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HRD는 어떻게 변했을까?

코로나 시대! HRD는 어떻게 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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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위드코로나 시대, 일하기 방식> 시리즈의 1화입니다.


코로나가 점령한 2년간의 시기는 우리 삶을 많이 변화시켰다. 특히 우리 HRDer들에게는 생각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몇 년 전까지는 듣도 보도 못한 제페토, 게더타운 등의 메타버스와 AR, MR, XR 활용 교육 환경, 데이터 애널리틱스를 기반으로 한 교육 니즈 분석과 수행 평가. 이제는 너무 자연스러워진 Zoom 같은 비대면 실시간 교육 시스템까지. HRD 업에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은 그야말로 광풍이었다. 그렇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HRDer는 과연 어떤 생각과 관점을 가져야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타고 자신의 커리어를 성장, 발전시킬 수 있는가.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제언한다.


‘경영’의 오른팔이 되어라


여기서 말하는 것은 ‘경영자의 오른팔’이 아니다. ‘경영의 오른팔’이다. 직장인이 애독하는 자기계발서에는 주로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조직에서 무슨 일을 도모하든 먼저 경영자의 마음을 잘 읽고 해석하라’, ‘상사의 마음을 먼저 사로잡아라’ 등 사교적이고 좋은 이야기로 꽉 차있다. 책의 저자조차 제대로 해낼 수 없는, 엄청나게 어려운 독심술과 친화력, 소통, 심지어 아부의 기술까지 잘 기술되어 있다. 그런데 이게 과연 맞는 말인가? 10년 전부터 HRDer 사이에서 떠도는 말이 하나 있다. “HRD의 역할은 경영진의 전략적 파트너여야 한다”

ⓒ 셔터스톡


경영진의 마음을 읽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현재 회사와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거시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비즈니스에 대해 고객 · 일 · 조직 구성원의 관점에서 변화하는 환경을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갈 것인가를 입체적으로 고민한 후, HRD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렇게 관점을 바꾸면 소위 HPT(Human Performance Technology)에서 이야기하는 수행 공학적 대안을 도출해내고, 관련 부서들을 엮어 TFT 형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 물론 조직은 R&R(Role & Responsibility)로 굴러가야 각각의 책임이 명확해진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책임을 나누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 어느 날, 그룹 회장님이 ‘변화와 혁신 조직 구축’이라는 프로젝트를 지시했다. 무거운 주제다. 조직 전체를 흔들어야 하는 막중한 프로젝트.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가? 경우에 따라 조직의 다운사이징(Downsizing) 내지는 칼을 대야 하는 상황이었다. 부서끼리 눈치를 보며 회장님의 뜻을 주제로 토론하며 서로 책임을 던지고 회피하는 것으로 반 년이 지났다. 결국 연말 평가에서 본 프로젝트와 관련된 부서장들은 줄줄이 불려가 혹독하게 깨졌다. 그때 깨달은 것은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 전반에 대해 거시적 시각으로 바라봐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문제나 이슈는 단위 조직 내에서는 구체성을 띠지만, 상위 조직으로 올라갈수록 추상적이고 복잡성을 띠게 마련이다. 이해관계 부서가 한두 군데 물려있는 것이 아니다. 협업과 연대를 통한 시너지가 아니면 해결하기 어렵다. 경영진의 마음보다는 시대와 환경 변화를 읽어내고 거기에서 조직이 대처해야 할 힘(역량)은 무엇인가를 고민할 때 진정한 HRDer의 포지션 파워를 어필할 수 있다.


‘데이터 어낼리티스트’가 되어라


‘Tantum videmus quantum scimus’란 라틴어 어귀가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뜻이다. 몇 년 전 필자는 동유럽에 예술 관광을 갔었다. 맑고 푸른 겨울 하늘 아래 펼쳐진 체코 블타바 강가에서 잠시 쉬고 있을 때 어디선가 아름다운 음악이 들려왔다. 그 리드미컬한 멜로디는 마음 속에 진한 향수와 여운을 동시에 남겼는데, 설명하기 어려운 신기하고 예술적인 경험이었다. 그날 동행했던 예술 감독은 지금 들리는 곡이 체코가 자랑하는 작곡가 스메타나(Smetana)가 1874년 작곡한 교향시 ‘나의 조국’ 중 제 2악장 ‘블타바’라고 설명했다. 각 시는 체코의 옛 영토 보헤미아 국토와 역사, 전설을 담고 있는데 특히 애국적 분위기가 짙은 악장이 바로 내가 들었던 악장이었던 것이다. 배경지식을 알고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 그 음악을 다시 듣노라니 감동이 배가 되었을 뿐 아니라 절대 잊혀지지않는 학습이 되었다. 여기서 얻은 교훈이 바로 ‘아는 만큼 보인다’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HRDer은 끊임없는 학습을 토대로 현장의 이슈를 정확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아는 만큼 현장이 보인다. Tantum videmus quantum scimus!

