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영화그런데 상황이 좀 묘하게 돌아갑니다. ‘갈비맛 치킨’이 대박 난 것이지요. 수원 왕갈비집 장손인 마형사(진선규)가 적정 온도에 맞춰 척척 튀겨낸 닭에 집안 비법 소스와 손맛을 버무려 맛을 냈고, 장형사(이하늬), 영호(이동휘), 재훈(공명) 등 팀원들은 치킨 장사에 숨은 역량을 발휘합니다. “야 정신 안 차릴래, 우리가 닭 장사 하는 거야?” 고반장의 고함대로, 잠복 근무를 하려고 치킨 장사를 하는 건지, 치킨 장사를 하려고 잠복 근무를 하는 건지 마약반 팀원 스스로도 헷갈립니다.
2. 치킨집 차리고자 ‘퇴직금 중간정산’ 가능할까?
영화 ‘극한직업’에서는 이무배의 은신처 코앞에 있는 치킨집을 인수하고자 마약반 리더 고반장은 자신의 퇴직금까지 중간정산 받습니다. 그 퇴직금은 어떤 의미인가요? 퇴직 이후 작은 가게 하나를 차려 새롭게 출발하자고 고반장의 아내(김지영)가 당부했던 돈입니다. 물론 ‘치킨집’만은 제외하자고 했지만…
이 장면에서 의문이 생깁니다. 만일 고반장이 공무원이 아니라 민간 기업에 일하는 구성원이라면 치킨집을 차리기 위해 퇴직금 중간정산이 가능할까요?
먼저 퇴직급여제도를 살펴보자회사는 퇴직하는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퇴직급여제도(퇴직금제도,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도,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또는 개인형 퇴직연금제도(10명 미만 사업장) 중 하나 이상의 제도를 설정해야 합니다. 단,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직원, 4주 기준으로 평균값을 냈을 때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직원에 대해서는 퇴직급여제도 설정이 의무화되어있지 않습니다. 회사가 퇴직급여제도나 개인형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하지 않은 경우 기존의 퇴직금 제도를 설정한 것으로 봅니다.
단,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일(2012년 7월 26일) 이후 새로 성립된 회사는 직원 대표의 의견을 들어 사업의 성립 후 1년 이내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도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해야 합니다. 하나의 회사에서 기존의 퇴직금제도와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도 및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를 동시에 시행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퇴직금 중간정산이 가능한 경우는 언제인가?퇴사하더라도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잠시나마 버틸 수 있는 힘은 퇴직금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퇴직금을 퇴직전에 야금야금 미리 써버렸다면 어떻게 될까요? 버틸 수 있는 힘이 약해지겠지요.
‘퇴직금 중간정산 제도’는 구성원이 퇴직할 때 받는 퇴직금을 미리 당겨 쓸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기존의 퇴직금중간정산제도는 중간정산을 요구할 수 있는 사유의 제한이 없어 퇴직금을 미리 소진하는 경우가 많았고, 퇴직금제도가 노후보장제도로 활용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중간정산을 쉽게 신청할 수 있게 둔다면, 또 중간정산으로 받은 퇴직금을 미리 써버린다면 노후보장이라는 퇴직금의 의미가 사라지고 특별보너스 정도로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를 보완하고자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는 원칙적으로 퇴직금 중간정산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즉 2012년 7월 26일부터는 더욱 엄격해져 일정한 요건 하에서만 중간정산이 가능하도록 제한되었습니다. 중간정산 가능요건은 다음의 법조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관련 법조문]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퇴직금제도의 설정 등)
② 사용자는 주택구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근로자가 요구하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해당 근로자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정산하여 지급한 후의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은 정산시점부터 새로 계산한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제3조(퇴직금의 중간정산 사유)
① 법 제8조제2항 전단에서 “주택구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 무주택자인 근로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 무주택자인 근로자가 주거를 목적으로 「민법」 제303조에 따른 전세금 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에 따른 보증금을 부담하는 경우. 이 경우 근로자가 하나의 사업에 근로하는 동안 1회로 한정한다.
- 근로자가 6개월 이상 요양을 필요로 하는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의 질병이나 부상에 대한 의료비를 해당 근로자가 본인 연간 임금총액의 1천분의 125를 초과하여 부담하는 경우
가. 근로자 본인
나. 근로자의 배우자
다. 근로자 또는 그 배우자의 부양가족
- 퇴직금 중간정산을 신청하는 날부터 거꾸로 계산하여 5년 이내에 근로자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
- 퇴직금 중간정산을 신청하는 날부터 거꾸로 계산하여 5년 이내에 근로자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개인회생절차개시 결정을 받은 경우
- 사용자가 기존의 정년을 연장하거나 보장하는 조건으로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등을 통하여 일정나이, 근속시점 또는 임금액을 기준으로 임금을 줄이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6의2. 사용자가 근로자와의 합의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1일 1시간 또는 1주 5시간 이상 변경하여 그 변경된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근로자가 3개월 이상 계속 근로하기로 한 경우
6의3. 법률 제15513호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의 시행에 따른 근로시간의 단축으로 근로자의 퇴직금이 감소되는 경우
-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따라서, 만일 고반장이 공무원이 아니라 민간 기업에 일하는 구성원이라면 치킨집을 차리기 위해서는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을 수 없습니다.퇴직금 중간정산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어떻게 될까?그렇다면 중간정산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구성원이 중간정산을 요구하고 인사팀에서 마지못해 실시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관련 법률에는 직접적인 처벌규정이 없습니다. 다만, 중간정산 사유와 요건을 갖추지 않는다면 유효한 중간정산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판례와 행정해석의 입장입니다.
결국 회사는 유효한 중간정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기간을 포함한 전체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퇴직금을 또 한 번 지급해야 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퇴직금 중간정산의 명목으로 이미 지급된 금품은 부당이득 반환청구소송 등의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 되돌려 받아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해 지급한 후,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은 정산시점부터 새로 계산됩니다. 누진제 적용 회사의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3.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없었다.
이것은 월급쟁이인가 치킨집 사장인가?”‘수원 왕갈비 통닭’ 맛집, 대박나다.고반장이 이끄는 마약반은 간간이 오는 손님들을 위해 치킨을 팔다 보니 이거 웬걸! 수원에서 왕갈비집을 하는 마 형사(진선유)의 특단의 레시피로 치킨집은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이 났고, ‘수원 왕갈비 통닭’ 맛집도 대박으로 거듭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