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UX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

성장하는 UX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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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브랜드 가치를 더하는 디자인 세계> 시리즈의 1화입니다.


매일 주문하는 마트의 유통 웹/앱부터 가입조차 생소한 가상 세계의 서비스까지. UX 디자이너들은 오늘도 사용자의 편의성을 도모하기 위해 각자 영역에서 고군분투하며 UX를 설계하고 검증해 나가고 있다.

필자는 디자인 학/석사 전공 후 소비재부터 IoT까지 다양한 산업 군에서 UX 디자이너로 18년간 근무를 해왔다. 인터넷과 모바일 발전과 함께 겪었던 필자의 경험들이 진부한 옛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과거에서 미래를 보듯, 생각지 못한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험이 UX 디자이너 세계를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플랫폼 변화에 따른 UX 디자인의 진화


UX는 플랫폼의 변화에 따라 진화해 왔다. 2000년대 초는 해외 포털이 국내에 자리 잡지 못하고 토종 포털 서비스들이 강세였던 시기였다. 사용자들은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경험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고, 당시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가 포털에서 제공되었기 때문에 사용자의 관심사, 사용 패턴 등 많은 데이터가 포털에 쌓였다. 이런 사용자 데이터는 사용성 개선 및 서비스 고도화에 활용되었다. 유선 네트워크 PC 환경에서는 문자 기반 UI가 등장했고, 키보드와 마우스 입력을 통해 정보를 검색했다. 2009년 말 국내에 애플(Apple)사의 아이폰3Gs가 등장한 후 무선 네트워크 환경의 변화가 가속화되었다. PC환경에 맞춰진 클릭 UI에서 모바일 스크린의 터치 UI/UX의 연구가 활발해졌다.

국내 포털 사에서도 모바일을 강화하는 시기 필자는 메신저, SNS, 문장형 검색이 특화된 포털로 이직했다. 담당 서비스는 모바일 메인 페이지였다. 정기 개편에서부터 시즈널 이슈, 배너 광고, 쇼핑, 검색, 로그인 등 여러 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많았고, 서버 개발자, 클라이언트 개발자와 기능 구현을 위한 협업이 주요 업무들이었다.

많은 서비스들이 노출되어 있는 메인 페이지의 UX는 사용자들이 빠르게 원하는 서비스로 이동할 수 있도록 UX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바일은 PC보다 화면의 크기가 더 작고 좁아지기 때문에 정보를 구조화해 워크 플로우(Work Flow)에 최적화된 UI를 도출해야 한다. 매일 변하는 날씨나 오늘의 운세, 시간별 업데이트되는 실시간 이슈 키워드들은 관심도가 높은 컨텐츠이기 때문에 PC와 동일하게 상단에 배치하지만, UI는 차이가 있다. 광고와 쇼핑의 경우 롤링 속도나 썸네일 이미지 개수 등도 매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에 최적의 안을 도출하기 위해 모바일에 적합한 형태로 변형된다.


(1)  스마트TV
필자가 TV(Smart TV, IPTV) APP UX를 디자인할 때 SmartTV는 혼수 가전으로 일반 LED TV보다 구매 선호도가 낮은 신제품이었다. 왜냐하면 Smart TV를 구입하더라도 제공되는 서비스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구매 이유를 제공하지 못했었다. 서비스들이 성숙되기 위해서는, 우선 디바이스가 대중화되고 서비스 사용자 수가 많아야 하는데 TV라는 가전은 교체 주기가 긴 제품이라 서비스 사용자를 빨리 늘리기 어려웠다. 그리고 모션, 음성 인식 기술이 탑재되어 사용자들이 새롭게 학습해야 하는 기능들도 다수 있었다.

TV는 큰 스크린이 장점이지만 입력의 불편함이 TV APP의 사용성을 저해하는 큰 걸림돌이었다. Smart TV의 서비스를 편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입력을 해야 하는데 모바일과 다르게 리모컨의 4방향키로 입력을 처리하기엔 상당히 불편하다. 그래서 우리가 집중했던 첫 번째는 TV의 큰 스크린과 사운드를 극대화해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동작, 음성 제어 외에도 TV와 모바일을 연결해 입력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TV를 보다가 외출을 하면서 화면을 이어볼 수 있는 기능 등을 제공해 디바이스 간 심리스한(seamless) 사용 경험 설계에 노력을 기울였다.

ⓒ 이기영 


(2) VR 프로젝트
포털에서 제조사로 이직 후 진행한 VR 앱(APP) 과제도 선행 UX 프로젝트였다. 헤드셋을 착용하고 컨트롤 패널로 조작 시 느끼는 어지러움증 해결을 위해서 사용자가 가장 편안한 HMD(Head Mounted Display) FoV(Field of view) 각도 내에서 UI 화면을 디자인한다. 근거를 찾기 위해 논문을 찾아보고 User test를 통해서 플로우(Flow)를 조정하며 사용자 경험을 설계했다.

