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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로서의 커리어 스타트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스타트가 조금 빨랐다고 볼 수도 있어요. 개발을 학부에서 처음 접하는 경우가 아니었고, 디자인고등학교를 졸업해 이미 고교 시절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을 익혔었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부 전공도 소프트웨어학과로 진학하게 되었고, 졸업 시기쯤 배움에 대한 니즈가 더 생겨 인공지능/머신러닝 분야 석사과정을 밟으며 개발자로서의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학교 다닐 때 처음부터 개발에 엄청 집중하지는 않았어요. 게임(LOL)에 너무 열중하다 보니 수상이라는 성과도 이뤘지만, 학사경고를 받은 적도 있기도 하고요. 결국엔 석사 전공을 살리지 않고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의 직무를 설정하게 되었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대학원 생활 중에는 엘라스틱 서치, 아파치, 워드프레스, 도커 등 그간 공부하고 싶었던 것들을 많이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개발자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회사의 ‘기준’은?
회사의 규모, 개발팀의 규모, 그 다음 프론트엔드 팀의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또, 내가 사내 추천으로 지원을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해요. 굉장히 좋은 기회거든요. 더불어 입/퇴사자가 얼마나 많은 지도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내가 이 회사에 얼마나 가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기업평가 앱(블라인드/원티드/잡플래닛 등)을 통해 살펴볼 수 있겠죠.
참고로 저에게 회사의 인지도는 고려 대상이 전혀 아니었어요. 회사는 좋은 회사인데도 불구하고 B2C 기업이 아니라서 일반 유저분들이 잘 모르는 회사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저는 이 부분을 표로 정리했는데요. 세로축은 회사 이름을, 가로축은 앞서 말한 이 지표들(기업 규모, 사내 추천, 평판 등)을 나열하고 회사마다 이 지표에 대한 점수를 나름대로 다 적었거든요. 그 다음, 회사 순위를 매겼어요. 그러고 나서 면접을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정말 가고 싶은 회사는 조금 나중에 지원을 하는 것’도 하나의 팁이에요. 면접을 보면서 실력이 점점 쌓이기도 하고, 불합격했을 때의 충격 때문에 더 열심히 준비해서 다음 면접은 잘 보게 되는 효과도 있어요.
마지막으로, ‘NPS’도 중요한 지표입니다. Net Promoter Score라고도 불리는데 IT 회사들은 NPS라는 지표가 있어요. ‘이 서비스를 내 지인에게도 추천을 할 것인가’를 측정하는 지표인데, 회사 서비스의 충성도 점수를 평가하는 지표이기도 하고요. 결국엔 내부 직원이 추천하는 회사는 자연스럽게 좋은 회사일 가능성이 높거든요. 이러한 부분 때문에 다른 직무에 비해 개발 직군인 분들이 덕업일치이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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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일하는 ‘사람’이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 확인하는 Tip
저는 같이 일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들인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프론트엔드팀 구성원이 누구인지, 당장 내 옆에서 일하고 내 코드를 리뷰해 주는 사람이 어떤 사람들인지가 제일 중요했어요. 근데 알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지원하기 전부터 회사에 콜드메일(모르는 사람에게 보내는 메일)을 직접 보낸다거나, 회사에 아는 분이 있다면 소개해달라고 얘기를 해서 그 회사 프론트엔드 개발팀 분들이랑 티타임을 가지기도 했어요. 이를테면 회사 사내 분위기, 야근 빈도 등을 파악하기 위해 퇴근 시간 이후에 방문하는 게 좋은 전략일 수도 있어요. 이렇게 제가 가고 싶은 회사는 티타임을 가진 후 지원을 했던 것 같아요.
진정성과 용기로 부딪혀보는 ‘콜드메일’ 작성법
앞서 콜드메일에 대해 말씀을 드렸는데, 콜드메일이란 낯선 분에게 티타임을 요청하는 거라고 보시면 되어요. 링크인이나 SNS 플랫폼을 통해 어떤 회사에서 일하고 계신지, 관심 있는 회사의 사람을 서치하는 과정에서 콜드 메일을 많이 보내보세요.
개인적으로 저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구글이나 페이스북 본사 실내를 너무 가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구글에 계신 인터렉티브 디벨로퍼라는 책을 쓰신 김종민 님이 계세요. 한 3~4년 전쯤에 콜드메일을 보냈어요. 대학원생 때 취준생 개발자인데 구글에서 티타임 하고 싶다고 얘길 했고, 너무 친절한 분이셔서 2~3시간을 구글 캠퍼스에서 오래 얘기한 경험도 있어요.
