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구민
‘퍼포먼스’ 마케터가 일하는 방식
대부분의 물음표에 데이터를 토대로 테스트하는 일. 라이프스타일 슈퍼앱 ‘오늘의집’ 강구민 퍼포먼스 마케팅 리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 중 하나다. 고객 여정을 수월하게 빚는 건 경험에서 나오는 기술 혹은 레퍼런스가 아닌, 성장 단계에 맞는 적합한 목표와 성과 지표를 설정하고 이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 환경을 구축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현재 ‘오늘의집’에서 퍼포먼스 마케팅 리드로 계신데요, 수많은 직무 중 마케팅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처음부터 마케팅 직무로 일을 시작하셨나요?
인턴이 아닌, 정규직 사원으로 처음 일을 시작한 직무는 인사였어요. 첫 직장은 규모가 큰 곳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직무보다는 회사를 봤던 것 같아요. 1년간 인사팀에서 일하다, 조금 더 주도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스타트업에 눈을 돌렸죠. 스타트업에서는 주로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를 채용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전공인 경영학을 살릴 수 있는 마케팅 직무를 선택했습니다. (인사에서 마케팅으로 직무 전환을 하면서 따로 준비해온 것들이 있나요?) 아니요.(웃음) 최근 면접을 진행해 보면 인턴 포지션에도 미리 마케팅 교육을 듣고 오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저는 그들과 반대로 실무를 하며 배운 케이스예요. 스타트업에서의 마케팅은 규모 있는 기업 혹은 학문에서 배우는 지식과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어 실무를 통해 배우는 것이 컸어요.
시작은 인사였지만, 직무 전환 이후 지금까지 계속 마케터로 일하고 계십니다. 적성에 잘 맞으신가요?
오늘의집으로 오기 전에, 직접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 1년 정도 개인 사업을 했었어요. 그런데, 사업이 쉽지 않아 직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고 해오던 일을 살려 마케팅팀에 합류하게 되었죠. 마케팅이 즐거운지 혹은 적성에 잘 맞는지에 대한 질문보단, 앞으로 어떤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어요. 마케팅은 매년 트렌드에 따라 중심이 바뀌니까요. 예를 들면, 약 5년 전에는 페이스북에 업로드하는 게시물과 광고 퀄리티가 중요했지만 최근에는 그로스 마케팅(growth marketing)을 통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마케터가 해야 하는 일을 인지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데 집중하는 중입니다.
그렇다면 트렌드는 어떻게 체크하고 계신가요?
오늘의집이 인테리어/라이프 스타일 분야에서 꽤 규모 있는 플랫폼이 되었기 때문에, 내부 서비스를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서비스 안에서 고객이 주로 구매하는 제품은 무엇이고, 어떤 소재에 반응하는지 면밀히 체크합니다. 예를 들어, 검색 키워드 중 ‘조명’이 대폭 늘어난 현상을 분석해보니 올해 사람들이 조금 이르게 크리스마스 준비를 시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관련 콘텐츠 노출 시기를 예정보다 앞당겼죠. 실제 마케팅은 계산적인 업무가 절반 이상이에요. 매일 숫자와 데이터를 보고, 콘텐츠 별로 발생한 결과를 검토하는 업무가 대다수죠. 감각적으로 무언가 판단하면 오류가 생기기 마련이에요. 이 점이 퍼포먼스 마케팅과 브랜딩 마케팅의 차이점이기도 하고요.
퍼포먼스 마케터는 고객을 데려오는 모든 여정을 설계하고 최적화하는 일을 합니다. 구민 님께서는 이 여정을 좀 더 효율적으로 기획하고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우시나요?
