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규현 님 ⓒ 변규현
당근마켓에 올 수 있었던 계기
당근마켓에 오기 전에 저는 작은 스타트업들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때 작은 커뮤니티 중 하나인 AWS Korea User Group을 접했어요. 이 곳에서 처음 당근마켓 CTO를 만나게 됐습니다. 당근마켓이 커지기 전에 처음 뵀는데, 2019년에 제가 이직한다는 소식을 듣고 저한테 전화를 주셨어요. 실제로 만나 조인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면접을 보게 됐고, 당근마켓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개발 커뮤니티가 취업에 도움이 될까?
한 가지 의문이 드실 것 같아요. ‘과연 커뮤니티 활동이 이직에 도움이 될까?’라는 점이요. 답변은 ‘도움 된다’입니다. 그렇다면 왜 도움이 될까요? 그리고 저는 어떤 과정으로 도움받았을까요? 먼저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 기술 능력이 향상됩니다. 예를들어 AWS 커뮤니티는 AWS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로 구성돼 있는데요. AWS에 대해 궁금한 점을 공유하고, 아는 것과 궁금한 점을 계속해서 공유해요. 이처럼 커뮤니티는 지식을 공유하는 공간이에요. 가르침을 받기도 하지만 아는 것을 공유하기도 하거든요.
그렇다면 커뮤니티에서 어떻게 개발 지식을 쌓을까요? 어렵지 않습니다.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구독만 하면 돼요. 페이스북 커뮤니티도 괜찮고, 이메일 구독도 괜찮아요. 많은 유즈 케이스(use case)와 글이 매주 공유되는데, 이것만 읽어봐도 좋아요. 페이스북의 경우 글이 매일 올라와요. 사실 처음에는 글을 읽고 발표를 들어도 기억에 잘 남지 않아요. 익숙한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까먹기 십상이죠. 그런데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내용은 계속 반복이 돼요. 비슷한 기술을 사용한 경험들이 지속적으로 공유되는데, 이 반복 학습이 기적을 만듭니다. 처음에는 어렵다고 느끼고, 이해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렸는데 커뮤니티에서 관련 아티클을 계속해서 읽다 보면 어느새 그 기술과 친숙해지는 거예요. 그리고 계속 보다 보면 “이거 한번 해보고 싶은데?”하면서 따라하게 되고, “개선해보고 싶은데?”하면서 계속 성장하게 되는 상황에 자연스레 휩싸이게 되죠.
그런데 반복되다 보면 ‘지루하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생기겠죠. 이미 알고 있는 것들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90% 정도의 내용이 반복되더라도 10%는 누구나 특별한 경험을 갖고 있어요. 우리가 일하는 공간이 다르고, 경험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특별한 경험 10%로 부족한 경험들이 채워지는 거죠. 그리고 이 지식을 당장 사용하지 않더라도 1년 후에 사용할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그럴 때 굉장히 도움 된다는 걸 경험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이 공부는 나중을 위해 하는 거니까 계속 배우는 것에 대해 적응해야 하는 거죠. 물론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 시간을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그런데 커뮤니티에 참여해도 놀 시간은 충분해요. 커뮤니티 행사가 하루 종일 있지도 않고, 몇 시간을 투자해야 되는 수준도 아니거든요. 보통 5분, 길면 15분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활동하면 돼요.
이렇게 두 번의 스타트업을 다니는 동안 커뮤니티에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저의 부족한 점을 알고 있었고,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커뮤니티에서 잘하는 분들을 찾아 계속 배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커뮤니티를 보면 영화 <어벤져스>가 생각나요. 수많은 사람들이 잘하는 분야가 다 다르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위계질서가 없어요. 회사에선 팀장님한테 물어보기 무섭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60대 교수님들과도 친구처럼 지내요. 심지어 제가 더 잘 아는 부분이 있으면 알려드리고, 내가 모르는 게 있다면 그분이 알려주세요. 그럼 모르는 부분의 키워드도 듣고, 그 부분을 따로 공부하는 압축 성장을 할 수 있는 공간인 거죠.
또, 커뮤니티의 중요 포인트는 자주 참여하다 보면 발표 제안이 온다는 거예요. 커뮤니티는 발표자에 목마르거든요. 저는 발표 제안이야말로 저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커뮤니티는 규모가 크든 작든 발표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그리고 작은 발표 경험은 큰 발표에 도움이 되죠. 예를 들어 10명 내외를 위한 발표자료를 만들고 공유했는데, 이분이 카카오 컨퍼런스를 진행하는 사람이라면 그 경험을 “우리 컨퍼런스에서 공유해주시는 게 어때요?”하고 제안이 와요. 그럼 이 자료를 바탕으로 딥다이브해서 다시 공유하는 거죠. 그렇게 계속 발표하다 보면 오늘처럼 원티드에서도 발표할 수 있는 거죠. 이건 이력서를 직접 넣는 것과 또 달라요. 쉽게 저를 알릴 수 있어 이력서를 넣지 않더라도 제안을 받게 되는 거예요.
ⓒ 변규현
그렇다면 발표는 어떤 주제로 해야 할까요? 저는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요. 모두가 관심 갖지만 대부분 모르는 것, 그리고 내가 잘 알고 경험이 있는 것으로요. 전자의 예시는 3-4년 전만 해도 클라우드 경험이 없었거든요. 그럼 클라우드를 도입할 때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하는지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저만의 방식을 알려줘요. 예를들면 제가 잘 알고 있고 경험이 많은 것은 GO 언어와 채팅 플랫폼, AWS, 데이터 파이프라인 등이 에요.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경험을 잘 정리해서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겠죠. 이렇게 두 가지 방식이 있는 것 같아요.
모두가 관심 갖지만 대부분 모르는 것에 대해 발표했을 때, 이것을 새로운 공부를 하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해요. 내가 공부한 내용을 레퍼런스로 남길 수 있는 기회인 거죠.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면접관들은 내가 이걸 아는지 몰라요. 그런데, ‘나는 이걸 공부했다’는 걸 알려야만 해요. 왜냐하면 나는 이 회사를 가고 싶거든요. 그래서 나의 발표자료를 이직하고 싶은 회사의 담당자가 보고 “이 사람 이런 것도 공부했었네?”하고 알 수 있도록 준비하는 거죠. 그러면 발표하는 것이 곧 기회가 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