ⓒ VR Design: Transitioning from a 2D to a 3D Design Paradigm


(3) 커넥티드카 UX 프로젝트
자동차 앱(APP) UX의 경우에는 각 제조사들의 가이드 라인에 맞춰 디자인되어야 한다. 안전을 방해하는 컬러나 소리에 대한 규제를 고려한 사용 경험 설계가 중요하다. 모바일 사용자가 자동차에 탑승 시, 모바일 기기 사용 환경이 자동차 모드(Mode)로 달라진다.

필자는 미래 시나리오 발굴에 참여했는데 두 디바이스 간 시나리오는 주행 주체, 동승자 유무 등에 따라 다양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러 명의 동승자가 탑승한 경우 경유지를 공유하거나, 음악을 함께 듣고 있다가 플레이 리스트를 제어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는 등 제공 기능이나 개인 보호를 위한 정보 노출 범위가 달라진다. 이런 UX 시나리오 발굴을 바탕으로 유효한 기능들을 뽑아내고 화면을 설계해 자동차 제조사와 협력을 한다.  

 
(4)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사물인터넷 환경이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IoT 환경이 주는 편리함에 대해 상상한 적 있을 것이다. 실제 IoT와 AI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출시되고 관련 서비스들이 상용화되고 있다. 물론 현재는 과도기 단계로 반드시 집안(사무실, 건물)의 모든 가전, 가구을 바꿔야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IoT허브라는 제품을 통해 IoT기능을 탑재하지 않은 기존 제품과도 서로 정보를 주고받도록 설정할 수 있다.

필자가 맡은 IoT허브의 경우 기기를 첫 개봉해 설치하는 전반의 경험인 OOBE(Out of Box experience)가 굉장히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생소한 기기 설치 과정을 사용자에게 쉽고 명확하게 전달해야 했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주변 기기들을 검색해 설정하는 과정까지 거쳐야 비로소 기기 간 통신이 가능한 상태가 된다. 사용자들에게 생소한 단어들이 많아 UX 라이팅(UX writing)을 여러 번 수정하기도 하고, 기기가 검색되지 않았을 경우나 서버로부터 데이터를 다운로드 중 연결이 끊기는 등 매우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여 긴 설치의 과정을 최대한 짧게 느낄 수 있도록 사용 경험 설계를 진행했다.

선행 프로젝트는 새로운 기기를 다루는 사용자를 관찰하고 다양한 UX 방법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특화된 UX를 도출해 내는 프로젝트들이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여러 기기 간 UX 설계 경험은 UX 디자이너로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신기술 기반 UX 디자인 설계 


현재 싱가포르에 잠시 거주 중인데 신기술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들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현재까지 스터디 한 서비스들을 UX 관점에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1)블록체인(Blockchain) 서비스 UX 디자인
블록체인은 데이터들이 체인 형태로 무수히 연결되어 형성된 '블록'이라는 분산 데이터 저장 환경에, 관리 대상 데이터를 저장함으로써 누구도 임의로 수정할 수 없고 누구나 변경의 결과를 열람할 수 있게끔 만든 기술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의 UX는 이종 네트워크 간 데이터 교환 및 거래가 한눈에 쉽게 보이도록 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트랜잭션(Transaction) 처리 속도가 상당히 느린 편이기 때문에 Steps UI가 환경에 적합한 방식으로 표현될 것이다. 블록체인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메인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와 개인 지갑이 필요한데 신규 사용자들에게 허들이 높은 편이다. 그리고 지갑에서는 거래를 위한 토큰의 목록, 잔액뿐만 아니라 계약 체결 내역 등을 면밀히 확인할 수 있는 UX설계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탈 중앙화 시스템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모든 책임과 권한이 사용자 개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또 NFT 등 연계된 새로운 서비스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확장성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거래 시 스마트 컨트랙트로 하여금 내 지갑에 보유 중인 토큰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잠금 해제(Unlock) 권한 부여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이는 기존 거래 방식과 다른 탈 중앙화 거래로 생겨난 단계(Flow)로 사용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UX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블록체인 상에는 다양한 멀티 체인을 지원하는 토큰도 있지만 대부분 특정 네트워크 내에서만 작동하는데 다른 네트워크로 사용자가 토큰을 잘못 전송하는 경우에 찾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따라서 UX 상에서 이런 문제를 인지할 수 있는 장치를 두어 UI 화면을 구상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토큰을 교환할 때 교환 비율(가격)이 크게 변동하는 프라이스 임팩트(price impact)도 사용자가 반드시 인지해야 하는 정보이기 때문에 어떤 결과를 가지는지 쉽게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서비스에 대해 사용자가 정확하게 인지하고 사용자 의도대로 거래를 완료할 수 있도록 가이드하고, 대중화를 위해 신규 서비스 아이디어 발굴에 대한 UX디자이너의 역할도 크다.


