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경력 주목! 생존을 위한 개발자 지침서

신입/경력 주목! 생존을 위한 개발자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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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비전공자가 개발자로 일하는 방법> 시리즈의 4화입니다. 


해외 영업 포지션으로 첫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회사 문화가 맞지 않아 개발자로 전향했는데, 가장 처음 놀랐던 점은 개발 조직 특유의 ‘건조함’이었다. 기본적으로 많은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고, 문제 해결 방안이 사람이 아닌 공식 문서나 기술적인 지식을 통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업무 시간 중에 크게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나는 수다스러운 편도 아니고 사람들과 음주가무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사람들과 함께 같이 일을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각자 자신만의 방에 들어가서 일을 하는 듯한 개발 문화는 조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비전공자로 개발자가 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현재 회사를 다니고 있고, 수 년 이상 한 분야에 경력을 쌓아왔다면 내가 가진 것을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쉽지 않다. 첫 경력을 개발자로 선택한 사람들과 비교하자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원하는 커리어를 쌓아나갈 기반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시기에 따라 맞이하게 될 어려운 점을 미리 숙지하고, 거기에 맞춰서 준비해야 한다. 비전공 개발자들이 좀 더 순탄한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신입/경력에 따른 몇 가지 팁을 준비했다.


신입 개발자로 살아남기


1. 컴퓨터 공학 관련 지식 쌓기
비전공자로 취업하면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은 컴퓨터 공학에 관련된 지식의 중요성이다. 요즘은 워낙 부트캠프나 다양한 개발자가 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많은데, 이런 프로그램들의 경우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개발자가 되는 것을 돕는다. 물론 많은 회사의 인터뷰에는 코딩 테스트가 포함되기 때문에, 이런 교육 기관에서 어느 정도 컴퓨터 공학에 관한 준비를 도와주는 곳들도 있지만, 대게는 아주 가볍게 꼭 필요한 부분들만 짚고 넘어가는 곳이 대부분인 것으로 안다. 혹은 코딩 테스트 준비는 개인이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소위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 민족)라고 불리는, 개발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회사라면 반드시 코딩 테스트를 준비해야 하고, 그 외에도 어느 정도 개발팀의 규모가 있는 곳이라면 코딩 테스트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런 회사의 취업을 준비한다면 필수적으로 컴퓨터 공학 지식을 쌓아야만 한다. 하지만 개발팀이 크지 않고, 개발 인터뷰 프로세스를 제대로 갖추기 힘든 규모의 회사는 제대로 된 인터뷰 절차가 없는 경우가 많고, 이런 곳은 충분히 컴퓨터 공학적 지식을 쌓지 않고도 취업이 가능한 경우도 많다.

ⓒ 셔터스톡


사실 프로그래밍 언어와 다양한 개발 툴이 발전하면서 깊이 있는 컴퓨터 공학적 지식을 이해하지 않고도 코딩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려운 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공학 지식을 알아야만 한다. 다시 말해, 신입 개발자인 경우에는 크게 필요 없어 보이는 지식이라도, 이후에 경력직 개발자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발자로 경력 전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시간을 들여 컴퓨터 공학 지식을 공부하고, 여의치 않은 경우라면 첫 취업을 하고 난 이후부터라도 컴퓨터 공학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나가야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개발자로서 최고의 회사를 다니는 컴퓨터 공학 전공 개발자 분들도 이직 전에는 최소한 6개월 정도 다시 한 번 컴퓨터 공학 지식을 복습하고, 다양한 알고리즘과 자료 구조 문제를 풀어본다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싱가포르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길게는 1년 이상 이직 준비를 하는 경우도 많다. 컴퓨터 공학 지식은 하루 아침에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꾸준히 준비하도록 하자.