막막하기도 하고 용기도 필요하지만 ‘진정성’은 어디서든 통하는 것 같아요. 김종민 님도 제 메일을 맏고 며칠간 고민하다 수락했다고 하셨어요. 제가 보내드린 메일의 진정성이 멘토님께도 와닿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치열한 서류 합격의 비결
실제 현업에 계신 분들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레퍼런스를 최대한 많이 여쭤봤어요. 이력서는 한 장 내지 두 장으로 깔끔하고 일목요연하게 만드는 게 중요해요. 불필요한 내용을 다 제외하고 한 장으로 완성하는 거죠. 추가적으로 넣고 싶은 부분은 포트폴리오에 따로 저장하면 되고요. 그래서 저는 다른 분들이랑 차별화를 두기 위해 이력서를 피그마로 디자인했어요. A4용지 한 장 사이즈로 피그마로 단 나누고, 폰트도 최대한 깔끔하게 설정했어요. 취준생 때는 내가 하나라도 경험했던 거나 이력서에 조금이라도 더 드러나 보이고 싶은데, 이 부분은 굳이 이력서에 넣지 않고 주로 노션에 연결해서 제가 소개하는 글이나 그런 것들을 제한 없이 넣었던 것 같아요. 이력서 쓸 때 많이들 실수하는 부분이 본인이 한 걸 다 보여주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보여주는 거는 나의 최대 장점만 임팩트 있게 어필해도 충분합니다.
면접에서 늘 빠지지 않고 질문했던 ‘이것’
면접은 항상 회사가 갑이고 나는 을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저는 인터뷰를 항상 소개팅 자리라고 생각하며 마인드 셋을 많이 했어요. 인터뷰는 회사와 내가 잘 맞는지 합을 맞춰보는 자리잖아요. 개인마다 이상형이 다르듯, 회사도 원하는 인재상이 다 다르고, 구직자도 원하는 회사 상이 분명히 있어야 되거든요. 원하는 회사의 모습이 결국 구직할 때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과 얼라인이 되는 것 같아요.
궁금한 부분도 꼭 물어보는 것이 중요해요. 저의 경우에는 프론트 엔드에서 테스트 코드 짜는 게 너무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인터뷰에서 항상 질문했던 내용은, “테스트 코드를 짜고 계신가요?” 혹은 “테스트 코드를 짜고 계시다면 어떤 기준으로 짜고 계시는지요?”였죠. 이런 부분들을 많이 물어본 것 같아요.
그리고 구직활동을 할 때 스스로에게 주니어라는 단어를 잘 안 썼어요. 체감상 업계에서는 1년에서 3년 차 정도면 주니어라고 하는데, 제가 토스에서 수습 종료 후 여러 면접을 참여하며 느낀 게 있어요. 개발 관련 경력 없는 분이 실력은 정말 뛰어난 경우도 있고, 연차는 엄청 높은데 기본적인 것을 잘 모르시는 분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주니어랑 시니어 타이틀은 연차랑 정말 상관이 없구나, 내가 3년 차 이하라고 해서 주니어라는 타이틀을 꼭 달 필요도 없고 내가 5년 차 6년 차 이상이라고 해서 시니어라는 타이틀을 달 필요도 없구나.’ 대신, 이러한 마인드를 갖추기 위해서는 정말 스스로 주니어라는 타이틀을 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공부와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겸손하되 당당하고, 비교 대상을 ‘나’에 둘 것
공부를 하면서 겸손함과 자만함 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게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스스로 누구와 비교하는가에 따라 엄청 자신감이 생기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했어요. 특히 개발 쪽은 앞서 말씀드린 부분처럼 실력/나이/연차에 비례하지는 않기 때문에, 주위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스스로 멘탈 관리도 어려웠고요. 저보다 좋은 실력을 가진 분을 볼 때는 ‘좌절하지 말고 그냥 저분처럼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주니어 분을 보면서는 ‘뭔가 다른 사람으로 인해 내가 스트레스 받으려 하기보다는 어떤 점을 배우고, 공유해 줄 수 있는지’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 둘 사이에 균형을 잘 맞추면서, 나의 실력을 쌓는 방향으로 마인드 셋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 개발 쪽에서 일하시는 분들 중 ‘인포스터 신드롬(imposter syndrome)’이라는 가면 증후군(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도 초반에 많이 겪었던 부분이에요. 특히 엔지니어 직군 중에서도 여성분들이 더 많이 겪는다고 하더라고요.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마인드 컨트롤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