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조직의 쓴맛> 시리즈의 1화입니다. 지금은 ‘불안 사회’라 규정할 수 있을 만큼 불안정한 시대다.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안전욕구’를 가장 근본적이고 필수적인 욕구로 보았는데, 먼 과거에 이미 종식된듯했던 ‘바이러스의 시대’마저 코로나를 필두로 다시 시작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장된 해석은 아닐 것이다. 독일 사회학자 에른스트 디터 란터만은 극단적인 불확실성, 치밀한 네트워크에 갇힌 현대의 복잡한 사회 구조와 맥락이 우리의 행동과 결정, 감정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고 결국은 고도의 불안감이 개인과 사회 전반에 보편적으로 자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조직과 개인이 극심한 불안에 대처하는 가장 건강하고 안전한 방식은 무엇일까?
불안사회의 도래
구글이 약 5년간 각 분야의 전문가와 연구해 도출한 조직 생산성의 비결은 '심리적 안전'이었다. 심리적 안전이 조직에 주는 효용은 1960년대 에드거 샤인 MIT 교수부터 2000년대 에이미 에드먼스 하버드 교수까지 꾸준히 축적되어왔다. 구글의 연구는 최신 기업 현장에서 심리적 안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강화한 계기가 되었다. 이는 뉴욕타임스, CNN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퍼지며, 조직 경영을 위한 필수적이고 보편적인 화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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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우리가 비로소 심리적 안전을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된 것과는 별개로 조직이 이를 뿌리내리기 점차 어렵고 힘든 환경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디지털 전환, 초저금리의 초장기화 등의 사회적 현상은 더 이상 세계가 과거만큼 예측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쉼 없는 변화, 불확실성이 당연한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연대하며 기르는 방어력
우리는 불안사회에 맞서기 위해 스스로가 처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되 자신을 넘어 타인과 연대하고, 목적과 희망을 잃지 않으며 최선을 다하는 태도와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이 같은 태도, 문화가 축적되어 일종의 ‘사회적 자본’이 형성된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조직, 공동체 구성원 간의 호의, 동료애, 유대감이 쌓여 형성된 일종의 신뢰를 의미한다. 사회적 자본은 공동체 구성원이 가진 집단적 문제를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고, 조직운영과 사회적 거래에 드는 비용을 줄인다. 무엇보다 사회적 자본을 통해 형성된 다양한 차원의 신뢰는 개인의 차원에서도 통제하기 어렵고 불안한 상황에서 무력감과 통제불능감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다차원적 존중’을 통한 신뢰자본 구축
신뢰가 조직의 위기를 극복하고 조직 성과창출에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은 이미 어느정도 보편화되었을지도 모른다. 2015년 ‘미 인적자원 관리협회’ 직원 고용 만족 및 참여 조사에 따르면, 신뢰문화에 대한 항목이 직업 만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1, 2위를 차지했다. 우리 사회 역시 어느 기업 리더, 구성원에게 물어도 신뢰의 중요성에 대해 이견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신뢰의 중요성을 아는 것과 실제 조직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를 신뢰하자고 외치지만, 정작 어디서부터 어떻게 신뢰를 쌓을 것인지와 관련해 조직 리더, 구성원 모두가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조직의 신뢰자본 구축을 위해 필요한 태도는 무엇일까.
1. 신뢰를 기준으로 조직 규범 ‘메타인지’하기
여러분이 하나의 심리 실험에 참여했다고 가정해보자. 실험실에 도착했더니 다른 참가자 여러 명과 한 방에 앉아 있으라고 한다. 연구자가 들어와 종이를 한 장씩 나눠준다. 그림에 나온 것처럼, 종이 왼쪽에는 선이 하나만 있고 오른쪽에는 각각 A, B, C라고 적힌 길이가 다른 선 세 개가 있다. 연구자는 모든 참가자에게 옆 사람과 상의하지 말고 오른쪽에 있는 3개의 선 중 왼쪽에 있는 선과 길이가 같은 것을 고르라고 요청한다. 딱 봐도 A가 정답이다. 연구자는 참가자들에게 답변을 공개적으로 듣는다. 다른 참가자들은 모두 B라고 답한다. A라고 답한 사람은 없다. 여러분의 차례는 마지막이다. 여러분은 A를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B로 바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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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실제 이 실험에 참여했다면, 어느 순간 자신의 판단에 의문을 품고 집단 의견에 동조했을 확률이 높다. 1956년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시가 진행한 이 실험에서 실제 참가자 중 4분의 3이 적어도 한 번 이상 집단의 의견에 동조해, 사전에 명백히 틀린 답을 말하라 지시를 받은 다수의 응답에 맞춰 자신의 답을 바꾸었다. 미셸 갤펀드 매릴랜드 심리학 교수에 따르면 이 실험은 우리가 옳고 그름에 대한 감각을 무시할 수도 있는 집단 규범을 자신도 모르게 따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업 차원에서 조성된 집단 규범이 조직 구성원의 행동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면 고신뢰조직을 만드는 첫 걸음은 회사, 최고 경영진 차원에서 신뢰를 기준으로 그간의 경영 철학, 조직운영 방식이 어떤 규범과 문화를 구축하고 있었는지를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이는 조직 시스템과 실질적인 의사결정 방식을 추적해 봄으로써 가능하다.
