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30시간, 휴가25일 유럽에서는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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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해외 취업의 모든 것 '유럽 편'> 시리즈의 1화입니다.


한 번쯤 해외 취업에 대해 고민해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특히 개발자나 IT 직종의 경우는 해외에서도 부족한 직군이기 때문에 취업에 유리하다 ‘카더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을 것이다. 동시에 한국의 노동환경이 워라밸 측면에서 만족스럽지 않게 느껴지기까지 한다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다. 특히 이제야 전면시행이 시작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의 진통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면, ‘선진국에서는 보통 주 40시간 근무가 일반적’이라는 이야기가 떠오르며 왠지 본전 생각이 나기 마련이다. 혹은 단순히 ‘해외에서 사는 것의 로망’을 위해 해외 취업을 고민하기도 한다. 여행하듯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일하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 꿈꾸어 봤을 것이다.

그럴 경우 보통 눈을 돌리는 곳은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의 영어권이다. 언어를 새롭게 배우지 않아도 되니, 상대적으로 허들이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는 중국, 일본, 홍콩 및 싱가포르 등의 아시아 거점 도시 등 한국과 상대적으로 가까우면서도 이미 정보가 많은 지역을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영어권 국가에서는 ‘영어’라는 언어에 대한 허들이 낮더라도, ‘네이티브’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정도로 남들보다 직무에 월등히 뛰어나거나 영어를 그들 만큼 구사해야 한다는 단점이 동시에 존재한다. 중국과 일본의 경우 생활환경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주요 대도시의 물가가 비싸다는 점에서 생활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 등 글로벌 거점 아시아 도시는 환경도 좋고, 영어가 통한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정치체제에 따른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그리고 작은 도시에서 생겨나는 답답함이라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덕분에 전통적으로 한국인들이 많이 나갔던 나라보다도 유럽이 해외 취업 시장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인의 해외 취업 비중은 중국·일본이 32%로 가장 높았고, 미국이 24%로 그 뒤를 이었다. 그에 비해 유럽에 취업한 사람은 2.6%에 불과했다. 하지만 유럽 취업의 비중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동안 유럽의 비중이 작았던 것은 유럽 취업에 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은 정보로 인해 도전하는 사람이 적어지고, 이에따라 정보가 쌓이거나 전수되지 않기 때문에 문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해외 비즈니스 SNS인 링크드인, Xing과 같은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정보를 얻고, 네트워킹하기가 한결 수월해져서 용기 있게 유럽 취업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 셔터스톡


유럽은 살기에도 일하기에도 장점이 많은 지역이다.


기본적으로 복지가 잘 되어 있고 노동 환경이 좋기 때문에 직장인으로서 질 높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최적의 지역이다.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는 교육 여건도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기 때문에, 가족 단위로 이주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도 인기 있는 곳이다. 또한 유럽의 한 국가에서 직장을 다닌 경험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다른 유럽 국가로의 이직의 기회도 쉽게 생기기 때문에 다양한 국가에서의 생활을 계획하고, 다방면으로 삶을 즐기고자 하는 ‘노마드’ 취업자들에게도 매력이 큰 곳이다. 지난 몇 년간 이러한 유럽의 장점이 점차 알려지면서 많은 한국인이 유럽 취업에 도전했다. 그래서 블로그,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그들의 취업 도전기나 생활모습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제는 유럽의 알려진 대기업 또는 유망한 스타트업들에서 한국인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아직도 유럽은 미지의 국가다. 정보가 점차 많아지고 있지만, 유럽 지역에 취업하기 위해 현지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생각도 큰 장애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글로벌 리서치 그룹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비영어권 유럽국가라도 스웨덴, 네덜란드는 약 70%의 인구가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 그 밖에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 북유럽 3국을 비롯하여 룩셈부르크, 슬로베니아, 독일, 벨기에, 오스트리아, 폴란드, 스위스는 모두 60%를 상회하는 인구가 영어를 구사하고, 그 밖에 18개국은 50% 이상의 인구가 영어를 구사한다. 생각보다 생활하는 데 영어 사용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환경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취업 시장에서는 어떨까? 


대부분 유럽의 글로벌 대기업은 세계시장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영어를 주요 언어로 사용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중소기업의 경우는 현지어가 주요한 비즈니스 언어이겠지만, 유럽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스타트업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기 때문에 공식 언어가 영어다. 따라서 유럽 스타트업의 허브인 베를린, 암스테르담, 뮌헨 등에서는 개발자 이외에도 영어로 일자리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요즘 유럽에서 가장 글로벌한 도시이자 스타트업 도시로 핫한 베를린의 경우를 살펴보자. 베를린은 유럽 연합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이고, 현재 인구의 55%가 45세 이하이며, 평균 연령 42.7세인 젊은 도시다. 또한 베를린에는 현재 190개국 출신의 사람들이 살고 있고, 도시 전체 인구의 21%가 외국 출신이다. 베를린의 산업을 이끌어 가는 것은 스타트업이다. 베를린은 독일에서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가장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고 베를린을 거점으로 세계무대에 진출한 스타트업도 많다.

ⓒ 딜리버리히어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배달의 민족’을 인수한 ‘딜리버리 히어로’, 세계적으로 밀키트 열풍을 불고 왔던 ‘헬로 프레시’, 유럽에서 아마존의 대항마로 늘 언급되는 패션 이커머스 기업 ‘잘란도’가 베를린에서 시작했다. 이제는 베를린에서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이 곧 세계무대를 상대로 한다는 의미가 되었다. 다시 말해서 글로벌 회사가 될 베를린의 스타트업에 필요한 것은 글로벌한 배경을 가진 직원들이라는 뜻이다.

