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브런치로 커리어 개발하기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브런치로 커리어 개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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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나의 일을 찾아가는 여정> 시리즈의 1화입니다. 


2020년 8월, 도심 속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코리빙 브랜드 맹그로브(mangrove)를 개발하고 기획, 운영하는 ‘엠지알브이(MGRV)’에 커뮤니티 팀의 리드로 조인했다. 이전에는 약 4년간 글로벌 공유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 한국지사 호스트 커뮤니티 팀에서 호스트 발굴 업무를 시작으로, 글로벌 공유 오피스 브랜드 위워크 한국지사 커뮤니티팀에서 지점 운영을 담당하는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을 했다. 내 커리어와 직무에는 공통으로 들어가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공유’와 ‘커뮤니티’이다. 공유 숙박, 공유 오피스 그리고 공유 주거. 호스트 커뮤니티, 코워킹 커뮤니티 그리고 코리빙 커뮤니티.   

2016 에어비앤비 스토리북 작가 전시 ⓒ 박찬빈  


2016년 에어비앤비에 입사했을 당시에만 해도 커뮤니티라는 단어는 생소했다. 한국말로 직역하면 ‘공동체’를 뜻하는 이 단어에서 처음에는 회사의 비즈니스와 잘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입사 후 ‘왜 이 산업에서 커뮤니티가 비즈니스적으로 중요하고, 떼려야 뗄 수 없는지’ 몸소 느끼고 경험하게 됐다. 약 6회에 걸쳐 지난 6년간의 공유 경제 산업에서 내가 커뮤니티 매니저로 경험한 업무들과 나랑 잘 어울리는 회사를 찾아가는 여정에 대해 다룰 것이다. 추가로 개인적으로 바라보는 오늘날 새롭게 여행하고, 함께 일하며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글쓰기의 쓸모>라는 책을 쓴 손현 저자의 책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온라인에 발행하는 순간 내 글은 공공재다.” 나는 이 문장을 접한 뒤 내 작은 경험의 기록이 ‘나만 보기’에서 ‘모두 공개’가 되는 순간, 나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공재가 될 수 있겠구나 하며 공감했다. 사실 나는 기록을 매일 꾸준히 하지는 못한 편이다. 다만, 습관적으로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미루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매일 쓰는 일기는 아니더라도 주간, 월간 혹은 비정기적으로라도 내가 기록하는 플랫폼에 닿으려고 노력한다.

그중 가장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기록 플랫폼은 네이버 블로그’다. 대학 시절 처음으로 운영해 본 채널이기도 한 블로그에서는 주로 #여행, #공간 그리고 #신간 음악에 대해 다루고 있다. 세 키워드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인데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시작하지는 않았다. 평소에 좋아하고 마음 가는 키워드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콘텐츠를 쌓아가고자 시작했다. 다음으로 시작한 플랫폼은 인스타그램’이다. 페이스북을 하면서 채우지 못한 이미지 기반의 콘텐츠를 축적하기 꽤나 용이했다. 그리고 긴 문장을 잘 쓰지 못했던 나에게 단문으로 시작하기 좋은 툴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주로 내 주변에 흐르는 일상적인 풍경을 기록했다. 유난히 폐지를 줍는 동네 어르신분들의 뒷모습에 시선이 가기도 했고, 주택 외부에 설치된 나란히 줄 서있는 보일러 계량기, 그리고 몇 안 남은 근처 초등학교 문방구 앞 오락기를 다루는 아이들의 모습까지.