제가 생각하는 퍼포먼스 마케팅은 모든 활동을 측정하고 분석해 문제점을 도출하며 개선해 나가는 일이에요. 데이터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죠. 그렇기 때문에, ‘나만의 기술’은 없어요. 그러나, 퍼포먼스 마케팅과 관련해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성장 단계에 맞는 적합한 목표와 성과 지표를 설정하는 것, 그리고 이를 누구나 빠르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 환경을 구축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초기 단계의 앱 서비스 마케팅이라면 신규 고객 획득을 목표로, 앱 설치 수 혹은 앱 구매자 수 등을 성과 지표로 설정하고, MMP 등을 통해 이를 확인하는 환경을 구축해야 합니다. 아마도 이건 직무 분야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실적관리 조직에서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동시에 제대로 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죠.
마찬가지로, 직접적으로 측정 못 하는 부분도 간접적으로나마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이를 통해 나온 값을 기반으로 마케팅 의사결정에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실제로 그런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테스트 또한 굉장히 많이 합니다. 고객에게 제품을 어떻게 셀링하면 좋을까 고민할 때 팀 내에서 여러 의견이 나와요. 10개 아이디어가 있다면 10개 모두 테스트를 해봅니다. 그리고 어떤 것에 고객이 반응하는지 클릭률 등으로 확인해 성과가 우수한 의견을 적용해요. 비단 카피뿐만 아니라 이미지, 컬러 등 전반적인 마케팅 활동에 계속 테스트를 진행하고 유저들의 행동을 유도하는 데 가장 최적화된 소재를 배치합니다.
구민 님께서는 어떤 루틴으로 트렌드 인사이트를 얻고 이를 업무에 활용하고 계시나요?
제가 자주 쓰는 방법은 ‘집단 지성 활용’이에요. 슬랙(Slack, 글로벌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채널을 하나 생성해서 서로 인상적인 레퍼런스를 공유하곤 해요. 타부서 팀원분이 마케팅 정보를 더욱 빨리 캐치해 주시는 경우도 있어요. 보통 자기 업무에 몰입하다 보면 중요한 트렌드를 놓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주변 동료에게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업무 특성상 광고 관련한 아이디어나 정보를 얻어야 해서 유튜브 프리미엄도 구독하지 않아요. 광고 나오면 스킵하지 않고 다 챙겨보는 편이에요.
또 오늘의집이 운영하는 다양한 미디어 채널에서 콘텐츠를 발행하고 있는데요, 각 채널마다 발생하는 고객 반응이 사뭇 달라요. 이 포인트에서 인상적인 인사이트를 얻기도 합니다. 실제 업무에 활용 가능한 인사이트가 발생하기 때문에 무척 효율적이고 편한 방법인 것 같아요.
ⓒ 오늘의집
모두의 좋은 집을 위해
누적 다운로드 수 2000만, 월 거래액 1500억 원, 누적 거래액 2조 원 이상 기록. 모두 ‘오늘의집’ 앞에 붙는 성과들이다. 인테리어/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의 선두자로서 이와 같은 가파른 상승세에 따른 고민도 한층 깊어질 터. 그러나, 오늘의집은 새로운 타깃을 확장하고 인테리어가 필요한 순간을 매순간 모색하며 연이은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오늘의집’은 단순히 제품을 거래하는 것이 아닌, 집들이부터 구매까지 집을 꾸리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확인하며 공유할 수 있는 인테리어 플랫폼입니다. 사업의 상승 곡선을 타며, 마케팅에 대한 새로운 고민에 맞닥뜨린 순간이 있었나요?
당연히 성장의 한계를 체감하는 순간은 있었지만, 돌이켜 보면 멈추지 않고 성장을 해왔고 아직 수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집과 공간 그리고, 인테리어 개념이 사회적으로 확장되었기 때문이에요. 나아가,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모든 국내 사람이 오늘의집을 사용하고 있다고 단정 짓기 어려운 것 같아요. 오늘의집을 사용하지 않은 인테리어 종사자, 플랫폼은 사용하지만 구매까지 경험하지 않은 유저 등 앞으로의 여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 난이도는 올라갈 거예요. 높은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연령대를 넓히는 등 관여도가 낮았던 타깃을 확장해 나가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초기에는 자취하는 사람을 주타깃으로 잡았지만 지금은 단독 주택,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까지 주타깃으로 잡아가는 중이에요.
