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셔터스톡
월세를 계약할 때 여러 명의 세입자가 있다고 생각해 볼까요? 어차피 비슷한 월세를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 A와 같이 ‘월세를 내면서 집을 깨끗하게 관리할' 사람이 포함되어 있다면요? 집을 누군가에게 몇 년간 세를 주면서 가져야 할 불안한 마음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앞서 이야기 드린 것처럼 A는 지난 10년 동안 2-3번의 이사를 했지만, 단 한 번도 집주인이 먼저 집을 비워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집세를 올리지 않을 테니, 오랫동안 세입자로 있어주면 어떻겠냐고 부탁을 받은 적도 있었지요. 심지어 A가 이사를 가야 한다고 하니, 집주인이 월세를 시세보다 내려도 좋으니 ‘당신과 같은 세입자'를 주변에서 구해달라고 부탁한 경우도 있었답니다.
물론 일년에 2-3번, 집을 관리하는 사진들을 정리해서 집주인에게 메일을 쓰는 일이 물론 번거롭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런 (위험을 줄여주는) 작업을 통해, 이런 이득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 시세보다 더 적은 월세 비용을 협상할 수 있습니다. 둘째, 다른 곳으로 이사갈 때 집 수리 비용에 대한 괜한 트집 잡힐 일이 없습니다. 셋째, 전 집주인과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좋은 세입자로 평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이득입니다. (싱가포르에서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 집주인과의 관계를 묻기도 합니다. 혹시나 둘 사이에 분쟁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려고 하지요.)
집주인과의 단단한 신뢰 관계, 그리고 그것을 지렛대 삼아 시세보다 살짝 적은 가격으로 월세를 협상할 수 있으므로, A는 이런 작업을 언제나 ‘남는 장사'라고 말을 합니다. 메일 쓰는데 고작 20분 정도 밖에 들지 않지만, 그것에 대한 금전적 혜택은 200만원 혹은 2,000만 원 이상이라고 말이지요. 상대방 위험을 줄여줌으로써 서로의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으니까요.
맞습니다.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위험을 분석해 그 손해와 모호함을 살짝만 덜어주면,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위험을 제거하지 않고 상대가 가져 갈 이득만 고려해 주장한다면, 대화의 매력이 떨어지지요.
월세가 같다면 아니 심지어 조금 덜 받아도, 자신의 집처럼 깨끗하게 관리해 줄 세입자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나는 무엇을 받을 수 있는가(월세 금액: 이득)’ 만큼, ‘나의 무엇을 제거해 주는가(집 관리와 증거 보고: 손해 제거)’가 상황에 따라 더 강력하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불안함과 모호함을 이겨내야 하는 것도 결국은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이니까요. 그 에너지를 감소시켜주면 됩니다.
A의 케이스를 이제는 ‘직장인의 말하기'로 다시 가지고 와보겠습니다. 세입자와 집주인의 관계에서 상사와 부하 관계 혹은 우리 부서와 타 부서 사이의 의견 조율의 시나리오로 대입해 볼까요? 상황을 분석해 해결점을 내놓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 바로 ‘타인의 위험 욕구에 대한 질문' 입니다. 예를 들면 ‘무엇이 이 사람을 가장 주저하게 만드는가?’ 와 같은 질문입니다.
제가 직장인들을 지난 10년간 분석해 보니, 우리의 결정을 가장 주저하게 만드는 부분은 아래의 5가지 영역이었습니다. 일을 하는 우리가 ‘무엇인가를 도전하고 시도할 때/계약할 때’ 가장 두려워 하는 포인트들입니다. 아래의 5가지 조건은 일반적인 예시이니, 조직 문화나 기업의 규모에 따라 적절하게 새로운 내용을 적어보셔도 좋겠습니다. 핵심은 ‘상대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을 미리 파악하여 없애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1. 시간 :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원은 무엇일까요? 바로 시간입니다. 돈은 어떻게든 벌 수 있지만, 지나간 시간은 다시 벌 수가 없지요. 직급이 올라갈수록, 리더들이 가장 힘들어 하고 두려워 하는 부분이 무엇일까요? 바로 ‘시간 관리'에 대한 부분이랍니다. 무언가를 제시할 때, 언제나 시간을 설명해 주세요. 얼마나 걸리는지에 대한 그림을 그려 주세요.
