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개발자 언니들의 커리어 이야기> 시리즈의 1화입니다.커리어를 어떻게 쌓을지 고민하기 전에 이 일을 즐기고 있는지 먼저 생각해 보세요. 재밌어야 오래 해요.
<홍선숙 쿠팡 개발 팀 매니저> 개발자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높은 연봉을 받고 새로운 걸 개발해 내는 멋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드나요, 아니면 잦은 야근에 말수가 적은 단조로운 사람이란 생각이 드나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개발자의 이미지는 후자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최근,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이유로 개발자가 되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개발자로 커리어를 전환해도 괜찮을까요? 비전공 개발자로 커리어, 잘 쌓을 수 있을까요? 오늘은 홍선숙 쿠팡 개발 팀 매니저와 함께 비전공 개발자로서 가질만한 여러 고민을 풀어보려 합니다. 
홍선숙 쿠팡 개발 팀 매니저 ⓒ 박종현
관광학 전공생, 개발자로 커리어 시작
Q. 관광학 전공생에서 개발자라니,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거창한 이유는 아니고요. 졸업은 다가오고 취업은 해야 하는데 관광학이라는 게 지금도 그렇지만 굉장히 취업 문이 좁았어요. 전전긍긍하고 있던 찰나에 개발자 형부가 ‘개발하는 거 어떠니?’라며 권유해 주셨죠. 당시에는 ‘일단 취업하고 나중에 하고 싶은 거 해보지 뭐!’라는 생각으로 개발 교육 학원에 등록했어요.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관광 업계로 가지 않은 걸 후회한 적 없으신가요?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후회하지 않아요. 사실 후회할 시간도 없었어요. 개발자로 취업하자마자 공부할 게 너무나도 많았거든요. 아무래도 전공생에 비해 컴퓨터 관련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퇴근하면 매일 공부하느라 바빴습니다. 그렇게 2~3년 정도 보내다 보니 그동안 공부한 게 아깝기도 했고, 무엇보다 재미있어서 후회하지 않았어요.
Q. 개발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요?
많은 개발자는 컨트롤하는 걸 좋아해요. 계획한 게 딱딱 맞아떨어지는 걸 좋아하는 경우가 많죠. 개발은 내가 생각하고 의도한 대로 정확히 동작하고 실행되는데, 거기서 희열을 느껴요. 저는 그걸 ‘마약 같은 희열’이라고도 불러요.
Q. 어떨 때 그런 희열을 느끼시나요?
어떤 이슈가 생겼는데 원인 파악이 어려워 며칠 동안 고민한 적 있었어요. 아무리 고민해도 해결이 안 나서 머리도 식힐 겸 산책도 하고 다른 일들을 해봤죠. 그런데 문득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거예요. 며칠을 끙끙 싸매도 되지 않던 걸 1시간, 혹은 30분 만에 코드를 짜고 잘 돌아가는 걸 보는 순간 희열이 크죠. 그 맛에 개발하는 거 같아요. 계속 이 일을 하게 만드는 동력이에요.

ⓒ 박종현
유능한 쿠팡 개발자로
Q. 쿠팡의 개발 문화는 어떤가요?
규모가 많이 커졌기 때문에 초반보다 다양한 부서와 협업하는 문화로 발전했어요. 쿠팡은 이런 문화 속에서도 개발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죠. ‘개발자의 성장과 업무를 별개로 두지 말 것’ ‘업무하면서 기술적인 개발을 못하는 환경을 만들지 말 것’ 등 개발자가 성장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내부 가이드 공유도 하고요.
Q. 쿠팡에 입사하려면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 능력과 논리적 사고 능력이에요. 주어진 문제를 파악하고 풀기 위해 효율적인 방법을 잘 선택하는지를 봅니다. 이직을 준비하는 경력직이라면 업무를 하면서 어떤 방법으로 솔루션을 제안했는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는지, 선택한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얼마나 효율적이었는지 등 다양한 각도로 생각해 보세요. ‘이 문제는 이렇게 해결하면 돼!’라며 정형화된 솔루션만 찾지 말고요. 다른 솔루션, 즉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해 보세요.
