


어떻게 '말'하며 일하는 것이 최선일까요?


지난 17년 동안 한국과 싱가포르에서 비즈니스 코치로 일을 하며 다양한 직장인과 사업가를 만날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커뮤니케이션, '회사에서 쓰는 말'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쓰는 '말'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더 쉬운 방식으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일명, '말의 공식'을 통해서요. 말의 공식을 통해 어떤 말을 더하고, 빼야 하는지. 또 어떤 말을 곱하고 나누면서 써야 하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스스로 공식을 찾을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

커리어 콘텐츠 대표 쟈스민 한 ⓒ 쟈스민 한  


아래 세 분의 에피소드를 통해 말과 관련한 어려움이 담긴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그리고 질문해 보세요. 내가 가진 어려움은 무슨 상황에서 일어나는지, 그리고 무슨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말이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의 첫 시작은 바로 문제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말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와 같이 모호한 발견은 지양합니다. 어디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주제가 본인을 가장 어렵게 하는지 찾아보세요.

아래 에피소드에는 '말'에 대한 고민을 가진 세 가지 사연이 나옵니다. 여러분이 가진 고민을 비춰보며, 문제를 발견해보세요. 김대리, 박과장, 한부장의 이야기 중에서 누구의 고민이 여러분과 닮아있나요?


Episode1. 해야 할 '말'을 하는 게 왜 문제인가요?


안녕하세요, 김성준 대리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저는 한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고요. 개발자로 일한 지 3년이 조금 넘어갑니다. 대학원에서부터 인턴으로 전문적인 프로그래밍을 했으니까, 전체 경력은 5년 정도 넘어가는 셈이죠.

졸업을 하고 정식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 것이 3년 정도 되었는데, 지금 있는 회사가 벌써 3번째 회사예요. 전 직장 모두 1년 정도 일을 하고 그만뒀습니다. 두 회사와 마무리할 때 사실 기분 좋게 나왔다고는 할 수 없고, 늘 알 수 없는 인간 관계의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언제나 막내였는데, 뭐랄까 회사의 기대치를 못 맞추는 막내랄까요? 제가 좀 직설적인 부분이 있거든요.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가리지 않고 일단은 좀 뱉어내고 수습하는 스타일입니다. 전 이런 것을 솔직한 부분이라고 믿고, 가식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모두 다 그렇게 믿지는 않더군요.

첫번째 A 회사에서는 상사와의 트러블이 컸습니다. 저랑 3~4살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상사라는 이유로 업무 분장이나 시간을 자신의 마음대로 하려고 하더군요. 참다 참다, 결국은 폭발해서 1년 만에 그만두었습니다. 인사부에 상사와의 문제로 몇 번 건의를 했지만, 결국 돌아오는 조언은 신입인 제가 참아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결국 나오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B 회사는 오히려 상사는 가만히 두는데, 동료가 문제였습니다. 팀으로 하는 일이면 공평하고 평등하게 일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하는데, 실력이 부족한 동료가 업무나 결과의 혜택을 똑같이 받아 가는 것을 보고 마음이 상했지요. 상사에게 건의를 했는데, A 회사처럼 '네가 참아라'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번 회사도 일찍 그만두게 되면 커리어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심리 상담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그때뿐,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어요. 결국 1년 겨우 마치고 퇴사했습니다.

지금의 C 회사는, 저의 대학원 선배가 창업해서 저를 불러온 것이죠. 집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사람과의 최소한의 관계만 맺고 싶었는데, 선배가 저의 실력이 아깝다면서 불렀고요. 지난 두 회사에서는 제가 막내였는데, 이번에는 대리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경력이 3년 정도 되니 어느 정도 회사나 조직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지 않고 일을 할 줄 알았는데 생각처럼 일이 흘러가지 않네요. 팀 선배가 저를 뽑을 때 약속하라고 한 것이 있었거든요. 적어도 이 회사에서 2~3년은 팀을 만드는 데 기여하라고요. 한마디로, 버텨 보자는 거죠. 맞아요. 이번에는 맘에 들지 않는 환경이나 조건을 만나도, 도망가는 전략은 쓰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사실 뭐 저라고 그렇게 하고 싶었겠습니까? 저도 좋은 사람들과 좋게 일하고 싶거든요.


