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현
현재 주요 고객은 누구이며, 주로 어떤 방식으로 일하시나요?
저희의 고객은 F&B, B2C 리테일, 그리고 일반 기업으로 주요 고객을 보고 있어요. 일하는 방식은 프로젝트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크게 디스커버리 -> 디파인 -> 디벨롭 -> 딜리버리 4단계로 볼 수 있어요. 이 중에서 특히 첫 두 단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시간을 쏟는 편인데요, 여기서 아무래도 다른 디자인 스튜디오와의 차이가 있지 않나 싶어요.
프로젝트 문의가 들어오면 간단한 소개 후 바로 미팅을 잡습니다. 보통 전화나 화상 미팅을 잡는데, 클라이언트의 브랜드에 대해 자세히 듣기 위해서죠. 보통 브랜드가 지금 어떤 단계에 있는지, 우리가 함께 일함으로써 어떤 결과물을 가져가고 싶은지, 대략적인 타임라인 등을 이야기하죠.
고객과 첫 만남인 셈이네요.
맞습니다. 브랜드 디자인의 범위가 워낙 크고 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지 않은 클라이언트도 있다 보니 미팅을 통해 현재 직면한 상황과 문제를 파악해서 알맞은 견적을 냅니다. 상황에 맞게 해야 할 일을 제안서 같이 견적서에 포함 시켜 원하는 통합적인 서비스를 드릴 때도 있어요. 그 외 클라이언트의 느낌, 스타일을 가늠해 저희와의 케미를 확인할 수 잇는 방법이기도 해요. 이러한 단계가 지나면 그 목적에 맞는 디자인을 몇 차에 걸쳐 디벨롭하고 클라이언트와 저희 모두가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만들어 냅니다.
경험이 곧 나를 만들어, 계속 성장하는 디자이너
디자이너이면서 대표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좋은 점 또는 어려운 점이 있는지요.
디자이너로서는 10년 차지만, 이제 겨우 3년 차 대표인데요. 사회 초년생 때 흔히들 1년 차일 때는 ‘내가 뭐 하는 거지’ 싶고, 2년 차에는 ‘아, 이제 조금 알겠다’, 3년 차에는 ‘OK, 나 이제 어떻게 하는지 알겠어’라고 생각하곤 하잖아요. 저한테는 사업도 비슷했어요. 1년은 이거 저거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신없었고, 2년째일 때는 ‘이제 좀 숨은 쉬겠다’ 싶었죠. 그리고 3년째 되니까 ‘이제 어떻게 하는지 조금 알겠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돼요.
저는 여전히 배워나가는 중이에요. 디자이너로서의 경험, 대표로서의 경험을 계속 쌓아가고 있지만, 계속해서 배워야 할 점들이 있다는 것, 그게 좋기도 어렵기도 한 부분인 것 같아요. 이 모든 여정에서 가장 좋은 것을 꼽으라면, 내가 내 시간을 주도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이에요.
디자이너 중에는 내 회사를 시작하고 싶은데 조금 더 경험을 쌓아야 하는 것인지, 과감하게 시작해도 되는지 고민하는 이들이 있을 거 같아요.
이런 고민을 하는 친구들에게 회사에서 배우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조금 더 조직 생활을 해도 된다고 말해요. 저 역시 조금 더 큰 회사에서 좀 더 높은 포지션까지 경험해보고 창업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 적도 있었어요. 물론 조직 생활을 할 때에는 하나의 포지션에만 계속 머물기 보다는 다양한 업무를 해봐야 해요.
하지만 더 이상 조직 생활에서 배우고 싶은 게 없거나, 하고 싶은 바가 뚜렷하다면, 과감히 시작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시간을 오래 들여 계획한다고 해도, 결국 부딪혀 봐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브랜드 디자이너들은 보통 어떤 커리어 패스를 밟으며, 이때 중요한 역량은 무엇이 있을까요.
크게는 승진을 통한 조직 내 성장, 프리랜서, 창업으로 나눌 수 있어요.
먼저 조직 내 성장을 이루고 싶다면 조직 구성원들과 클라이언트 등과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요. 승진을 할수록 직접 디자인을 하는 일은 줄고 아이디어를 말로서 설명하고 팀원들에게 이해 시켜 아웃컴을 뽑아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경험, 팀원들의 장점을 끌어올리는 능력이 중요해요.
두 번째, 프리랜서는 거의 창업과 비슷해요. 1인 대표 기업이랄까요. 따져보면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수도 있어요. 도와줄 팀원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골라서 할 수 있다는 데에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렇기에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파악하고 이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 공부하면 좋죠. 또 조직에 있으면서 회사가 프리랜서와 일할 때 어떻게 진행하는지 잘 관찰해두면 좋을 거 같아요.
세 번째, 창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회사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을 최대로 해보면 좋아요. 그 경험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특히 디자이너들은 오로지 디자인만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보다는 업무 이메일을 효과적으로 보내는 방법, 프레젠테이션 스킬,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을 쌓아 놓으면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브랜드 디자인 스튜디오는 모든 산업군과 접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꽤 괜찮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수연님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시나요?
우선 이제 3살이 되는 펜듈럼 스튜디오가 속도를 내서 스케일 업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처음 펜듈럼을 설립하면서 생각했던 것은 우리가 크고 작은 브랜드들의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어요. 조쉬는 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있는 유럽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도모할 수 있고, 저는 한국에서 해외 진출을 하는 브랜드가 한국 감성과 메시지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자 했죠. 이 생각은 변하지 않았고 싱가포르에 베이스를 두되 유럽과 한국에서도 작은 팀들을 만들어 재밌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