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전환에 성공한 카카오스타일 개발자

커리어 전환에 성공한 카카오스타일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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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개발자 언니들의 커리어 이야기> 시리즈의 4화입니다.


“개발, 흥미가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어…지레 겁먹지 않았으면”

조영임 카카오스타일 커머스시스템 주문파트 서버 개발자


IT 개발 직군 채용시장이 뜨겁다. IT 비전공자의 진입까지 늘고 있는 추세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IT 기업들이 개발자 수혈에 열을 올리면서다. 그런데 IT 비전공자 중 개발 직군에 눈을 돌리는 것은 신입 구직자뿐만이 아니다. 다른 직군으로 경력을 쌓아가던 사람들 중 개발 직군 채용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관심이 커지는 만큼 “내가 과연 커리어 전환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머뭇거리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커리어 전환 유경험자의 생각은 어떨까. 

기획자에서 개발자로 커리어를 전환한 6년차 개발자 조영임 카카오스타일 서버개발자는 원티드 에딧과의 인터뷰에서 “개발에 흥미가 있다면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레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다만 구직자 스스로가 이전 경력에 대한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 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덧붙였다. 

조영임 개발자의 말처럼 다른 직군에서 개발자로의 커리어 전환은 가능한 것일까?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카카오스타일 개발자의 일상은 어떨까? 조영임 개발자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영임 개발자 ⓒ 박종현


현재 하시는 일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개발 경력 6년차로, 현재 카카오스타일에서 커머스시스템 주문파트 서버를 개발하고 있어요. 배송 추적, 취소반품교환을 비롯한 클레임 관련 기능을 담당하고 있고요. 카카오스타일은 여성 패션 쇼핑 앱 ‘지그재그’, 카카오의 패션 큐레이션 서비스 ‘패션 바이 카카오’ 등을 서비스하는 회사인데요. 지그재그를 운영하던 크로키닷컴과 카카오커머스가 올해 7월 합병하면서 출범했어요. 저는 크로키닷컴에 2019년 12월 입사했는데요. 회사가 합병되면서 카카오스타일 직원이 됐습니다.

카카오스타일 근무 전엔 교육기술 스타트업인 노리코리아에서 일했습니다. 노리코리아엔 제품 기획자로 입사했고 이후 PM(Project Manager) 업무도 했어요. 이후 부서 이동을 통해 개발 업무를 하게 됐습니다. 


기획자로 일하다가 개발자로 직군을 변경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노리코리아에는 CTO(Chief Technology Officer최고기술경영자)가 신입 직원을 대상으로 개발 교육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저는 당시 유학을 가려고 준비하다가, 회사의 개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 업무를 할 수 있으면 회사에 남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회사에 요청해 신입사원처럼 면접을 보고 개발 부서로 이동을 했는데 생각보다 개발 업무가 잘 맞아서 계속 하게 됐습니다. 부서 이동을 한 뒤엔 회사 개발자 교육 커리큘럼을 따라 4~5개월 정도 개발 업무를 배운 뒤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개발의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끼신 건가요?

대학 때 복수전공으로 공부했던 정보문화학 수업에서 서비스 기획 같은 것을 배운 적이 있어요. 그때부터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알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노리코리아에서 기획자‧PM으로 일할 때 CTO가 기본적인 개발을 가르쳐주기도 해서 관심이 가기도 했고요. 나만의 전문적인 기술을 업으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개발은 명확한 전문 기술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어요. 참고로 대학 때 전공으로는 화학교육을 공부했습니다. 

회사 워크숍에서 젠가하는 모습 ⓒ 조영임 


회사 내 부서 이동을 통해 개발자로 직군을 전환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편인가요?

회사마다 많이 다른데, 전혀 다른 직군에서 개발 직군으로 옮기는 일이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저의 사례가 좀 특수한 것 같습니다. 


개발과 기획은 전혀 다른 분야인데 개발 공부가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개발을 공부할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셨나요?