혹여나 개발 언어로 지원을 망설이신다면 그 부분은 고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바가 아닌 다른 언어로 경력을 쌓은 개발자의 경우 ‘로켓 커리어 전환 채용 프로그램’을 통해 자바 언어를 교육한 후 실무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Q. 쿠팡의 유능한 개발자들은 창의적인 분들이 많나요?
문제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로 고민하고 문제를 보는 시야도 넓어요. 객관적으로 문제를 보고 예측도 하죠. 물론 경험에서 나오는 거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가 주어졌을 때 단편적으로 그 문제 하나만 보는 게 아니라 그 문제가 가져올 임팩트까지 보면서 대안을 찾아요. 그렇게 대안을 찾으면 다른 문제까지 커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부적으로도 이런 유능한 개발자가 되길 장려하고 있어요.
Q. 쿠팡에 지원하시는 분들께 팁을 주신다면요?
기본적으로 알고리즘 문제를 푸셨으면 좋겠어요. 검색만 해도 볼 수 있는 코드 많잖아요. 쿠팡은 코드 인터뷰가 있으니까 이걸 대비해서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한, 평소에 코드로 작성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코드 인터뷰를 많이 하면서 느낀 건데 다들 말은 잘 해도 코드로 풀지 못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말이 아닌 실제로 코드를 작성해야 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남의 코드를 많이 보셔야 해요. 같은 문제라도 다른 사람의 코드는 전혀 다른 접근법으로 풀거든요. 그걸 보면서 ‘아, 저런 방법으로 풀 수도 있구나’라는 걸 느끼세요. 그 과정에서 솔루션에 대한 시야가 넓어질 겁니다.

ⓒ 박종현
성장통, 개발자에서 매니저로
Q. 쿠팡에서 매니저를 하신다고 하셨어요. 매니저는 어떤 일을 하나요?
쉽게 말해 ‘개발자들의 매니저’라고 보시면 돼요. 각 각의 시스템을 개발하는 개발자의 비즈니스와 업무들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이죠. 또한, 개발자가 잘 성장할 수 있게끔 가이드 제공도 합니다. 한마디로 앞으로 나갈 길을 닦는 역할이에요.
Q. 실무와 매니저 역할을 모두 해야 해서 어려울 거 같아요. 어떤 게 가장 어려우신가요?
매니저는 비즈니스적인 아웃풋을 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개발자들의 성장도 도와줘야 하기에 쉽지 않아요. 이 사이를 미묘하게 조율하는 과정에서 고도의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돼요. 날카롭게 저울질하며 비즈니스도 처리하고 동시에 개발자들의 만족도 신경 써야 하니까요. 저에겐 두 가지의 과제가 요구되는 셈이죠.
Q. 개발자 업무와 어떤 부분이 가장 달랐나요?
개발자일 때는 나에게 주어진 업무만 잘 수행하면 됐었죠. 커뮤니케이션도 팀원이나 다른 부서 동료처럼 개인 간의 소통이었어요. 그런데 매니저는 팀 전체 혹은 타부서 전체를 설득해야 하더라고요. 혹여나 상충되는 조건이 있으면 조율도 필요하고요.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중요하구나를 다시 한번 느꼈어요.
Q. 커뮤니케이션 말고도 개발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아무리 급해도 대충, 꼼수를 써서 개발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개발도 식물처럼 계속 돌보고 키워줘야 합니다. ‘개발됐으니까 이제 끝’ 이런 게 아니에요. 한번 서비스가 출시되면 다양한 이슈에 노출되고 그걸 해결하려면 비용이 들어요. 그러니 기술적인 관점에서 장기적인 임팩트도 100% 고려해야 하죠. 비즈니스적으로 급할 때도 분명 있지만 급하다고 꼼수 써서 개발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더 큰 이슈가 나기 마련이니까요.
