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개발자 언니들의 커리어 이야기> 시리즈의 2화입니다.비전공자로서 겪는 어려움을 묻자 김나영 개발자는 활짝 웃으며 ‘없다’고 답했다. 내 안에 부유하는 역량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그에게 여전히 개발은 즐거움이고 새로운 문을 여는 융합의 장이다. 
ⓒ 김나영
개발을 디자인하는 시간
뱅크샐러드 김나영 개발자는 디자이너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내 개발자 커리어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는 디자이너로서 다져온 경험을 지렛대 삼아 비전공자로서 겪는 어려움을 폴짝 뛰어 넘었다.
자세한 커리어 전환 동기가 궁금합니다. 익숙한 일을 뒤로 하고 다시 출발점에 선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요.
전공은 콘텐츠디자인학과인데 사실 컴퓨터공학을 베이스로 한 학부예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상호작용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과목을 수강하기도 했죠. 여러 분야를 경험할 수 있는 학부였기 때문에 개발 진입 장벽이 높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물론 쉽지만은 않았지만요.(웃음)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데 느끼는 니즈를 개발자가 아닌, 디자이너로서 해소할까 하는 고민도 있었어요. 하지만, 뒤늦게 후회하는 것보다 지금 직무 전환을 위해 비용을 과감하게 투자하는 선택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개발자와 협업이 필요해요. 디자이너로 일할 당시 의도했던 대로 제품을 구현해야 하는데 관련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개발자와 레벨을 맞춰 소통하기 어려웠고, 그 지점이 제품 완성도에도 영향을 미쳤어요. 결국 최종 구현은 개발자가 담당하기 때문에, 디테일한 구현에도 디자이너의 생각과 손길이 닿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때부터 개발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공부했어요. 기본 지식이 조금씩 쌓이니까 개발자를 설득하고 이해 시키는 데 훨씬 수월해졌고, 점차 더 깊은 개발 공부에 관심이 생겼어요. 부트 캠프(Boot camp)를 통해 개발을 제대로 배우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첫 회사는 언제나 주변에 개발자가 있었고, 개발 생태계를 이해하기 적합한 환경이었습니다. 이는 제가 커리어를 전환할 때 개발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상태에서 넘어갈 수 있게 도와주었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비전공자가 개발자로 직무 전환을 하고 싶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혼자 하는 개발 공부는 시간 투자를 정말 많이 해야 해요. 아마 특정 부분에서는 한계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공부를 같이 봐줄 동료와 멘토가 있는 스터디 모임을 추천해요. 다 함께 모여 공부하면 개발 뿐 아니라 커리어를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나아갈 수 있는 갈림길이 다양해지죠. 개인적으로 스터디를 모집하기보다, 기수별로 멤버를 뽑는 프로그래머스(Programmers)와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좋아요. 특히, 경력자가 있는 스터디에서는 자신의 성장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죠. (혼자 작은 프로젝트들을 만들어 보는 경험은 어떤가요? 실제로 도움이 되나요?) 온전히 혼자 힘으로 프로젝트를 창출하는 건 힘들어요. 그렇지만, 역량이 된다면 해볼 만한 일이에요. 완성도와 관계없이 A부터 Z까지 모든 과정을 경험해봤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또,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구나’라는 성취감이 공부를 계속해나가는 데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요?
최근에는 비전공자가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기본적인 개발 용어와 환경을 공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개발자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저는 포지션 특성상 주로 마케터 그리고 디자이너와 이야기해요. 대화할 때 최대한 개발 용어 없이 비유를 활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쉽게 설명하려고 합니다. 말씀 주신 것처럼 감사하게도 다른 부서 분들께서 개발에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고 노력해 주세요. 뱅크샐러드는 개발자와 비개발자가 협업하다 서로의 상황에 대해 이해가 어려울 경우, 원 페이저(One-Pager)*를 활용해요. 원 페이저를 토대로 개발에서 시도하려고 하는 내용과 협업하고 싶은 부분을 정리해가며 소통하죠. 그럼 확실히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줄어요. 반대로, 다른 부서가 저에게 공유하는 내용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부탁드려요. 당시에는 부끄럽거나 번거롭다고 느낄 수 있지만, 투명하고 명확하게 대화를 주고 받아야 일의 능률도 올라가기 때문이에요.
*원 페이저: 프로젝트 기획, 방향, 목표 등을 한 페이지에 정리한 기획안

ⓒ 박종현
말할수록 또렷해지는 기술
김나영 개발자는 꾸준히 블로그 글을 써왔다. ‘블로그 글쓰기’는 그가 개발자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내 안에 있는 지식을 목적에 맞게 구조적으로 얼개를 잇는 작업이 회의나 업무 진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상대방에게 니즈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 그가 꼽은 개발자로서 갖춰야 할 중요한 역량 중 하나다.
첫 번째 열쇠 : 커뮤니케이션 기술
현재 자산관리 서비스 플랫폼 ‘뱅크샐러드’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계십니다. 팀 분위기와 협업하는 방식이 궁금합니다.
저희 팀은 어떻게 하면 타 부서와 커뮤니케이션을 잘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요. 우리가 무의미하게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대화를 줄이고, 루틴한 업무를 자동화하는 방안을 고찰하며, 한정된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고 하죠. 무엇이 우리 협업 상황을 더욱 올바른 방향으로 조성해 주는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도메인별로 흩어져 있는 여러 스쿼드가 같은 결을 유지하고, 하나의 제품을 완성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어요. 비단 ‘개발자-비개발자’ 관계만이 아니라, 개발자들간에도 소통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해요. 이에 따라, 저희 팀은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이는 체계를 구체화하고 현업에 적용하는 논의를 진행 중입니다. 이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개발자가 프로젝트 팀원으로서 가치 있는 존재가 되는 것 같아요.
