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의 기술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의 기술

일자

상시
유형
아티클
태그
이 아티클은 <직장인의 말하기 : 말의 공식> 시리즈의 4화입니다.


저와 게임 하나 하실래요? 


게임의 룰은 이렇습니다.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제가 10만 원을 드리고, 뒷면이 나오면 저에게 5만 원을 주시는 게임입니다. 동전의 앞면이나 뒷면이 나올 확률은 정확히 반반이지만, 이겼을 때 가질 수 있는 금액은 정확히 두 배입니다. 어떠세요? 이 게임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시나요?

ⓒ 셔터스톡


십중팔구 우리는 이 게임을 두려워 하는 마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할 것입니다.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자인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카너먼은 이런 사람의 심리를 ‘손실 회피(loss aversion) 편향’ 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길에서 5만 원 주었을 때의 기쁨보다 주머니에서 5만 원이 사라졌을 때의 상실감이 크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손해에 더 민감합니다. 정서적으로는 두 배의 감정의 차이가 난다고도 이야기를 하지요. 

손실 회피에 대한 편향은 조직이라는 상황에서도 자주 일어납니다. 새로운 프로젝트 런칭을 앞두고 있을때, 혹시 모를 손해가 두려워 일을 진행하지 못 하고 있는 팀원들을 종종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이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받게 될 보너스'에 대해 아무리 떠들어 봐도 사실 설득되지 않습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했을 때 얻게 될 이득 보다는 그 시도가 실패했을 때 받게될 손해에 대해 훨씬 더 ‘강력'하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매력적으로 보는 금전적 이득, 명예, 다양한 경험 중에 배우게 될 다양한 성과를 아무리 강조해도 그 분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습니다. 

저도 비슷한 실수를 참 여러 번 했습니다. 저와 같이 특이하게(!) ‘위험을 즐기는’ 성향들은 자주 이렇게 말하니까요. ‘그냥 한번 해보면 어때?’라는 말로써 가볍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려고 하지요. 위험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손해는 크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의미 있고, 재미있을 것 같은 프로젝트라면, 몸을 던질 준비가 되어 있지요. 하지만 이런 판단은 인간의 일반적인 심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제안입니다. 

앞에서 언급해 드린 것처럼 십중팔구, 10명중 9명은 ‘손실 회피' 편향이 있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다시 말해, 이득을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해결해야 하는 위험을 감소시켜주지 않으면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본격적으로 ‘위험을 줄이는 말의 공식'을 이야기 하기 전에, 싱가포르에서 살고 있는 저의 선배 A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짧게 소개를 먼저 드리자면, A는 비싼 월세의 나라 싱가포르에서 언제나 ‘시세보다 저렴하게 계약'을 합니다. 그리고 계약을 하고 나면, 신기하게도 집주인들은 집세를 올리겠다는 요구를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A가 다른 집으로 계약을 하면 어쩌나 전전긍긍해 하지요. 

싱가포르의 물가를 고려해 보면 방이 2-3개인 경우 기본 몇백만 원 정도의 월세를 내야 합니다. 사실 월세를 줄인다는 것은 돈을 더 많이 저축하고 모을 수 있다는 뜻이지요. 그러므로 많은 세입자가 매번 계약 때 다 집주인과 실갱이를 합니다. 월세를 더 받고 싶은 집주인과 어떻게든 깎으려는 세입자가 팽팽하게 대치하게 되지요. 대부분 ‘돈에 대한 이익'에 대해서 집중을 할 때, A는 살짝 다른 방식을 취합니다. 세입자에서 집주인으로 위치를 바꾸어서 이렇게 질문합니다. 

“내가 집주인이라면, 
월세를 타인에게 (외국인에게) 줄 때 무엇이 가장 두려울까? 
무엇이 위험하게 느껴질까? 
어떤 것이 손해라고 생각될까?”  

그렇게 질문을 했더니 이런 리스트들이 나왔다고 합니다. 

