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프리패스상? 면접관이 듣고 싶은 말은 이것!

면접 프리패스상? 면접관이 듣고 싶은 말은 이것!

일자

상시
유형
아티클
태그
이 아티클은 <직장인의 말하기 : 말의 공식> 시리즈의 5화입니다.


여러분들의 첫 사회생활의 시작점은 어떠셨는지요? 지금도 취업률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저의 20대도 치열하고 어려운 시절이었답니다. 학교 졸업 즈음 취업을 위해 백 번이 넘게 이력서를 고쳐 쓴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백 번의 이력서를 고쳤어도 백 번의 인터뷰 기회를 받은 것은 아니었죠. 

제 기억이 맞다면 100번 중 1-2번의 답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가뭄에 콩나듯 어쩌다 인터뷰 한번 해봅시다'라는 메일을 받으면, 심장이 터지듯 긴장과 설렘으로 잠을 설치기도 했답니다. 그때 저는 어떤 마음으로 면접을 준비했을까요? 제가 준비한 면접의 메시지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런 것이었습니다. 

ⓒ 피식대학 유튜브


‘열심히 배우면서 최선을 다해 일을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면접자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최선의 준비'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르는 것이 많으니, 열심히 배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그때의 답과 준비가 얼마나 부족했었는지 알게 된 것은, 결국 시간이 지난 한참 뒤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7년 후, 저는 그 건너편의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수백 번의 이력서를 고치는 대신, 수백 통의 이력서를 읽고 검토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채용팀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인터뷰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지요. 후보자였던 저의 최선책이 절대 면접관의 최선책과 같지 않다는 것을요. 회사에서 요구하는 인재는 ‘그저 열심히' 하겠다며 주먹을 불끈 쥔 후보자가 아니었어요. (이것을 미리 알았다면, 7년이 아닌 훨씬 더 빠른 시간 안에 원하는 부서로 갈 수 있었겠죠.) 

그렇게 제가 면접관이 되어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한 자리를 두고 여러 명이 경쟁할 때, 인터뷰라는 허들을 넘기 위해서는 ‘곱하기'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요. 짧게 말하면 곱하기란 ‘이득을 곱빼기' 해주는 전략을 이야기합니다. 자, 오늘은 ‘말의 공식 중 X’, 이 곱하기에 대해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도움을 요청할 사람 VS 도움을 줄 사람,

누가 더 ‘나’에게 매력적일까?



▷ 면접관으로 바라보기
다시 면접장으로 시점을 돌려볼까요? 
면접관으로, 미팅룸에 앉아있는 팀장으로 우리 자신을 다시 치환해 보겠습니다. 이제 여러 명의 후보자 중 한 명을 팀원으로 선발할 거예요. 첫 번째 A 후보자는 20년 전 저의 모습과 흡사한 사람입니다. 사회 초년생일 때 수도 없이 반복했던 ‘열심히 배워 최선을 다해 일을 하겠다'라고 말하는 후보자입니다.

그의 말의 공식은 단순하게 표현하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나는 아직 많이 미숙한 학생이니, 당신이 (회사의 입장에서) 많이 가르쳐 달라. 

그에 맞추어 나도 열심히 하겠다." 
< A 후보자 > 

ⓒ 셔터스톡


이 대화 안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바로 ‘후보자'입니다. 이런 후보자를 선발하면 회사는 어떤 이득을 가지게 될까요? 바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물론 선한 의도를 가지고 열심히 배우는 후배가 생겨서 좋긴 하겠지만, 그 후배가 팀장에게 과연 언제, 어떻게 도움이 될까요? 

자 이제 어떻게 할까요? 이 A 후보자를 가르치며 데리고 갈까요, 아니면 다른 후보자를 만나 보실까요? 저라면, 다른 후보자를 더 만나보고 싶습니다. 두 번째 B 후보자를 다음날 만나 봅니다. 

