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해 존재하는 ‘파타고니아’

지구를 위해 존재하는 ‘파타고니아’

일자

상시
유형
아티클
태그
이 아티클은 <ESG 기업의 브랜딩 기술> 시리즈의 2화입니다. 


끊임없이 가파른 성장을 최고라 여기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지구가 목적이며 사업을 수단으로 여기는 기업이 있다. 환경 문제를 섬세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도 현장에서 긴급하게 이뤄지는 이슈에 주저하지 않고 움직인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환경 문제에 변화의 바윗돌을 놓는 파타고니아 환경팀 김광현 팀장. 그는 진심으로 환경을 위해 사업하는 국내 기업 또한 훌륭하게 성공할 수 있다는 하나의 사례를 만들고자 한다.

                        파타고니아코리아 김광현 팀장 ⓒ 이용석


정상보다 중요한 오르막길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전경이 의미 있는 이유는 숨 가쁘게 올라 온 오르막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브랜드를 커리어로 이어 온 김광현 팀장의 여정도 오르막길처럼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여러 번 고르며 목표점에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그가 파타고니아에서 펼칠 수 있는 광활한 풍경이 쏟아졌다.

ⓒ 셔터스톡


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처럼 암벽 등반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암벽 등반이 지금의 커리어로 확장되어 온 과정이 궁금합니다.

20대 후반에 클라이밍을 처음 시작했어요. 암벽 등반을 굉장히 좋아해 당시 관련 장비 편집숍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판매할 가치가 있는 제품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장비와 아웃도어 브랜드 공부를 병행했습니다. 그러다 등반을 같이 하던 동료가 파타고니아 아웃도어 제품을 추천했어요. 실제로 매장에서 구매해 입어보니 동료 말대로 품질이 뛰어난 거예요. 아웃도어 제품은 기능이 발휘되는 극한 상황에서 품질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어요. 파타고니아 옷을 입고 암벽 등반을 하는데 편집숍을 준비하며 접해 온 그 어떤 제품보다 월등하다는 것을 체감했어요. 그 길로 본격적으로 파타고니아 브랜드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파타고니아에서 커리어 힌트를 얻으신 거군요.

맞아요. 막연히 편집숍 사업을 구상하던 시기에 이본 쉬나드가 집필한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도서를 읽었어요. 그가 가진 사업 목표와 운영 방식 그리고 무엇보다 제품 품질에 대한 기준을 보며 내 사업을 하는 것보다 파타고니아에 합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30대 초반에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몇 년간 등반만 했어요. 그런데 이본 쉬나드도 마찬가지였어요.(웃음) 그도 직장 생활을 하지 않고 등반에 올인하다 파타고니아 사업을 시작해 마침내 성공했어요.


지금도 기억에 남는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의 한 문장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파타고니아 인코퍼레이티드(Inc.)는 하나의 실험이다. 우리는 지구 최후의 날을 예측하는 책들이 자연의 파괴와 문명의 붕괴를 피하기 위해 즉시 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권고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존재한다.”


만약 내가 브랜드 팬으로 기업에 입사하고 싶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첫 번째로 브랜드 철학, 가치 등 기본적인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해요. 예를 들어, 파타고니아에 지원한다면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라는 미션을 이해하고 환경 보호에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야 하죠. 중요한 건 팬으로서 바라보는 외부 이미지와 실무자로서 마주하는 현실의 모습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를 어느 정도 받아 들일 수 있는지 스스로 검토해 봐야 합니다. 두 번째로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에 필요로 하는 역량을 파악해야 합니다. 파타고니아의 경우 직무와 관련한 커리어와 실무 능력 그리고 연계 경험을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즈니스 관점으로 브랜드를 바라볼 수 있다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거예요. 파타고니아코리아는 의류 제품을 미국에서 수입해 국내로 유통하는 사업을 하고 있어요. 그러므로 의류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하고, 유통 및 커머스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해요. 정리하자면 브랜드 이해와 더불어 실무 전문성을 비즈니스 관점으로 어필한다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팀장님은 어떠셨나요?) 저는 파타고니아코리아 채용에 한 번에 합격하지 못 했고 정규직으로 합류하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래서 파타고니아 한해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했어요. 파타고니아 옷을 입고 암벽 등반을 하며 제품을 테스트하기도 했죠. 말 그대로 ‘파타고니아만을 위한’ 준비를 했었고, 운 좋게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캠페인을 기획하실 때 배움과 인사이트를 얻는 곳이 있다면요?