ⓒ 셔터스톡


향후 HRDer의 역할 변화를 한 가지 더 이야기해 본다면, Hrder가 지금까지 수행해왔던 ‘교육 운영자, 과정 개발자, 교육계획 수립자’의 관점을 과감하게 내려놓고, 조직 구성원에게 통찰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즉, 구성원이 자신의 일을 왜 수행해야 하는지를 늘 생각하게 하고, 일이 상시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기업의 체질 및 구조와 경영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경영혁신기법)’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최근 미국의 출판·미디어 기업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HRDer가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The Future of Work Leader’라는 것이다. 이는 HRDer 임무가 업무의 미래를 위한 조직 전략을 설정하고, 현재 직원을 대상으로 한 재교육과 기술 향상을 제안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대학원에 가서 석박사 공부를 하거나 외부 교육기관을 등록하는 등 끊임없이 새롭고 트렌디한 학습을 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더욱 데이터 기반의 사회가 될 것이다. HRDer에게도 R-프로그램이나 파이썬을 활용해 통계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조직 내 ‘인플루언서’가 되어라


리더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 팔로워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직책과 상관없이 HRDer는 조직 내 인플루언서 역할을 해야 한다. 늘 조직의 문제나 이슈를 민감하게 받아 들이고 이해관계자(Stake-holder)에게 관련 영향력을 행사해 문제의 원인과 대안을 찾아나갈 때 HRDer의 조직 내 존재감이 강력하게 인식될 것이다.

필자가 아끼는 직원 중 한 명은 늘 현장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그 일이 미칠 파장이 무엇인지 현장 책임자와 소통한다. 자신이 조언해 줄 수 있는 부분은 적극 도와주고, 분임 토의가 필요한 경우 관련 실무자를 불러 모아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며 워크샵을 진행해준다. 현장 직원은 이 직원이 방문할 때마다 서로 앞다투어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이것이 진정한 영향력이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HRD 조직이 다운사이징되고 인원 축소, 심지어 교육부서를 없애는 회사도 생겼다. HRDer가 이런 거친 환경 속에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 긍정적인 인플루언서가 되어 현장을 헤집고 다녀야 한다. 그 경험이 비료와 밑재료가 되어 향후 현장 중심의 교육과정을 설계, 개발할 수 있는 토대 역할을 할 것이다.


직원들의 ‘심리적 웰빙 설계자’가 되어라


최근 메리어트 호텔은 직원 복지에 초점을 두고, 교육 플랫폼(meQuilibrium)과 신체적 웰빙을 넘어 직원에 대한 심리적 웰빙까지 제공한다고 한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이 회사의 HR 책임자 데이비드 로드리게즈(David Rodriguez)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결국 라이프 스타일을 선택하는 것’이며 ‘최고 경영자는 개인 · 직업 생활의 질을 높이고 업무 자체에 웰빙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메리어트 호텔을 비롯한 많은 대기업은 강력한 통합 직원 복지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웰빙 디렉터, 웰빙 관리자 등을 고용하고 있다. 기존 물리적, 신체적 웰빙은 회사 내 총무나 인사의 영역으로 여겨 왔으나, 최근 대두되는 심리적 웰빙 개념은 결국 직무 범주상 HRD에 가까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즉 HRDer가 주도적으로 직원 웰빙 설계, 개발자의 역할까지 직무 확장을 해야 한다.

ⓒ 셔터스톡


결론적으로 HRDer가 코로나 시기에 지속적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성장 발전시키기 위해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을 통한 자발적 직무 확장과 주도적 일처리로 ‘경계 없는 문제 해결자’의 면모를 각인시켜야 한다. 데이터 애널리틱 사고와 자기계발을 게을리하지 않고, 조직을 헤집고 다니며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혹시 아는가. HRDer의 성장 경로의 꼭짓점이 교육팀장이나 인재개발원장이 아니라 CEO가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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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김용모 파라다이스그룹 워커힐지점 관리팀 수석부장 (前 인재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