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셔터스톡"수진 님, 인공지능이에요?"
얼마 전 회사 동료가 장난처럼 물었다. 아무 표정 없이 걸어 다니는 모습이 마치 영혼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 말에 뜨끔했던 이유는
실제로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감정 표현에 둔감해진다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수를 만들지 않기 위해 항상 긴장해야 하고, 어느 정도 일을 쳐낼 줄 아는 뻔뻔함도 있어야 하고, 때로는 잔말 말고 '예스'를 외쳐야 하는 예스맨이 되어야 할 때도 있다.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면 사회생활을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아무리 화가 나도 꾹 참고 화장실에서 몰래 눈물을 터뜨리곤 했다.
그래서 집에 오면 글을 썼다. 소위 데스노트(death note) 쓰듯 누군가를 욕하고 싶은 마음을 그대로 쓰기도 하지만,
글을 쓰는 동안 가장 중요한 건 내 감정을 들여다 봐주는 것이다. 써야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어떤 점에서 화가 났고, 반대로 잘못한 점은 무엇이 있으며, 내가 어떤 것을 참을 수 있고 참을 수 없는 사람인지를 글을 쓰다 보면 알게 된다.
글쓰기 모임에 오신 직장인 분들이 약 30분간 아무 말 없이 타닥타닥 타자기 소리만 내며 에세이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평일에 저분들은 어떤 모습일까. 노트북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실까. 아마도 글쓰기 모임에서 보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일반인은 잘 알지 못하는 전문 용어가 가득한 보고서를 쓰고 계실지도 모른다. 월, 화, 수, 목, 금, 5일 동안에 표출하지 못한 감정을 주말 이틀을 이용해 마음껏 펼쳐내는 표정에는 각자의 색깔이 번진다.
3. 진짜 나를 알게 되다
에세이를 통해 느끼는 행복글쓰기 모임이 끝나도 ‘혼자 글을 쓸 수 있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모임의 목표다. 글쓰기 모임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글을 쓰고 피드백을 나누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혼자서 쓸 줄 알아야 한다. 필자도 종종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강의도 하지만, 글은 언제나 혼자 쓴다. 친구와 같이 각자 할 일을 하러 카페에 가도 누가 옆에 있으면 글쓰기에 집중이 잘 안된다.
글은 온전히 혼자만의 생각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회사에 출근하면 최소 30분에 한 번씩은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 이메일이나 메신저가 날아오기도 하고, 옆 동료가 말을 걸기도 하고, 줄줄이 미팅이 이어지기도 한다. 심지어 퇴근 시간 이후나 주말에도 업무 관련 연락이 온다. 그렇게 쉴 새 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나면 혼자 2배의 시간을 일한 것보다 더 큰 피곤함을 느낀다.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서비스직을 맡고 있는 직장인들의 피로도는 더욱 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증권 회사에서 상담 업무를 하고 있는 한 지인은 휴가를 내고 혼자 미술관에 가거나 책을 읽는 일을 좋아한다. 여러 사람들에게 쏟아낸 에너지만큼 혼자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