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변화, IBM HR의 변화, 그리고 나의 변화!

IBM의 변화, IBM HR의 변화, 그리고 나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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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인사 잘하는 그녀들의 커리어> 시리즈의 4화입니다.


이현희 IBM 인사부 전무

현) 한국 IBM 인사총괄 전무 
전) 한국 IBM Service 사업부문 HR Executive
전) 한국 IBM C&B 리더, APAC Market pricing리더 / APAC compensation partner
전) 델 코리아 HR 오퍼레이션 매니저 
전) 지멘스 코리아 HR C&B 매니저
전) 아더앤더슨 컨설팅 Senior
전) 아더앤더슨 컨설팅 Staff

1911년 설립된  IBM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모습을 몇 번이고 바꿔왔다. PC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던 초창기에서 반도체, 소프트웨어에 걸쳐 현재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인공지능으로 변화의 속도를 더 빠르게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인재들의 모습도 달라지는 것이 사실, 이현희 한국 IBM 인사총괄 전무는 그 어느 때보다 ‘학습 민첩성’이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사실 이현희 전무 역시도 학습 민첩성이 뛰어난 1인이다. 업무는 물론, 그 외에도 자신에게 주어지는 프로젝트를 마다하지 않는 스타일로 HR을 하면서도 새롭게 IT시스템이 도입되면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고 HR리더가 공석이 된 상황에서는 그 역할을 임시로 병행하기도 했다. 이런 기회들이 왔을 때 적극적으로 임했던 경험이 업무의 시야를 넓힐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설명한다. 

이현희 IBM 인사부 전무 ⓒ 이현희  


| 조직에서 나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해야 해  



Q. HR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대학에서 교육학과 영문학을 복수전공했어요. 특히 기업교육에 대한 수업과 연구 활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고, 담당 교수님도 관련하여 조언을 많이 주셨어요. 대학교 4학년 때, 삼성휴먼센터 설립과정에 참여하는 인턴십을 하면서 인사 업무를 처음 경험했어요. 그 후 컨설팅회사인 아더앤더슨에서 HR 특히, Peoplesoft라는 HR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HR 컨설팅에 대한 인사이트를 갖는 경험을 하게 되었지요.  

컨설팅 회사의 특성상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일했고, 특히 HR 전반에 대한 시스템 구축을 할 때는 프로세스 하나하나를 파악해야 했기 때문에 주니어 시절의 이러한 경험은 제 인사 경력 전반에 걸쳐 큰 도움이 되었던 거 같아요. 


Q. 아더앤더슨 이후 지멘스로 옮기셨죠? 직장을 옮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요?

2002년 엔론의 파산신청으로 분식회계에 연루됐던 아더앤더슨이 결국 전세계적으로 문을 닫으면서 어쩔 수 없이 이직을 하게 됐어요. 마침 인하우스 HR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독일회사인 지멘스로 이직하게 됐습니다. 새로운 HR IT시스템을 도입하는 시기였던 지멘스에서 해당 프로젝트 PM 역할을 하면서 시스템 도입을 리딩했고 보상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회사 전반적인 보상제도 기획 및 노조와의 단협 실무를 담당했어요.

저는 회사를 선택할 때 새로운 조직에서 내가 얼마나 밸류를 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조직에서의 나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결정해요. 


Q. 컨설팅펌에서 HR을 경험하셨습니다. HR 중에는 컨설팅 출신이 많으시고, 특히 임원 중에는 HR컨설팅펌 출신이 많으신 거 같은데, HR컨설팅에서의 경험이 HR을 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보시는지요. 그리고 전무님은 어떠한 부분이 도움이 되셨고, 영향을 받으셨나요.

아더앤더슨에 처음 입사해서 HRM 시스템을 구축하는 컨설팅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 두 달 동안 홍콩에서 다른 나라 신입 컨설턴트들과 함께 교육을 받았어요.  HR 전반에 걸친 모든 function에서의 일반적인 프로세스와 그것을 시스템에 구현시키는 로직, 그리고 다양한 고객 회사들의 실제 프로세스를 들여다 보고, 분석할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주니어 때의 이러한 컨설팅 교육으로, 기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그것을 해소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시각에 초점을 두게 되었고, 문제점 확인 => 개선방안 도출 => 새로운 제도 도입의 기본적인 컨설팅 프로세스 구조로 사고하는 훈련이 생기게 되었어요.

