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희 IBM 인사부 전무 ⓒ 이현희
| 조직에서 나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해야 해
Q. HR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대학에서 교육학과 영문학을 복수전공했어요. 특히 기업교육에 대한 수업과 연구 활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고, 담당 교수님도 관련하여 조언을 많이 주셨어요. 대학교 4학년 때, 삼성휴먼센터 설립과정에 참여하는 인턴십을 하면서 인사 업무를 처음 경험했어요. 그 후 컨설팅회사인 아더앤더슨에서 HR 특히, Peoplesoft라는 HR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HR 컨설팅에 대한 인사이트를 갖는 경험을 하게 되었지요.
컨설팅 회사의 특성상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일했고, 특히 HR 전반에 대한 시스템 구축을 할 때는 프로세스 하나하나를 파악해야 했기 때문에 주니어 시절의 이러한 경험은 제 인사 경력 전반에 걸쳐 큰 도움이 되었던 거 같아요.
Q. 아더앤더슨 이후 지멘스로 옮기셨죠? 직장을 옮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요?
2002년 엔론의 파산신청으로 분식회계에 연루됐던 아더앤더슨이 결국 전세계적으로 문을 닫으면서 어쩔 수 없이 이직을 하게 됐어요. 마침 인하우스 HR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독일회사인 지멘스로 이직하게 됐습니다. 새로운 HR IT시스템을 도입하는 시기였던 지멘스에서 해당 프로젝트 PM 역할을 하면서 시스템 도입을 리딩했고 보상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회사 전반적인 보상제도 기획 및 노조와의 단협 실무를 담당했어요.
저는 회사를 선택할 때 새로운 조직에서 내가 얼마나 밸류를 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조직에서의 나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결정해요.
Q. 컨설팅펌에서 HR을 경험하셨습니다. HR 중에는 컨설팅 출신이 많으시고, 특히 임원 중에는 HR컨설팅펌 출신이 많으신 거 같은데, HR컨설팅에서의 경험이 HR을 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보시는지요. 그리고 전무님은 어떠한 부분이 도움이 되셨고, 영향을 받으셨나요.
아더앤더슨에 처음 입사해서 HRM 시스템을 구축하는 컨설팅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 두 달 동안 홍콩에서 다른 나라 신입 컨설턴트들과 함께 교육을 받았어요. HR 전반에 걸친 모든 function에서의 일반적인 프로세스와 그것을 시스템에 구현시키는 로직, 그리고 다양한 고객 회사들의 실제 프로세스를 들여다 보고, 분석할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주니어 때의 이러한 컨설팅 교육으로, 기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그것을 해소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시각에 초점을 두게 되었고, 문제점 확인 => 개선방안 도출 => 새로운 제도 도입의 기본적인 컨설팅 프로세스 구조로 사고하는 훈련이 생기게 되었어요.
HR 영역에서 인사제도나 조직에 대한 문제해결 방법도 그 맥락은 다르지 않기에, 이러한 컨설팅 프로세스로 솔루션을 찾되, 단순한 제도나 플랫폼 도입에 그치지 않으려 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올바르게 실행할 수 있는 실행력이므로, 현업 인사를 하면서는 이 부분에 더 주력하게 되었고, 그것이 큰 조직의 인사를 운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 셔터스톡
| 계획대로 이루어진 삶? 방향성 잃지 않는 게 중요
Q. 전무님은 커리어의 시작부터 계획대로 차근차근 다양한 경험을 이루고 계시는 거 같아요.
그렇게 보이나요? 설마요(웃음). 인생이 어떻게 계획대로 되겠어요? 저 역시 어려움이 많았어요. 델에서 근무할 때 계속 HR 업무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남편이 해외주재원 발령을 받게 됐어요. 당시는 아이들이 어려서 가족이 떨어져 사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았죠.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건너가야 했고 2년간 아이들을 그곳에서 키웠어요.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지만 커리어의 끈을 놓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현지에서 대학원을 다니면서 HR 공부를 계속했죠.
커리어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실행했다기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도 방향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덕분에 귀국 후 현 직장인 IBM에 입사할 때는 아더앤더슨, 지멘스 등의 업무 경험과 대학원에서의 공부가 두루두루 발휘될 수 있었죠.
Q. 미국에서 돌아오면서 직장을 선택할 때 더욱 신중하셨을 거 같은데 특별히 IBM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IBM은 IT 인재사관학교라고 불려요. 저 역시 꼭 한 번 일하고 싶은 회사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어요. 해외 다른 나라에서의 업무 기회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다양한 경험을 쌓을 기회,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유연근무제도를 도입한 기업인만큼 코로나 팬데믹 상황 훨씬 이전인 1990년대부터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오는 유연근무제도나 재택근무로 인한 업무 효율성, 그리고 미국 본사에서 기획되는 양질의 인사 교육과 선진화된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매력적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입사 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보상제도 및 마켓 임금 등의 경험을 쌓으면서 입사 전에 생각했던 성장 기회가 이루어짐에 만족감이 컸어요. 현재 인사 총괄 업무를 맡으면서는 다양한 HR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도하고 진정한 변화를 위한 새로운 일하는 방식과 다양성 및 포용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문화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경험이 향상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Q. IBM에서 10여 년 일하고 계십니다. 그동안 비즈니스 환경이 많이 바뀌었고, 특히 IBM의 비즈니스는 변화하고 확대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HR은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과거 HR은 직원들의 라이프사이클에 맞춰, 채용-평가-보상-교육-퇴사 등 각 function 별로 특화되어 조직이 구성되었고 기능했었죠. 하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AI 의 도입 등으로 사이클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면서, HR은 더이상 단순한 인력관리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화 되면서 얻게되는 여러 데이터를 통찰력있게 분석하고, 그것을 비즈니스 리더에게 합리적인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파트너링 하는 역할로 확대되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변화로, 하루에도 수없이 나오는 데이터를 올바르게 분석할수 있는 역량, 그리고 그것을 비즈니스 리더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수 있도록 데이터를 스토리화해서 잘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소통 능력도 더없이 중요하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IBM 인사부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채용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입니다. 더이상 IT 부서에 HR 시스템에 대한 문의를 하는 게 아니라, HR 내에서 AI 나 챗봇등을 계속 학습시키고 향상시켜 보다 나은 플랫폼으로 직원경험을 쌓아가고 회사에 기여하는 것이 달라진 HR 의 역할이고, 그것을 위해 학습 민첩성을 키워 디지털리터러시를 갖추는것이 우리의 필요한 미래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