ⓒ 셔터스톡


사실 지금 회사의 CEO인 제 선배를 보니, 느끼는 게 좀 많습니다. 실력도 출중한데, 참 언변도 좋아요. 사람을 이끌고 쓸 줄 아는 매력이 있거든요. 선배에게 노하우 같은 것을 물어보니, '너의 스타일'을 파악하라는 이야기를 하던데, 저 스스로 잘 찾아보라는 이야기 같았어요. 제가 그 선배랑 똑같은 말투, 속도 뭐 이런 것들을 가져다 쓰면 더 이상할 거라고 하더군요.

그전에는 이렇다 할 롤 모델이 없었는데, 이번에 사업을 일구는 선배를 보니 직원으로서, 후배로서 닮고 싶은 게 많습니다. 저도 개발팀에 있다가 선배처럼 나중에 전략팀 쪽으로 옮기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 직장 내 말하기에 신경을 써야 하고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Episode2. 팀원이 상처받을까 하고 싶은 '말'을 못해요.


안녕하세요, 리테일 산업 쪽에서 일을 하고 있는 박부현 과장입니다. 저는 직장 경력이 이제 8년 차가 됩니다. 저의 경우는 김대리님과는 약간,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반대의 경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직설적인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에둘러서 말한다고 하죠? 그렇게 좀 빙빙 돌려서 말합니다. 왜냐면, 저는 저 때문에 사람들이 힘들어하거나 머리 아파하는 것을 보는 게 괴롭거든요. 어지간하면 제가 하려고 하고, 기분 나쁠 수 있는 말은 최대한 삼갑니다.

이런 것이 사실 제가 직급이 낮았을 때는 강점이었어요. 왜냐하면, 선배들이 일을 많이 시키거나 더 시킬 때도 군말 안 하고 거의 해냈거든요. 사람들은 저를 참을성 있는 사람, 배려심이 있는 사람으로 봐주기도 했죠. 일부는 그렇게 안 보고 물러 터진 사람을 보기도 했으니, 어찌 되었든 저는 그런 성격입니다. '남을 힘들게 하느니, 내가 좀 더 힘들자' 라는 성격이요.

그런데 제가 과장이 되니, 이런 방향에 대한 회의감이 듭니다. 첫째, 팀원들이 저를 점점 싫어하는 것 같아요. 팀원 입장에서는 제가 된다 안 된다를 잘라서 말해주기를 원하는데, 마음이 약한 저는 자꾸 상황을 보며 결정을 하려고 하거든요. 다른 부서와 미팅만 하려고 하면, 저에게 먼저 와서 걱정을 하죠. 제가 그 부서와 합의를 잘 해서 일을 받아오지 않아야 한다고 오히려 팀원이 저에게 가르치는 상황이 왔습니다. 누가 누구의 상사인지...


ⓒ 셔터스톡


그리고 저의 부장님도 비슷한 피드백을 주고 계세요. 그분이 약간 몰아치는 성격이고,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스타일인데 그것을 제가 중간에서 최대한 막고 있거든요. 당연히 저도 지치고요. 샌드위치처럼 부하들은 저를 무르다고 하고, 부장님도 저에게 여물지 못하다고 합니다. 본인처럼 적당히 누르고 조이면서 사람들을 통솔해야 한다고 믿으시죠. 저는 나름 부장님과 대리, 신입 사원들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고 믿었는데, 돌이켜 보니 중간에 낀 샌드위치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저라도 이렇게 일을 해내지 않으면, 누가 할까요? 해내려면 어쩔 수 없는데, 가끔씩은 제가 뭐가 그렇게 부족한 것인지 왜 나는 늘 무르다는 표현을 들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김대리님의 그 직설적인 화법을 제가 좀 배워보고 싶군요. 일 년 전 직무 평가 기간에 부장님이 저에게 20%만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바꿔보라고 했지만, 사실 제가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걱정되는 것은, 올해 직무 평가에서도 비슷한 피드백을 받을까 하는 것이죠. 저도 조만간 승진에 대한 평가도 고민해야 하는데 말이죠.

아무튼 한마디로 말하자면, 타인이 선을 넘는 부탁을 할 때는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타인에게 좀 어려운 부탁을 할 때 피하지 않고 말을 해보는 배포, 이런 것이 저에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Episode3. 15년 차 연구원, 연구실 밖 사람들과 '말'하기 두려워요.


안녕하세요, 제약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한보영 부장입니다. 직장 경력은 15년 차가 되어갑니다. 저는 제약 회사에서 신약 담당 개발을 맡고 있고요, 연구 개발직이라고 생각을 하시면 될 것 같아요.