2. 현직 비전공 개발자 찾기
비슷한 배경을 가진 현업 개발자를 찾아가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비교적 최근에 경력 전환에 성공한 경우라면 굉장히 유용한 팁과 경험을 나눠줄 가능성이 크다. 도움을 구했을 때 답변을 얻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 도움을 구하다보면 생각보다 세상이 따뜻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와 비슷한 길을 걸으려는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 특히나 요즘은 비전공자가 개발자로 전향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여전히 개발자라는 사회에서는 소수자 집단에 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전공자가 경력 전환 관련해 조언을 요청하면 생각보다 훨씬 도움을 구하는 것이 쉽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지인이나 지인의 지인을 통해서, 내가 다니고 싶은 회사에 다니는 비전공자 개발자 선배를 찾는 방법이다. 아는 사람을 통하는 것이기 때문에, 커피 한 잔 정도 마시는 것 정도는 다들 어렵지 않게 시간을 내어준다.

만약 주위에 아무리 찾아봐도 해당되는 사람이 없다면 *링크드인에서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한국은 아직 비교적 도입률이 낮은 편이지만, 많은 사람이 자신의 현재 직장을 업데이트 하고 있다. 이곳에서 회사 이름으로 검색을 하고, 이전 학업이나 경력을 통해서 비전공자 출신인 개발자들을 찾아 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모르는 사람에게 연락을 하게 되므로 메시지를 보낸다고 하더라도 회신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최대한 정중하게 자세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어떤 도전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향후 목표가 어떻게 되는지 등 최대한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하고 조언을 요청해보도록 하자. 그리고 1회성 조언을 구하는 대상으로 생각하지 말고, 한 번이라도 조언을 받으면 꾸준히 연락을 해서 업계 정보와 구직 기회를 소개 받는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전세계적으로 경력을 관리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SNS 플랫폼


3. 교육은 1년까지, 일하면서 배우자
의외로 첫 경력을 시작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교육만 받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1~2년 이상 교육만 받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보인다. 이런 경우 왜 적극적으로 구직을 하지 않는지 물어보면, ‘아직 일을 할 만큼 충분하지 않은 거 같아서’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개발 준비생의 자신감 결여는 현직 개발자들도 겪는 감정이다. 특히 1~3년 차 개발자들도 내가 제대로 실력을 쌓아나가고 있는 것이 맞는지, 내가 개발에 소질이 있는지를 한동안 고민하곤 한다. 그러니 부족함을 느낀다고 해서 구직 시기를 늦추는 것은 좋지 않다는 말이다.

ⓒ 셔터스톡


무슨 기술이든 실제로 일을 해보는 것이 가장 빠르게 배우는 방법이다. 감히 말하건데, 6개월 동안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한 지식과 기술보다 회사에서 한 달 일하면서 배운 지식이 더 크다. 물론 교육 기관에서 3~6개월간 쌓은 지식과 기술이 회사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데 큰 기반이 되는 것도 사실이겠지만, 구직 기간을 늦출 만큼의 메리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취업을 6개월 늦게 한다고 가정하면, 실제로 회사에서 개발을 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엄청나게 벌어진다.

개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면 가능하면 6개월 안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아무리 길어도 1년 이상 공부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물론 아직 대학생이고, 컴퓨터 공학과로 전과나 복수/부전공이 가능한 경우라면 그 이상 공부를 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최대한 단기간 안에 승부를 볼 생각을 해야 한다.


경력직 개발자로 살아남기



1. 직장동료와 SNS로 네트워크 쌓기
앞서 말한 것처럼 좋은 일자리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래서 이런 일자리에 접근성이 높은 사람들을 알아놓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네트워크를 쌓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직장 동료 개발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제가 저 분이랑 같이 일해봤는데요”라는 문장만큼 강력한 추천은 없다.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다. 내 주위에 어떤 개발자가 언제 어떤 회사로 옮겨가게 될 지 모른다. 평판은 지금 내가 있는 장소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주로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그리고 슬랙에 다양한 개발자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이런 곳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것도 네트워크를 쌓는데 도움이 된다. 경력을 막 시작한 경우라면 주로 질문을 하는 역할이 되겠지만, 잘 정제된 질문은 한 개발자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인상을 준다. 물론 구글에 검색만 해도 나올 거 같은 질문을 계속 하는 건 큰 마이너스다. 개발자 집단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집단이고, 비교적 내향적인 성향의 사람이 많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활발한 경우가 많다. 이렇게 친해지면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도 한다. 이때 관련된 밋업 등에도 나가면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두자.


