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입는데 남의 눈치 볼 거 뭐 있니? 그러니까 너네들 맘대로 사세요’ 윤여정 배우가 무심한듯 던진 이 한 마디는 자신을 표현하는 일을 좋아하고, 무엇보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 자유로이 패션을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을 열광하게 했다. 지금까지 지그재그가 갈고 닦아온 내공이 윤여정 배우와 절묘하게 만나 최고의 시너지를 낸 캠페인이었다. 그러나, ‘내 맘대로’ 쇼핑앱 지그재그는 언제나 우리에게 올곧은 메시지를 전해왔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일 그 자체가 최고의 패션이자 스타일이라고.
콘텐츠 홍수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누군가의 감성을 건드리기 위해 마케터는 얼마 만큼의 여정을 고려하고 시행착오를 거칠까. 또 그 여정 안에서 마케터가 먼저 가져야 할 감성과 마음은 무엇일까. 지그재그 브랜딩 그룹에서 유저를 맞이하고 있는 정영선 리더가 걸어온 발자욱을 따라 걸어 본다.
영선 님의 커리어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지금의 마케터로 있기까지 어떤 일을 해오셨나요?
고객에게 제품을 안내하고 판매하는 프로덕트 마케터로 직무를 시작했어요. 이후, 뷰티 스타트업에서 브랜드의 사업 모델 변화에 발맞춰 디지털 퍼포먼스 마케팅, 사업 기획, PB 제품 기획까지 마케팅 영역에서 다양한 업무 경험을 했습니다. 지금은 카카오스타일 브랜딩 그룹에 합류해 ‘지그재그’를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의 브랜드 정의 및 기획부터 마케팅 진행까지 담당하고 있어요. (마케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관심사가 넓고 이것저것 알아보기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전공이 총 세 가지예요.(웃음) 복수 전공으로 영문학, 신문방송학, 경영학인데 이 모든 전공이 적절히 어우러지는 직무가 마케팅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지금 돌아봐도 각 분야에서 조금씩 도움을 얻었어요. 마케터는 사람의 감성을 울려야 하는 동시에 경영적인 마인드도 가져야 하니까요. 초기에는 화장품이 주관심사였기 때문에, 뷰티 스타트업 마케터를 선택했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터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여정을 일구는 사람이라면, 브랜딩 마케터는 어떤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브랜딩 마케터는 고객과 브랜드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일반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들의 마음에 조금씩 파동을 만들고, 이러한 파동이 두근거림과 떨림 그리고 애정으로 나아갈 수 있는 그림을 그려야 하죠. 그래서, 브랜딩 마케팅이 주로 사람과의 관계로 비유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만나고, 알아가고, 좋아하게 되는 총체적인 과정으로 말이에요.
브랜드의 성격을 더욱 뾰족하게 세우고 유저를 설득하는 데 필요한 전략은 무엇일까요? 브랜드에서 발행하는 콘텐츠가 다른 비슷한 것과 섞여 있어도, 누구든지 알아보고 솎아낼 수 있을 만큼 면밀한 작업이 요구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고객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해요. 우리 고객이 누구고, 어떤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는지 섬세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반적인 트렌드 조사나 요즘 대중이 관심 가지고 있는 주제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단 브랜드를 면밀히 이해하고 이미지를 정립할 수 있는 역량뿐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와 고객 반응 등의 정량적인 부분을 데이터로 표현할 수 있는 기술도 수반되어야 해요. 이 모든 것을 바탕으로, 브랜드에 맞는 메시지와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며 고객 반응에 맞춰 디벨롭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다면 완벽한 브랜드 마케터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영선 님은 트렌드 조사를 위해 소셜도 활발히 사용하고 계시나요?) 그럼요. 비록 헤비 업로더는 아니지만, 열심히 둘러보는 뷰어입니다. 사람을 이해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제가 고객을 이해하는 방법에서는 SNS가 유용한 툴 중 하나예요. SNS을 통해 대중의 관심사를 체크하는 중입니다.