마지막으로는 카카오 ‘브런치’이다. 아무나 작가가 될 수 없는 플랫폼의 첫 장벽이 흥미로웠고, 블로그에서 충족할 수 없는 브런치 북 기능이 유용했다. 나에게 딱 맞는 기록 플랫폼은 무엇일지는 결국 시도를 해가면서 깨닫게 되는 것 같다. 나는 가볍게 일상의 장면을 아카이빙 하는 용도로 인스타그램을, 그리고 디테일한 장면의 모습과 감정들은 블로그에 기록한다. 나아가 브런치는 특정 주제를 가진 장문의 글이나 월간, 연간 회고록을 담아내고 있다. 이 기록의 채널, 도구들 덕분에 나는 나의 이야기를 나만의 방식으로 축적할 수 있었고, 내 커리어를 더 발전시킬 수 있었다.

2015 학교 주변 사진들 ⓒ 박찬빈 


인스타그램으로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다 |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회사 인터브랜드 기획팀 인턴 입사

2014년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나는 전공 과목인 ‘브랜드 관리'라는 수업을 들으며 브랜딩에 대해 알게 됐다. 마케팅과 브랜딩은 다른 것이며, 앞으로 회사는 마케팅보다 길게는 브랜딩에 더 시간을 할애하고 비용을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머리로는 이해를 하려 했지만 생각처럼 브랜딩이라는 개념이 쉽게 와닿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도서관 잡지 코너에서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 <매거진 B>를 접했다. 매 호 하나의 브랜드를 선정해 그 브랜드만을 다룬 기획인데 당시 막 출간된 <ACE HOTEL> 편을 처음 읽었다. 에이스 호텔은 기존 호텔 브랜드들과는 다르게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로컬의 맥락과 협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떻게 손님을 유치할 것인지가 아닌, 지역과 잘 어울리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했다. 브랜딩 입문자이자 학부생인 나에게 적잖이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이후 브랜드 세계와 철학을 더 배우고 싶어 <매거진 B>는 매회 챙겨보기 시작했고 과월호까지 찾아 읽었다.

2015 인터브랜드 인턴(기획, 출판 마케팅) ⓒ 박찬빈 


수업과 매거진으로 브랜드에 관심을 가져오다 조별 과제를 같이하는 과 동기의 제안을 받게 됐다. 바로 네이버와 인터브랜드가 공동으로 주최한 <내가 만드는 브랜드 백과 영상 공모전> 출품 제작 제안이었다. 동기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나의 브랜드에 대한 관심, 영상/사진 감각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다른 동기가 아닌, 나에게 먼저 제안을 했고 동기는 상금을 타겠다는 목적보다는 인터브랜드 인턴십 지원 기회를 얻기 위해 도전했다. 나는 당시 1등을 수상해 상금을 용돈으로 활용하고자 제안에 수락했다. 

 ‘내 생활 속 브랜드’ 주제에 맞는 기획이 쉽지는 않았다. 확실히 다른 참가자들과 영상 제작 및 편집 실력, 스토리 전개로는 승부가 안 될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다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같은 동아리의 영상을 전공한 선배가 올린 영상을 접하게 됐다. 바로 Iphone 5S로 촬영한 슬로우 모션 영상이었다. “바로 이거야!”를 외치며 나는 핸드폰을 바꿀 타이밍을 미뤄왔던 것을 바로 앞당겨 영상 촬영을 위한 용도로 핸드폰을 구매했다. 현대자동차를 주제로 한 일상의 슬로우모션 장면을 촬영, 편집, 녹음을 했고 기한 내 출품을 하게 됐다.

결과는 상금이 주어지지 않는 가작으로 선정되었지만, 감사하게도 인턴십을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 동기와 함께 이력서를 냈다. 처음으로 회사에 이력서를 내보는 것이라 경력란에 기재할 수 있는 내용이 아무것도 없어 부끄럽고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서류를 통과하여 인터뷰 기회까지 얻게 되었다. 꾸준히 운영해온 블로그, 인스타그램의 콘텐츠 기록물들이 레퍼런스가 되어 합격까지 하게 됐다. 그리고 나는 인터브랜드 기획팀에서 3개월간 인턴을 하며 2015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 행사 기획 및 론칭을 했다. 졸업 전 한 번 더 팀에서 제안받아 4개월간 2015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행사까지 기획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2015 동유럽 자전거여행 (체코 프라하) ⓒ 박찬빈 