2. 네임드 개발자가 되기 위한 브랜딩 방법
마지막으로 개발자 업계에는 네임드 개발자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 네임드라는 타이들이 꼭 개발 실력과 관련된 것은 아니고, 개발 업계에 긍정적인 의미로 얼마나 인지도가 있냐는 의미의 타이틀이다. 하지만 개인 브랜드 차원에서 장기간에 걸쳐서 좋은 브랜드를 쌓아나가는 것은 향후 구직 활동에 들어가는 수고로움을 덜어준다. 사람들이 좋은 일자리 정보를 가지고 찾아오기 때문이다.

ⓒ 셔터스톡


개발자에게 가장 선호되는 브랜딩 방식은 기술 블로그다. 개발자의 업무상 모든 것을 공식 문서에서 찾을 수는 없기 때문에 다양한 소스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자주 활용하게 되는 것 중에 하나가 블로그인데, 일을 할 때 자주 검색해서 들어가게 되는 블로그의 작성자가 개발 업계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굉장히 자유로운 현상이다. 최근에는 유튜브도 많이 활용하지만 아직 한국어로 된 양질의 유튜브 컨텐츠는 많지 않고, 유튜브 영상을 편집하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꾸준히 관리하기는 쉽지 않다. 블로그나 유튜브를 하기로 선택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최소한 1년, 가능하면 2~3년 이상은 매주 꾸준히 작성을 해야 충분한 노출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개발 기술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는 것도 브랜드 만들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물론 그런 발표는 엄청 경력이 긴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개발 분야에는 정말 많은 신기술이 나오고, 이미 성숙한 기술에도 꾸진히 기술 업데이트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부분들은 꾸준히 새로운 정보를 구독하는 경력이 짧은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이런 내용들을 잘 정리해서 발표하면 전문가 브랜드를 쌓을 수 있다. 사람은 가르치면서 가장 많이 배우기 때문에, 발표를 준비하면서 더 많이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덤이다.


개발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


비전공자지만, 오랜시간 개발자로 일하면서 개발 직군 또한 다른 업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한 것이 있었는데, 좋은 일자리는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개발자들은 대게 속해있는 개발자 그룹이 여럿있기 마련이고, 서로 신뢰하는 관계라면 좋은 회사로 먼저 옮겨간 사람이 다른 사람도 데려가는 경우가 흔하다.

요즘은 코딩 테스트처럼 ‘객관적’인 면접 과정이 많이 있어서 내부 추천 만으로 취업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내부자가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면접에 관련 정보도 많기 때문에 내부 추천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비전공자 개발자가 부지런히 네트워크를 만들어놓지 않으면, 이런 좋은 기회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기 쉽다. 전공자들은 이미 학부 선후배 등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시작하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있는지 조차 모르고 지나가지 않기 위해서는 꾸준히 본인 만의 네트워크를 쌓아나가야 한다. 비전공 개발자라고 두려워하지 말자. 결국엔 개발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차근히 단계를 밟아나아가면 어느새 본인이 꿈꿨던 개발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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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마르코
필자는 역사학도 출신 개발자로 대학 졸업 후 무역상사에 입사했으나 직장 상사들처럼 살고 싶지 않아서 퇴사 후 개발을 공부했다. 한국에서  개발자로 3개의 스타트업을 다녔고, 이후 프리랜싱, 개인 사업 등 다양한 일을 하다가 상해를 거쳐 싱가폴에서 개발자로 일했다.  현재는 IT영업 업무를 하면서 관련 글을 쓰고 있다. (https://brunch.co.kr/@imagine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