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개발자들의 마인드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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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이 시대의 개발자로 일하기> 시리즈 1화입니다.


The defining quality of the Metaverse will be a feeling of presence, like you are right there with another person or in another place. Feeling truly present with another person is the ultimate dream of social technology.
<Founder’s Letter, 2021>, Mark Zuckerberg

2021년 10월 28일 Connect 2021, Facebook CEO 마크 저커버그는 새로운 사명 메타(Meta)를 발표하며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Metaverse)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하였다. '사람을 연결한다(Connecting People)'는 페이스북의 오랜 비전이 새로운 기술력과 함께 우리의 일상에 불러올 변화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변함없이 지켜내고 싶은 것들에 관하여


체감하는 시대의 변화 속도가 무척이나 빠르다. 무수히 넘쳐나는 아이디어 속에서 새로운 플랫폼이 구축되고, 다양한 사람이 모여 기존에 보지 못했던 형태의 활동을 만들어낸다. 새로운 기술의 탄생은 멀지 않은 시점에 편리한 서비스가 되어 우리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침투하고 크고 작은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IT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사람을 연결한다'는 페이스북의 처음 비전처럼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본질적인 것들이 있다. 개발자로서 개발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와 건강한 정체성, 그리고 바람직한 개발 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 셔터스톡


이번 글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개발자로서 지키고 싶은 태도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다양한 사람이 오랜 시간 멋지게 가꾸어온 개발 문화를 건강하게 지켜내고 싶은 마음이자, 개발자로서 더 나은 태도를 갖추기 위한 개인의 다짐으로 읽어주었으면 한다.


개발에 진심인 개발자


시간이 지날수록 개발을 더욱 진심으로 대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스스로에게 간단한 질문을 던져보자.

  • 나는 왜 개발을 하는가?
    • 교육 콘텐츠를 직접 개발하고 싶은 마음에 입문하여 개발을 하면 할수록 재밌다
    •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한 만큼 정직하게 결과물이 나온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낀다
    • 꾸준한 학습을 통해 지식의 확장이 일어나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
    • 이렇게 습득한 기술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 다양한 기술을 수단으로 삶의 비전인 '사람을 세우는 일'을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

개발 인력에 대한 수요는 어느 때보다 높다. 기업들은 '귀하신 개발자'를 모시기 위해 ‘경력 1일 이상 개발자 공채’, ‘개발자 챌린지’, ‘개발자 초봉 6000만 원’과 같은 문구를 내세운다. 사람들은 이러한 문구에 현혹되어 '처음으로' 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몇 번의 검색을 통해 ‘개발자 x주 완성’, ‘개발자가 되는데 필요한 시간, 단 x개월’, ‘무조건 네카라쿠배’ 등의 마케팅에 노출되어 강의를 결제하고 교육 기관에 등록하여 개발을 시작한다. 커리어 전환의 시작이다.

ⓒ 셔터스톡


IT 시대의 흐름 속에서 개발자 수요가 증가하는 현실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현상의 일부로 볼 수도, 조금 더 성숙하게 바라보면 스타트업의 발전과 더불어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커리어 전환이라는 ‘Second Chance’ 가 주어지는 한 단계 성숙해진 사회의 모습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조금은 불편하게 비춰지는 현실을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말자.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절실한 마음으로 커리어 전환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교육생을 유치할 수밖에 없는 교육 서비스 기관도, 더 높은 기술력을 갖춘 개발 인력을 통해 더 많은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회사도, 서로 다른 목적과 각자의 입장이 있는 것이고 어찌 보면 인간의 본능에 따른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시대적 현상에 편승하여 그저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 '야나두'의 자세로 IT 분야에 입문하여 개발을 쉽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초봉 6000만 원’에 현혹되어 개발을 시작한 초심자는 초봉 3000으로 커리어를 시작하여 1년도 안 된 시점에 개발을 그만둔다. ‘무조건 네카라쿠배’를 꿈꾸는 신입 개발자는 부족한 실력만큼이나 불순한 태도로 언제나 회사 탓만 하며 수습 기간도 채우지 못한 채 이직을 결심한다.

개발자로서 건강한 정체성을 갖추자. 시작의 단계에서뿐만 아니라 커리어를 쌓아가는 모든 과정에 있어 나 스스로와 개발자로 일하는 것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충분히 했으면 한다. 개발이 정말 하고 싶은 건지, 어떤 개발자로 성장하고 싶은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결국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 나는 개발에 진심인가? 개발자로서 더욱 건강한 정체성을 갖추고 경력이 쌓이는 만큼 개발을 더욱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가치와 감동을 전하는 개발자


IT 제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진정한 가치와 감동을 전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기업들은 IT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기존의 다양한 서비스는 IT 기술과 결합하여 기술 제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와 감동을 제공하는 제품은 어느새 많은 소비자를 불러 모으고, 일상 깊숙이 들어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며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여 끊임없는 혁신을 만들어낸다.