블로그에 One & Only 여행을 기록하다 | 에어비앤비 한국지사 세일즈팀 입사

2015년 여름,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맞이한 방학에 나와 친한 3명의 대학 친구는 취업 준비보다 특별한 경험을 갈망했다. 넷의 공통점은 모두 서유럽을 여행한 적이 있고,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종종 “같이 여행을 가면 참 재미있겠다”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러던 중 추진력이 좋은 친구의 긴급 제안으로 ‘50일간의 동유럽 자전거 여행’ 의 기획이 시작됐다. 

‘어차피 취업은 언젠가 할 수 있을 거고, 마지막 여름 방학이니 우리가 좋아하는 여행을 후회 없이 다녀오자. 다만, 남들이 가는 방식 말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다녀오자.’ 

문장에 다들 공감을 하면서 이 여행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매거진을 좋아하던 나는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를 다루는 <RIDE 매거진>을 찾아 읽기 시작하며 신제품 투어링 자전거를 출시한 국내 회사에 연락을 시도했다. 열정만 가득 담긴 협찬 제안서였지만 흔쾌히 만남을 수락해 주셨고, 그렇게 인 당 100만 원이 넘는 고성능 신제품 자전거를 무료 협찬받아 가장 큰 짐을 덜 수 있게 됐다. 

2015 라이드매거진 ⓒ 박찬빈 


네 명의 구성원에게는 각자의 역할이 있었다. 첫째는 길잡이, 둘째는 요리사, 셋째는 사진사, 넷째는 기록자였는데 기록자 역할이 바로 내가 됐다. 기록자가 된 이유는 인스타그램을 잘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유일하게 넷 중 블로그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하루하루 짧더라도 그날 마주한 길, 새로운 만남, 그리고 그들과 나눈 대화들을 기록했다. 어떤 날은 텐트에서도 기록하다 랩탑을 켜둔 채 잠에 든 적도 있다. 우리의 여정은 내 개인 블로그 외에도 <한국경제 매거진 JOB & JOY>에 제안해 정기 기고하는 기회도 얻게 됐다. 그때의 살아있는 기록들은 블로그에 계속 축적이 되었으며 여행을 마치고 오기까지의 여정들도 담겨 있다.

여행을 다녀온 뒤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에 인터브랜드 인턴 동기 형이 내 기록을 보며 나랑 잘 어울리는 회사로 추천해 준 ‘에어비앤비’에 계속 관심을 갖게 됐다. 사실, 여행을 떠나기 전 에어비앤비에 입사하고 싶은데 경력직 채용 공고만 있고 신입 포지션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본 적이 없어 채용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설득력이 없을 것이라고 느껴 동유럽 자전거 여행에서도 반드시 방문 국가의 수도에 도착하면 에어비앤비를 예약하여 묵었다. 그러면서 동유럽 10개국의 다양한 에어비앤비 숙소, 그리고 호스트를 만나며 이 브랜드가 왜 좋은지 그리고 왜 이 플랫폼의 경험이 특별한지 정리했다. 

2018 에어비앤비 전사 Year-end행사 ⓒ 박찬빈 


관심을 계속 갖고, 문을 두드리면 길이 보인다고 했던가. 공식 사이트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인턴 채용공고가 ‘코멘토(comento)’ 사이트에 게시되면서 나는 세일즈팀 인턴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때마침 그 시점에 에어비앤비 페이스북 페이지에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스토리북 33인 작가 선정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양식 중에는 블로그나 소셜 채널에 여행기의 링크를 넣는 란이 있었는데 블로그에 기록한 여정이 다 있어서 매우 수월하게 작성하여 제출할 수 있었다. 얼마 뒤 에어비앤비 코리아 마케팅 담당자분께서 연락을 주셔서 작가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고 작가분들과의 모임에 초대받아 에어비앤비 사옥에 방문하게 됐다. 꼭 입사하고 싶었던 회사의 작가로서 초청받은 경험은 지금 생각해 봐도 꿈만 같았다. 모임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일즈 팀 인턴 면접을 보게 됐고 2차 인터뷰이로 마케팅 담당자님을 두 번째 보게 됐다. 나는 그렇게 에어비앤비 코리아에 입사할 수 있게 됐다.

