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개발자 언니들의 커리어 이야기> 시리즈의 3화입니다.16년 차 개발자 김지선님그의 커리어의 1/4을 차지하고 있는 AWS. 넥슨코리아, 엔씨소프트, MS, 우아한형제들까지 섭렵한 프로 이직러가 정착한 회사, 긴 기간 근무해도 여전히 좋다는 AWS의 매력은 무엇일까. ‘AWS가 좋은 점이 무엇인가요?’라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일단 일이 엄청 많아요, 일이 많은데 그래도 좋아요”라는 대답. 이쯤 되면, AWS의 일하는 방식, 그리고 지선님이 일을 대하는 태도가 궁금해집니다. AWS라는 정글에서 커리어를 쌓아가는 지선님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 김지선
아마존에 근무하고 계시는데, 현재 회사에서는 어떤 업무를 하고 계시나요?
저는 AWS 솔루션즈 아키텍트로 일하고 있어요. 고객이 클라우드를 좀 더 잘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테크 어드바이저의 역할이죠. AWS의 테크 어드바이저들은 1:1로 고객을 만나기도 하고, ‘스케일 플레이’라고 불리는 웨비나 형태의 테크 콘텐츠를 대수의 고객에게 전달하기도 해요. 가장 유명한 테크 행사 중 하나인 AWS 써밋과 같은 퍼블릭 행사의 스피커로 참여하기도 하죠. 저는 그중에서도 솔루션즈 아키텍트, 줄여서 SA라고 부르는 이들이 효율적으로 본인의 일과 개인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지원하는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직을 많이 하신, ‘프로 이직러’가 아마존을 선택했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 같은데요?
저는 일을 좋아하는 편이고, 이전 회사에서도 자타공인 워커홀릭 딱지를 달고 다녔어요. 그런데 아마존은 ‘업무 끝판왕’이라고 명성이 자자해서 차마 지원을 못하고 있었어요. 물론 내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나라는 생각도 있었고, 혹시 들어가서 일하다가 죽으면 어쩌지 라는 생각도 있었죠(웃음). 그런데 한번쯤은 가보고 싶었어요. 클라우드 끝판왕 + 워커홀릭 끝판왕을 정복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죠. 우연히 지원할 기회가 생겨서 간신히 입성했어요.
소문대로였나요?
200% 맞아요(웃음). 하고 싶은 일이 널려있고, 제가 오너십을 가지고 그냥 일하면 되는 환경이에요. 복잡한 승인 절차도, 이유 없는 반대도 없어요. 모든 것은 데이터에 근거해서 제가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설득하고 시작하면 돼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아마존의 방식인 6 pages Narratives를 쓰고 상대를 설득하면 되는, 지극히 객관적이고 투명한 프로세스의 회사예요.
더불어 엄청나게 일만 하는 회사가 아니어서 좋아요.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가 강조하는 워크앤라이프하모니(work&life harmony) 그 자체예요. 나에게 업무 주도권이 있기 때문에 스케쥴, 업무 프로세스 모두 제가 만들 수 있어요.
* 6 pages Narratives : 간단한 서술형의 6페이지 메모

ⓒ 박종현
아마존은 경쟁이 치열하고 끊임없이 성장을 독려한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실제 모습은 어떠한가요?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아마조니안은 바(bar)를 높이는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정말 어디서 그런 구성원들만 모아놓은 느낌이에요. 스스로 할 일을 찾고 오너십 강한 사람들이요. 아마존은 채용부터 보상까지 프로세스가 명확하고 객관적이에요. 채용을 예로 들면, 아마존 채용 프로세스는 7~8번의 아마존만의 독특한 인터뷰 과정을 통해 아마존 컬처와 잘 맞는 분을 모셔요. 매니저나 특정인이 본인이 채용하고 싶은 사람을 타깃해서 독단적으로 뽑을 수 없는 구조이죠. 모든 인터뷰어들이 본인들이 인터뷰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Voting을 해서 후보자를 선출해요. 그리고 그 과정을 조율하고 공정한 의사결정을 돕는 Bar Raiser라는 별도의 역할을 가진 사람도 인터뷰 과정에 참여합니다. Bar Raiser 역할은 맡고 싶다고 맡을 수 없고, 오랜 기간 지옥(?)의 트레이닝을 거쳐 자격을 얻어야 해요. 그런 길고 어려운 인터뷰를 통한 사람들이니 실력은 이미 검증 됐다고 할 수 있죠. 이런 분들만 모아둔 곳이라 확실히 경쟁도 치열하고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러나 그 안에서 성장하는 내 모습이 너무 명확히 보여서 전 그 점이 너무 좋아요.
