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ㅣ처음부터 HR을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LG유플러스ㅣ처음부터 HR을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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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인사 잘하는 그녀들의 커리어> 시리즈의 2화입니다.


정지현 LG유플러스 HR 상무

현) LG유플러스 인사담당 상무 
전) SAP 코리아 HRBP 
전) SAP 코리아 서비스 사업본부 교육컨설턴트
전) 엑센츄어컨설팅 T&OP (Talent & Organization Performance) 컨설턴트 
전)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에듀케이션 서비스 담당

대부분의 인사담당자들이 첫 커리어 시작을 HR로 하여 한 우물을 파면서 전문성을 쌓아간다. 다양한 HR 영역 중 자신이 특히 더 관심이 있거나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하기도 한다. 간혹 HR 업계 인플루언서들의 경력사항을 보면 그 화려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헌데 의외의 인물이 있다. 소위 찐 HR이 아닌데 당당히 HR 업계 인플루언서가 되었고, 최근에는 보수적이라 할 수 있는 국내 대기업의 HR 임원에 등극했다. 영업 현장을 경험하고 비즈니스를 다루었던 그의 경험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첫 시작이 HR이 아니었는데, HR 커리어로 성장하고 싶다면, 비즈니스 관점을 갖춘 HR이 되고자 한다면, 정지현 LG유플러스 HR 상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정지현 LG유플러스 HR 상무 ⓒ 박종현 


커리어의 시작 | 찐 HR이 아니었다? 



Q. 경영학을 전공하셨는데, 처음부터 HR을 하겠다는 계획이 있으셨나요?

처음부터 HR에 뜻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경영학 특성상 어떤 산업, 어떤 직무든 제약 없이 도전할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금융과 하이테크에 관심이 많았어요. 헌데, 90년 대만 해도 국내 기업들은 많이 보수적인 편이어서 향후 커리어를 위해서는 외국계 기업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죠.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외국계 기업으로 가면 글로벌 직원들과 네트워킹하고 친구처럼 지내고, 해외 출장도 자주 다닐 거라는 생각에 막연히 동경했던 것 같아요. 이런 생각으로 제일 먼저 인터뷰를 봤던 곳이 썬마이크로시스템즈였고 에듀케이션 서비스를 첫 커리어로 시작하게 됐어요. 


Q. 에듀케이션 서비스에서 컨설팅으로 직무를 바꾸셨어요. 계기가 있었나요?

썬마이크로시스템에서 13년 차가 되던 해 회사가 합병이 됐어요. 당시 저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 평생 다닐 것처럼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회사가 팔렸다는 사실이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그래서 합병한 회사는 다니고 싶지 않았고, 아예 커리어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때 컨설팅 회사인 엑센츄어 컨설턴트로 지원해 보라는 제안이 왔고 큰 기대 없이 지원했는데 합격을 했어요. 


Q. 컨설팅은 새로운 도전 아니었나요? 

그전까지는 이직에 대해서도 전혀 생각이 없었고 첫 직장을 평생 다닐 것처럼 다녔었습니다. 그래서 동종업계의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은 설레지 않을 뿐더러 지금보다 더 잘할 자신도 없더라고요. 그런데 컨설턴트라는 직무는 저에게 새로웠고, 면접 과정을 거치며 흥미가 생기고 가슴이 뛰더라고요. 제가 다시 또 잘해보고 싶은 ‘일’을 발견한 느낌이었어요. 


Q. 엑센츄어에서는 주로 하이테크 산업을 담당하신 건가요?

삼성전자, 현대차 등의 프로젝트를 담당했어요. 도전적인 업무들이 많았고 일을 하면서 배우는 것들도 많았어요. 그만큼 밤샘 작업도 많았고 불규칙적으로 움직여지는 것들이 많았어요. 당시 제가 싱글이었다면 일에만 몰두할 수 있었겠지만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상황에서는 점점 버거워지더라고요. 정말 ‘월화수목금금금’이었거든요. 한 번은 아이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어요. 아이 눈에 갑자기 틱이 오고 말을 더듬는다고, 집에 혹시 무슨 일이 있냐고 말이죠. 그래서 이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 박종현


비즈니스 안목을 갖춘 HR | 그동안의 경험이 발휘되다 



Q. SAP에서 본격적인 HR을 하게 되신 거죠? 

2012년에 SAP로 처음 왔을 때는 서비스사업본부에서 SAP WPB라는 솔루션의 기술 영업과 컨설팅을 담당했어요. 그러다 2015년에 HR이 공석이 되었는데 내부에서 추천을 받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엑센츄어에서 HR 컨설팅 프로젝트를 해봤던 터라 아예 생소한 분야는 아니었지만 인하우스 HR 경험이 없었던 저에게는 상당히 도전적인 선택이었죠. 멋 모르고 시작했던 거 같아요. 

Q. 회사로서도 인하우스 HR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 HR을 맡긴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거 같아요. 