당시 노리코리아의 개발 교육 커리큘럼에 컴퓨터 공학의 기본 지식이 모두 다 나와 있지는 않았습니다. 현업에서 필요한 지식들을 주로 많이 알려주면서 기본 개념을 가볍게 훑고 지나가는 정도였는데요. 저는 그런 개념까지 조금 더 뒤져가며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조금 더 재미있기도 했고요. 제가 비전공자이다 보니 지금도 개발이 약간 어려운데, 모르는 것을 찾아볼 때 어떻게 찾아보면 되는 지에 대해서 그때 공부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개발은 약간 논리적인 사고력만 있고, 본인이 관심이 있으면 웬만하면 누구나 다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직무에서 개발로 전환을 할 때 보통 프론트엔드로 가는 경우가 많던데요. 영임님은 처음부터 서버를 담당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회사에서 개발 커리큘럼 교육을 받을 때 CTO가 제 성향을 보시고 서버 개발이 더 맞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셔서 서버업무를 하게 됐어요. 회사에 서버 개발자가 필요한 상황이기도 했고, 저 스스로도 서버 개발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요. 

프론트엔드는 섬세하고 미적 감각이 좋으신 분들이 잘 하시는 것 같아요. 서버의 경우 프론트엔드와 달리 시각적으로 어떻게 작동되는지 보이지 않고 시커먼 화면에 텍스트만 나와서 갑갑해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것이 크게 갑갑하지 않아서 서버 업무를 하는 것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노리코리아에서 이직은 어떤 이유로 하셨고, 이직할 때는 어떤 기준으로 하셨나요?

이직에 대한 기준은 명확했습니다. 노리코리아는 직원이 10여명일 때 입사해서 80명 정도가 됐을 때 퇴사했는데요. 그 단계는 겪어봤으니까, 직원 수가 현재 50~100명 정도인데 앞으로 더 커질 회사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보다 다양한 경험을 오래 하신 시니어가 많은 곳에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이것들을 기준으로 이직을 시도했고, 오퍼를 받은 몇 군데 회사들 중 이 기준에 가까웠던 곳이 크로키닷컴(현 카카오스타일)이어서 이직을 결정했습니다. 실제 제가 크로키닷컴에 들어올 때 직원 수가 100명 정도였는데, 지금 카카오스타일의 직원 수는 300명이 넘는 것 같아요. 


카카오스타일에서 일할 때 어떤 부분에서 가장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시는 지 궁금합니다. 

규칙이 엄청 많고 복잡한 코드를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바꾸는 작업을 많이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는데요. 교체하는 과정에서 트래픽이 늘어나고 사용자도 많아졌죠. 회사와 제가 함께 성장하는 부분이 있어 보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내 문화적인 부분으로는 회사 정보가 공유된다는 점이 장점인 것 같아요. 회사가 이 정도 규모로 커지면 회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공유받기 쉽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매주 월요일마다 주간 회의를 하면서 각자 파트에서 어떤 것을 진행하는지를 돌아가면서 간단하게 이야기를 다 해 주십니다. 회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공유받을 수 있는 것은 굉장히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 박종현


커리어를 전환한 개발자로서 여전히 겪는 어려움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극복 방법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항상 ‘다른 사람에 비해 CS기본지식이 부족한데 사람들이 그걸 잘 모르고 칭찬만 해주는 것 아닐까’라는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에 시달립니다. 혹은 다른 어딘가에서 개발자로서의 자신을 증명해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함에 지속적으로 시달리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부분은 관련 지식을 습득하면 자연스럽게 풀릴 문제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잘 버티면서 ‘내가 생각보다 잘 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스스로 칭찬도 해주면서 그 시간을 열심히 사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너무 불안감에 시달리지 않으려고 해요. 다만 그냥 그렇게 하고 끝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계속 공부는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반면 다른 직군에서 전환한 개발자라는 점이 오히려 업무에 보탬이 된 부분도 있을까요?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기획자나 PO(Product Owner)가 “우리는 이런 것을 만들고 싶으니, 이렇게 해 보자”라고 안을 가지고 왔을 때, 그냥 수동적으로 그들이 주는 그대로 만들어주는 개발자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제안하신대로 하면 어떤 부분이 어려운데, 하고 싶은 것이 이 부분이 맞다면 그 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이렇게는 해 줄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을 많이 해 드리는 편이에요. 기획자로서 업무를 해 왔기에 개발을 할 때도 서비스 전반에 대한 고려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럴 때 조금 더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개발자로의 커리어 전환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조언해 주실 말씀이 있으실까요?

