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개발자의 커리어 가이드, 따라만 오세요!

선배 개발자의 커리어 가이드, 따라만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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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이 시대의 개발자로 일하기> 시리즈 3화입니다.


요즘은 개발자가 취업이나 이직하기 좋은 시기다. 더 좋은 연봉과 기회를 제시하는 회사들이 많아지고 있고, 경쟁적으로 처우와 환경을 개선하면서 개발자들을 채용하려고 한다. 그런데 연봉이 높다고 좋은 회사일까? 아니면, 최적의 환경과 기회를 주는 곳이 좋은 회사일까? 과연 어떤 회사가 나에게 맞는 직장일까?

필자는 지금까지 총 3번 이직했다. 스타트업인 줄 알았지만 SI였던 회사, 스타트업일 때 들어갔지만 IT대기업이 된 회사, 유명한 외국계 IT 회사까지. 이 과정에서 접한 이직 사례와 개발 관리자로서 일 하며 겪은 채용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 직장을 잘 선택해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도록 개발자만을 위한 직장 선택 가이드를 안내한다.

ⓒ 셔터스톡


1. 신입으로 취업하는 경우


  • SI나 디지털 에이전시에 취업하는 경우
  • 전통 대기업에 취업하는 경우
  • IT 대기업에 취업하는 경우
  • 스타트업에 취업하는 경우
  • 중견기업에 취업하는 경우
  •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에 취업하는 경우
  • 병역특례로 취업하는 경우
  • 외국계 회사에 취업하는 경우

위 내용처럼 개발자로 첫 커리어를 시작하는 경로는 다양하다. 이 가운데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SI 개발자
우리나라에는 SI 개발자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실제로 개발자 중 많은 이가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할 때 SI로 취업한다. SI 개발자는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을 해볼 수 있고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이라 초기에 업무를 빠르게 배운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업무 환경이 열악한 경우도 적지 않아 초기에 경험을 쌓고 이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입사했지만 재무적 상황이 좋지 않아서 SI를 하게 되는 회사들도 많은 편이다. 되도록 피하면 좋은 상황이지만 필자의 경우는 SI 프로젝트라도 실무를 경험한 것이 신입들 사이에서 경쟁력이 되었다.


스타트업 개발자
SI 만큼 압축적으로 개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은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은 SI 만큼 업무 강도가 높지만, 자사의 제품이 있기 때문에 한 분야나 기술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스타트업에 따라 신입을 아예 채용하지 않거나, 비교적 높은 수준의 개발 역량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신입을 뽑는 회사라고 할지라도 신입을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으므로 자신이 선택한 스타트업에 배울 수 있는 선배 엔지니어가 있는지,  본인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인지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 개발자
처음부터 대기업이나 IT 대기업에 입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본인이 원하지 않는 개발 분야를 맡게 될 수도 있다. 회사의 배치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사 후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본인이 하고 싶은 일과 연결이 되는지 등을 잘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대기업은 사내에서 조직 변동도 가능하기 때문에 회사가 얼마나 유연한 조직 문화를 갖고 있는지 참고하는 것도 필요하다. 전통적인 대기업의 경우 IT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경우가 많고, 이럴 경우 충분한 개발 경험을 쌓기 어렵다. 이런 경우에는 몇 년이 지나면 본인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되도록 신중하게 판단해 입사를 하는 것이 좋고, 입사를 하게 됐다면 자기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계속 쌓아야 한다.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개발자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은 개발자로서 기본기를 쌓기 좋고 실력 있는 시니어나 매니저들이 많기 때문에 배울 수 있는 것이 풍부하다. 다만, 서비스나 플랫폼 기업이 아닌 경우 최신 기술 트렌드를 접하거나 사업 확장이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점이 아쉬운 회사라면 먼저 실력을 쌓고 나서 본인이 더 해보고 싶은 분야로 나중에 이직을 생각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작은 회사라도 실력과 팀웍이 좋고 개인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계속 있다면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다. 해외에는 실제로 작지만 실력이 좋은 팀들이 많이 있고, 유명 앱을 개발하는 회사 중에 이런 회사들이 있는 편이다.

