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셔터스톡물론 이러한 과정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인식과 개념을 공유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보다, '언제' '무엇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혹은 '언제'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는지만 서로 전달하고 진행하는 편이 빠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결과물에는
피드백이 필요합니다. 여유가 생겼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왔고, 어떤 개선점이 필요한지, 의도에 맞는지 공유해야 합니다.
협업하는 상대와
사전에 같은 인식과 개념을 공유한다면, 결과적으로 의사 전달에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게 될 것입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바쁜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어제 작성한 코드 조각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왜 이렇게 했을까 고민하게 되거나, 과거의 자신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업무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을 보다 깜빡 잊고 사오지 않는 일도 종종 있지요.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상황과 조건이 같아도 항상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현실의 상황과 조건을 통제하는 것도 어렵구요. 마찬가지로 사람의 기억은 어딘가의 데이터베이스처럼 조건을 걸어 질의(query)할 수도 없지요. 사전에 인식과 개념을 공유하고 바람직한 소통을 통해 모두가 만족하는 결론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잊는다면 무의미한 일이 됩니다.
자기계발서처럼 메모하는 습관의 중요성이나 장점에 관해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메모하는 습관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메모 행위만으로는 협업이나 소통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미래의 자신이 과거의 논의와 결정을 필요한 순간에 다시 확인하는 것입니다.가장 간단하게 도구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도구는 많습니다. 특히 이메일과 메신저는 대부분이 사용합니다. 그래서 이메일과 메신저 서비스에는 검색 기능이 있고, '협업을 위한' 수식어가 붙는 도구들은 강력한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번의 버튼으로 모든 팀원에게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이런 도구를 이용한 소통은 나중에 다시 찾아보기 쉽습니다. 찾기 쉬움과 어려움의 문제는 별개로,
도구를 사용한 소통은 망각의 문제를 다소 해결해 줍니다.그런데 기록과 검색을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사용해도 소통의 통로(도구)의 수가 늘어나면 검색이 어려워집니다. 어떤 내용의 대화를 했다는 것만 기억하고, 상세한 내용이나 날짜, 사용한 도구를 기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누구와 대화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통의 통로가 다양할 경우, 상세한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모든 도구를 찾아보는 사태가 생깁니다.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기록용으로 사용하는 의미가 퇴색하는 것이죠. 따라서
협업에서는 사용하는 도구를 제한하고, 업무에 대한 화제는 사적 통로(전화, 카카오톡 등)를 이용한 소통을 지양하는 편이 좋습니다. 부득이하게 사적 통로를 이용한 경우에도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사내 메신저나 메일 등을 이용해 다시 한번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메신저는 목적상 빠른 대화를 위한 도구입니다. 대화의 흐름이나 과정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찾기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협업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사용할 때는 키워드가 될만한 단어를 포함하는 것이 좋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대화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 정리하여 '협의가 이루어진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통해 공유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또한 도구를 통하지 않은 소통(대면 미팅 등) 역시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따로 담당자를 정하여 정리하고 검토하여 공유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런 방법들은 협업하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방법을 사용하여 기록하고 공유할 때 더 높은 효과를 발휘합니다. 나 혼자만의 기록이 아니라, 함께 한 모두의 기록이 유용하고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유용하다 해서 상대 혹은 팀원 모두에게 특정 도구를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합의와 약속이니까요.
Outro
개발자 모두 소통의 실패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합니다. 각자 나름의 방법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상대에 따라 여러 방법을 전략적으로 사용하시는 개발자도 있을 것이고,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지 못해 이런저런 시도를 하며 고민하는 개발자도 있겠지요. ‘이렇게 하면 문제 없이 소통할 수 있어요!’라고 호언장담하지는 않겠습니다. 각자 개인의 상황이란 것이 다르고, 우선순위와 성향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금까지 정리 드린 팁들을 적절히 활용하여 내게 맞는 정답을 찾아보시길 바라겠습니다.
▶ <이 시대의 개발자로 일하기> 시리즈 보러 가기 글ㅣ맹창훈외교관을 꿈꾸다 개발자로 전향한 문과 개발자로서, 컴투스, 스노우파이프 등에서 여러 게임 프로젝트를 경험한 후 호두랩스 Gamification lab 서버 팀에서 교육 격차를 해소 하는 공동 목표를 함께 실현하고 있는 프로그래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