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셔터스톡IT 시대의 흐름 속에서 개발자 수요가 증가하는 현실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현상의 일부로 볼 수도, 조금 더 성숙하게 바라보면 스타트업의 발전과 더불어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커리어 전환이라는 ‘Second Chance’ 가 주어지는 한 단계 성숙해진 사회의 모습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조금은 불편하게 비춰지는 현실을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말자.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절실한 마음으로 커리어 전환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교육생을 유치할 수밖에 없는 교육 서비스 기관도, 더 높은 기술력을 갖춘 개발 인력을 통해 더 많은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회사도, 서로 다른 목적과 각자의 입장이 있는 것이고 어찌 보면 인간의 본능에 따른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시대적 현상에 편승하여 그저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 '야나두'의 자세로 IT 분야에 입문하여 개발을 쉽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초봉 6000만 원’에 현혹되어 개발을 시작한 초심자는 초봉 3000으로 커리어를 시작하여 1년도 안 된 시점에 개발을 그만둔다. ‘무조건 네카라쿠배’를 꿈꾸는 신입 개발자는 부족한 실력만큼이나 불순한 태도로 언제나 회사 탓만 하며 수습 기간도 채우지 못한 채 이직을 결심한다.
개발자로서 건강한 정체성을 갖추자.
시작의 단계에서뿐만 아니라 커리어를 쌓아가는 모든 과정에 있어 나 스스로와 개발자로 일하는 것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충분히 했으면 한다. 개발이 정말 하고 싶은 건지, 어떤 개발자로 성장하고 싶은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결국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 나는 개발에 진심인가? 개발자로서 더욱 건강한 정체성을 갖추고 경력이 쌓이는 만큼 개발을 더욱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가치와 감동을 전하는 개발자
IT 제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진정한 가치와 감동을 전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기업들은 IT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기존의 다양한 서비스는 IT 기술과 결합하여 기술 제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와 감동을 제공하는 제품은 어느새 많은 소비자를 불러 모으고, 일상 깊숙이 들어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며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여 끊임없는 혁신을 만들어낸다.
최근 성공하는 IT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마티 케이건(Marty Cagan)의 <인스파이어드(Inspired)> 라는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IT 제품과 제품팀에 대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통해 조직과 업무를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었는데, 그동안 제품의 관점이 아닌 개발의 관점에서 시야가 좁게 머물러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크럼(Scrum) 은 제품 전체 프로세스가 아닌 개발팀 내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보았고, 개발한 서비스가 배포되고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 끝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던 것이 사실이다.
개발자가 작성한 코드는 하나의 제품으로 고객에게 전달되어 그것이 온전히 사용 되어질 때에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인데, 개발자로서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좁은 시각으로만 개발을 대하지 않았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개발자는 현장의 문제를 정의하고, 적합한 기술을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일상에서 자주 겪는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될 수도 있고, 기후 변화, 정보의 불균형, 저개발 국가의 위생 문제와 같이 세계적 차원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IT 마인드 셋이 아닌 제품 마인드 셋을 갖추자. 우리가 마주하는 도전적인 과제들은 개발자 혼자만의 역량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제품 전체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마련하고, 끊임없이 사람들의 반응과 결과를 살피며, 결국엔 문제를 해결해 내는 것이 개발의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한다.
만들 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이 아니라면 엔지니어팀이 얼마나 훌륭한지는 아무 의미가 없다. 나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가치와 감동을 제공하는, 고객이 사랑하는 제품을 만들기 원했으므로 이 직업을 선택했다. 대부분의 제품 리더들도 마찬가지로, 감동을 주고 성공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많은 제품이 감동을 주지 못하며, 우리의 삶은 좋은 제품만을 사용하기에도 모자라다.
<인스파이어드>, Marty Cagan
개발자로서 기술력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과 함께, 기술을 사용하여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 만큼 조금 더 성숙한 책임감도 갖추었으면 한다. 개발의 관점에서 주어진 것만 구현해 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작성한 코드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제품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일상에 불러올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 보자. 이러한 고민이 담긴 IT 제품을 통해 주체적으로 이 시대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그럼으로써 진정으로 사람들에게 가치와 감동을 전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중후한 매력의 개발자
변화에 휘둘려 기술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닌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술을 대하고 깊이 있게 지식을 확장해가는 중후한 매력의 개발자가 되고 싶다.
처음 리액트를 배우며 조급해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중후한 태도’로 학습하라고 친구가 이야기한 적이 있다. 다소 어색한 표현에 '무슨 의미일까?' 라는 생각으로 인생의 전반전을 마친 중후한 매력을 풍기는 어른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금세 '중후한 태도'로 학습하라는 친구의 표현이 멋있으면서 참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 마주하는 상황과 인간관계를 너그러이 받아들이는듯이, 새로운 기술을 담대하고 여유 있게 마주하는 태도
-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정말로 좋아하는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듯이, 기술을 적용하는 데에 있어서도 명확한 근거와 기준을 갖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태도
- 가볍게 시작한 취미 활동을 꾸준히 오랫동안 즐기듯이, 꾸준하게 기술을 갈고닦으며 능숙해지는 태도
- 주변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듯이, 새롭게 터득한 기술과 지식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태도
- 그렇게 인생의 이야기를 하나씩 늘려가며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처럼, 개발의 경험을 하나씩 쌓아올려 개발자로서 사는 삶의 가치를 스스로 높여가는 태도
다양한 기술의 조합으로 그럭저럭 돌아가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너무나 쉽다. 유튜브에 조금만 검색하면 '3분 만에 웹 사이트 만들기', '유튜브 사이트 따라 만들기'와 같이 초심자를 위한 클론 코딩 영상이 많이 나온다.
짧은 시간 안에 코드를 따라 치며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아직 사용해 보지 않은 기술을 가볍게 접하며 익힐 수 있는 좋은 학습 방법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