국내 환경 단체들이 어떤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국내 주요 환경단체가 운영하는 소셜 계정(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모두 팔로우하고 있어요. 파타고니아는 실시간으로 현장에서 일어나는 상황과 그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확인하고 관련 활동을 활성화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에요.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경영 등을 주제로 여러 분야의 브랜드 실무자와 만나 현장 이슈를 나누고 있습니다. 책과 기사를 주기적으로 찾아 보는 것은 당연하고요.

ⓒ 이용석


지구를 되살리기 위한 사업


파타고니아의 사명은 ‘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이다.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파타고니아는 전체 매출의 1%를 환경 단체에 지원하는 '지구를 위한 1%(1% For The Plant)'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출을 내야 하는 영리 기업으로서의 정체성과 지구를 되살리고자 모인 공동체라는 또 다른 정체성은 파타고니아 안에서 어떻게 공존하고 있을까. 


사업 목적이자 목표인 ‘환경을 되살리는 일’을 달성할 수 있도록 환경팀이 일하는 방식과 가치를 듣고 싶어요.

파타고니아 미션은 단 한가지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입니다. 영리 기업이지만 환경 보호가 사업하는 목적이고 환경 보호 활동이 매출만큼 중요합니다. 일반 기업에서는 ESG 관련 팀이 정말 중요한 비즈니스 결정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파타고니아는 환경팀에서 하는 일을 조직의 경영진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파타고니아 환경팀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이슈에 관심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라고 한다면 그 아래 있는 노후 석탄 화력 발전소 폐쇄나 신공항 건설 대응, 탄소의 자연 흡수원인 바다와 삼림 보전과 같이 구체적인 시류를 검토합니다. 이 과정에서 관련 환경 단체나 전문가들의 자문과 조언을 받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을 들여 내부 논의를 하며 파타고니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환경단체의 각종 캠페인에 주목하며 파타고니아가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환경 단체를 지원하는 등 면밀하게 움직입니다. 파타고니아가 이야기할 수 있는 이슈는 캠페인으로 가져와 직접 진행하기도 해요. 회사에서는 환경팀의 이러한 움직임을 중심에 두고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그 안에서 가장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항상 똑같아요. 어떻게 하면 파타고니아코리아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환경 문제에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제가 계속 이렇게 표현하는 이유는 기후위기 문제부터 멸종위기종 보호까지, 환경 문제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기 때문이에요. 파타고니아는 단순히 지원금을 전달하며 이를 토대로 ESG 기업이라고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 보호에 실제로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으로서 대중의 기후위기 인식과 환경단체 목소리를 높이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치열히 고민합니다. 그리고 고민에서 나아가 변화의 파장을 일으키는 데 힘을 보태야 하는 지점은 어딘지 모색하고 밀첩하게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점차 짧고 강렬한 콘텐츠에 익숙해지는 시대에서 긴 호흡의 밀도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다가가는 파타고니아의 화법이 많은 MZ 세대의 공감을 모으고 있습니다. 전략은 있다면요?

전략은 없습니다.(일동 웃음) 전략이 있다면, 파타고니아 미션에 충실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한 가지를 꼽아 본다면 외부로 발행하는 사진, 영상 등의 콘텐츠 퀄리티를 최상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브랜드 톤앤매너와 메시지를 서로 맞추고자 하는 점이에요. 파타고니아가 MZ 세대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최근 저희 제품 중 일부가 트렌드 흐름을 타고 널리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그럴수록 파타고니아는 미션 아래 해야 하는 일을 꾸준히 해 나가야 한다고 느낍니다. 고객의 공감을 모으는 첫 걸음은 브랜드 진정성이고, 진정성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과 가치를 일관적으로 지속성 있게 실천할 때 빚어진다고 믿습니다. (콘텐츠 발행과 밀접하게 연결된 마케팅팀과는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나요?) 환경 문제나 이슈에 대해 마케팅팀과 홍보 방법을 함께 고민합니다. 홍보는 저희가 대응하고자 하는 환경 이슈를 많은 분께 알리는 목적으로 진행합니다. 다만, 파타고니아 미국 본사 가이드가 명확하게 있어요. 그 가이드를 기준으로 소통합니다.


파타고니아코리아에서 진행한 캠페인 여정을 들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진행했거나 현재 진행 중인 캠페인 중 한 가지 캠페인에 대해 기획 단계에서 실제 진행까지 자세한 이야기(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 주실 수 있을까요?

