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셔터스톡
문제는, 이 시스템 아래에서 매니저와 구성원은 모두 지치고, 오히려 업무 동기를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과를 독려하기 위해 고안된 방식이 사실상 그 반대의 효과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캔자스 주립 대학 경영학 교수 사토리스 컬버슨(Satoris Culbertson) 은 200개 케이스 이상의 성과 리뷰에 대한 참여자 반응 연구에서 점수 혹은 등급 평가를 받는 행위 자체가 구성원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인식되고, 이는 기본적으로 성장 마인드셋이 내재된 사람들에게 조차도 부정적인 반응을 유도한다고 주장한다. 점수를 통한 등급/서열화가 핵심인 전통적인 성과주의 시스템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소위 ‘성과주의 인사 시스템’이라고 하는 조직관리 방법은 구성원 간의 경쟁을 유도하고 그 긴장과 압박을 활용해 성과를 이끌어 내는 방식을 취한다. 서로를 비교해 평가하고 그 평가에 따라 보상의 격차를 확대하며 이를 공개적으로 알리는 방식이다. 그런데 뇌과학에 따르면 숫자로 표현되는 점수와 등급, 서열로 사람을 낙인 찍는 것은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판단을 저해하는 ‘경직-투쟁-도피’(freeze-fight-or-flight) 반응을 자극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경직-투쟁-도피(freeze-fight-flight) 반응은 긴박한 위협 앞에서 자동적으로 나타나는 생리적 각성 상태를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다. 원시인이 사냥을 나갔다가 야생동물을 만났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는 순간 얼어붙는다. 경직 반응은 소위 지향반응으로 부교감신경계에 의해 매개되며 잠시 운동반응이 정지되어 상황을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한다. 도망이나 싸움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 겁에 질린 긴장성 부동 상태가 나타나게 되는데, 이 역시 일종의 경직 반응에 해당된다. 완전한 긴장성 부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일반적으로 혈압이 올라가고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며 근육으로 공급되는 혈액의 양을 증가시켜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에 직면하게 되면 인체는 생존하기 위해 그 위험에 대항할 것인지 혹은 도망갈 것인지 반응하게 된다. 이어 우리 뇌의 여러 부분과 자율신경계가 혈액 내로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여 신체가 행동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게 된다. 이처럼 스트레스 반응은 1차적으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부교감신경의 기능은 저하되는 쪽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뇌신경반응은 우리가 위험한 야생동물에 갑자기 맞닥뜨렸을 때와 같은 물리적 위협이 우리에게 갑자기 가해졌을 때 발생하는 두뇌 납치 현상과 유사하다.
장곤대 부장은 김열심 대리가 나름대로 괜찮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하고 나름의 격려와 진심을 담아서 "김열심 대리 자네는 올해 2등급이야. 내가 평가서에 성과를 어떻게 더 향상시킬지, 어떻게 개발하면 좋을지에 대한 의견도 담았어" 이렇게 피드백했다. 이 회사는 1~3등급으로 평가를 하고, 숫자가 낮을수록 높은 평가를 나타내는 것이므로 2등급은 우수한 성과를 의미한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고 할지라도, 전형적인 직원들은 (뇌 과학적으로볼 때) 실망감과 수치심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어떤 경쟁 구도에서 다른 사람 누군가는 여전히 자신보다 높은 등급, 순위에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뇌는 ‘경직-투쟁-도피’ 현상과 유사한 뇌반응을 보인다. 설령 김열심 대리가 장곤대 부장에게 평가에 대한 이슈제기나 불편함을 호소하지 않았더라도 그의 무의식은 자신이 온전히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고, 뜻하지 않은 동기저하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매니저 장곤대 부장의 피드백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고, 과감한 목표 설정에 저항하게 되며, 매니저가 순수한 의도로 긍정적인 롤 모델로 제시한 누군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마음을 품게 된다.
전통적인 성과관리에 대한 근본적 문제는 이것이 결국 인간의 성장과 배움에 대한 잘못된 인식, 즉 고정 마인드Fixed Mindset을 널리 퍼뜨려왔다는 점이다. 불행히도, 많은 조직의 성과관리에 있어 널리 퍼지고 당연한 것으로 보급된 인식은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이다. 이것은 많은 직원이 배우고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향상시키려는 일련의 노력을 부정하거나 방해한다. 학창 시절로 돌아가, 학교에서의 하루를 돌이켜 보자.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단지 '열심히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오히려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에 걸맞은 성적이 나오지 않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내릴까 노심초사한다. 때문에 실제로는 열심히 노력했더라도, 오히려 그것을 숨기고 별다른 노력없이 좋은 성적을 받는 다는 것을 인지 시키려 노력하곤 한다.
업무 환경도 마찬가지다. 고정 마인드셋에서 사람들은 대개 어려운 도전을 피하려고 한다. 아무리 높은 가치가 있더라도, 일단 자신에게 주어진 목표가 높거나 난이도 높은 전략 과제라면 구성원은 그것에 흥미를 느끼기 보다 ‘실패’를 부르는 초대장으로 인식한다. 고정 마인드셋은 사람들이 속임수를 쓰도록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성과주의 경영의 경쟁과 압박 시스템은 사람들로 하여금 진짜 성과를 내는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 노력하게 만들기 보다 슈퍼스타처럼 보이기 위한 속임수를 찾도록 유도한다. 어려운 도전 역시 피하려고 하는 패턴을 보인다. 아무리 높은 가치가 있더라도, 일단 자신에게 주어진 목표가 높거나 난이도 높은 전략 과제라면 구성원은 그것에 흥미를 느끼기 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부터 느끼기 때문이다.
고정 마인드셋을 자극하는 인사 시스템이 조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과도한 갈등, 낮은 생산성과 비협조적 문화를 낳았다. 2013년 실시된 글로벌 컨설팅사 PWC의 제 17회 글로벌 CEO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한 CEO의 93%가 회사의 인재관리에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콘페리 인스티튜트(Korn Ferry Institute)의 리더십 개발 연구원 로버트 아이힝거(Robert Eichinger)에 따르면 "구성원의 재능을 키울 수 있는 역량"은 관리자에게 필요한 67가지 역량 가운데 현재 가지고 있는 역량을 순위 매김 했을 때 최하위(67위)로 나타났다. 이는 냉정하게 말하면 기업과 리더는 사실상 구성원을 육성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기업이 성과관리 시스템과 구성원의 성과향상을 위한 역량 교육에 수십 년 동안 투자를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역량은 전혀 개선하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