  • 혹시나 월세를 제때 보내지 않으면 어떡하지?
  • 내가 큰 돈 들여서 집을 깨끗하게 고쳤는데, 세입자가 함부로 인테리어를 한다면? 
  • 집을 잘 관리해서 쓰고 있는지 중간 중간 확인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네? 
  • 혹시나 중간에 집을 팔아야 한다면, 집의 관리 상태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될 텐데 세입자가 나(집주인)처럼 깨끗하게 써줄 수 있을까?

사실 1번은 싱가포르 정부의 강력한 법률 안에서 위험을 보상 받을 수 있습니다. 월세 계약서도 20장 정도 되는 긴 약관 아래 사인을 해야 되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해도 위험이 완벽하게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선배 A는 늘 마음에 드는 집과 계약을 할 때는 선불금을 입금할 수 있다는 조항을 같이 넣습니다. 매달 월세를 말일날 지불하는 것이 기본적인 조항이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면 3개월 혹은 6개월의 집세를 먼저 입금할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1번의 위험을 줄여주니, 집주인 입장에서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요? 

자 그럼 2+3+4번과 같은 위험과 손해에 대한 염려는 어떻게 잡아 줄 수 있을까요? A는 이런 방식을 취했습니다. 3개월, 6개월에 한 번씩 집을 대청소를 하고 잘 정리된 집 사진과 간단한 메모를 집주인에게 보내주는 것입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이런 사진들과 메모를 같이 받아보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특히 집주인이 싱가포르에 있지 않고 외국에 있는 경우라면요? 

ⓒ 셔터스톡


월세를 계약할 때 여러 명의 세입자가 있다고 생각해 볼까요? 어차피 비슷한 월세를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 A와 같이 ‘월세를 내면서 집을 깨끗하게 관리할' 사람이 포함되어 있다면요? 집을 누군가에게 몇 년간 세를 주면서 가져야 할 불안한 마음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앞서 이야기 드린 것처럼 A는 지난 10년 동안 2-3번의 이사를 했지만, 단 한 번도 집주인이 먼저 집을 비워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집세를 올리지 않을 테니, 오랫동안 세입자로 있어주면 어떻겠냐고 부탁을 받은 적도 있었지요. 심지어 A가 이사를 가야 한다고 하니, 집주인이 월세를 시세보다 내려도 좋으니 ‘당신과 같은 세입자'를 주변에서 구해달라고 부탁한 경우도 있었답니다. 

물론 일년에 2-3번, 집을 관리하는 사진들을 정리해서 집주인에게 메일을 쓰는 일이 물론 번거롭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런 (위험을 줄여주는) 작업을 통해, 이런 이득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 시세보다 더 적은 월세 비용을 협상할 수 있습니다. 둘째, 다른 곳으로 이사갈 때 집 수리 비용에 대한 괜한 트집 잡힐 일이 없습니다. 셋째, 전 집주인과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좋은 세입자로 평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이득입니다. (싱가포르에서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 집주인과의 관계를 묻기도 합니다. 혹시나 둘 사이에 분쟁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려고 하지요.) 

집주인과의 단단한 신뢰 관계, 그리고 그것을 지렛대 삼아 시세보다 살짝 적은 가격으로 월세를 협상할 수 있으므로, A는 이런 작업을 언제나 ‘남는 장사'라고 말을 합니다. 메일 쓰는데 고작 20분 정도 밖에 들지 않지만, 그것에 대한 금전적 혜택은 200만원 혹은 2,000만 원 이상이라고 말이지요. 상대방 위험을 줄여줌으로써 서로의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으니까요. 

맞습니다.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위험을 분석해 그 손해와 모호함을 살짝만 덜어주면,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위험을 제거하지 않고 상대가 가져 갈 이득만 고려해 주장한다면, 대화의 매력이 떨어지지요. 