2. 신뢰보다 ‘신뢰성’에 초점을
조직 신뢰가 높은 수준으로 구현된 조직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회사는 조직 구성원을 잠재적 낙오자로 전제하지 않는다. 직원을 자발적으로 일하는 사람으로 간주해 독려할 때 직원이 자신의 책임을 다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때문에 회사는 추구하는 목적, 미션, 목표를 제시하고 협의할뿐 출근과 휴가, 세부적인 일하는 방식에 대해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의사를 존중한다. 구성원은 자유롭게 재택을 하고, 휴가를 쓰지만 동시에 타인과의 협력과 미션 달성에 있어 스스로 높은 책임감을 가지고 일터에 나선다.
우리는 당장 이런 열린 시스템, 문화를 구축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기업에게 쉬운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비교 문화, 정치학자들에 따르면 신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신뢰는 오랜 시간에 걸쳐 공동체 내 혹은 공동체간 거래 방식을 통해 형성되는 습관이다.
영국 철학자 오노라 오닐은 조직이 신뢰를 높이려면 ‘신뢰’ 자체보다는 ‘신뢰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뢰는 믿는다는 행동·결과고, 신뢰성은 믿음을 받을 만한 자격·신호를 의미한다. 낮은 신뢰를 보이는 기업의 전형적인 특징은 조직 이해관계자들이 상대방을 향해 신뢰해달라고 호소하지만 정작 신뢰하기 위해 각자가 어떤 신호를 보내야 하고 또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조직 신뢰를 위한 첫 단계 ‘(리더십 주도로) 조직의 규범을 메타인지하라’ 역시 신뢰성의 범주에서 해석될 수 있다. 회사, 리더십 그룹 차원에서 솔선수범해 조직 신뢰를 기준으로 현재의 경영철학과 시스템, 규범을 점검하고 스스로에 대한 문제의식을 고백하는 행위는 두 가지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신뢰성’을 조직 구성원에게 부여할 수 있다.
첫 번째, 문제해결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조직의 오류를 바로잡는 가장 핵심적인 1원칙은 오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주체가 문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에 있다.
