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봉 5천, 스톡옵션 1억! 개발자 채용 전쟁 시대

초봉 5천, 스톡옵션 1억! 개발자 채용 전쟁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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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채용 잘하는 방법> 시리즈의 2화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채용은 호흡과 같다. 기업이 존재하는 한 멈출 수도, 쉴 수도 없는 것이 바로 채용이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채용 업무를 10년 넘게 해오면서 채용이 쉬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개발자와 같은 전문 인력 채용은 더욱더 어려웠다.

심지어 최근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탄생, IT 기술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 그리고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시장에서 개발자 채용을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전쟁’이 되어버렸다. 기업의 채용 담당자들은 전쟁의 장수로서 하루하루 치열한 전투를 치르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을 위해 혹은 더 앞서가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하고 있을 동지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개발자 채용과 관련한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한다.

ⓒ 셔터스톡 


개발자 채용 전쟁, 그 실체는?


많은 언론과 담당자들은 개발자 채용의 어려움이 정말 전쟁과 같다고 한다. 그런데 모든 담당자들이 이에 공감할 수 있을까? 사실 개발자 채용 전쟁이라는 말은 최근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예전부터 느껴오던 ‘전문 인력의 공급 부족’이라는 상황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 인력은 항상 채용하기 어려웠다. 업종별로 채용하기 어려운 기술 분야들이 조금씩 상이할 뿐이지 채용이 어려운 분야는 예전부터 존재해왔다.

하지만 서두에도 언급했듯, 스타트업 씬의 성장, IT 플랫폼 기업의 성장,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SW 서비스 시장의 확대와 같은 환경적인 요인들로 인해 S/W 개발 관련 인력들에 대한 수요가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를 하게 됐으며, 이 과정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이제는 예전처럼 IT기업, 플랫폼 기업들만 SW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 SW 개발자에 대한 니즈가 많지 않던 전통적인 제조업, 화학업, 금융산업에서도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SW 개발자의 니즈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또한, 스타트업에서도 고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기 위해 많은 S/W 개발 인력들이 필요해지면서 지속적으로 상황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S/W개발 인력을 채용하는 대부분의 회사들에서 개발자 채용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고, 필자 또한 이런 시장의 상황을 격하게 공감을 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전에는 면접 일정이 잡히면 20명 중 1명 정도 발생하던 ‘이직에 따른 면접 철회’가 최근에는 10명 중 1~2명꼴로 늘어났고, 처우 협의 과정에서도 본인의 목소리를 과감하게 내는 후보자들도 많아졌다. 그리고 처우 협의 중 타사 합격 조건을 가지고 Deal을 하거나 입사 직후에 타사 합격을 이유로 퇴직하는 직원들도 예전 대비 눈에 띄게 늘었다. 결국 이런 상황의 흐름상 개발자 채용은 정말 어려운 전쟁이 되어버렸고, 담당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된 것이다.


개발자 채용, 과연 무엇이 어려운가?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점들이 개발자 채용을 이렇게 어렵게 만들고, 또 어렵게 느껴지도록 만드는지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


첫 번째, Sourcing
채용할 개발자를 찾는 것부터 난관이다. 회사는 ‘일을 잘하는 개발자’를 뽑고 싶은데, 일 잘하는 개발자는 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있을 것이고 바쁘게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이직 의사가 없을 수 있다. 이 경우 기업들이 현재 수행하고 있는 일반적인 브랜딩이나 인재 검색의 방식으로는 숨어있는 인재를 찾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설령 개인적인 이유로 이직 의사가 높은 후보자가 존재하더라도 이런 개발자들이 가고 싶은 회사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 입장에서 일 잘하는 좋은 개발자를 찾는 것부터 개발자 채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두 번째, 후보자를 찾는다고 해도 Operation을 진행하는 것이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이 많은 기업들이 SW 개발 인력을 뽑고 있다 보니 후보자들이 한 군데에만 지원을 한 것이 아니고 동시다발적으로 지원을 한다. 그래서 중복 합격, 동시 진행도 빈번해지고 있다. 어렵사리 찾아서 인터뷰를 보려고 했으나 취소가 되는 케이스도 많아지고 면접이 잘 마무리가 되어도 진행을 포기하는 경우도 너무 많아져서 실제 처우 협의까지 진행을 하는 것이 예전보다 너무나 어려워졌다.