월세가 같다면 아니 심지어 조금 덜 받아도, 자신의 집처럼 깨끗하게 관리해 줄 세입자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나는 무엇을 받을 수 있는가(월세 금액: 이득)’ 만큼, ‘나의 무엇을 제거해 주는가(집 관리와 증거 보고: 손해 제거)’가 상황에 따라 더 강력하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불안함과 모호함을 이겨내야 하는 것도 결국은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이니까요. 그 에너지를 감소시켜주면 됩니다. 

A의 케이스를 이제는 ‘직장인의 말하기'로 다시 가지고 와보겠습니다. 세입자와 집주인의 관계에서 상사와 부하 관계 혹은 우리 부서와 타 부서 사이의 의견 조율의 시나리오로 대입해 볼까요? 상황을 분석해 해결점을 내놓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 바로 ‘타인의 위험 욕구에 대한 질문' 입니다. 예를 들면 ‘무엇이 이 사람을 가장 주저하게 만드는가?’ 와 같은 질문입니다.

제가 직장인들을 지난 10년간 분석해 보니, 우리의 결정을 가장 주저하게 만드는 부분은 아래의 5가지 영역이었습니다. 일을 하는 우리가 ‘무엇인가를 도전하고 시도할 때/계약할 때’ 가장 두려워 하는 포인트들입니다. 아래의 5가지 조건은 일반적인 예시이니, 조직 문화나 기업의 규모에 따라 적절하게 새로운 내용을 적어보셔도 좋겠습니다. 핵심은 ‘상대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을 미리 파악하여 없애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1. 시간 :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원은 무엇일까요? 바로 시간입니다. 돈은 어떻게든 벌 수 있지만, 지나간 시간은 다시 벌 수가 없지요. 직급이 올라갈수록, 리더들이 가장 힘들어 하고 두려워 하는 부분이 무엇일까요? 바로 ‘시간 관리'에 대한 부분이랍니다. 무언가를 제시할 때, 언제나 시간을 설명해 주세요. 얼마나 걸리는지에 대한 그림을 그려 주세요. 

최소한의 시간과 최대치의 시간을 범위로 설정해 주시면 더 좋습니다. 뭉뚱그려 3-4주 걸린다는 표현 보다는, 최소 20일 최대 30일이 걸린다는 표현이 더 와닿습니다. 그리고 이 시간의 측정에 대한 근거도 같이 설명해 주시면 좋습니다. 마음에 떠오르는 숫자가 아니라, 정확한 예측을 바탕으로 한 시간이라고 말을 해주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2. 자원 : 자원에는 두가지가 포함이 됩니다. 바로 프로젝트에 포함되어야 하는 인력과 자금입니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몇 명의 인원에 어떠한 배치가 필요한지 또 해당 인원과 함께 제공되어야 하는 자금이 얼만큼인지 같이 언급해 주시면 좋습니다. 

역시나 시간과 함께 자원도 ‘최소화할 때 그 가치가 극대화'됩니다. 모든 사람은 적은 비용으로 최대치의 결과를 바라니까요. 하지만, 이 부분에만 집중을 하면 ‘퀄리티 콘트롤'에서 무너질 수 있지요. 비즈니스에서는 가장 싼 것을 요구하기보다 가장 효율적인 것을 추구하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다음의 3가지가 중요해 집니다.  

3. 과정 : 일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투명하고 언제든 확인이 가능해야 합니다. 이런 내용을 설득에서 강조해 주고 계신가요? 예를 들어 한 인사팀에서 교육을 진행해야 해서, 다양한 교육 기관(벤더)으로 부터 제안서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죠. 가장 교육 프로그램을 싸게 제시한 회사라고 해서 무조건 기회를 주실것인가요? 아마도 아닐겁니다. 