송악산 보전을 위한 서명 운동 '송악산, 그냥 이대로 놔둡서'를 대표로 소개해 드릴게요. 제주도는 지난 10년 동안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다양한 환경 문제가 생겼어요. 저는 제주도 환경 문제의 시급함을 절감했고, 제주도로 내려가 환경단체를 직접 만났습니다. 파타고니아가 기업으로서 무엇을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그러다 제주도 지역의 환경단체 소개로 김정임 선생님을 뵙게 되었어요. 김정임 선생님은 난개발로부터 송악산을 지키기 위해 수십 년간 싸워 온 지역 농부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사랑하는 고향, 송악산을 지킬 수 있다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파타고니아코리아는 이에 힘을 보태야겠다고 결심했고, 김정일 선생님을 대상으로 영상을 제작하며 서명 운동을 진행했어요. (영상 링크)

활동가 혹은 환경단체가 현장에서 목숨을 바쳐 싸워도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타고니아는 일반 기업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중과의 접점이 훨씬 많잖아요. 그래서 해당 이슈를 널리 알리는 데 적극 힘썼죠. 다행히 작년, 제주도의회에서 송악산을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올해 평가 조사를 한다고 해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송악산은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에 위치한 산이다. 파도가 해안 절벽에 부딪혀 울부짖는 소리를 낸다 해서 '절울이 오름'이라고도 불린다. 파타고니아코리아는 <송악산 반대 대책 위원회>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비롯한 환경단체 그리고 지역 주민들과 송악산을 지키는 데 뜻을 모았다. 자세한 캠페인 히스토리 보기)


개인 혹은 사업체 형태로 ESG 브랜드를 일구는 신규 기업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비록 형태는 달라도 지구를 향한 비슷한 결의 마음을 가지고 있을 텐데요. 이들이 무너지지 않고 오래도록 생존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저는 기업을 창업해 경영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무를 담당하는 직장인이라 말씀드리기 조금 조심스럽긴 합니다. 우선 비즈니스가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환경 보호에 풍부한 리소스를 투입할 수 있는 건 당연한데요. 안정적인 비즈니스의 핵심은 제품의 품질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A라는 브랜드가 컵을 판매하며 제품 수입 일부를 특정 단체에 후원한다는 메시지를 홍보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고객은 좋은 뜻에서 한 번은 구매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제품 품질과 디자인 요소가 뛰어나지 않는다면 그 이후로 재구매로 연결되지 않고 브랜드를 외면하겠죠. 비즈니스 경쟁력을 위해서는 다른 경쟁업체보다 뛰어난 품질과 기능을 또는 월등한 서비스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파타고니아 또한 약 50년 동안 옷을 제작해 오며 아웃도어 의류 생산에 대한 나름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쌓았어요. 제품 디자인과 기능 등에 대한 혁신적인 연구도 긴 시간 해왔습니다.

ⓒ 이용석


덜 사고 더 요구하는 삶


기존의 옷을 오래 입는 것을 권하며 의류 수선을 지원하는 원웨어(Worn Wear)는 파타고니아 철학을 보여주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무엇이든 필요한 만큼만 사고, 환경에 덜 유해한 대체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찾아 사용하며, 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을 꾸준히 요구하는 삶. 이를 흔들림 없이 지켜나가는 김광현 팀장의 다음 골인점은 무엇일까. 


다른 국내외 브랜드에서 진행하고 있는 ESG 캠페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업의 환경 캠페인은 그린 워싱의 도구가 될 수도, 환경 문제 해결에 실제로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많은 곳에서 진행하고 있는 플로깅(plogging) 플라스틱 줄이기와 같은 활동을 넘어 기업의 모든 경영 활동 안에서 환경 영향을 줄이고,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저도 기업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해요. 반대로, 파타고니아는 현장의 긴급한 환경 이슈에 귀기울이고 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도 해요. 기업은 제품만 제대로 만들면 된다고 말이죠.(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정말로 긴급한 환경 문제라면 비판을 무릅쓰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으로서 환경을 위한 기여 방법을 여러 각도에서 고안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드넓고도 가파른 파도를 서핑하며 최종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팀장님의 꿈이 궁금합니다.

파타고니아코리아가 우리나라 환경과 환경 문제를 바라보는 기업의 변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파타고니아코리아는 8, 9년차로 역사가 짧은 편이에요. 50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 본사와 역량 차이가 분명히 있어요. 한국 지점도 미국 본사만큼 국내에서 훌륭한 기업이 되도록 이바지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진심으로 환경을 위해 사업하는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 <ESG 기업의 브랜딩 기술> 시리즈 보러 가기



CREDIT


박효린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이용석ㅣ포토그래퍼



발행일 2022.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