B 후보자도 어제 만난 A 후보자와 비슷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입이니, 사실 경력의 길이는 큰 차이가 없지요. 그런데 이 후보자는 어딘가 다른 느낌을 전해 줍니다. 가만히 들어보니, 이런 메시지가 들어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가 바로 3월과 9월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졸업반이라 하시는 업무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한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가오는 3월 업무 전까지 최대한 업무의 파악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무엇보다 팀장님이 하시는 일 중에 중요성은 낮지만 반복적인 업무가 있다면, 
그 업무부터 제가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여러일과 프로젝트를 하시면서 집중을 하셔야 하는 부분에 시간과 에너지를 더 쏟으실 수 있도록 말이지요.
< B 후보자 >

어떠신가요? A와 B의 차이점을 이해하실 수 있으실까요? B가 말한 대화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건너편에 앉아 있는 면접관입니다. 채용의 혜택을 후보자가 아니라 면접관에게 넘겼지요. A와 B의 차이점은 바로 ‘대화의 곱셈값을  누가 가지고 가는가?’입니다. 면접이라는 과정의 수혜자를 ‘직업을 찾고 있는 구직자’가 아니라 ‘사람을 찾고 있는 면접관’으로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지요. 


뻔한 공평함을 파괴하기.
요구에서 욕구로 



▷ 오렌지 나눠먹기
합격과 불합격이라는 면접이라는 상황을 벗어나 다른 장면으로 가볼까요? 협상과 같이 ‘조율과 분담’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요. 예를 들면 오렌지를 하나 두고, 상대와 함께 나누어 가져야 하는 상황처럼요. 

두 명이 하나의 오렌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공평하게 반으로 나누어 가져야 하는 오렌지, 어떻게 해야 둘이 나누어 가질 수 있을까요? 수업 시간에 이런 질문을 던지면, 흔하게 나오는 답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둘 중에 한 명이 자르고, 남은 한 명이 두 쪽 중에서 한 쪽을 가진다.’ 

답만 보면 아주 그럴듯합니다. 그런데 자르는 사람과 선택하는 사람을 분리해 두면, 정말 오렌지를 반씩 공평하게 나누어 가질 수 있을까요? 이 방법은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공평함일까요?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화의 곱셈값’을 만들어 볼 수 있을까요? 그 방법은 질문, 다시 말하면 ‘상대의 욕구 탐색’에 있습니다. 

상대는 오렌지의 어떤 부분을 필요로 할까 ⓒ 셔터스톡


“상대는 왜 지금, 이 오렌지가 필요할까?"


‘무조건 공평하게 반으로 잘라!’는 그의 요구이지만, 그 요구만 들어서는 곱셈으로 커질만한 고리를 잡아내기 힘듭니다. 그러니 질문해야 합니다. ‘왜 저 사람은 오렌지가 필요하지?’라는 호기심으로, 타인의 욕구를 읽어내어야 합니다. 

오렌지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반반 자르는 것을 ①분배적인 협상이라고 합니다. 분배적 협상이란, 말 그대로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일단 나누는 것’입니다. 너와 나 모두 공평함을 무기로 정확하게 잘라 나누어 가지는 것이지요. ‘오렌지를 자르기를 요구' 했으므로 그 요구에 맞춰주는 것입니다. 이런 거래와 대화가 겉으로는 공평해 보이지만, 욕구 탐색에 관련된 질문을 하지 않았기에 사실 많은 경우에서 ‘진정한 의미의 공평함’은 되지 못합니다. 

반대의 의미로, ②통합적 협상이 있습니다. 통합적 협상이란 ‘욕구를 묻고’ 그에 따른 공평함을 ‘재정의’ 합니다. 만약 오렌지를 반반씩 가지려는 의도가 우리는 과육으로 쥬스를 만들어 먹을 의도였지만, 상대는 껍질만을 원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잼을 만들어 먹기 위해 알맹이가 필요하지만, 상대는 향수나 세제를 만들기 위해 껍질만 필요할 수 있습니다. 나는 모든 과육을 가지고 그는 내가 필요하지 않은 것 혹은 덜 필요한 것을 가져갈 때, 곱셈의 법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요구를 넘어 욕구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언제나 질문을 하실 준비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질문하는 것이 뭐가 대수일까 생각하실 수 있겠지요? 하지만 협상 안에서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득'을 최대화하는 방법만 생각하며 침묵하지, 상대의 의중을 묻지 않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묻지 못한다고 말을 하는 것이 맞겠네요. 제가 사회 초년생일 때, 묻지 못하고 저의 요구만 쏟아내는 면접을 했던 것처럼요. 

