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고 있는 사람을 더 찾기 어려운 ‘배달의 민족’ 애플리케이션. 언제부터인가 우리 삶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이런 ‘배민’이 이제 '게르만 민족'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는데, 지난 2019년 12월, 베를린의 스타트업 ‘딜리버리 히어로’에 인수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요기요로 익숙한 독일 스타트업 딜리버리 히어로는 2011년 베를린에서 시작하였다. 전 세계 음식 배달 회사를 인수하는 전략을 통해 유럽,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중동 40개 이상의 국가에 각기 다른 13개 배달 앱 브랜드를 갖게 되었고, 2020년에는 독일에서 시가 총액 30위 안에 들면서 더는 스타트업이 아닌, 독일의 우량 기업이 되었다.
ⓒ 우아한형제들
이런 딜리버리 히어로가 ‘배민’을 인수하면서 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하고 있다. 베를린 딜리버리 히어로의 채용공고에 현재 ‘한국 지역 담당 매니저’가 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 공고에 따르면 한국 지역 매니저에게 ‘한국어가 필수’라고 하니 한국인에게는 흥미가 느껴질만한 내용이다.
독일에서 최단 시간 유니콘이 된 ‘생필품 10분 배달 서비스’ 고릴라즈(Gorillas)도 베를린 출신이다. 최근 고릴라즈에서는 ‘한국 법인장’ 채용공고가 났는데, 세계 배달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한 중요한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한국’을 잘 이해하는 지역 전문가뿐만 아니라, 이름난 베를린의 스타트업에서는 한국인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해외 취업? 독일 스타트업 씬이 최고!
물론 일반 독일 기업은 독일어권에서 학업을 했거나, 해당 분야에 전문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거나, 독일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더 많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다르다. 베를린은 워낙 글로벌한 분위기이기도 하고 특히 개발자 수요는 많지만, 그만큼 공급이 원활하지는 않기 때문에 세계 각지의 개발자들이 베를린으로 모여든다. 또한 베를린시에서도 스타트업을 장려하고 있기 때문에 취업이 된다면 비자를 발급하는 데에도 큰 무리는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기도 하다.
베를린이 글로벌해지면서, 한국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운 취업 시장이 되었다. 독일어를 하지 못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에는 오히려 글로벌한 배경을 가진 직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뛰어난 개발 기술을 가진 사람에게는 취업의 문턱이 훨씬 낮다. 언어, 문화 차이 등을 차치하고라도 개발 관련 직무 능력만 있다면, 언어나 학력, 기존 직업 등 업무와 큰 관련이 없는 보통의 평가 잣대가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독일 스타트업 취업 사례
베를린의 세무스타트업 택스픽스(Tax Fix) 취업에 성공한 한국인 개발자를 예로 들어보자. 그녀는 음악 이론을 전공하고, 디지털 콘텐츠 관련 공부를 이어 간 후, 한국에서는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을 했다. 이후 해외 취업을 위해 독학으로 개발 공부를 하면서 싱가포르 언론사에 1차적으로 해외 취업 기회를 얻게 되었고, 이후 싱가포르가 너무 작고 보수적이라고 느껴, 더 넓고 글로벌한 환경을 찾아 베를린의 택스픽스의 개발자로 지원해 취업하게 된다. 이처럼 언어가 부족하더라도 개발 능력만 된다면, 독일에서의 취업은 가능하다.
그녀가 장점으로 꼽은 것은 바로 업무 환경이었다. 독일에서는 주니어임에도 불구하고 신뢰하며 중요한 업무를 맡겼다. 한국과 독일에서 똑같이 주니어 개발자로 일했음에도 업무 내용이 달랐던 것이다. 한국에서 개발 초년생으로 일했을 때는 개발 일보다는 미팅 노트를 정리하고, 좌표를 정리하는 등 단순 업무가 많았다. 하지만 독일은 달랐다. 고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제뿐만 아니라, 회사가 주력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도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독일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빠른 성장을 느낀 그녀는 기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한국인 최초 아디다스 독일 본인 시니어 디렉터, 프렌차이즈 세일즈 총괄 출신 민희정 님
또 하나 소개할 수 있는 사례는 원티드 아티클에서도 소개되었던 아디다스 독일 본사의 한국인 첫 리더 민희정님의 사례이다. 현재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비즈니스 코칭 및 컨설팅 회사인 ‘비즈니스 파워존’을 창업한 민 대표의 경우, 원래는 한국의 아디다스 지사에서 근무했었다. 이후 독일 본사에서 글로벌한 시각으로 더 큰일을 도모하고 싶던 민 대표는 상사들을 설득해 독일 본사에 3개월짜리 프로젝트를 제안해 만들어 냈고, 그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독일 본사의 사내 면접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어 독일로 오게 된 케이스이다. 이처럼 독일 스타트업 씬은 본인의 능력과 의지만 있다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적다.