(2)  융합 현실(Mixed Reality, MR) UX 디자인
AR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는 2010년 전후로 대거 출시되어 붐을 일으켰으나 아직 대중적인 ICT(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ies) 서비스가 되지는 못했다. VR과 AR 모두 해당 기기가 있어야 볼 수 있고, 여러 명이서 함께 볼 수 없으며,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의미의 혼합현실, 또는 융합현실(Mixed Reality, MR)은 VR과 AR 기술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하는 기술로 소개된 바 있다.

융합 현실에서 UX 디자인은 실제와 가상을 넘나들며 서비스를 ‘사용’하는 개념에서 일체화되어 ‘체험’을 하는 형태로 확장될 것이다. 2D 때와 다르게 제스처와 시선, 음성을 통해서 화면의 제어가 가능해지고 360도 3D 그래픽으로 보다 현실감 있게 구현될 것이다. 또한 사용 환경에 최적화된 게임화(Gamification)된 콘텐츠를 제공해 사용자의 몰입감을 더욱 높여줄 것이다. 그러나 장애요인으로 언급되는 사이버 멀미, 구토, 두통 등은 기기와 서비스의 대중화에 큰 걸림돌 중 하나이다. 로널드 아즈마(R. T. Azuma)는 증강현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도 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3차원(3D) 공간의 물리적 법칙에 따라 살아왔으며 이것이 바로 자연스럽고, 평소에는 잊고 살 만큼 당연한 현실계의 상황이다. 이런 당연한 상황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가상 정보가 나타나게 될 텐데, 가상의 콘텐츠가 쉽사리 현실 계에 유격 없이 자리 잡게 하는 것을 정합이라고 했을 때, 정합을 향해가는 과정에 나타나는 몇 가지 불편한 UX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 경험은 곧 불쾌한 신체 반응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화를 위해서는 사이버 멀미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뇌파 변화에 따른 정보 처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장애요인들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실의 실재감(sense of Presence)을 바탕으로 현실세계의 결핍을 채워주거나 더 나은 경험을 체험하기 위해 기꺼이 서비스에 접속하도록 사용자로부터 선택받아야만 할 것이다. UX 디자이너 또한 가상과 현실 간 체감형 인터페이스를 더욱 사용자 입장에서 설계해야 할 것이다.


성장하는 UX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



UX 디자이너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 수집 
UX 디자이너는 플랫폼에 대해 이해하고 제품과 서비스의 컨셉에 적합한 사용 경험을 이끌어 내야 한다. 신기술과 제품들이 다양해질수록 점점 더 UX 디자이너의 창의적인 능력이 요구된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플랫폼에 대한 이해와 인간 중심적 사고,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사용자 인터뷰와 같은 필드 리서치뿐만 아니라 논문, 경쟁사와 이해관계자 조사 등 데스크 리서치도 반드시 필요하다. 또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에 초점을 맞춰 자료를 해석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아래 방법들을 활용해 보면 좋다. 

이기영 님이 받고 있는 Google Alerts 키워드 이메일 ⓒ 이기영 


[자료 해석 능력을 키우는 방법들]
  • 사이트 방문 :  SERI, KT 경제경영 연구소, ICT 특허 관련 사이트, UX matters, Medium
  • 데이터 수집 :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Google Alerts에서 관심 있는 키워드 이메일로 받기
  • 뉴스 클리핑 : 세미나, 포럼, 컨퍼런스에 대한 정보 취득, 선행 과제의 방향성 파악 가능
  • 컨퍼런스 활용 : 매년 개최되는 CES, MWC, ICT, 모터쇼 등 큰 행사에서 주력으로 어필하고자 하는 제품들의 UX도 찾아보고 실무에 활용 가능 


UX 디자이너가 본인의 커리어를 설계할 때 고려할 점
큰 패러다임의 변화는 새로운 커리어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필자도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로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했으며, 신기술을 탑재한 신제품이 출시되어 모바일과 타 기기 연동 과제 (VR, IoT, 자동차)를 진행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유저 리서치(User Research), 유저 저니 맵(User Journey Map), 어피니티 다이어그램(affinity diagram) 등 UX 방법론에만 얽매이지 말고 패러다임에 따른 사용 환경 변화에 주목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UX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기기의 인터페이스, 인터렉션 및 사운드, 3D 등과 같은 구현 기술에도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 보면서 나만의 강점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내 직무가 UX와 동떨어져 있다면 HCI 학회나 UX 캠프 등을 통해 그룹 스터디에서 활동해 보고 대학원 진학이나 스타트업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앞으로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창출해 내야 하는 UX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을 기꺼이 즐기며 도전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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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이기영
이 글을 쓰신 이기영 님은 SK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UX 기획을 거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UX 디자인팀 Senior Designer로 근무, 현재는 싱가포르로 이주해 블럭체인 프로젝트에 UX 총괄 디자이너로 참여하고 있다. 



발행일 2021.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