Q. 어떤 매니저가 되고 싶으신가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매니저가 되고 싶어요. 즐겁게 일하려면 싱크 업이 중요해요. 하나의 팀으로서 같은 생각을 해야 시너지가 나니까요. 그래서 개발자들과 소통을 자주 합니다. 팀원들과 함께 솔루션을 찾고 답답함에 공감하며 들어주고 있어요. 실제로 만족도도 높고 해결이 안 되더라도 어떤 점이 힘들고 무엇이 어려운지 들어준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낮아지는 것도 확인했고요. 저 또한 이런 대화를 통해 팀원의 생각을 알게 되고 생각지 못한 인사이트를 얻기도 하죠.

ⓒ 박종현 비전공 개발자를 위한 조언
Q. 생각했던 것과 다른 개발 업무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현재 상황을 탈피할 수 있게 본인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 하는 게 재미없다면 어디서 재미있어하는지부터 찾아야 하죠. 대부분 오픈 소스 개발이고 깃허브라는 좋은 툴도 있으니 관심사를 찾아 그걸 기반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고, 버그를 찾아 컨트리뷰트도 해보는 등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요. 주어진 상황에 매몰되지 말고 하고 싶은 게 정확하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해 보세요. 하고 싶은 걸 주도적으로 하다 보면 뭔가를 하고 있고 계속하다 보면 대단한 일이 되어 갈 겁니다. Q.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커리어를 쌓아 나가면 좋을까요?10년 후의 커리어를 고민하기 전에 이 일을 정말 재밌어하고 즐기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시길 바라요. 진짜 일이 재미있어서 계속하다 보면 어느새 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내가 몇 년 뒤에는 이런 기업 갈 거야’라고 이력 쌓기에만 몰두하다 보면 개발 자체를 즐기기 보다 이력서 한 줄을 위한 프로젝트만 좇게 돼요. 그러면 면접관도 다 알아요. 개발이 재밌어서 하는 사람과 경력을 위해 수동적으로 일한 사람은 이력서만 봐도 다 나오거든요. 즐기는 개발자들을 보면 모니터로 빨려 들어가요. 코드를 짜면서 미소를 짓고요. 그 상황 자체에 몰입된다는 건 그게 재밌고 관심사란 거잖아요? 그래야 오래 하는 거 같아요. Q. 선배 개발자로서 원티드 독자분들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신입사원이 들어오면 항상 하는 말이 있는데 '침착하기' '시간이 필요하면 요청하기' 이 두 가지예요. 개발 초년생이라면 넓은 시야를 가지기 어려울 거예요. 넓게 보고 예측하는 건 트레이닝이 필요한 일이거든요. 주니어분들은 의식적으로 조바심을 내지 않으려 해야 합니다. 마음에 여유를 갖고 침착하게 진행해도 돼요. 반복하다 보면 내공이 쌓이며 성장할 거고 그게 경력이 되는 거죠. 경력 개발자라면 문제를 해결할 때 경험에 의존한 익숙한 패턴에 빠지지 말고 다양한 접근법을 찾으시길 바라요.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면 분석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시야가 좁아질 수 있어요. 가끔은 한 발짝 뒤에서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세요. 내가 뭘 해결해야 하고,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걸 해결하기 위해 이걸 하는지 등 조금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하다 보면 본인의 개발 방향성이 보일 거예요. 집중해서 일에 몰입하다 보면 다른 생각 할 겨를이 없어요. 자연스럽게 다른 기회가 오고, 그 기회에 또 몰입하다 보니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되었네요. 결론은 이 일이 재밌다는 겁니다. 오래 개발하고 싶다, 개발자로 성장하고 싶다는 분들께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그냥 즐기라고. 개발자의 삶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본 콘텐츠는 걸스인텍과의 협력을 통해 제작되었습니다. ▶ <개발자 언니들의 커리어 이야기> 시리즈 보러 가기CREDIT
김한나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박종현ㅣ원티드 영상 제작 PD발행일 2021.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