독일의 스타트업의 채용 프로세스
독일 스타트업 ‘잘란도’에 합격한 사례를 알아보자. 아마존에 대항하는 패션 이커머스 스타트업 잘란도는 베를린의 가장 큰 기업 중 하나이다. 유럽 전역에 서비스를 하는 만큼, 글로벌한 배경의 직원들도 많다. 이곳에서 훌륭하게 자기 역할을 해내고 있는 한국인도 약 10명가량이 있다. 잘란도의 한국인 프로덕트 매니저 중 한 명은 한국에서 바로 잘란도에 지원하여 이직에 성공한 경우이다. 원래 한국의 미국계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잘란도에서 면접을 볼 때, 이전 다니던 직장이 약간 인지도가 있다는 사실이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그것이 취업 성공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니었다. 그럼 무엇이 그의 채용에 도움을 주었을까?
‘잘란도’의 채용 프로세스는 총 3단계였다. 인사담당자와 인터뷰, 실무면접, 그리고 실무 심화 면접으로 구성됐다.
ⓒ 셔터스톡
1단계 : 인사담당자 인터뷰 1단계에서는 인사담당자와 화상 인터뷰를 약 30분가량 진행했다. 주로 자신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와 이전 회사에서의 경험, 프로덕트 매니저로서의 경험 등을 질문하고, 지원자가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기회를 가졌다.
2&3단계 : 실무면접 2단계는 실무면접 과정으로 팀 내 시니어나 디렉터급 담당자가 프로덕트 매니저의 직무에 관한 다양한 스킬을 질의한다. 3단계는 실무 심화 면접이었는데, 직무 관련 담당 PM들 총 4명과 각각 1시간씩 심화 과제를 진행했다.
채용 프로세스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3단계 ‘실무 심화 면접’이었다. 그것이 업무 능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채용의 기준이 되었고, 과제의 답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과정이었다. 한국처럼 압박 면접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 장차 함께 팀에서 일할 동료와 합을 맞춰본다는 측면에서 서로를 깊이 있게 탐색하는 과정을 가진다는 것이 큰 특징이었다.
또한 면접을 보기 전에 어떤 사람과 면접을 보게 될지를 미리 알려주는 것도 한국과는 다른 점이었다. 그렇게 되면 보통 면접자들은 링크드인을 통해서 면접관에 대해서 알아보고, 이들의 경험과 관심사에 대해서 세세하게 탐색을 하고 면접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면접자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가 아니라 서로서로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면접관은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면접자로부터 평가를 받는 자리이기도 하다는 의미이다.
특히 잘란도의 경우는 채용 과정에서 인사 담당자가 핏이 맞는 포지션의 구직자에게 적극적으로 링크드인 DM을 보낸다든지, 어떠한 포지션이 자신에게 맞을지 채용 과정 중에도 상세하게 상담을 해주며 회사와 이 사람이 정말 최대한 잘 맞추어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측면에서 채용과정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었다. 결국 좋은 사람이 좋은 회사를 만들어나간다는 마음으로 만들어 낸 멋진 인재 영입 노하우를 갖게 된 것이다.
비즈니스 SNS ‘링크드인’ 활용하기
포탈 검색을 통해 관심 있는 회사에 대한 언론 기사를 들여다보고, 여러 사이트에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파편적으로 접할 경우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많이 올라간 정보 위주로 회사에 대해 잘못된 평가를 하게 되거나 부족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을 할 경우, 그 손해가 고스란히 자기 몫이기 때문이다. 국내 취업을 한다고 해도 그 회사에 이미 다니고 있는 사람들을 수소문해서 “그 회사 어때요?”라고 물어보는 게 이상하지 않은 것처럼, 이는 해외 취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회사에 대한 정보를 안전하게 알아낼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 한국과는 채용에 있어서도 다소 다른 문화가 있으니 베를린의 회사에 지원할 때, 채용문화에 대해 미리 익히고, 편한 마음으로 자신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도록 사전에 정보를 수집하고, 최대한 자신이 관심 있는 회사의 사람들과 SNS로 네트워킹을 통해 간단히 회사에 관해 대화할 기회를 엿보는 것이 필요하다.
추천하는 방법은 비즈니스 SNS ‘링크드인’이다. 가입자 대부분은 링크드인의 용도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가입한 사람들이며, 좋은 동료와 훌륭한 인재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SNS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므로 어색해 할 것 없이 편하게 인사를 나누고, 궁금한 것은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좋다. 덩달아 현재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응대를 보고 회사의 분위기를 대략 파악할 수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부수적인 효과이다. 어떤 사람과 대화를 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힌트들이 모여 때로는 그 회사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기회의 땅, 베를린 스타트업 씬
각양각색 독일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의 직군, 이들이 독일에 오게 된 이유와 방법은 모두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자기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취업의 과정을 준비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준비 과정에서 지원하려는 회사에 대한 이해, 자신이 맡을 직무에 대한 준비, 최대한 자신을 ‘어필’할 수 있게끔 자기 능력에 대한 객관화 작업이 선행되었다. 그리고 이를 이루어 내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자료를 모으고, 기회를 스스로 끌어오는 주도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자, 이제 어느 정도 유럽 취업에 관한 그림을 그린 사람이라면, 상대적으로 기회가 월등히 많은 베를린 스타트업 씬으로 들어가기 전 심호흡을 하자. 그곳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기회가 있고, 그 기회를 사로잡을만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지금부터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실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