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실패 없는 라이브 커머스> 시리즈의 1화입니다. 11번가는 현재 '털업' '찐텐리뷰' '생(生)쑈11' '육아브레이크' 등 예능형 라이브 방송으로 즐겁게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재밋거리가 풍부한 라이브 커머스는 비단 매출뿐만 아니라, ‘펫취존중’ ‘11책방’ 등 신규 예능을 통해 실시간으로 고객과 함께 힐링하는 순간까지 선사한다. 11번가 라이브 ‘LIVE11’에서 전에 없던, 그러나 웃음과 감동이 흐르는 방송을 구성해 나가는 최수정 마케터를 만나 라이브 커머스 방송의 묘미와 전략을 물었다. 
최수정 11번가 라이브 커머스 마케터
LIVE ON,
커리어에 신호가 들어온 순간
‘라이브 커머스 마케터’라는 생소한 직무 세계의 초입에 마중나와 있는 그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신만의 커리어를 이야기한다. 그는 어떤 연유로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들어와 몸소 시행착오에 부딪히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채굴하게 된 것일까.
2021년 1월, 11번가에 합류하셨어요. 라이브 커머스 마케터로 있기까지 어떠한 일을 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전에는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온라인 마케팅을 담당했어요. 특정 브랜드에서 신제품을 론칭했을 때, 많은 고객이 제품 소식과 내용을 캐치할 수 있도록 여러 방향의 마케팅을 기획하고 진행했어요. 대표적인 사례로, 삼성전자 브랜드를 맡아 삼성전자가 11번가, 쿠팡, 네이버 등의 커머스 플랫폼에서 제품을 효과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했어요. 라이브 커머스를 처음 만난 것도, 삼성전자에서 제품을 널리 알리는 브랜딩 캠페인의 일환으로 라이브 커머스를 선택했기 때문이에요. 다양한 오픈마켓 플랫폼 담당자와 커뮤니케이션하며 일하다 11번가와 인연이 되어 합류하게 되었어요.
*오픈 마켓 :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모두 열려 있는 인터넷 중개몰(온라인 장터)
라이브 커머스 마케터가 하는 일은 정확히 무엇인가요?
라이브 커머스 마케터는 최대한 많은 시청자가 방송에 들어와 오랫동안 시청하며 판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방송의 전반적인 것을 구성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해요. 그래서 방송 기획 초반에 지금 이 시즌에 소비자가 무엇을 좋아할지 예측, 모니터링하며 그에 맞는 상품 소싱이나 방송 콘셉트를 제안해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외부 광고 혹은 앱 내 배너를 제작하고 조정하는 일을 해요. PD분들께서 방송의 디테일한 부분과 출연자와의 호흡을 맞춰주고 계신데요, 그 과정에서 출연자 섭외, 방송 기획 등을 마케터가 함께하기도 합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라이브 커머스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은 모두 여러 방면을 꾸준히 시도해보며 프로세스 혹은 포맷을 다지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관련 직무에 관심을 가지고 커리어로 키우고 싶은 분들에게 팁을 주신다면요?
라이브 커머스 직무를 경험해 보는 방법은 크게 두 갈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이버, 쿠팡, 11번가 등 플랫폼에 합류하는 방법과 브랜드 마케터로서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담당해 보는 방법이에요. 플랫폼으로 이직을 희망하지만 바로 진입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 브랜드 마케터로서 라이브 커머스를 간접 경험해 보는 루트를 추천해 드려요. 작게라도 노하우를 쌓으며 관련 커리어를 디벨롭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홈쇼핑 채널에서도 많이 넘어오는 듯해요. 라이브 커머스와 홈쇼핑이 서로 결이 비슷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죠. 대신 지금까지 일방향의 커머스 방송을 경험해 왔다면 실시간 상호작용이 핵심인 라이브 커머스에 적응할 수 있도록 외부 광고, SNS 등에 대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진입하면 더욱 좋습니다.

2월 일일포차 방송 출연 이미지 ⓒ 최수정
라이브 커머스 마케팅은 실시간으로 고객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에요. 이전에는 어떻게 고객 유입이 구매까지 이어지는지 또, 어떠한 지점이 구매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명확하게 보이지 않아 갈증이 있었어요. 특정 마케팅 활동이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생각보다 마케터가 체감하지 못하는 순간이 많아요. 그런데 라이브 커머스는 고객이 방송에 진입해 구매를 하는 과정에서 댓글 등으로 피드백을 남겨줍니다. 즉각적인 소통과 피드백은 마케터에게는 무척 소중한 경험이에요.
LIVE11,
내 손 안에 생생한 쇼핑
최수정 마케터는 브런치에서 ‘커머스 같지 않은 커머스 방송’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이는 단순한 제품 홍보가 아닌, 고객이 예능을 보듯 재미있게 몰입해 시청하다 절로 구매하게 되는 방송을 의미한다. 그의 포부는 현재 11번가가 바라보고 있는 라이브 커머스 방향과도 닮아 있다.