개발에 흥미가 있고 꾸준히 할 수 있으면 저는 누구나 직업으로서의 개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부분은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시장이 약간 과열돼 있어서 개발자를 많이 필요로 하고 있고 실제로 많이 뽑으려고 하는 상황이지만, 양질의 일자리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요. 

그리고 만약 다른 커리어를 길게 쌓았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직을 하기 위해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잘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것을 감수하고서라도 개발이 재미있어 보이고, 실제로 해 보니까 재미있으면 저는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개발 직군에 지원하는 다른 직군 경력자의 경우, 다른 신입 구직자에 비해 나이가 많을 가능성이 높을 텐데요. 그 부분이 구직자 입장에선 걱정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 부분은 한국의 문화와 맞닿아 있는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도 그나마 IT업계는 상대적으로 나이에 대해 조금 더 관대한 편이니까 그 부분에 대한 걱정은 좀 덜 해도 될 것 같아요. 나이가 많다고 지원자의 이력서도 안 보고 떨어뜨리는 사례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다만 반대로 자신의 마음이 준비 돼 있는지를 점검해 보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다시 신입으로 시작해도 괜찮다는 마음이라면 전 괜찮은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도 개발자로 사내에서 전직했을 때 사실상 신입으로 들어오는 것과 같이 신입 연봉을 받았어요. 그런데 ‘내가 이 시간을 버틸 수 있다’ ‘나는 이게 괜찮아’라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울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자신이 정말 괜찮을지를 잘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실질적으로 개발자로의 커리어 전환을 준비할 때, 찾아보면 좋은 자료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요새 커리큘럼이나 유튜브 등 정리된 자료들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대신 자료를 찾아볼 때 영어로 된 자료를 많이 보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좋은 것 같아요. 영어로 된 자료가 쉽게 설명한 것부터 어렵게 설명한 것까지 상대적으로 종류가 많거든요. 한국어로 된 자료가 양질이 아닌 경우도 많고요. 한국어로 된 자료 중에는 아예 출판된 책이 좋은 것 같아요.


개발 직군에는 남성 비율이 여성 비율보다 많은 데요. 개발 업무를 할 때 여성이어서 힘든 점, 또는 오히려 유리한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개발 직군엔 대부분 여성이 적은데요. 현재 카카오스타일의 경우도 개발자 110명 중 여성의 비율은 25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요새는 프론트엔드나 앱 같이 사용자들이 직접 마주하는 것을 만드는 분야에서는 여성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느낌이 있어요. 균형이 맞는 조직에서는 남녀가 반반 정도가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여성 비율이 낮다 보니 가끔 회의에 갔을 때 혼자 여성 개발자여서 약간의 어색함이나 위화감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아마 어떤 직업이나 성별이든 한쪽 성별이 많으면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성별에 관계없이 개발을 좋아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개발자는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들이 개발을 특별히 더 두려워하거나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개발에 흥미가 있다면 개발은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는 일이니 지레 겁먹을 필요 없이 한 번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어떤 성별이든 비율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많은 여성 개발자를 시장에서 만나고 싶어요. 

ⓒ 박종현


끝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가늘고 길게 개발자로 일하는 것이 꿈인데요. 그 이유는 하나입니다. 시장에 많은 여성 개발자가 있었으면 좋겠고, 제가 그 일환이 됐으면 좋겠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혹시 개발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 있다면 성별이나 전공, 직군에 너무 주눅 들지 말고 도전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본 콘텐츠는 걸스인텍과의 협력을 통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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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최나영ㅣ객원 에디터

박종현ㅣ원티드 영상 제작 PD



발행일 2021.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