두 번째, 힘의 논리 상 리더십의 진정성 있는 고백은 조직 구성원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부여한다. 힘의 불균형 상황에서 힘이 약한 개인, 집단이 힘의 우위에 있는 개인, 집단의 문제, 이슈를 이야기하는 것은 상황 구조적으로 힘들다. 권력을 가진 리더십 집단이 스스로의 이슈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음을 인지할 때 비로소 조직 구성원은 조직의 이슈를 이야기하는 한편, 자신의 문제점도 되돌아볼 수 있는 심리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
3. 다차원적 존중 : 신뢰성의 핵심
신뢰가 결과라면 조직의 각 구성 주체가 신뢰를 위해 서로에게 보여야할 ‘신뢰성’은 무엇일까? 다양한 맥락에서 신뢰성을 논할 수 있겠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핵심 맥락은 존중이다. 존중은 더 이상 자신 혹은 정해진 틀 안에만 갇혀서 지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자신 밖의 사람, 집단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며 그들과 생산적인 관계 맺기를 원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다차원적 존중을 제대로 발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1) 존중은 자신에게 먼저
100여명을 훌쩍 넘긴 스타트업의 조직인사를 총괄하면서 다양한 인적 갈등과 문제를 다루게 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심적으로 어렵고 안타까운 경우는 문제의 주체가 자기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 있는 경우다.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계획대로 일이 잘 되지 않거나 실수, 혹은 실패가 발생했을 때 필요 이상으로 스스로를 자책하며 움츠러들거나 반대로 책임 대상을 찾아 과도하게 비난한다. 자신의 주관적 관점이 감정을 강하게 자극하기 때문에, 맥락이 크게 소실되거나 사실이 왜곡되는 경우도 많다. 또 이러한 경우 객관적 피드백을 줄 수 있는 동료보다 자신과 주관적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내집단을 찾으므로, 왜곡된 사실과 감정이 빠르게 확산·전파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사안의 객관적인 진실을 파악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건강한 피드백을 전달하거나 수용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독일 사회학자 에른스트 디터 란터만은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불안에 휩쓸리지 않고 오히려 생산적인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높은 ‘자기가치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자기가치감을 갖는다는 것은 쉽게 말해 자신 자신을 바르게 존중할 줄 아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온전히 존중하는 방법을 깨달은 사람은 높은 불안, 불확실성 앞에서도 마음의 중심을 유지할 수 있는 자기조절 능력을 갖게 된다. 자기조절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기 감정에 쉽게 압도되거나 손상되지 않는다. 자신을 온전히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타인에게도 온전한 존중감을 표할 수 있다.
2) 존중은 배우고 성장하는 마음
조직에서 존중은 배우고 성장하는 마음과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함을 추구하는 태도, 그리고 역량과 맞닿아 있다. 넷플릭스의 문화·철학을 가장 잘 드러내는 표현은, ‘최고의 일터는 곧 훌륭한 동료가 있는 것이다’라는 슬로건이다. 넷플릭스의 선언을 필두로 많은 실리콘밸리의 기업이 이에 공감해 좋은 동료가 곧 최고의 복지임을 천명하고 나섰고, 이는 우리나라 스타트업, 나아가 일반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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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동료 혹은 좋은 동료란 존중할 수 있는 동료를 의미하는데 그 맥락에는 배움과 성장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 즉 기업 구성원은 배우고 성장을 구할 수 있는 동료를 바란다.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 교수는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훈련된 마음’이 필요함을 피력한다. 이는 하나의 특수한 학과나 기능직 혹은 전문직의 독특한 인지 양식을 완전히 정복한 마음이다. 한 켠으로는 기술과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마음이기도 하다. 잘 훈련된 마음을 가진 구성원은 조직 과업에 생산적인 (성과)기여를 할 수 있고, 관련 분야 동료의 배움과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배우고 성장하는 태도, 나아가 훈련된 마음은 자기 자신에게도 높은 자기가치감을 부여할 수 있다. 배우고 성장하는 태도를 갖추게 되면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발전시키고 실수와 잘못된 방식을 부족한 기술을 발전시킬 기회로 받아들인다. 때문에 새롭고 불확실한 상황을 불안정하고 두려운 것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성장의 과정과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다.
3) 존중은 용기를 내는 일
때때로 우리들은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것이 곧 상대방이 듣기 좋은 말을 하고,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는 피드백은 삼가는 것이라 오해한다. 그래서 일이 그르치는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가능한 침묵하며 갈등을 회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신경과학자, 심리학자 등 연구집단은 칭찬과 인정 문화가 조직의 심리적 안전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무분별한 칭찬, 인정을 존중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 눈높이와 맞지 않음에도 사탕발림식의 칭찬과 인정을 반복하며 이것이 문화화 되는 것은 정확한 피드백으로 인해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성장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낳는다. 나아가 오히려 조직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끄는 오류 신호가 될 수 있다.
모두 두려움 없이 자기 생각을 드러낸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바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진실성이 결여된 칭찬·인정 문화는 오히려 심리적 안전을 방해한다. 구글 출신의 기업가이자『Radical Candor』저자 킴 스콧은 리더와 직원, 동료들 간의 진정성을 전제로한 솔직한 관계가 오히려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직장 내 신뢰, 안전은 케어(Care, 칭찬 및 인정과 맞닿아 있는 개념)와 도전(Challenge, 쓴소리를 포함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아니라고 말하는 바)이 자연스럽게 공존할 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4) 존중은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것
크리스틴 포래스 조지타운대학교 교수는 무례함이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무례함은 구성원의 성과와 더불어 건강과 복지를 감소시키는 데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중 무례함을 경험한 사람은 업무에 대한 노력을 66% 줄이고, 80%는 자신이 당한 일로 근심하며 시간을 보내며 12%는 직장을 떠났다. 무례함은 또한 문제해결 능력을 50% 하락시키고, 또 창의력은 28%를 저하시켰다.