*브런치 :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LIVE11이 추구하는 라이브 커머스가 궁금합니다.
결론적으로는, 예능형 라이브 커머스를 추구하고 있어요. 저도 이런 방송을 하고 싶고요. 커머스 사업이기 때문에 판매가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한 시간 분량의 방송을 시청자가 계속 보기는 쉽지 않거든요. 최대한 많은 고객을 머무르게 하는 노하우가 ‘재미’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딱딱하고 일방적인 내용 전달의 방송보다, 즐길 거리가 풍부한 방송을 제작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어요. 한 가지 예로, 11번가는 방송을 담당하는 마케터가 직접 라이브 채팅에 접속해 시청자와 관계를 형성해요. 일부 마케터들은 팬이 있을 정도예요. 이 마케터가 진행하는 모든 방송의 댓글창은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치가 쌓이면서 고객이 먼저 찾아 들어 오죠. 또,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고정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시청자들의 팬층이 구축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조가 11번가가 가지고 있는 방향입니다. 재미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높은 퀄리티의 방송을 가져 가고 싶어요. (퀄리티라면 자세히 어떤 부분을 뜻하는 걸까요?) 전반적인 방송 구성, 기획부터 화질, 음질 등 기술적인 부분까지 총체적인 부분을을 의미해요. 11번가가 제작하는 방송 외에 브랜드에서 기획, 구성하는 방송 건도 어느 정도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게 계속해서 가이드와 도움을 드리며 운영합니다.
2022년 2월, 이커머스 업계 최초로 삼성전자 갤럭시 S22 시리즈를 라이브 방송으로 송출하며 단 두 시간만에 132억 매출을 달성했어요. 매출과 시청자 수를 확보하는 LIVE11의 라이브 커머스 전략, 너무나도 듣고 싶습니다.
사실 매출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는 지점은 상품 혜택이에요. 브랜드 담당자와 만날 때마다 강조하는 것도 할인, 사은품, 한정판 등 방송에서만 줄 수 있는 혜택이죠. 오직 해당 라이브에서만 경험 가능한 혜택들을 제시해야 높은 매출이 따라 옵니다.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매출을 확보해야 한다고 계속 가이드를 드리고 있어요. 현재 11번가는 기획 라이브를 위주로 구성하고 있어요. 매일 네 개의 고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특정 시간대에 앱을 켜면 항상 라이브를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기 위한 장치로서 일정 수의 시청자를 유입하는 전략 중 하나예요. 예를 들면,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 신선 식품을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생(生)쑈11’ 프로그램을 라이브해요. 그러면 11번가 고객들은 이 시간대를 기억해 두고 신선 식품이 필요한 순간 잊지 않고 생쑈에 들어오게 되죠.

삼성전자 갤럭시 S22 방송이미지 ⓒ 최수정
앞으로는 이러한 기획 라이브와 함께 오픈 라이브 방송를 늘려 믿고 볼 수 있는 플랫폼 이미지를 형성하고자 합니다. (오픈 라이브 방송이라는 건, 고정되어 있지 않은 방송을 뜻하나요?) 맞아요. 기획 라이브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브랜드가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진행하는 방송을 의미합니다. 우선 방송 퀄리티를 높이고 그 퀄리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기획 라이브를 진행하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오픈 라이브 론칭을 계획 중입니다.
방송 전략을 세울 때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11번가 제작 방송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콘셉트에 맞는 좋은 제품을 가져 오는 것이에요. 시청자의 재미와 브랜드 매출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혜택을 하나라도 더 가져 오는 데 공을 들이고 있어요. 만약 브랜드에서 추가적인 마케팅 예산이 어렵다고 한다면, 내부에서 얼마나 비용을 쓸 수 있는지 점검하는 것도 마케터의 책임이죠. (콘셉트에 맞는 좋은 제품들 중에서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요새 인기 있는 제품이나 갓 출시되어 주목도가 높은 제품을 우선적으로 보긴 해요. 기존에 11번가에서 잘 팔린 이력이 있어 어느 정도 할인이나 혜택을 매칭했을 때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도 마찬가지예요. 앞서 말씀드린 내용이랑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요. 만약 상시로 판매하는 생필품으로 방송을 기획해야 한다면 그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뚜렷한 이유를 붙여 셀렉하고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방송 사고에 대처하는 나름의 노하우(기술)가 있다면요? 일화와 함께 소개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방송 사고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일동 웃음) 예측 불가한 실시간 상황을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일은 불가능해요. 기계(기술)적인 부분에서 발생하는 방송 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차례 점검하며 사전에 차단하려고 노력해요. 그런데 괜찮은 방송 사고도 가끔 있어요. 예를 들어, 삼양 브랜드와 불닭볶음면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던 적이 있어요. 방송 시간 동안 제품을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주걱, 라면기 등을 결합한 한정판 굿즈를 판매하는 콘셉트였죠. 그런데 오픈하자마자 5분만에 제품이 완판된 거예요. 수요 예측보다 반응이 훨씬 뜨거워서 브랜드 담당자도 저희 팀도 당황했죠. 판매할 제품이 없으면 남은 시간을 채울 수 없으니까요. 댓글에서도 아쉬운데 물량이 없냐고 계속 이야기가 나왔어요. 결국 현장에서 브랜드 담당자와 긴급하게 협의하며 물량을 추가로 풀게 되었습니다.