3천 만 유저와 함께하는 지그재그는 특히 MZ 세대 여성이 가장 즐겨 쓰는 쇼핑 앱이다. 지금에야 MZ 세대가 옷을 살 때 쇼핑 앱을 자주 사용하지만, 지그재그가 처음 출시되었을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이커머스가 막 모바일로 넘어가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요즘 친구들이 쇼핑 앱 안에서 마음대로 지그재그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지그재그가 MZ 세대를 설득할 수 있었던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고객 중심의 서비스는 늘 성공한다고 봐요. 고객의 행동과 패턴을 이해하는 사람이 만드는 서비스는 실패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측면에서 지그재그는, 고객이 어떤 방식으로 쇼핑몰을 방문하고 제품을 구매하는지 섬세하게 모니터링했어요. 그래서 고객이 PC에서 쇼핑몰을 즐겨찾기하고 이용하는 습성을 모바일로 그대로 가져와 구현할 수 있었고, 바로 이 점이 지그재그가 많은 MZ 세대와 함께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나아가, 앱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즐겨찾기한 쇼핑몰들의 신제품만 모아보는 ‘신상 몰아보기’를 추가하는 등 고객 패턴과 결을 맞춰 지속적으로 기능을 개발해왔습니다.
마케팅 관점에서 짚어 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브랜드마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브랜드 메시지를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듣고 싶은 텍스트로 치환하는 일이 브랜딩 마케터의 역할이자 능력이 되었어요. 올해 윤여정 배우와 함께 진행한 캠페인도 지그재그가 항상 고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적절히 치환했다고 생각해요. 지금 실제로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고, 그 안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에 변화를 도모한다면 조금 더 단단한 브랜딩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어서, 브랜딩 그룹에서 진행한 지그재그 마케팅 사례를 한 가지 말씀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올해 지그재그 론칭 6주년이었어요. 지그재그에게는 6주년이 행복하고 의미 있는 날이지만, 고객에게는 아닐 거예요. 그래서, 기념일을 어떻게 풀어야 고객도 즐겁게 받아 들이며 같이 축하할 수 있을까 굉장히 고민했어요. 그러던 중, Z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꾸미기’ 활동이 떠올랐어요. 다이어리는 물론 폴라로이드 필름, 제품 영수증 등 꾸미는 대상이 확장되는 트렌드 안에서 고객이 지그재그 6주년을 축하하는 ‘케꾸(케이크 꾸미기)’ 이벤트를 기획했습니다. 실제로 높은 반응을 얻으며 ‘쓸데없는데 즐겁다’ 와 같은 유쾌한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어요.
앞서 언급해 주신 것처럼 올해 윤여정 배우와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기사가 무수히 쏟아질 정도로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어요. 실제로 이 캠페인을 기획하고 진행한 실무자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 캠페인,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2020년에 한예슬 배우와 지그재그 앱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 광고를 했어요. 해당 캠페인 덕분에 지그재그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지그재그가 고객에게 단순히 ‘알고 있는 앱’이 아니라, ‘좋아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아야 겠다고 판단했어요.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쇼핑 앱 이미지에서 발전시켜 브랜드 팬을 만드는 새로운 캠페인 구상을 시작했어요. 기획 단계에서 브랜드 가치를 매력 있게 전달해야 한다고 절감했어요. 지그재그가 가지고 있는 가치는 ‘누구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여러 가지 스타일을 시도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일이 결국 패션이고 스타일이다’입니다. 이러한 지그재그의 본질을 윤여정 배우가 이야기한다면 임팩트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그러한 인생을 살아오신 분이기 때문에, 진정성 어린 메시지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확신했죠.
그 메시지는 지그재그를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슬로건이기도 할까요?
네, 현재 지그재그가 추구하는 바는 그렇습니다. 이번 캠페인을 하면서 ‘내 마음대로’ 쇼핑 앱이라는 문구를 사용했어요. 지그재그 첫 화면은 유저마다 달라요. 즐겨찾기 된 목록도 서로 다르죠. 이 점이 지그재그가 가진 큰 리듬이자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슬로건을 표현하는 방식에는 변주를 주기도 할 거예요. 아울러, 나이 혹은 선호하는 스타일과 상관 없이 스타일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모으는 일이 지그재그가 바라보는 목표예요. 옷을 통해 나를 표현하기 좋아하고, 다양한 시도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지그재그에 와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취향을 마음껏 찾기를 바라요.
지금 대중이 열광하는 트렌드를 파악하고 브랜딩에 적용한다는 건 사실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를 위해 지그재그 마케팅팀은 어떤 방식과 프로세스로 브랜딩을 빌드업하고 있나요?
