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코리아 김광현 팀장 ⓒ 이용석
정상보다 중요한 오르막길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전경이 의미 있는 이유는 숨 가쁘게 올라 온 오르막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브랜드를 커리어로 이어 온 김광현 팀장의 여정도 오르막길처럼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여러 번 고르며 목표점에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그가 파타고니아에서 펼칠 수 있는 광활한 풍경이 쏟아졌다.
ⓒ 셔터스톡
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처럼 암벽 등반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암벽 등반이 지금의 커리어로 확장되어 온 과정이 궁금합니다.
20대 후반에 클라이밍을 처음 시작했어요. 암벽 등반을 굉장히 좋아해 당시 관련 장비 편집숍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판매할 가치가 있는 제품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장비와 아웃도어 브랜드 공부를 병행했습니다. 그러다 등반을 같이 하던 동료가 파타고니아 아웃도어 제품을 추천했어요. 실제로 매장에서 구매해 입어보니 동료 말대로 품질이 뛰어난 거예요. 아웃도어 제품은 기능이 발휘되는 극한 상황에서 품질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어요. 파타고니아 옷을 입고 암벽 등반을 하는데 편집숍을 준비하며 접해 온 그 어떤 제품보다 월등하다는 것을 체감했어요. 그 길로 본격적으로 파타고니아 브랜드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파타고니아에서 커리어 힌트를 얻으신 거군요.
맞아요. 막연히 편집숍 사업을 구상하던 시기에 이본 쉬나드가 집필한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도서를 읽었어요. 그가 가진 사업 목표와 운영 방식 그리고 무엇보다 제품 품질에 대한 기준을 보며 내 사업을 하는 것보다 파타고니아에 합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30대 초반에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몇 년간 등반만 했어요. 그런데 이본 쉬나드도 마찬가지였어요.(웃음) 그도 직장 생활을 하지 않고 등반에 올인하다 파타고니아 사업을 시작해 마침내 성공했어요.
지금도 기억에 남는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의 한 문장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파타고니아 인코퍼레이티드(Inc.)는 하나의 실험이다. 우리는 지구 최후의 날을 예측하는 책들이 자연의 파괴와 문명의 붕괴를 피하기 위해 즉시 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권고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존재한다.”
만약 내가 브랜드 팬으로 기업에 입사하고 싶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첫 번째로 브랜드 철학, 가치 등 기본적인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해요. 예를 들어, 파타고니아에 지원한다면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라는 미션을 이해하고 환경 보호에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야 하죠. 중요한 건 팬으로서 바라보는 외부 이미지와 실무자로서 마주하는 현실의 모습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를 어느 정도 받아 들일 수 있는지 스스로 검토해 봐야 합니다. 두 번째로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에 필요로 하는 역량을 파악해야 합니다. 파타고니아의 경우 직무와 관련한 커리어와 실무 능력 그리고 연계 경험을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즈니스 관점으로 브랜드를 바라볼 수 있다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거예요. 파타고니아코리아는 의류 제품을 미국에서 수입해 국내로 유통하는 사업을 하고 있어요. 그러므로 의류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하고, 유통 및 커머스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해요. 정리하자면 브랜드 이해와 더불어 실무 전문성을 비즈니스 관점으로 어필한다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팀장님은 어떠셨나요?) 저는 파타고니아코리아 채용에 한 번에 합격하지 못 했고 정규직으로 합류하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래서 파타고니아 한해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했어요. 파타고니아 옷을 입고 암벽 등반을 하며 제품을 테스트하기도 했죠. 말 그대로 ‘파타고니아만을 위한’ 준비를 했었고, 운 좋게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캠페인을 기획하실 때 배움과 인사이트를 얻는 곳이 있다면요?
국내 환경 단체들이 어떤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국내 주요 환경단체가 운영하는 소셜 계정(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모두 팔로우하고 있어요. 파타고니아는 실시간으로 현장에서 일어나는 상황과 그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확인하고 관련 활동을 활성화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에요.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경영 등을 주제로 여러 분야의 브랜드 실무자와 만나 현장 이슈를 나누고 있습니다. 책과 기사를 주기적으로 찾아 보는 것은 당연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