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셔터스톡
10년 차 시니어의 이직 시기
내 전문성, 잘 활용되고 있나요?
처음 커리어를 시작한 직장에서 연차가 쌓여 고연차가 된 경우가 있고, 저연차 때 이직을 경험한 고연차 직장인도 있다. 두 경우 모두 커리어가 어느 정도 쌓였다면 서두에 언급한 것과 같이 ‘익숙하고 안정적인’ 내 자리를 경험했을 것이다. 익숙하고 안정적인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이직을 고민하는 시기가 있다. 고연차 직장인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체 이직은 언제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 사실 이직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개개인이 선택하는 것이라 정답은 없다.
연봉이 낮을 때,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맞지 않을 때, 회사 또는 업무가 싫어졌을 때 등 그 이유와 시기는 다양하고, 이직을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시기라는 것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고연차 직장인들은 이미 더이상 남들이 보기 좋은 회사의 이름, 자랑하기 위한 높은 연봉보다 각자의 직장 생활에서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가치를 둬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의 경우에는 ‘내가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가? 내가 제대로 대우 받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먼저 고민한다.
금전적인 대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10년 이상 같은 직무 안에서 여러 업무를 경험하였으면, 내가 가장 잘하는 업무는 무엇이고 어떠한 전문성을 갖췄는지에 대한 답을 찾았을 것이다. 회사는 내 전문성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고 나는 이러한 환경에서 업무적 성과를 달성할 뿐만 아니라 저연차 후배들에게도 성장할 수 있는 자극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회사가 나를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이지 않을 때, 즉 내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 물리적으로 전혀 변화가 가능하지 않는다면 내부에서의 기회를 찾기보다는 외부에서의 기회, 즉 이직을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시기라 생각한다. 현 직장에 내가 있어야 하는 이유보다 다른 직장, 이직하고자 하는 곳으로 내가 가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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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을 위한 기본 숙제
이직이 비교적 쉬운 저연차 직장인
회사 입장에서 본다면, 현재 커리어에 이어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는 저연차 직장인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심지어 지금까지의 경험과는 상관 없이 새로운 직장과 직무로 도전한다고 하여도 처음부터 신입으로 시작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저연차에게는 전문성을 기대하기 보다는 그가 가진 열정, 그리고 성장 가능성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 흔히 말하는 연봉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중고 신입의 경우 1-2년 영업했던 친구가 인사 직무로 이직을 하기도 하고, 경영학을 전공하고 회계업무를 하던 직원이 코딩을 배우고 IT 개발자로 이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하는 과정 중 ‘시행착오’라는 표현으로 1-2년에 대한 시간을 설명할 수 있고 회사는 직무에 대한 전문성은 없더라도 직장 생활에 익숙한 이들을 채용했을 때 장점이 많기 때문에 채용에 두려움이 없다. 저연차 직장인 또는 신입이기 때문에 이직을 하는 사람도 이를 채용하는 회사에서도 고연차에 비해 좀 더 쉽게 생각하고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다.
고연차 직장인의 이직, 왜 힘들까?
이에 비해서 고연차 직장인의 경우 같은 직장 또는 직무에서 10년 이상의 시간을 보냈으니 이직을 하고자 하는 사람도, 채용을 하는 회사도 모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자 연차가 높은 만큼 저연차에 비해서 몸값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고연차 직장인 한 명을 채용하면 새로운 인원이 회사에 가져올 그 효과에 대해서 회사는 저연차에 비해 까다롭고 높은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고 판단하게 된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저연차 직장인의 경우 고연차와 비교했을 때 흔히 이직 시 발목을 잡는 요소들이 적다. 편견이 반영되었을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높고 유지 또는 책임을 져야 할 삶의 무게가 가볍다. 그러나 고연차의 경우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책임감과 이직으로 인한 변화에 대한 두려움 마지막으로 실패 시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남아 있을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이직이 쉽지 않다. 고연차 직장인들이 이직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지금부터 더 바쁘고 치열하게 생각을 정리하는 숙제를 해야 한다.
고연차 직장인의 숙제 3가지
첫 번째는 하고 싶은 일의 가치관 정립이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가치관이 정립되었다는 것은 일을 하면서 스스로 믿고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 및 추구하는 방향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는 직장 생활에서 일을 할 때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갖고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신념, 방향 및 가치관을 정립해야 하는 것이 그 첫 번째 숙제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커리어 로드맵을 작성하는 것이다. 만약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이미 커리어 로드맵을 작성하였다면 그 로드맵을 따라 잘 가고 있는지,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재점검하고 명확히 하기 위함으로 생각하면 된다. 만일 커리어를 시작할 때 ‘인사’ 직무를 목표로 정하였다면 10년 이상의 ‘인사’ 직무에서 근무하면서 지금 내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무엇을 이루었는지를 체크하고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어떠한 위치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싶은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본인의 성향, 성격, 강점 및 약점 분석 등을 고려해서 조직 내에서 성공한 관리자가 되고 싶은지, 관리자보다는 직무 전문가가 되고 싶은지, 더이상 조직 생활을 그만두고 창업 또는 개인 사업을 하고 싶은지 등 본인의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커리어 로드맵을 재점검하며 수정 및 작성해야 한다. 요즘 MZ 세대에서 유행하는 MBTI도 좋고, 강점 테스트도 좋으며 경영학 시간에 한 번은 꼭 들어봤을 SWOT 분석도 좋다.
또한 구체적인 Action Plan을 통해 실제적으로 취할 수 있는 행동을 정하고 만약 부족한 점이 있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어떠한 선택을 하였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장점과 단점을 꼼꼼히 따져 봄으로써 고연차 직장인으로서 이직을 할 때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고 이겨낼 수 있는지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다.
마지막 숙제는 이직을 통해서 ‘내가 얻고자 하는 것’과 ‘내가 줄 수 있는 것’에 대한 비교이다. 이는 이직할 회사가 정해지지 않았더라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고연차의 이직은 이직을 하는 본인뿐만 아니라 채용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도 어려운 결정이라고 했었다. 고연차를 선발하는 이유는 채용 후 바로 가지고 있는 전문성 또는 역량을 발휘해서 회사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회사의 성공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많은 사람을 채용하고자 함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기만 한다면 이직에 만족할 수 없음으로 성공한 이직이라 할 수 없다. 반대로 내가 이직을 통해 얻고자 하는 부분은 충분히 채워지지만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하면 그 조직에 적응하며 스며들지 못하게 된다. 결국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또 다른 이직의 기회를 찾고자 한다. 고연차의 이직은 본인도 회사도 불안함을 안고 하는 큰 모험이다. 따라서 고연차 직장인이 이직을 한다면 분명히 줄 수 있는 것과 얻을 수 있는 것을 비교하고 서로에게 밑지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