ⓒ 셔터스톡


외국계 기업 개발자
현재 우리 나라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회사는 국내에서 신입 개발자를 채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외국계 회사가 본사에서 엔지니어링을 하고 현지 지사는 세일즈 목적으로 설립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 지사 대부분 기술 영업, 마케팅, 기술 지원 업무가 메인으로 운영된다. 만약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 포지션이 소프트웨어 개발을 할 수 있는 포지션인지 한국에 개발 조직이 있는지 등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장 가능한 회사를 찾아라
신입 개발자로 취업을 한다면 그 회사나 팀에 같은 일을 하는 다른 개발자가 최소 1명 이상 있는지 확인을 해보기 바란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본인에게 좋은 직장이라고 할 수 없다. 신입 또는 주니어 개발자는 혼자서 성장을 할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주변의 서포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입 개발자에게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경험이 없는 신입 개발자가 어느 정도 본인의 업무 역량을 인정을 받으려면 최소 1년 이상은 실무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리고 3~6개월 정도는 실무 개발을 익혀야 프로젝트에 들어갈 수 있다. 이 기간 동안은 내 업무 결과를 리뷰해주고 필요한 경우에는 지도를 해줄 수 있는 시니어 개발자가 필요하다. 기술적으로 혼자 학습하는 것에 익숙해 자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꼭 기술적인 성장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 생활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나 업무 계획을 세우는 방법, 일을 관리하는 방법, 결과물의 품질을 높이는 방법 등 다양하게 익혀야 하는 것이 있는데 이는 혼자 힘으로 쉽지 않다.

어떤 커리어로 시작을 하느냐에 따라서 이후 커리어 패스가 많이 달라진다. 첫 선택의 의미를 잘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 선택을 잘못하게 되면 일정 기간 커리어 발전이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는 부분은 있지만, 초반의 고생은 나중에 오히려 좋은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꼭 어떤 선택 하나를 고집하기보다 본인의 상황에 맞게 선택을 하고 선택 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2. 경력으로 이직하는 경우


어떤 직장에서 어떤 업무를 했는지에 따라서 이후 선택지가 좁혀진다. 대표적인 케이스는 다음과 같다.

  • SI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경우
  •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경우
  • 스타트업에서 IT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
  •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에서 IT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
  • 대기업에서 외국계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

이직 사례들을 보면 일반적으로 더 크고 유명한 회사로 커리어를 발전시키기 위해 IT 대기업, 유명한 스타트업, 외국계 회사 등으로 이직을 해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연봉도 그만큼 높아진다.


SI 개발자의 이직
SI 개발자의 경우 기술 스택이 달라도 다양한 문제 상황에서의 해결 경험을 가지고 있다. 촉박한 프로젝트 일정 속에서 개발 경험을 한 경우가 많아 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SI나 전통 대기업 등에서 개발을 한 경우 IT 대기업으로 바로 이직을 하기 어렵다. IT 대기업은 서비스 개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SI와 전통 대기업은 사내 시스템이나 솔루션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기술 스택이나 서비스 요구사항이 서로 상이해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IT 대기업보다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이 더 많은 편이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개발자
많은 사람이 대기업까지 경험을 한 후에 스타트업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 더욱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좋은 스타트업이 많아지면서 처음 커리어를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본인의 성장을 빠르게 한 다음 대기업에서 영향력 있는 역할로 합류해 큰 뜻을 펼치는 사람들도 있다.

스타트업은 개인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을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그 과정에서 나의 역할과 역량이 커지는 것도 있는데, 대기업에서는 그보다 더 큰 노력을 해야만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서비스나 플랫폼을 하는 스타트업은 관련 경험이 없으면 취업에 제약이 있는 편이지만, 대기업보다 좀 더 열린 마인드를 갖고 있고, 상대적으로 인재난에 시달리므로 이직 가능성이 있다. 특히 서비스가 성장 전이라면 트래픽이 아주 많지 않아 서비스 경험의 중요도가 채용에 아주 크리티컬하지 않다. 오히려 함께 성장하면서 배워갈 수 있는 사람인지가 중요하다. 만일 기술 스택이 다르고 서비스 경험이 부족하다면 개인적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나 관련 경험을 최대한 어필해 이직할 수도 있다.


큰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은 개발자
IT 대기업으로의 이직은 보통 어느 정도 본인의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거나 충분한 기술적인 자신감이 쌓였을 때 도전한다. 특히 스타트업에서 경험을 쌓고 이직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스타트업에서는 경험하기 쉽지 않은 대규모 트래픽이나 데이터, 사용자 기반을 경험해보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규모 조직에서 수백 수천명의 개발자가 협업하는 방식이나 프로세스를 배울 수도 있다.