최소한의 시간과 최대치의 시간을 범위로 설정해 주시면 더 좋습니다. 뭉뚱그려 3-4주 걸린다는 표현 보다는, 최소 20일 최대 30일이 걸린다는 표현이 더 와닿습니다. 그리고 이 시간의 측정에 대한 근거도 같이 설명해 주시면 좋습니다. 마음에 떠오르는 숫자가 아니라, 정확한 예측을 바탕으로 한 시간이라고 말을 해주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2. 자원 : 자원에는 두가지가 포함이 됩니다. 바로 프로젝트에 포함되어야 하는 인력과 자금입니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몇 명의 인원에 어떠한 배치가 필요한지 또 해당 인원과 함께 제공되어야 하는 자금이 얼만큼인지 같이 언급해 주시면 좋습니다.
역시나 시간과 함께 자원도 ‘최소화할 때 그 가치가 극대화'됩니다. 모든 사람은 적은 비용으로 최대치의 결과를 바라니까요. 하지만, 이 부분에만 집중을 하면 ‘퀄리티 콘트롤'에서 무너질 수 있지요. 비즈니스에서는 가장 싼 것을 요구하기보다 가장 효율적인 것을 추구하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다음의 3가지가 중요해 집니다.
3. 과정 : 일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투명하고 언제든 확인이 가능해야 합니다. 이런 내용을 설득에서 강조해 주고 계신가요? 예를 들어 한 인사팀에서 교육을 진행해야 해서, 다양한 교육 기관(벤더)으로 부터 제안서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죠. 가장 교육 프로그램을 싸게 제시한 회사라고 해서 무조건 기회를 주실것인가요? 아마도 아닐겁니다.
교육을 디자인하고 진행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불투명하면, ‘싼게 비지떡'이라는 생각으로 오히려 선택을 후회할 수 있으니까요. 과정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경쟁력입니다. 사람들은 불안과 모호함을 싫어하지요. ‘일의 과정'을 들여다 보기 원합니다. 어떻게 보고가 되고,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지를 꼭 강조해 주세요. 모호함을 덜면, 관계가 편안해 집니다. 앞서 언급한 A가 이 부분을 가장 효과적으로 강조했던 사례기도 하지요.
4. 결과 : 측정의 모호함을 벗어나야 합니다. 내가 ‘잘 되었다'라고 내리는 근거와 상대가 ‘잘 되었다' 라고 보는 근거가 상이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성공'이라는 근거를 상대가 동의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어떤 결과를 바라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게임에 초대할 수 없습니다. 성공적 결과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듣고, 정리하여 나와 상대의 간극을 미리 처리해야 합니다. 나는 시간을 줄인 것이 성공이라고 볼 수 있지만, 상대는 들어간 인력을 20명에서 5명으로 줄여야만 성공으로 볼 수 있으니까요. 상대가 요구하는 결과를 최대한으로 듣고 반영해 주셔야 합니다.
5. 체면 : 체면의 다른 말은 관계입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얻게 된 ‘인간적인 성취'를 체면이라고 설명하면 이해가 쉬우실까요? 직장인들에게 연봉 만큼 중요한게 무엇일까요? 바로 ‘일을 잘 한다는 평판'입니다. 그 평판과 인식이 바로 승진과 커리어의 큰 기회를 불러 오는 마중물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일을 하게 되면, 얻게 될 ‘자존감의 확장'은 얼마나 클까요? 이 일을 망치게 되면, 부딪혀야 하는 ‘자존감의 왜소’는 얼마나 커질까요?
앞서 동전 게임의 예시를 다시 가지고 와보면, 이 체면의 공식은 이렇게 풀려야 합니다. ‘어떻게 해도 당신의 체면이 구겨질 가능성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얻게 될 체면의 양보다, 잃게 될 체면의 양이 거대하게 느껴지니까요. 예전에 제가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때 이렇게 저의 상사를 설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