구민 님께서 ‘오늘의집’에서 진행한 마케팅 중 성공 사례를 한 가지 소개해 주세요.
헤비 유저(구매 빈도가 높은 유저)를 타깃팅에서 제외해 월간 방문자 수를 극대화시켰던 사례가 있었어요. 배경을 먼저 설명드리면, 보통 커머스 회사의 메인 성장 지표는 거래액이에요. 매월 거래액을 늘려야 하는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선 높은 방문자 수가 필요하죠. 처음에는 KPI를 월간 방문자 유입으로 설정하고, 기존 운영방식에서 예산을 확대해 구매할 확률이 높은 타깃에게만 광고 노출을 했어요. 하지만, 월간 방문자 유입 단가가 급증하며 기대 이하의 유입 증분 발생했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방문 가능성이 높은 일부 유저에게 광고가 과도하게 집중되어 월간 방문 빈도가 급증한 것이 주 원인으로 확인되었어요. 월에 5번 방문하던 유저가 10번을 방문한 식으로요. 새로운 방문자가 많아져야 전체 거래 규모가 늘어나는데, 이와 같은 상황을 미처 컨트롤 못한 거예요.
그래서, 저희는 유입 어트리뷰션(Attribution) 방식을 기존 라스트 클릭에서 퍼스트 클릭으로 변경해 월간 최초 방문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더불어, 내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오가닉 방문/구매 가능성이 높은 헤비 유저 그룹을 찾아 광고에서 디타겟팅(De-targeting)했어요. 결과적으로, 전월 대비 마케팅 예산을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월간 방문자 유입 단가가 크게 개선되어 월간 앱 방문자가 증가했습니다. 특히 시즌 빅 프로모션인 오늘의집 페스티벌 기간 동안 방문자 극대화를 목표로 이 전략을 사용했고, 월간 방문자 수가 역대 최고점을 경신했어요.
‘오늘의집’은 누구나 인테리어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들을 하나씩 해결해 주며 집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러한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마케팅팀은 어떤 방식으로 목표를 세우고 협업을 하고 있나요?
고객의 인테리어 구매 여정을 고려해 각 단계 별 목표를 세우고 담당 팀을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1~2회 마케팅 조직 내 각 팀 리더들이 모여 팀 별 성과와 이슈를 공유하고 필요한 팀 간 협업을 논의합니다. 이 외에도 타 팀원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 즉각적으로 협조 요청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빠른 결정과 테스트가 필요할 시에는 슬랙에서 투표를 진행하기도 해요. 장기 협업이 필요할 경우, 팀 구분 없는 TF를 구축해 관련 업무를 진행합니다. 팀 내에서 편하게 질문하고 답변할 수 있는 소통 문화도 함께 만들고 있어요.
이제 콘텐츠뿐만 아니라, 플랫폼 또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매일 새롭고 유저 최적화된 채널들이 생성되고 있죠. 그런 환경 속에서 결코 뒤쳐지지 않는 ‘오늘의집’만의 전략은 무엇일까요.
오늘의집의 비전은 ‘No1. 라이프스타일 테크 컴퍼니’입니다. 그리고, 현재 오늘의집 마케팅 조직의 미션은 ‘인테리어가 필요한 순간 오늘의집에 찾아오게 한다’입니다. 인테리어 특성 상 특정 시기에 수요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이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요. 물 들어올 때 노젓는 게 핵심이죠.(웃음) 하지만, 이러한 순간은 한정적이다 보니 앞으로는 인테리어가 필요한 순간 자체가 많아지게끔 하는 노력도 동반되어야 합니다. 인테리어가 단순히 한 철로 끝나는 게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죠. 이는 전사 비전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