앞서 미 조직 심리학 교수 애덤 그랜트는 다양한 기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조직에서 가장 높은 생산성을 발휘하는 사람이 기버Giver 즉,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임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의외의 또다른 사실을 발겼 했다. 조직 내 기버를 늘리는 것보다 오히려 이기적인 테이커Taker를 제거할 때 조직건강도가 훨씬 더 올라간 것이다.
5) 존중을 넛징nudging하라
사람의 행동과 인식은 사회규범·문화의 지배를 받지만, 동시에 규범은 구조의 영향을 받는다. MIT 경영학 교수 피터 센게는 ‘학습하는 조직’에서 구조(시스템)가 구성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건 너머의 기저에 있는 구조를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 시카고 대학 교수의 말에 의하면, 조직 행동은 조직이 어떤 목적을 어떻게 ‘선택 설계(제도화)’하고 '넛징nudging'(쿡 찌른다는 표현으로 사람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의미)하는가에 따라 때로는 똑똑한 방향으로, 때로는 멍청한 방향으로 이뤄진다. 기업이 존중을 기반으로 신뢰 문화를 구축하고자 한다면, 조직전략과 시스템, 프로세스 등 구조적 요인에 대해 각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존중을 넛징Nudging하는 방향에 맞게 설계되어야 한다.

ⓒ 셔터스톡시스템이 올바른 방향으로 설계된 경우 신뢰로 이어지는 시간을 단축시킨다. 우리는 길을 지나가다 넘어져 무릎이 찢어졌을 때 눈에 띄는 병원 혹은 약국 아무 곳이나 들어가 응급조치를 받는다. 생전 처음보는 사람과 만나 중고물품 거래를 한다. 그전까지는 한번도 같이 일해보지 못했던 동료와 새 프로젝트에서 만나 통성명만 하고 일에 착수한다. 어떤 학자들은 이러한 사례를 초기 신뢰 패러독스라 부른다. 하지만, 특정 관계에서도 높은 초기 신뢰가 형성되는 현상에 이유가 있을 것이라 주목한 학자들은 후속 연구를 통해 제도 기반 신뢰가 원인임을 밝혔다. 하버드 경영대학 제이 W. 로시 교수와 에밀리 맥타그 연구원은 노바티스, 포드, 노스웨스트 등의 기업 분석을 통해 기업이 의사결정 구조(조직구조), 성과관리(평가, 보상 포함) 등과 같은 시스템을 개선했을 때, 결과적으로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문화와 규범이 진화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우리가 일련에서 규명한 다차원적 존중을 바르게 넛징Nudging하는 시스템을 일관성 있게 구축할 수 있다면 존중 기반의 경영, 그에 비롯한 신뢰 문화는 훨씬 앞당겨질 수 있다.
미래를 창조하는 마음
현대는 과학기술의 시대지만, 기업의 생존과 조직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은 인문학적 가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 수학, 기술은 중립적인 테크닉이기 때문에, 언제든 오용되고 인류의 미래를 역진보 시킬 수 있다. 궁극적인 미래를 만들어 내는 것은 성숙한 인간의 마음이다. 성숙한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낸 다차원적인 존중을 통해 우리는 강력한 신뢰 조직을 구축할 수 있고, 신뢰 조직은 불안사회에서 흔들리지 않고 생존할 것이다.
▶ <조직의 쓴맛> 시리즈 보러 가기글ㅣ상효이재필자는 기업과 경영 컨설팅 회사에서 조직인사, 기업 위험/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퍼블릭 어페어즈(Public Affairs) 전략 영역을 두루 경험했습니다. 포스트 테일러리즘 철학 기반의 조직, 문화, 전략, 변화관리에 관심을 두고 조직과 개인의 실질적인 성장과 통합을 돕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인사를 리드했고 현재는 핀테크 스타트업 어니스트펀드의 인사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네이키드 애자일(미래의 창, 장재웅 공저)’이 있습니다. (https://brunch.co.kr/@workpl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