베를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유럽의 스타트업들은 비단 한 국가만을 생각하고, 비즈니스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유럽 내에서 국경 없이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는 EU만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거점 도시를 기준으로 유럽의 기업 또는 더 나아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스타트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유럽의 스타트업 씬에서는 영어가 공식 언어이며, 전 세계의 다양한 인재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네이티브’ 영어를 구사하는 것보다는 ‘인터내셔널’ 영어를 구사하는 것을 중요시하고, 언어의 지적수준 보다는 소통능력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실제로 베를린의 글로벌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영국인의 화려하고 유려한 영어 솜씨보다도 다국적 직원들이 사용하는 간결하고도 명료한 언어가 소통에는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는 사례를 들었다. 또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비영어권 사람들이 쓰는 ‘인터네셔널 영어를 배우라고 충고하는 상사가 있었다'는 사례도 들었다. 오히려 영어권 국가에서 영어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유럽에서는 오히려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면접을 볼 때, 오히려 면접관이 ‘자신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니 천천히 말해달라’고 부탁을 받은 경우도 있었고, 비교적 쉬운 영어로 질문을 더 상세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는 사례들을 접하면서, 유럽은 영어권 국가보다 훨씬 더 한국인에게 유리한, 즉 비영어권 국가의 사람으로서 똑같은 선상에서 공평하게 출발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밖에 유럽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노동자 중심의 근무환경이다. 


글로벌 스타트업의 도시인 베를린을 기준으로 살펴보자. 채용 과정에서부터 한국과는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 회사는 지원자의 국적, 성별, 종교, 세계관, 장애, 연령, 성적 취향 등으로 채용을 거부할 수 없다. 위의 항목 중 국적, 성별, 연령 등을 제외하고는 보통 이력서에도 적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별과 연령을 적게 하는 것도 요즘은 조금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는데,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성별을 뽑는다는 공고를 내 거나 연령 제한을 두는 것을 차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를린의 세무스타트업 택스픽스(Taxfix)에는 ‘택시기사 출신의 40대 주니어 개발자’가 있다. 이 개발자는 독학으로 개발을 공부해서, 모든 채용과정을 동등하게 거쳐 선발되었다. 과거에 이 사람이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다만, 현재 채용된 직무를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채용의 근거가 된다.

ⓒ 셔터스톡


채용된 이후에도 한국과는 규정이 많이 다르다. 독일에서 보통 풀타임 노동자는 평일 8시간으로 주 40시간을 일한다. 그러나 육아, 건강 등 개인적인 이유로 주 30시간을 일하는 풀타임 근로자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즉, 개인과 회사의 합의에 따라 보통 30~40시간 수준으로 풀타임 계약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는 이런 계약 조건을 가진 사람은 모두 동등하게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의미이다.

노동자들은 노동법에 의해서 몇몇 법적으로 예외가 인정되는 직군을 제외하고는 일요일과 법정 공휴일에는 근로가 금지된다. 부득이하게 근로하게 된 경우, 근로한 날로부터 2주 이내에 대체휴일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휴일 근무나 연장 근무를 할 시 기본임금의 25% 정도 추가 임금 지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휴가의 경우 법에 따라서 주 5일제 기준, 최소 20일을 보장받는다. 대체로 평균 25일 정도를 보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좋은 회사의 경우 30일까지 휴가를 주기도 해서, 직장인이라도 여름, 크리스마스, 부활절 등을 이용해 2~3주씩 긴 여행을 가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질병으로 인한 병가는 최대 6주까지 회사가 유급병가를 보장한다. 이러한 병가는 휴가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출산휴가는 최대 14주(출산 전 6주, 출산 후 8주)를 보장한다. 이 기간에 100%를 복지받을 수 있다.

이후 육아휴직을 원할 경우 아이 1명당 최대 3년 동안 부분 또는 완전 휴직을 할 수 있다. 엄마뿐만 아니라 파트너나 아빠도 최대 3년간의 육아 휴직이 가능하다. 육아 휴직 기간동안에는 정부와 고용주로부터 양육 수당과 부모 수당을 받을 수 있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급여의 65%를 최대 14개월까지 받을 수 있다.

해고도 수습기간 (probation)을 제외하고, 고용주는 특별한 이유 없이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다. 이는 1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에는 예외이다. 하지만, 장애인, 임산부, 육아휴직기간 등에는 회사의 크기에 상관 없이 특별 보호를 받기 때문에 해고로부터 보호가 된다.

일과 삶의 균형을 꿈꾸고,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한번 도전해 볼 만한 곳이 유럽이다. 자신의 직무에 대한 어느 정도의 경력,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 대한 비전이 있다면, 유럽 스타트업 씬의 역동적인 환경은 특히 흥미로울 것이다. 요즘은 전 세계의 인재들이 될성부른 스타트업에 자신의 재능을 투자하기 위해 모인다고 하니, 자신의 직무 역량도 글로벌하게 성장 시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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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이은서
독일에서 베를린과 서울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에코시스템 빌더 123factory를 이끌고 있습니다.  (링크드인 https://www.linkedin.com/in/eunseo-yi/)



발행일 2021.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