세 번째, 진행이 되어도 협상이 너무 어렵다
최근 채용 시장을 보면 힘들게 후보자를 찾고, 어렵게 면접까지 마무리를 했다고 해도 더 큰 산이 남아있다. 모두가 잘 아는 것처럼 최근 시장에서 인상된 개발자들의 처우로 인해 후보자들의 눈높이가 많이 올라갔고, 더불어 다른 회사의 높은 연봉을 무기 삼아 협상을 해오는 경우도 많아서 후보자들의 처우 협상 자체가 예전보다 많이 어려워졌다. 이런 현상은 신입/경력 가릴 것 없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서 사람을 꼭 뽑아야 하는 회사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연봉을 올릴 수밖에 없어지고 내부 보상안도 전체적으로 검토를 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마지막, 뽑아서 입사를 시킨 이후 Retention도 너무 어렵다
여러 번 언급한 것처럼 이미 많은 회사들이 좋은 개발자를 채용하기 위해 보상/문화적으로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신규 직원이라 할지라도 회사의 환경적 요인(조직문화/개발환경/제도/복지 등)에 불만이 생길 경우, 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체재가 너무 많기 때문에 적응을 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이직을 선택하게 되고 이로 인해 Retention 자체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결론적으로 사람을 찾고,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협상을 해서, 업무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야 하는 채용의 전 영역이 예전 대비해서 너무나 어려워졌고 담당자들은 지금 상황이 더욱 전쟁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 셔터스톡 


그럼에도 극복 방법이 있지 않을까?


어려운 상황만 놓고 본다면 채용 업무를 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암담하고 일을 계속해야 할 것인지도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단순한 고민이나 번뜩이는 전략으로 현재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면 이미 모든 기업들이 채용의 어려움에서 벗어났을 것이며, 그 답을 찾은 담당자는 지금 엄청난 스타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 문제는 단순하지 않고 매우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해결을 위한 방법도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어느 영화에서도 말했듯 “우리는 언제나 그래왔듯, 답을 찾을 것이다”라는 마인드로 대책을 고민하고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고민을 멈추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기다리는 채용’에서 ‘찾아가는 채용’으로 근본적인 방식을 바꾸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외부 후보자들이 본인들의 회사에 관심을 가지도록 다양한 홍보 방법/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링크드인의 기업 포스팅이나 기업 기술 블로그, 그리고 각종 기업들의 기술 컨퍼런스 활동도 결국 외부의 후보자들에게 기업에 대해 알리고 보유한 기술력을 홍보해서 관심도를 높이고자 함이 큰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Virtual Office, 35시간 근무제, 무제한 연차 제도와 같은 기업의 복지 제도를 홍보하면서 외부에 일하기 좋은 회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후보자들에게 어필을 하는 방식이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문화적인 요소나 기술적인 요소를 어필하기보다는 기업의 브랜드, 그리고 채용을 하는 직무, 근무지 등 기본적인 구인 정보만을 가지고 채용을 하는 기업이 많았지만 이제 후보자들이 커리어와 개인 생활에 있어서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들을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방법 중에서 기업들이 찾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결국 보상안 개선이었고, 최근 많은 기업들에서 기본급 XXX% 인상, 1억 원 가량의 스톡옵션 지급, 사이닝 보너스 XXX원 지급과 같이 후보자들 입장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질 내용을 홍보의 주된 포인트로 적극 활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개발자 입장에서 입사를 하고 싶게끔 만드는 그 기업만의 포인트를 찾고 어필하는 것이 최근 기업들이 선택하고 있는 개발자 채용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조심해야 할 것은 없을까?