교육을 디자인하고 진행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불투명하면, ‘싼게 비지떡'이라는 생각으로 오히려 선택을 후회할 수 있으니까요. 과정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경쟁력입니다. 사람들은 불안과 모호함을 싫어하지요. ‘일의 과정'을 들여다 보기 원합니다. 어떻게 보고가 되고,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지를 꼭 강조해 주세요. 모호함을 덜면, 관계가 편안해 집니다. 앞서 언급한 A가 이 부분을 가장 효과적으로 강조했던 사례기도 하지요.

4. 결과 : 측정의 모호함을 벗어나야 합니다. 내가 ‘잘 되었다'라고 내리는 근거와 상대가 ‘잘 되었다' 라고 보는 근거가 상이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성공'이라는 근거를 상대가 동의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어떤 결과를 바라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게임에 초대할 수 없습니다. 성공적 결과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듣고, 정리하여 나와 상대의 간극을 미리 처리해야 합니다. 나는 시간을 줄인 것이 성공이라고 볼 수 있지만, 상대는 들어간 인력을 20명에서 5명으로 줄여야만 성공으로 볼 수 있으니까요. 상대가 요구하는 결과를 최대한으로 듣고 반영해 주셔야 합니다. 

5. 체면 : 체면의 다른 말은 관계입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얻게 된 ‘인간적인 성취'를 체면이라고 설명하면 이해가 쉬우실까요? 직장인들에게 연봉 만큼 중요한게 무엇일까요? 바로 ‘일을 잘 한다는 평판'입니다. 그 평판과 인식이 바로 승진과 커리어의 큰 기회를 불러 오는 마중물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일을 하게 되면, 얻게 될 ‘자존감의 확장'은 얼마나 클까요? 이 일을 망치게 되면, 부딪혀야 하는 ‘자존감의 왜소’는 얼마나 커질까요? 

앞서 동전 게임의 예시를 다시 가지고 와보면, 이 체면의 공식은 이렇게 풀려야 합니다. ‘어떻게 해도 당신의 체면이 구겨질 가능성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얻게 될 체면의 양보다, 잃게 될 체면의 양이 거대하게 느껴지니까요. 예전에 제가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때 이렇게 저의 상사를 설득했습니다. 

ⓒ 셔터스톡


‘이 프로젝트의 성사를 도와 주셔서 결과가 좋으면,
이 영광을 모두 상사에게 돌릴것입니다. 
그러나 혹시나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그 모든 책임과 내용을 제가 가지고 가겠습니다. 
그러니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꼭 저에게 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수평적이고 진보적이라고 일컫어 지는 회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저의 상사를 움직이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신기하게도 ‘체면'이었습니다. 앞서 시간, 자원, 과정, 결과 등을 기반으로 설득해도 움직이지 않던 상사는, 이 체면과 관계에 대한 강조를 하며 ‘위험을 낮추어 준'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Yes를 해주었지요. 조직의 문화를 제고하지만 늘 말의 대상을 ‘개별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기도 했습니다. 

자, 오늘 여러분은 일터에서 만난 상대의 ‘어떤 위험'을 줄여주실건가요? 어떻게 여러분이 진행하고 싶어하시는 계약, 일, 프로젝트에 상대를 초대하실 건가요? 이득이라는 미끼를 잘 물지 않는 대상을 만나시면 이제 이렇게 물어보세요. 

‘나는 이 사람의 어떤 위험을 제거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불안감과 모호함을 최대한 뺄 수 있을까?’ 하고 말이지요. 



▶ <직장인의 말하기 : 말의 공식> 시리즈 보러 가기 



글ㅣ쟈스민 한
말의 공식 (2022, 토네이도), 워크 디자인 (2020, 21세기북스) 저자이며 비즈니스 심리학자. 7년은 한국에서, 11년은 싱가포르에서 경력을 쌓았다. 애플에서 비즈니스 코치로, ESSEC 경영 대학원에서 협상과 설득을 가르치고 코칭하며 다양한 직장인들을 만났다. 2021년 비즈니스 코칭 스쿨을 설립했고 글로벌 코치로 일을 하고 있다. (@bcoaching_school)



발행일 2022.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