최근 성공하는 IT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마티 케이건(Marty Cagan)의 <인스파이어드(Inspired)> 라는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IT 제품과 제품팀에 대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통해 조직과 업무를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었는데, 그동안 제품의 관점이 아닌 개발의 관점에서 시야가 좁게 머물러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크럼(Scrum) 은 제품 전체 프로세스가 아닌 개발팀 내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보았고, 개발한 서비스가 배포되고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 끝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던 것이 사실이다. 개발자가 작성한 코드는 하나의 제품으로 고객에게 전달되어 그것이 온전히 사용 되어질 때에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인데, 개발자로서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좁은 시각으로만 개발을 대하지 않았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개발자는 현장의 문제를 정의하고, 적합한 기술을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일상에서 자주 겪는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될 수도 있고, 기후 변화, 정보의 불균형, 저개발 국가의 위생 문제와 같이 세계적 차원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IT 마인드 셋이 아닌 제품 마인드 셋을 갖추자. 우리가 마주하는 도전적인 과제들은 개발자 혼자만의 역량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제품 전체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마련하고, 끊임없이 사람들의 반응과 결과를 살피며, 결국엔 문제를 해결해 내는 것이 개발의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한다.

만들 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이 아니라면 엔지니어팀이 얼마나 훌륭한지는 아무 의미가 없다. 나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가치와 감동을 제공하는, 고객이 사랑하는 제품을 만들기 원했으므로 이 직업을 선택했다. 대부분의 제품 리더들도 마찬가지로, 감동을 주고 성공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많은 제품이 감동을 주지 못하며, 우리의 삶은 좋은 제품만을 사용하기에도 모자라다.
<인스파이어드>, Marty Cagan

개발자로서 기술력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과 함께, 기술을 사용하여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 만큼 조금 더 성숙한 책임감도 갖추었으면 한다. 개발의 관점에서 주어진 것만 구현해 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작성한 코드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제품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일상에 불러올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 보자. 이러한 고민이 담긴 IT 제품을 통해 주체적으로 이 시대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그럼으로써 진정으로 사람들에게 가치와 감동을 전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중후한 매력의 개발자


변화에 휘둘려 기술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닌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술을 대하고 깊이 있게 지식을 확장해가는 중후한 매력의 개발자가 되고 싶다. 처음 리액트를 배우며 조급해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중후한 태도’로 학습하라고 친구가 이야기한 적이 있다. 다소 어색한 표현에 '무슨 의미일까?' 라는 생각으로 인생의 전반전을 마친 중후한 매력을 풍기는 어른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금세 '중후한 태도'로 학습하라는 친구의 표현이 멋있으면서 참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 마주하는 상황과 인간관계를 너그러이 받아들이는듯이, 새로운 기술을 담대하고 여유 있게 마주하는 태도
  •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정말로 좋아하는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듯이, 기술을 적용하는 데에 있어서도 명확한 근거와 기준을 갖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태도
  • 가볍게 시작한 취미 활동을 꾸준히 오랫동안 즐기듯이, 꾸준하게 기술을 갈고닦으며 능숙해지는 태도
  • 주변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듯이, 새롭게 터득한 기술과 지식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태도
  • 그렇게 인생의 이야기를 하나씩 늘려가며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처럼, 개발의 경험을 하나씩 쌓아올려 개발자로서 사는 삶의 가치를 스스로 높여가는 태도

다양한 기술의 조합으로 그럭저럭 돌아가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너무나 쉽다. 유튜브에 조금만 검색하면 '3분 만에 웹 사이트 만들기', '유튜브 사이트 따라 만들기'와 같이 초심자를 위한 클론 코딩 영상이 많이 나온다. 짧은 시간 안에 코드를 따라 치며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아직 사용해 보지 않은 기술을 가볍게 접하며 익힐 수 있는 좋은 학습 방법 중 하나다.

ⓒ 셔터스톡


또한 여러 부트캠프 기관에서는 다양한 서비스의 클론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서비스 클론을 통해 교육생들은 짧은 기간 동안 얕게나마 서비스 전체 프로세스를 경험하고, 학습한 내용을 실제로 적용하고 서비스에 포함된 기능을 구현하며 다양한 문제를 접하고 그것들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지는 학습을 통해 다양한 기술을 경험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학습의 속도가 습관이 된다면 기술을 깊이 있게 탐구하여 원리를 이해하고 사용하기보다는, 유행에 휩쓸려 기술을 가볍게 여기고 단순히 소비하는 형태의 태도로 이어지기 쉽다.