이러한 다양한 해결 방법들은 결국 정답은 아니겠지만 수많은 기업의 대표와 인사담당자, 그리고 채용담당자들이 고민하고 또 고민을 해서 찾은 일종의 솔루션이다. 하지만 그 솔루션에도 분명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항상 담당자 입장에서 솔루션을 실행하기 전 다음 사항들을 한 번쯤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먼저 보상 관련 대책을 얘기해 보자. 보상을 개선한다는 것은 직원들과 지원자의 입장에서 환영할 일이고 좋아할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허나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들에게 좋은 보상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고 성장의 결과물을 직원들과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Job Security’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비즈니스의 앞 단계인 채용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보상이 급격히 인상되어 실제 비즈니스 영속성이나 비즈니스 자체에 위협이 된다면 이 또한 채용의 실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충분히 비즈니스가 수용 가능한 수준 내에서 공격적이고 효과적인 보상안을 고민해보아야 하고 우리 기업 입장에서 어떤 부분에 조금 더 힘을 주어서 보상안을 설계할지, 그리고 그 보상안의 접근 방식이 기업의 전체 채용 규모를 고려할 때 적절한지 그리고 이런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가 어떤 것인지 비즈니스와 유기적으로 대화하고 리스크를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채용을 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 비즈니스의 성장에 필요한 인원을 적시에 선발하여 적소에 배치를 하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채용에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뽑는 행위’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비즈니스의 모든 에너지(돈/시간/리소스 등)를 ‘채용’에만 쏟아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브랜딩을 하는 과정에서 지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문화적인 요소, 복지적인 요소를 어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자칫 Trendy함을 보여주고 오고 싶어 하는 회사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 복지제도나 휴식 제도와 같은 요소가 중점적으로 노출이 된다면, 회사에 입사하는 직원들은 치열한 업무보다는 편안한 근무 분위기을 더 많이 기대하게 될 것이고 결국 부서 입장에서 치열하게 일을 함께할 동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후보자와 기업 간에 기대관리(Expectation Management)가 실패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가 있다.

이런 상황은 결국 직원에 대한 리텐션에도 영향을 줄 수가 있기 때문에 채용 마케팅을 할 때에도 이런 기대 관리가 가능한 범위에서 필요한 요소를 잘 선택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ex. 회사/비즈니스의 상황상 입사 후 강도 높게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워라밸과 관련한 복지보다는 일한 만큼 제공하는 보상/우수한 동료/개발 문화와 같이 조금 더 업무에 포커싱이 된 부분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함)

ⓒ 셔터스톡 


동료로서 공감, 그리고 현실적인 조언


개발자 채용의 어려움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필자도 여전히 채용에 어려움을 느낀다. 필자 또한 사내 개발자 채용이 어려워서 날마다 고민을 하고 있는 마당에 오히려 나보다 더 잘하고 있는 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여 부끄러운 마음도 든다. 

그러나, 10년 넘게 채용 업무를 하면서 느낀 필자의 고민들이 채용 담당자라면 한 번쯤 해봤을 고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글을 통해 고민을 나누고 돌아볼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오늘도 개발자 채용으로 고민을 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씀드리겠다. 

개발자의 수요/공급 불균형 문제, 그로 인해 채용이 어렵다는 것은 이제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서두르기보다는 한 번 더 숨을 고르고 정말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을 제대로 찾아본다는 생각의 긴 호흡으로 움직이면서 급한 마음에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줄여서 비즈니스에 꼭 맞는 개발자를 채용했으면 한다. 

예전부터 항상 채용 담당자의 고민의 깊이는 앞으로 영입하게 될 자원들의 퀄리티와 연결이 되고, 그 퀄리티는 결국 비즈니스의 성패와 이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이 일을 하고 있다. 이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나름 조그마한 사명감이자 내가 업무를 하는 모토이다.

이 글을 보는 모든 채용 담당자들이 각자의 사명감으로 멋진 채용을 해내서 꼭 모든 기업들이 잘 되고 성공하는 그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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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고영환(HR리더스 1기) 
이 글을 쓴 고영환 님은 삼성전자의 SW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이후 채용 담당으로 업무를 변경하여 신입부터 임원까지 다양한 포지션 채용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네이버 채용 조직을 거쳐 현재 이베이코리아에서 채용 팀장을 맡고 있다. 치열한 커머스 시장에서 인재 전쟁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발행일 2022.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