두 분은 지금의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은데, 사실 저는 이 자리에 오게 된 이유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저는 퇴직을 1년 안에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거든요. 사실 지금의 회사에서 잘 버티기 위해 말하기를 더 배우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회사 밖에서 저의 말하기 실력이 얼마나 될까, 어떻게 올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지요.

저는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규모가 있는 제약 회사에서 일을 했어요. 15년 동안 3개의 회사를 각각 4~5년씩 다녔는데, 나름 운도 좋아서 여러분이 들으시면 알만한 비타민이나 자양강장제를 개발하는 데 큰 역할을 했죠. 연봉도 좋고, 회사 사람도 모두 나이스해서 생활하면서 두 분이 겪으신 그런 큰 어려움을 겪어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문제는 오히려 두 분과 반대로, 회사에서 성장을 바라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어요. 저는 회사 내 온실처럼 일을 해왔고, 그 안의 이해관계자들만 잘 알지 그 밖의 사람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잘 모르거든요. 연구 개발직이기 때문에 외부업체들과의 미팅에 아주 많이 불려 다니지도 않았고요.

저는 지금 전 직장 선배와 함께 작은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합니다. 위험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퇴직의 준비를 아주 천천히 잡아서 하고 있어요. 자금이나, 사업의 아이디어, 투자에 대한 부분 같은 것은 꼼꼼한 성격 탓에 큰 무리 없이 하나씩 만들어 가고 있는데 현재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인 것 같아요.


ⓒ 셔터스톡


일례로 최근에 여러 엔젤 투자자와 함께 저녁식사 자리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저는 어떤 톤으로 저와 저희의 계획을 설명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습니다. 중간에 선배가 답답한 마음에 저에게 몰래 카톡으로 '세일즈를 해봐!'라고 메세지를 보냈어요. 그 문자를 읽는데 가슴이 턱 막혀오면서 아무 말도 못 하겠더라고요.

세일즈를 평생 해보지 않았는데, 이제는 해야 할 때가 왔다고 느꼈어요. 그 선배는 본가가 미국이라 조만간 서류 정리가 끝나면 돌아가고, 이제 제가 한국 시장을 혼자 맡아야 하는데 너무나 큰 두려움이 들었죠. 무슨 배짱으로 이 일을 한다고 했을까, 솔직히 무서운 마음에 후회도 했습니다.

선배는 그날 저녁 저에게 심각하게 말씀을 하셨어요. 앞으로 저의 역할은 연구직이 아닌 공동 대표직을 맡게 되는 것이라고요.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세일즈를 할 수 없으면 누가 그 서비스를 사고, 투자를 하겠냐며 저의 커뮤니케이션 실력에 대해서 새로운 도움이 필요하겠다며 일침을 놓았습니다. 15년 동안 연구실에서 회사 내 사람들과 아무런 무리 없이 잘 지낸 것이, 오히려 후회스럽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저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매력적으로 표현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하기 능력, 정말 배울 수 있을까요? 저처럼 온실 속의 연구직이었던 사람도, 말의 힘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특히 의견이나 서비스를 팔아서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연하게 말할 수 있는 지혜를 배우고 싶습니다.


나는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지금까지 말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가진 세 가지 에피소드를 들어봤습니다. 솔직함으로 무장한 돌직구 김대리, 팀원이 상처받을까 걱정되어 솔직하게 피드백을 못하는 박과장, 갑자기 세일즈를 해야 하는 15년 차 연구원 한부장까지. 여러분의 평소 고민과 일치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있었다면 왜 그렇게 느끼셨나요? 이번 에피소드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어떤 감정과 생각이 드는지 기록해 보세요. 문제를 발견하고, 구체적인 문제 상황을 찾으셨다면 절반은 성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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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쟈스민 한
말의 공식 (2022, 토네이도), 워크 디자인 (2020, 21세기북스) 저자이며 비즈니스 심리학자. 7년은 한국에서, 11년은 싱가포르에서 경력을 쌓았다. 애플에서 비즈니스 코치로, ESSEC 경영 대학원에서 협상과 설득을 가르치고 코칭하며 다양한 직장인들을 만났다. 2021년 비즈니스 코칭 스쿨을 설립했고 글로벌 코치로 일을 하고 있다. (@bcoaching_sch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