욕구를 이해하면, 곱셈의 고리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A를 원하는 대화를 한다고 생각해 보면 이렇게 욕구를 분석해 낼 수 있습니다. 일단 간단하게 3가지로 나누어 볼까요?

  • 순서 : 이런 사람은 제일 먼저 가지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1번, 1등에 목숨을 거는 사람이 있습니다. 뭐든 최초가 되는 것이 중요하지요. A를 원하는 이유도 ‘스스로가 최초'가 되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 양 : 이런 사람은 합계를 가장 크게 봅니다. 과정이 얼마나 지난하든, 복잡하든 결국에 자기의 손에 쥔 내용물의 합이 중요하지요. 이런 분은 ‘그래서 합계는?’이라는 질문을 자주 씁니다. 
  • : 얼마나 탁월한가, 혁신적인가, 다른가에 대한 가치를 두시는 분이지요. 합계와 속도보다는 그 일을 해냄에 있어 만들게 된 탁월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분이지요. 

다시 말해, 상대가 여기는 중요함을 극대화해주는 전략이 바로 ‘곱셈’ 방법입니다. 그런 곱셈을 마다할 사람은 없으니까요. 


▷ 면접관으로 바라보기
다시 면접장으로 가볼까요? 

후보자 B는 이런 사람입니다. 분명, 면접관이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를 ‘질문'한 사람입니다. 취업이라는 목표를 ‘나의 성과'로 두지 않고 ‘타인의 성과'로 다시 곱합니다. 

팀장으로서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책임과 범위가 늘어나는 리더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는 사실 ‘시간 관리’입니다. 여러분 주변의 리더들, 팀장들을 한번 살펴보세요. 이구동성으로 고민되는 지점이 바로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나 에너지가 없다. 혹은 자잘한 잔업들이 너무 많다.’라는 이야기 일 것입니다. 후보자 B는 이런 부분을 잘 읽어 낸 것이죠. 경력은 적지만, 잔일들을 해 낼 수 있다는 매력을 뽐내며 면접관에게 말을 하지요. 

“저의 노력으로 당신의 시간을 벌어드릴게요. 

그렇게 되면 당신은 더 중요하고 급한 일들을 처리하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타인의 욕망을 곱빼기로 올려주기 


다시 한 번 정리해 볼까요? 말의 공식의 곱셈을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말의 공식 : 곱셈 편]
  • 언제나 타인의 욕구에 먼저 귀를 기울입니다. 어떤 욕망을 이야기하는지 먼저 들어보세요. 그 사람이 어렵다고 하는 것, 힘들다고 하는 것,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의 키워드를 먼저 정리해 보세요. 
  • 그 욕망에 맞춰진 해결점이 무엇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어 보세요. 직접적인 도움이 될 부분도 있고, 간접적인 도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움의 크기나 강도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도움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고 있는 여러분의 태도입니다. 도움의 키워드가 얼마나 다양하게 펼쳐질 수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 여러분의 제안이 상대의 욕구 실현에 얼마나 매력적일 수 있는지 하나씩 제안해 보세요. 둘의 거래가, 관계가, 협업이 잘 이루어졌을 때 어떤 이득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해보세요. 

나의 요구는, 타인의 욕구를 읽어내는 것으로 충족시킬 수 있다는 곱셈의 공식을 기억하세요. 상대의 곱셈을 올려 줄 때, 우리의 대화는 시작되고 마무리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다음 화에서는 나누기의 내용으로 돌아올게요!



▶ <직장인의 말하기 : 말의 공식> 시리즈 보러 가기 



글ㅣ쟈스민 한
말의 공식 (2022, 토네이도), 워크 디자인 (2020, 21세기북스) 저자이며 비즈니스 심리학자. 7년은 한국에서, 11년은 싱가포르에서 경력을 쌓았다. 애플에서 비즈니스 코치로, ESSEC 경영 대학원에서 협상과 설득을 가르치고 코칭하며 다양한 직장인들을 만났다. 2021년 비즈니스 코칭 스쿨을 설립했고 글로벌 코치로 일을 하고 있다. @bcoaching_school



발행일 2022.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