HR 영역에서 인사제도나 조직에 대한 문제해결 방법도 그 맥락은 다르지 않기에, 이러한 컨설팅 프로세스로 솔루션을 찾되, 단순한 제도나 플랫폼 도입에 그치지 않으려 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올바르게 실행할 수 있는 실행력이므로, 현업 인사를 하면서는 이 부분에 더 주력하게 되었고, 그것이 큰 조직의 인사를 운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 셔터스톡


| 계획대로 이루어진 삶? 방향성 잃지 않는 게 중요 



Q. 전무님은 커리어의 시작부터 계획대로 차근차근 다양한 경험을 이루고 계시는 거 같아요. 

그렇게 보이나요? 설마요(웃음). 인생이 어떻게 계획대로 되겠어요? 저 역시 어려움이 많았어요. 델에서 근무할 때 계속 HR 업무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남편이 해외주재원 발령을 받게 됐어요. 당시는 아이들이 어려서 가족이 떨어져 사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았죠.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건너가야 했고 2년간 아이들을 그곳에서 키웠어요.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지만 커리어의 끈을 놓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현지에서 대학원을 다니면서 HR 공부를 계속했죠. 

커리어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실행했다기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도 방향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덕분에 귀국 후 현 직장인 IBM에 입사할 때는 아더앤더슨, 지멘스 등의 업무 경험과 대학원에서의 공부가 두루두루 발휘될 수 있었죠. 


Q. 미국에서 돌아오면서 직장을 선택할 때 더욱 신중하셨을 거 같은데 특별히 IBM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IBM은 IT 인재사관학교라고 불려요. 저 역시 꼭 한 번 일하고 싶은 회사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어요. 해외 다른 나라에서의 업무 기회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다양한 경험을 쌓을 기회,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유연근무제도를 도입한 기업인만큼 코로나 팬데믹 상황 훨씬 이전인 1990년대부터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오는 유연근무제도나 재택근무로 인한 업무 효율성, 그리고 미국 본사에서 기획되는 양질의 인사 교육과 선진화된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매력적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입사 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보상제도 및 마켓 임금 등의 경험을 쌓으면서 입사 전에 생각했던 성장 기회가 이루어짐에 만족감이 컸어요. 현재 인사 총괄 업무를 맡으면서는 다양한 HR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도하고 진정한 변화를 위한 새로운 일하는 방식과 다양성 및 포용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문화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경험이 향상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Q. IBM에서 10여 년 일하고 계십니다. 그동안 비즈니스 환경이 많이 바뀌었고, 특히 IBM의 비즈니스는 변화하고 확대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HR은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과거 HR은 직원들의 라이프사이클에 맞춰, 채용-평가-보상-교육-퇴사 등 각 function 별로 특화되어 조직이 구성되었고 기능했었죠. 하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AI 의 도입 등으로  사이클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면서, HR은 더이상 단순한 인력관리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화 되면서 얻게되는 여러 데이터를 통찰력있게 분석하고, 그것을 비즈니스 리더에게 합리적인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파트너링 하는 역할로 확대되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변화로, 하루에도 수없이 나오는 데이터를 올바르게 분석할수 있는 역량, 그리고 그것을 비즈니스 리더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수 있도록 데이터를 스토리화해서 잘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소통 능력도 더없이 중요하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IBM 인사부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채용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입니다. 더이상 IT 부서에 HR 시스템에 대한 문의를 하는 게 아니라, HR 내에서 AI 나 챗봇등을 계속 학습시키고 향상시켜 보다 나은 플랫폼으로 직원경험을 쌓아가고 회사에 기여하는 것이 달라진 HR 의 역할이고, 그것을 위해 학습 민첩성을 키워 디지털리터러시를 갖추는것이 우리의 필요한 미래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 셔터스톡


| 인사가 만사, 인사가 비즈니스 성장 함께 해 



Q. 다국적기업의 HR에 대한 시선은 크게 두 가지잖아요. ‘선진화된 제도를 경험하고, 일하는 방식을 익힌다’와 함께 ‘제도를 기획하기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제도를 운영하는 오퍼레이터의 역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인데요, 글로벌 기업을 쭉 경험해오신 전무님의 견해는 어떠하신지요. 