오래전 흥미롭게 읽었던 <백엔드가 이 정도는 해줘야 함> 이라는 시리즈의 글을 다시 꺼내어 보았다. 시리즈의 첫 번째 글에서 콘텐츠를 기획한 동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백엔드를 조금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사용자를 어떻게 인증할지, 암호화는 어떻게 할지, API 문서는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같은 걸 비교적 쉽게 의사결정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이런 게 필요하다는 것조차 깨달을 수 있는 경로가 별로 없다.
<백엔드가 이 정도는 해줘야 함 中>

본질은 깊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깨닫기 어렵다. 보여지는 실력에 급급하여 '백엔드가 이 정도 하면 되겠지' 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지만 사실 '백엔드가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 지식의 본질을 소중히 여기고 기본을 잘 갖추자. 기술이 탄생한 맥락을 이해하고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깊이 있게 학습하자. 유행에 맞게 기술을 쇼핑하기보다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술을 깊이 있게 다루는 중후한 매력의 사람이 되고 싶다.


개발자 행동 강령(Code of Conduct)


올해도 어김없이 프론트엔드 컨퍼런스(FEConf) 가 열렸다. 처음 소식을 접하고 매년 그랬듯이 ‘이번엔 사이트가 어떻게 생겼을까?’, ‘어떠한 주제들로 세션이 구성되어 있을까?’, ‘어떤 분들이 연사자로 나올까?’ 라는 다양한 기대감을 가지고 사이트에 접속했다.

올해는 유독 사이트 가장 아래의 ‘Code of Conduct’ 섹션에 오랫동안 시선이 머물렀다. "FEConf 2021에 참여하는 모든 분은 다음 사항을 준수해 주세요." 라는 문장과 함께 다섯 가지 행동 강령이 나와있었다.

  • 다양성 - FEConf 는 개개인의 정체성과 개성 및 취향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성별, 성 정체성, 외모, 인종, 종교, 지역, 장애, 나이, 국가, 약자 등에 대한 혐오와 폭력은 어떤 방식이라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 사회적 책임 - FEConf 참여자는 프론트엔드 분야의 성장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가집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다른 누군가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공유하세요.
  • 서로 돕고 협력하기 - 참여자의 다양한 배경이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없습니다.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먼저 도움을 주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FEConf 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세요.
  • 지식 재산권 및 개인 정보 - FEConf 는 지식 재산권과 개인 정보 등의 권리를 존중합니다. 지식 재산권을 위배하거나 개인 정보를 침해하는 어떠한 콘텐츠도 FEConf에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 참여 - FEConf 의 발전을 위해 도움을 주실 분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Code of Conduct>, 2021 FE Conference

오랜 시간 수많은 개발자들이 힘써 쌓아온 개발 문화를 다섯 개의 멋진 키워드와 문장으로 명확하게 정리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개인의 정체성과 개성 및 취향을 존중하는 다양성, 각자의 지식이 모여 이뤄내는 기술 분야의 성장에 대한 사회적 책임, 다양한 배경의 사람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협업과 커뮤니케이션, 지식과 정보의 본질을 소중히 하는 지식 재산권 및 개인 정보 보호, 기술 분야의 발전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까지. 개발 문화를 정확히 설명하고 있었다.


바야흐로 '메타'의 시대


기술을 주도하는 개발 인력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높을 것이며, 다양한 기술의 탄생과 유입으로 인해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시대의 흐름이 빠를수록 개발자로서 지켜야 하는 본질의 것들을 더욱 힘써 지켜내야 하지 않을까.

  • 경력이 쌓여감에 따라 개발을 더욱 진심으로 대하는 개발자
  • 다양한 문제와 사람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 진정한 가치와 감동을 주는 개발자
  •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술을 대하고 오랜 시간 깊이 있게 지식을 확장해가는 중후한 매력의 개발자

더 나은 개발자로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 고민하며 다짐한 것들을 글로 남겨본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개발자로서 매일의 일상에 조금 더 나은 의미를 부여하고, 큰 자부심과 함께 더욱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모두가 건강한 개발자로 성장하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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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양준식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로서 현재 위코드 코딩 부트캠프 리드 멘토를 맡고 있습니다. 수강생들이 실력과 심력을 겸비한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작의 단계를 함께하고 있으며, 리더십과 교육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