사실 조직에서 계속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기가 쉽지가 않잖아요. 헌데 아마존은 일과 동료들을 통해 성장을 느낄 수 있는 문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10년이 넘은 연차를 가진 경력자로서 계속 성장하는 것은 쉽지 않거든요. 나를 성장하게 만드는 조직과 동료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즐겁고 좋아요. 그리고 냉정하고 치열한 경쟁 문화라기보다는 서로 함께 커가는 느낌이에요. 예를 들면 주요 업무 중 하나가 고객을 위한 유용한 데모를 만드는 것인데요. 이 데모를 만들기 위해 개발, 데이터, 네트워크, 인프라 등 다방면에서 잘하는 분들을 내부에서 모집해요. TF를 만드는 것이죠. 그리고 데모를 뚝딱뚝딱 만들어요. 금요일 하루는 오롯이 이런 내부 개발 프로젝트만 진행하는 등 ‘Sharpen the saw’에 집중하는 ‘빌더스 프라이데이’라는 문화가 있어요. 이 모든 과정을 누가 시키거나 등 떠밀지 않아요. 자발적으로 누군가 이거 하자고 아이디어를 내면 우르르 손들고 달려가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다 같이 성장하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아마존은 지선님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곳이네요. 반대로 지선님이 일하기 힘든 조직은 어떤 곳인가요?
객관적이고 투명하지 못한 프로세스와 평가 시스템이 있는 조직이요. 그리고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곳. 그런 곳은 일단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힘든 분위기잖아요. 목소리를 내는 몇몇 사람이 독단적으로 의사결정하고 구성원들은 점점 불만이 쌓이게 돼요. 나중엔 소위 말하는 고인물이 되죠. 고여있는 것과 불공정, 개인적으로 이 두 가지는 정말 못 견디는 거 같아요.
추가로 소소한 것을 덧붙이자면, 반말하는 문화의 조직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반말을 하는 이들은 친근감의 표시라고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장점이 하나도 없다고 봐요. 오히려 업무를 할 때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 더 어려운 거 같고요. 사내에 친한 사람이 있는 건 당연하고 좋지만, 회사에서는 우리 모두 동등한, 프로페셔널한 동료입니다. 언니, 형, 동생은 회사 밖에서 했으면 해요. 회사에서는 회사 방침에 따라 비즈니스 타이틀을 불러주거나 ‘님’이라는 호칭과 함께 존대를 하는 것이 좋은 거 같아요.

ⓒ 박종현
현재 팀 매니저 역할이신데, 팀원으로 일할 때와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한 사람의 SA로 일할 때는 내가 맡은 고객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의사결정하거나 업무를 했어요. 주로 테크니컬 관련 문제나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어서 답이 명확한 것들이 많았죠. 지금은 의사결정의 기준이 달라졌어요. 답이 명확하지 않은 것들이 많아요. 또 저희 팀 SA분들의 고충과 의견을 듣고, 리더십팀에 전달해 최대한 저희 팀원들의 고충을 해결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환경을 개선해야 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의 호흡이 길고 타협해야 할 것들이 많아요. 팀 대 팀으로 일하고, 각 팀마다 서로 가진 목표가 있어요. 이러한 성과 목표를 잘 조율하면서 최대한 우리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게 가장 힘듭니다. 마치 현실판 삼국지 게임을 하는 느낌이랄까요(웃음).
모든 아마조니안들은 Leadership Principle을 기준으로 일하고 있는데, 저도 그런 측면에서 우선 최대한 피드백을 많이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아마존은 모든 것이 고객의 피드백으로부터 시작하는 Working Backwards 문화니까요. 그리고 팀원들에게 권한을 100% 드리면서 책임은 함께 나눠지는 매니저가 되려고 노력해요. 또한 제 고객인 팀원들이 하이라이트를 받아서 성공할 수 있도록 서포트 역할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그럼 커뮤니케이션이 업무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거 같아요. 주로 어떤 분들과 커뮤니케이션 하시나요?
외부로는 당연히 AWS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있고, 내부로는 함께 원 팀이 되어 일하는 SA, 서포트 엔지니어, 세일즈, 마케팅, HR의 여러 동료분들이 있습니다. 이분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기 위해 최대한 많이 듣고, 핵심을 파악하려고 노력합니다. 상대가 원하는 방향과 다른 동문서답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잘 파악하려면 아무래도 데이터가 많아야 하니 귀 기울여 듣고 계속 질문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개발자의 언어가 아닌 듣는 분들의 언어로 최대한 이야기하려고 노력해요. 실제로 반대의 성향을 가진 분들을 만났을 때 힘들었던 적이 꽤 있었어요. 우리의 요구사항과 완전 다른 본인만의 방식을 고집하고 타협하지 않는 분들과의 업무는 정말 힘들었어요. 가끔 높은 수준의 결과를 위한 개발자 / 엔지니어의 고집으로 이해하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 그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개발자들의 장기적인 커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앞으로 개발자들이 특히 강화해야 하는 역량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개발자니까 당연히 개발을 잘해야겠지만 시니어로 갈수록 개발 이외의 부분도 중요해지는 거 같아요. 예전에는 실력만 좋다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다소 부족해도 이해하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잘 나누고,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이들이 선호되고 있어요.