가끔 방송 시작 몇 분 전에 브랜드 정책이나 제품 가격이 변하기도 해요. 그럴 때는 현장에서 재빨리 수정, 반영할 수 있도록 긴밀히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멘트 실수는 방송 사고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만약 리스크 있는 말실수로 인해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사과하는 게 베스트예요.

21년 11월 롯데리아 오징어게임 현장이미지 ⓒ 최수정
빠르게 엎치락덮치락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라이브 커머스로 제대로 승부를 내기 위해 마케터로서 뾰족이 날을 갈아야 하는 역량은 무엇일까요?
모든 마케터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인데요, 트렌드를 캐치하는 역량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방송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제품을 제안할 때 최근들어 고객이 유행이라고 느끼는 카테고리가 무엇인지 빨리 캐치해야 합니다. 편성표는 최종 방송일 기준 한 달 전에 구성해야 해요. 최소한 다음 달 어떤 제품이 트렌드로 떠오를지 예측하는 감도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트렌드 흐름을 알고 있어야 해요.
두 번째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활동을 펼쳐 나가는 거예요. 저는 인스타그램이나 브런치와 같은 SNS 활동을 활발하게 해온 것이 지금 팀에 면접을 보고 채용되기까지 플러스 요인이 되었어요. 팀장님께서는 저의 이러한 부분이 다른 지원자들과 다른 한 끗이라고 표현하셨어요. 저를 팀에 합류시킨다면 11번가는 물론, 11번가에서 하고 있는 활동을 외부에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셨다고 해요. 유튜브 혹은 블로그 등 무언가를 꾸준히 하며 포트폴리오로 만든다면 독보적인 강점이 될 거예요.
LIVE NOW,
나를 살게 하는 것들
어쩌면 모든 직장인의 숙명이죠. 성과(매출) 압박은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요?
극복은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웃음) 그래도 매몰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만약 매출만을 목표로 잡아 매몰된다면 재미 없는 방송이 될 확률이 클 거예요. 같은 맥락으로 11번가 안에서 3,40대 여성이 구매력이 강한 소비층인데, 그 타깃에 맞는 제품 방송만 구성한다면 나머지 잠재 고객을 잃게 되겠죠. 한 달에 채워야 하는 목표가 100이라면 높은 매출이 예상되는 제품과 제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제품, 그리고 새롭게 도전하는 제품을 균형 있게 잡아 보고 싶어요. 나아가 다른 가치의 KPI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매출 달성 여부 이외에 플러스 알파를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있다면 정략적인 성과 압박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무엇이든 쉽게 비교하며 사고 팔 수 있는 시대에서 끝까지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매출은 잘 나왔지만 스스로 실수했거나 미흡했던 부분으로 인해 제가 만족할 수 없었던 방송도 있어요. 반대로 방송 자체는 만족했지만 매출이 미흡했던 경우도 있었죠. 모든 방송이 성공할 수는 없으니까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만의 가이드 라인 최대한 지키려는 편이에요. 조금이나마 덜 신경쓴 부분이 있으면 찝찝하더라고요. 객관적으로 결과가 훌륭해도 말이죠.(웃음)

21년 11월 배스킨라빈스 현장이미지 ⓒ 최수정 수정 님 삶을 한 줄의 제목으로 짓는다면 어떤 문장이 나올까요?‘오히려 좋아’예요. 제 인생은 뭔가 계획한 대로 흘러간 적이 없거든요. 예측할 수 없는 순간이 많아 애먹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긍정적으로 변화를 받아 들이면 새로운 기회가 생기기도 하는 것 같아요. 3~4년 전까지만 해도 제가 라이브 커머스 마케터로 일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요. 코로나19라는 엄청난 외부 변수가 없었다면 과연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현재와 같은 사이즈로 성장할 수 있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않을까요? 제가 11번가에 입사해 라이브 커머스 마케터로서 일할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르고요.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언제 어디서 어떤 계기로 인해 기회가 주어질지 모른다는 사실을 늘 되새겨요. 그래서 저 문장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실패 없는 라이브 커머스> 시리즈 보러 가기CREDIT
박효린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발행일 2022.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