지그재그가 가진 가치, ‘모두가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가 팀 운영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합니다. 브랜딩 그룹 팀원들은 개성이 뚜렷하고 나이, 취향, 경력이 저마다 상이해요. 향후에도 다양한 사람으로 팀을 구성할 수 있도록 채용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서로 다른 사람이 관심사를 가지고 모였을 때 나오는 시너지를 믿기 때문이에요. 팀 내에는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슬랙(Slack, 글로벌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채널과 일주일에 한 번씩 여는 티 타임이 있어요.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떠오르는 트렌드 혹은 잘 되고 있는 마케팅 사례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요. 여기에서 캠페인 방향에 대한 결정적인 힌트를 얻기도 합니다. 팀원들과 윤여정 배우를 인터뷰한 SBS 웹예능 <문명특급> 영상과 관련해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윤여정 배우께서 ‘나이 든 사람에게는 협찬해 주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장면을 보고 지그재그와 일해 보면 너무 좋겠다고 입을 모았어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패션을 추구하는 지그재그의 핵심 가치를 살려 정반대의 메시지를 만들어 보면 좋겠다고 말이죠. 이러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윤여정 배우를 섭외하고 호흡을 맞춰 작업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흘러 갔어요.
브랜딩을 할 때 피해야 하는 루틴이나 방식이 있을까요?
단순히 지금 유행한다는 이유로 브랜딩 과정에 가져다 쓰는 방식이에요. 고객과 브랜드 성격이 그 유행과 맞아야 성공적인 결과를 빚을 수 있는데, ‘유행하니까 한번 해보자’와 같은 접근은 위험해요. 저희 팀 또한 쏟아지는 아이디어에 비해 실현되는 횟수는 많지 않아요. 우리 브랜드와 맞는지, 고객이 좋아할 만한 건지, 집요하게 질문을 했을 때 필터링에 걸리기 때문이죠.
ⓒ 지그재그
함께 볼 때 비로소 빛나는 것
정영선 리더는 자신을 성장시키는 건 언제나 동료라고 강조해 말한다. 여러 개의 렌즈가 모였을 때 비로소 광활한 우주를 담을 수 있는 것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마케팅 시장에서 별을 잡아내는 일에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동료가 필요하다.
마케터로서 한 뼘 더 성장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들려 주세요.
저는 ‘한 뼘 더 성장한 계기’와 같이 큰 점프가 있었던 순간은 없어요. 매일이 모여 계단식 성장을 해왔다고 생각해요. 저를 성장시킨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단연 동료예요. 다양한 구성원과 일하며 배울 만한 강점을 찾고 제 것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어요. 잘못된 선택을 깨닫고 책임지는 과정 또한 성장에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실패를 인정하는 일도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예요.
성장 과도기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실무자들에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하나의 노하우(방법)을 제안해 준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이 콘텐츠를 읽고 계시다면 이미 일잘러가 될 수 있는 확률이 높으신 것 같은데요.(일동 웃음) 주니어 때 저를 가장 성장시켰던 건 앞서 말씀드렸듯이 동료예요. 저는 지금도 기획을 하거나 무언가 만들 때 주변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아요. 내 생각에 골몰하게 되면 고객을 이해할 때조차, 내 경험에만 비춰 보곤 쉽게 단정짓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는 방식으로 시야를 넓혀 왔어요. 나에게 쓴소리와 솔직한 피드백을 해주는 동료 혹은 지인을 곁에 두고 계속해서 확인하는 작업을 제안드려요. 내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빠르게 인정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갔던 것이 저에겐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모든 영감의 원천은 ‘나’인 것 같습니다. 내가 움직이고 호기심을 갖는 만큼 세상이 보일 때가 있죠. 영선 님은 일터 밖에서 무엇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있나요?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한 번도 도전하지 않은 일을 해봐야 한다’ 이 문장을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나요. 대단한 도전이 아니라, 퇴근길로 항상 왼쪽 길을 선택했다면 이번에는 오른쪽 길로 도전해 보자는 의미예요. 저는 그동안 자전거 타는 법을 몰랐어요. 최근에서야 독학으로 공부해 따릉이를 타게 되었어요. 그런데, 따릉이를 타면서 전에 없던 경험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얻는 새로운 생각도 들더라고요. 확실히 해보지 않은 분야에 도전하는 일이 영감과 자극이 되는 것 같아요.
이 시리즈를 함께하는 모든 인터뷰이에게 공통적으로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영선 님께 일이란 무엇인가요?
나를 알아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일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 낼 때마다 내가 무엇을 더 잘 하고 수용할 수 있으며,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