더 이상 코드랑만 대화하는 개발 롤은 없어요. 내가 만든 코드를 누군가는 이어받아서 추가로 개발하거나 운영하고, 다른 팀과도 계속 소통해야 하는 구조죠. 일을 하면서 ‘저는 이런 관점에서 코드를 짰는데 혹시 부족한 거 없을까요?’ 라고 질문하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해요. 내 코드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개발자라도 환경이 다르고 요구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서로 많이 묻고 들어주는 태도가 필요해요. 혹시나 내 의견이 다르더라도 먼저 공감해 주고 그다음에 이건 어때요?라고 하게 되면 의사소통이 잘 될 거라고 믿어요.
개발자들은 이직이 잦은 편인데, 지선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직할 때 확인해야 하는 몇 가지를 꼽아 주신다면?
가장 중요한 점은 ‘내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름 좋은 회사, 돈 많이 주는 회사 모두 좋죠. 하지만 주니어 단계에서는 무엇보다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회사인지를 확인했으면 해요. 회사 내 ‘고인물’이 아니라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가 중요해요. 그리고 어느 정도 연차가 쌓였다면, 내가 주도권을 갖고 회사를 골라서 갈 수 있을 거예요. 이때 나를 소모시키기만 하는 회사는 피하셨으면 해요. 초반에는 내가 회사 성장에 큰 기여를 한다는 사실에 신나서 일하지만, 곧 번아웃 되기 쉬워요. 소위 말해 ‘나를 쪽쪽 빨아먹는 느낌’이죠. 연차에 상관없이 최대한 나도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하면 좋을 거 같아요.

TECH SUMMIT 2017에서 ⓒ 김지선지선님이 커리어의 롤모델로 삼고 있는 분이 계신가요?엔씨소프트 근무 당시 본부장이었던 김범준(현 우아한형제들 대표)님을 꼽고 싶어요. 같이 근무할 때 직원들을 많이 배려해 주셨고, 특히 구성원들이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독려해 주셨어요. 그분의 말씀이 매니저 역할을 하는 지금 많이 도움이 되는데, 특히 매니저는 구성원의 엄마가 아니라는 거, 그들을 과잉보호 하지 말고 스스로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고 지원해 주라는 거였어요. 많은 리더들이 말로만 하는 가치를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는 분이셨어요. 그럼 지선님은 구성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 때 기분이 좋으신가요?‘웃겨서 좋아요’라고 말할 때??(웃음). 작년에 저희 조직에서 가장 재밌는 사람을 뽑을 때 제가 1등 했어요. 제 칭찬을 제가 하려고 하니 부끄럽지만, 눈높이를 맞춰 같이 이야기하고 들어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소통이 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을 때 기분이 좋더라고요. 아마존은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 롤이 구분되어 있어요. 워낙 많은 서비스가 있고, 저희 고객들은 하나의 서비스만 쓰는 것이 아니니까 전체적인 관점에서 아키텍처를 그려주고 잡아주는 제너럴리스트가 있고, 특정 서비스에 깊이 들어가는 스페셜리스트가 있어요. 저는 데이터 관련 스페셜리스트이기도 했는데, 처음에 제가 스페셜리스트로 롤을 옮겼을 때 사람들이 정말 ‘스페셜한’ 사람으로 인식하더라고요. 이전보다 조심스럽고 공손하게 대한달까. 이해할 수 없어서 이런 분위기를 깨려고 노력했어요. 테크닉은 높여가지만, 제 자신은 낮추려고 노력한 거죠. 지금은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지만, 그때는 스페셜리스트는 ‘스페셜한’ 대우를 받는 분위기가 일부 있었던지라 저의 태도가 달라보였던 거 같아요. 이런 노력으로 소통이 잘 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 거 같아요. 잠깐의 인터뷰이지만, 지선님이 굉장히 유쾌한 분이라는 게 느껴져요.그런가요? 다행이네요. 계속 재밌는 사람이고픈데, 사실 요새는 유지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말수도 점점 줄고 또 어떤 분들은 매니저는 그러면 안 된다고 하는데, 그런 게 어딨나요? 매니저도 웃길 수 있는 거지! 팀이 잘 되고, 구성원들이 원하는 커리어 플랜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정의하는 김지선 님.
이제 막 팀 매니저로의 길로 들어서면서 아직 좌충우돌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팀원들이 회사나 자신의 업무에 애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그 마음 하나만으로 일단 합격점을 받은 게 아닐까요.
무한한 기회가 열려 있는 아마존에서의 그의 커리어 성장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
*본 콘텐츠는 걸스인텍과의 협력을 통해 제작되었습니다. ▶ <개발자 언니들의 커리어 이야기> 시리즈 보러 가기CREDIT
정은혜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eunhye@wantedlab.com) 박종현ㅣ원티드 영상 제작 PD 발행일 2021.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