그런데 대기업은 개인의 영향력을 크게 키우기가 쉽지 않다. 대기업은 이미 성장이 어느 정도 끝난 안정기에 접어들어 있기 때문에 일이 더 이상 커지지 않아 나의 성장보다 회사의 성장이 더디게 느껴질 수 있다. 사내 정치나 회사의 결정에 따라 큰 사업의 방향이 바뀌기도 하기 때문에 개인의 영향력이 더 적게 느껴지고 답답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개인기를 발휘하여 복잡한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는 사람이라면 규모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대기업 개발자의 이직
IT 대기업으로 간 개발자들은 외국계 회사 또는 스타트업을 향하게 된다. 외국계 회사는 IT 대기업 만큼의 연봉과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기업 인지도도 높은 편이다. 개발을 할 수 있는 회사는 몇 개 되지 않지만, 경력직은 선택의 폭이 넓을 수 있다. 시니어 개발자는 해외 지사나 원격근무로 취업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국계 회사의 이직 옵션은 영어를 잘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개발자가 포기하곤 한다.

다른 선택지는 다시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타트업은 다양한 커리어 패스를 취할 수 있는 유연성이 높은 선택지다. 스타트업에서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기에 선택지가 넓은 편이고, 커리어 전환에도 유리하며, 스타트업에서 성장 기회도 많은 편이다. 이미 대기업에서 좋은 환경도 접해봤기 때문에 이제는 나 스스로의 역량과 가치를 더 시험하기 위해 선택한다. 더 작은 조직이라고 하더라도 더 큰 역할을 맡으며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싶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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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워크, 생각보다 큰 기회 비용


경력직 이직에 있어 강조하고 싶은 한 가지는 이직 비용이다. 연차가 쌓일수록 혼자서 성장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고 서로 영향을 주면서 커지게 된다. 한 회사에서 경험을 쌓는다는 것은 그 회사에서 일하는 방법을 익히고 주변 동료와의 합을 맞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업계에서의 네트워크를 쌓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를 이직하고 업계를 옮기는 것은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게 그만큼 커지고 이직을 통해 잃어버리는 무형 가치가 크다. 또한, 오래 다닌 직장에서 이직을 하는 경우에는 동료와 전직장에 대한 향수병을 겪기도 한다. 본인이 충분히 좋고 만족스러운 직장을 다니고 있다면, 더 좋은 제안을 찾아서 쉽게 이직하지 않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 지금 직장이 좋은 직장이고 앞으로 전망이 있다면 내가 떠난 후에 더 좋은 직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연봉? 일? 무엇이 더 중요할까


필자는 어떤 일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발자에게 연봉이 전부는 아니다. 스톡옵션이나 창업으로 연봉보다 더 크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결국 내가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나의 연봉이 아닌 역량이 높아지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잘 생각해 보고, 5년 10년 후에 어떤 길을 가고 싶은지에 따라서 선택하길 바란다.

반면, 연봉부터 맞추고 일은 다음에 선택하겠다는 전략도 유효한 전략이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에게 맞는 방법이 있다. 연봉이 적더라도 잘 되었을 때 크게 보상 받는 방식이 있고, 크게 보상 받지는 못 하더라도 안정적으로 보상 받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성향에 따라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어떤 커리어가 가장 좋다거나 정답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본인이 현재 취할 수 있는 선택지에서 가장 좋은 것을 취하자. 현재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 성취하다 보면, 어느새 원하는 개발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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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황리건
필자는 스타트업과 대기업, 외국계 회사, SI 등 다양한 직장에서 엔지니어이자 제품을 만드는 조직의 관리자로 일을 해왔다. 300명 규모의 성장기 네이버에 개발자로 합류하여 2000명까지 성장을 함께 했으며, 이후에는 마이크로소프트로 이직하여 윈도우와 인터넷 익스플로러 개발 플랫폼 출시를 담당하며 국내 다양한 기업 및 개발자 커뮤니티와 협업을 해왔다. 현재는 원티드랩의 공동 창업자로서 채용 및 커리어 플랫폼을 만드는 제품 조직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