그래서 내부 인터뷰 과정에서 반대도 많이 부딪혔었어요. 하지만 당시 사장님은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사람이 HR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고, 제가 적임자라고 판단하셨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공석이었던 자리라서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을 수 없었고 HR 업무가 처음이었던 터라 1~2년은 엄청 고생했어요. 그런데 여러 상황에서 챌린지를 계속 받다 보니까 진짜 잘해보고 싶은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다행히 저는 경험이 없는 상태였지만 SAP HR 자체는 굉장히 체계적이고 프랙티스가 정교하게 문서화되어 있어서 참고하여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어요. 아마도 SAP가 아닌 다른 회사였다면 혼자서 그 기간 안에 따라잡지 못했을 거 같아요. 


Q. 사장님이 기대했던 비즈니스 출신 HR로의 장점이 있었나요?

제가 맡았던 HRBP는 채용이나 평가보상 등 전문 영역만 담당하는 것이 아닌 사업 대표와 사업 전략에 따른 피플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이에요. 저는 이미 컨설팅 회사에서 비즈니스를 익혀왔기 때문에 그 방식이 익숙했어요. 현장의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비즈니스에 기여하는 HR이라는 관점에서 계속 노력했고요. 이때의 일하는 방식이 그대로 이어져 현재  LG유플러스에서도 비즈니스를 지원하기 위한 HR 역할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Q. LG에서 외국계 기업 출신, 특히 전통 HR이 아닌 상무님을 영입한 것도 파격적이지만, 상무님 역시도 익숙한 곳이 아닌 새로운 환경으로 가기까지는 고민이 많으셨을 거 같아요. 

처음에는 가볍게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거였어요. 그때엔 이직할 생각이 크게 없었죠. 하지만 LG유플러스 CHO님이 생각하는 HR에 대한 변화 방향성이 제 생각과 일치하다는 걸 알았죠. 또한 아웃사이드-인의 관점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서 저 역시  마음이 움직였던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이야기들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같이 공감해 주셨거든요. 만나기 전에는 ‘내가 간다고 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일 거야’ 라고 생각했다면 몇 번의 만남을 통해 ‘변화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다,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그 과정을 함께 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어요. 현재 6개월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 그 느낌이 꽤 맞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더 생겼어요. 

ⓒ 박종현


내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방법 | 꾸준한 학습 & 동료들



Q. 상무님은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스스로 어떤 점을 고민하시나요?

내 생각과 행동이 무조건 맞다는 에고(ego)를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나와 다른 생각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하죠. 또한 학습도 중요해요. 책을 통한 학습도 있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 때로는 아예 다른 고민을 하는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내 일을 또 한 번 살펴보곤 합니다. SAP에서 제도를 도입하고 변화관리를 해가는 과정 자체가 학습이었는데 그러면서 대외활동을 했던 것들도 도움이 됐어요. 잡지에 기고를 하고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또 업계 분들과 교류했던 것들이 인텐시브하게 경험치를 높여주는 데에 도움이 됐어요. 


Q. 혹시 본인의 성장에 도움을 준 멘토가 계신가요?

사회생활 초창기 시절 다섯 명의 지인들과 만들었던 독서모임이 있는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그때는 다들 마케팅관련 실무자들이었는데 했는데, 이제는 모두 다들 성장했습니다. 마케팅 에이전시를 하는 대표님도 있고, 마케팅 임원도 있고 리더십 강의를 하는 분도 있어요. HR은 저 혼자예요. 다양한 분야의 책을 함께 읽고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임인데, 인생의 고민을 함께 한다고 할 수 있죠. 서로에게 소소한 변화가 있으면 누구보다 먼저 축하나 위로도 해주고 일 년에 한두 번은 1박 2일 여행을 함께 하기도 해요. 


Q. 귀한 모임을 가지고 있으시네요. 

업무만 하는 계속 반복되는 고민 속에만 있게 되는데, 이런 모임을 통해 내가 평소 생각하지 않은 분야에 대해 알아가고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잡지에 기고를 하거나 세미나에서 하는 발표도 그런 의미에서 도움이 돼요. 


Q. 약간 진부한 질문일 수 있는데 리더로 성장하길 원하는 여성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보통 여성들은 자신의 전문성에 포커스가 된 듯한데 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좋지만,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는지 살피는 것이 중요한 거 같아요. 그러한 과정이 내 영향력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되고 리더십으로 연결되거든요. 

그리고 당당히 요구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너무 겸손하거나 지나치게 배려하지 말고 필요한 것들을 당당히 요구하길 바랍니다. 원하는 포지션이나 보상 등을 요구하세요. 물론 내 일에서 프로페셔널하다는 전제에서. 후배들을 볼 때 당당하게 요구하는 사람이 오히려 든든해요.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보이거든요. 


Q. 현재 조직에서 계획을 살짝 밝힐 수 있으신가요?

대기업이지만 스타트업처럼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전체 조직의 변화관리를 성공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죠. 요즘 인기 있는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프로에서 보면 오은영 박사님이 장면 하나만 봐도 진단을 하고, 핵심적인 포인트를 조언해 주잖아요. 물론 조직은 한순간에 변화를 만들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조직의 한 장면을 보고 문제점과 개선점을 발견하여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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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정은혜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eunhye@wantedlab.com) 


발행일 2022.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