“One size does not fit all”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해도 모든 나라, 모든 시장에 다 적합한것은 아니지요. 그래서 본사에서 기획된 선진화된 제도가 결국은 각 나라에서 다시 새로운 방향으로 ‘재기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다국적 기업에서의 HR은 단순 운영의 오퍼레이터 역할이 아닌, 선진화된 훌륭한 프로그램을 가져와 그 시장과 상황에 맞는 새로운 제도로 변경하고, 가장 효율적인 일하는 방식으로 재적용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이점이 있다고 봅니다. 또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 글로벌을 아우르는 선진화된 제도를 직접 기획할 수 있는 여러 해외업무 기회가 다양하게 주어져서,  HR 직원들이 로컬과 글로벌 경험을 넘나들며 다양한 스펙을 쌓을수 있도록 도와주는것도 다국적 기업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각 조직의 상황에 따라 HR이 집중하는 업무가 다를텐테요. 전무님이 생각할 때 ‘HR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라고 보시나요. 

고리타분한 말이라고 하실수 있지만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업무를 오래 해 갈수록 더욱 공감하게 되는 말인데요. 직원들의 스킬이 회사의 자산이 되는 요즘같은 시대에는 인사가 회사의 성장과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지게 됐습니다.

IBM에서는 “Skill is currency” 즉 기술이 화폐라고 이야기하는데, 회사의 비전과 전략에 맞게, 직원들을 재편하고 그들의 기술을 향상시켜 비즈니스를 도와주고 직원들이 만족하며 다닐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어요. 즉 직원 경험을 고객경험으로 만드는 환경을 구축하고 그로 인해 조직이 성과를 내고 성장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역할을 잘 할 때 HR이 잘한다는 칭찬을 듣지 않을까요. 


Q. 그러한 역할을 잘하기 위해 경험하면 좋은 활동이나 학습은 무엇이 있을까요. 

IBM에서 HR 구성원들을 위해 Mini-MBA course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콜럼비아 대학과 협업하여, 6개월 과정으로 HR이 꼭 알아야 하는 Finance 분야에 대해, 교수님들과 IBM senior executive들이 패널로도 참석하셔서 과정을 함께 하는 교육프로그램인데요, 이 과정을 이수하고 느낀것 중 하나가, 급변하는 시대에 새로운 기술 및 역량 개발을 위해 민첩한 학습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하고 특별히,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재무적인 인사이트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죠. 이를 위해 경제신문이나 잡지를 구독해서 읽고, TV도 경제뉴스 쪽을 집중해서 시청합니다. 또한, 인사학술 세미나나 포럼에 참여해 동종업계 분들과 교류하면서 같이 고민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Q. 본인의 성장에 좋은 영향을 준 멘토가 있으신가요? 

제가 항상 멘토라고 생각하는 선배님이 계세요. 그 분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업무 관련 숫자는 기본적으로 다 외우는 열정, 기획해서 결과를 내는 과정에서 그 누구보다 팀을 집결시키는 강한 리더십과 추진력을 가지고 계셔서 제가 늘 본받고자 노력합니다. 특히 업무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부서직원들의 아이들 생일까지 챙겨주는 세심함까지 갖추고 계세요. 이러한 퍼스널 케어가 팀원들이 더 몰입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몸소 실천하시는 모습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저 또한 그런 리더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회사 이후 삶을 계획한다면 어떤 그림을 그리고 계시는지요. 

저의 경험과 노하우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대학생들의 취업 진로 상담 및 스타트업 기업들의 인사 전반을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 <인사 잘하는 그녀들의 커리어> 시리즈 보러 가기



CREDIT


정은혜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eunhye@wantedlab.com) 



발행일 2022.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