요즘은 자기 개발 시대인 것 같습니다. 주어진 업무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며 커리어 역량을 넓히고자 하죠. 나영 님은 어떤가요?
지금은 개발 지식도 공부 중이지만 ‘함께 일하면 좋은 동료’를 목표로 커뮤니케이션 공부를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의 경험을 되돌아 보고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는 연습을 하죠. 또 한 가지가 있다면,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출시하는 데 인사이트를 얻고 싶어 서비스와 관련한 책을 찾아 읽기도 합니다. 디자인과 더불어 PO, PM이 많이 읽는다는 도서도 챙기고 있어요. 책을 읽다 실무와 연결할 수 있는 부분이 나올 때면 너무 설레요. 당장 다음 날, 실무에 적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죠.

GDG DevFest Seoul 2019에서 연사로 발표하는 모습 ⓒ 김나영
나영 님께 개발은 어떤 매력이 있나요? 때론 고되기도 하지만, 어느새 다시 골몰하게 되는 나의 직업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우선, 협업을 통해 무언가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아요. 디자이너로 일한 시기에는 개인 작업을 위주로 업무를 봤었어요. 내가 한 작업물을 일방향으로 넘기는 듯한 프로세스 대부분이었죠. 그런데 개발은 누군가와 협업을 해야만 제품을 구현할 수 있잖아요? 이런 지점에서 개발은 스포츠맨십이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해요. 각자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어떤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진행시킬 수 있을지 쉼 없이 고민하고 호흡을 맞춰야 합니다. 열정을 다한 만큼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풀리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반복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을 듯합니다.
개발과 관련한 어려움은 아니지만, 여러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오면 힘에 부치는 것 같아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시는 편인가요?) 최대한 현명하게 짜둔 전략 아래 교통정리를 하려고 해요. 우선순위를 올바르게 세우고, 연이어 들어오는 요청들에 수용 가능한 데드라인을 정해요. 이후에 마감일을 지키지 못하는 것보다 어렵더라도 태도를 정확하게 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비전공자 개발자로서 겪고 있는 힘든 점도 있을까요?) 음, 없어요.(웃음) 연차가 낮았을 땐 자격지심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현재는 생각의 방향을 완전히 바꿨어요. ‘어떻게 해야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가’를 골몰하죠. 비전공자 개발자가 욕심도, 노력도 상당한 편이에요. 그래서, 저는 일을 하는 동안 비전공자와 전공자의 차이를 느끼는 순간이 거의 없었어요. 주변을 둘러 보면 어느새 비전공자 개발자도 상당하고요!
두 번째 열쇠 : 융합
여성 리더십 양성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걸스인텍(GIT, Girls in Tech Korea) 코리아’에서 인터뷰하신 영상을 봤어요. 개발자 부문으로 회사 면접을 봤을 때 나영 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셨다고요. 디자인과 개발을 융합하는 프론트 개발자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디자이너와 프론트 개발자가 서로 생각하는 싱크가 맞아야 해요. 상대방이 디자인 관점으로 이야기해도 내가 기본 배경 지식이 있는 상태로 듣고, 개발을 소화해야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디자이너도 마찬가지예요. 개발의 일부 시스템을 이해한다면, 제품이나 서비스 구현 과정을 좀 더 전략적으로 기획할 수 있을 거예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자신이 지닌 강점을 개발과 융합하며 성장 목표를 잡는 일이 정말 중요해요. 이미 외국에서는 디자인 대학 학부 과정에 개발 교육이 있다고 들었어요.
개발자 첫 면접에서 이렇게 어필했어요. “저를 뽑아 주신다면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들지 않고, 디자이너와 함께 퀄리티 높은 산출물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 박종현우리 인생도, 아무튼 개발
걸스인텍 코리아 인터뷰에서 ‘다시 돌아가도 개발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김나영 개발자는 주저 없이 ‘O’ 팻말을 들었다. 롱런하는 개발자가 꿈이라는 그는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까.롱런하는 개발자가 되기 위해 어떤 태도와 역량이 중요할까요? 지치지 않게 속도를 조절하며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 쉬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죠. 또 하나는, 개발자가 매일 화려한 기술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진 못해요. 따라서, 일 자체에서만 개발을 배우려고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누군가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점검해 보는 시간도 가져야 합니다.(개인의 몫도 중요하지만, 가까이서 성장을 바라보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롤 모델도 있어야겠죠?) 맞아요. 제가 주니어 때 그런 분들이 계셔서 정신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어요. 첫 회사에선 여성 개발자 딱 한 분 계셨는데,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기도 했어요. 저와 같은 사람을 위해서라도 미디어 등에 커리어 이야기를 노출해야 한다고 느껴요. 대단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거기에서 아이디어와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프론트 개발자 기준으로 말씀드려도 될까요? 너무 욕심내서 달릴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분명히 다들 본인만이 가진 역량이 있을 거예요. 개발은 배워서 바로 쓸 수 있는 기술이고, 내 성향이 곱하기됐을 때 시장에서 특별해집니다. 제가 잡은 건 디자인이에요. 다른 예로, 통계를 하다 프론트로 온 사람은 데이터 분석 쪽으로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면 되어요. 개발만 하면 안 됩니다. 다른 분야와 섞어 목표를 잡으면 즐겁게 롱런하는 개발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아,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라는 말도 덧붙이고 싶어요. 이런 말 해주는 사람이 현업에서 찾기 힘들거든요.*본 콘텐츠는 걸스인텍과의 협력을 통해 제작되었습니다. ▶ <대박 내는 마케터들의 이야기> 시리즈 보러 가기CREDIT
박효린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박종현ㅣ원티드 영상 제작 PD 발행일 2021.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