2020 찬빈네집 ⓒ 박찬빈 


브런치로 작가가 되다 | 나와 잘 어울리는 회사에 제안 받기까지

대학을 서울로 오면서 늘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집’이라는 공간은 결핍의 대상 중 하나였다. 대학교 기숙사 4인실에 살기도 했고, 영어를 배우려고 외국인 룸메이트를 신청해 거주한 적도 있다. 학교 근처 하숙집에서 살기도 했고, 친한 친구네 집 남는 방에 머문 적도 있다. 첫 직장을 구하면서 가성비를 가장 우선시해 이태원 주변 보광동이라는 동네에 원룸을 구했으나 미용실과 붙어 있던 집에는 늘 미용 약품 냄새가 가득해 오래 살지는 못했다. 감사하게도 그 시기 LH 취업 준비생 전세대출 자격을 얻어 동네 인근 투룸으로 이사했으나 저층이라 창문도 제대로 못 열고 약 2년간 빨래를 방안에 널면서 “햇볕에 바짝 빨래를 말리고 싶다”라고 혼자 되뇌었던 적도 많다. 그만큼 주거라는 단어는 내게 숨기고 싶고, 유쾌하지 않은 단어였다. 계약기간이 만료된 시점에 동네 부동산에 들러 발견한 지금 내가 머무는 집을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공간에 대한 업을 해오면서 이 집을 마치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지어진 집에 80년대 음악을 듣는 90년대생이라는 컨셉으로 #찬빈네집 이라고 이름도 지어주었다. 이사를 하는 순간부터 점차 방을 꾸며나가는 과정을 꾸준히 기록하다 보니 친구 및 지인, 동료까지 게스트로 찾아주기 시작했다. 소중한 시간들의 기록을 온라인으로만 남기기 아쉬워 독립출판물을 만들기로 결심했고 활용할 수 있는 툴을 고민하다가 채널로 브런치를 선택했다. 브런치 북은 마치 실제 출간을 하는 것과 동일하게 표지, 타깃 고객, 목차 등을 구성할 수 있었고 <찬빈네집 Vol 1. 촌스러운 집의 낭만> 독립 출판물의 초고 그리고 브런치 북으로 발행하게 됐다. 지금 집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과거의 부끄러웠던 주거의 여정들도 고스란히 담아냈다.

MGRV에는 ‘공간 운영’, ‘커뮤니티’ 업무 경험 그리고 ‘주거’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 태도까지 보여줄 수 있게 되어 과분한 포지션 제안을 받았다. 약 1년 7개월간 조직에 몸 담고 여전히 새로운 영역이라 느껴지는 공유 주거분야에서의 커리어를 지금 이어나가고 있다. 나와 잘 어울리는 회사를 찾아가는 과정에 늘 기록이 뒷받침해주었고, 기회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 글이 독자에게 기록할 수 있는 시작의 불을 지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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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박찬빈 (chanbinparc@gmail.com)
박찬빈 님은 코리빙 브랜드, 맹그로브(mangrove)를 기획 개발하는 MGRV의 신사업팀 커뮤니티 비즈니스 리드로 재직 중이다. 필자는 공유 숙박, 공유 오피스, 공유 주거 산업에서 ‘커뮤니티' 를 만드는 일을 해오고 있다. 또한, '찬빈네집 Vol 1. 촌스러운 집의 낭만'이라는 독립출판을 펴낸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인스타그램 @dripcopyrider)



발행일 2022.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