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보는 나, 남이 보는 나
Q. 문과 대학생이라고요. 어쩌다 성격 테스트를 개발하게 되셨나요?
요즘 개발이 워낙 트렌드라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마침 코딩 과목이 신설되었길래 ‘이번이 기회다’라는 생각으로 수강신청을 했어요. 비전공자로서 파이썬, 웹 기초를 배우며 프로젝트 하느라 쉽지는 않았지만, 재미있어서 계속하게 됐습니다. 이후 코딩을 심도 있게 공부해 보고 싶어 국비지원 교육 과정도 수료했고요.
'내가 보는 나, 남이 보는 나' 성격 테스트는 국비지원 교육 과정 때 사이드 프로젝트로 혼자서 개발한 거예요. 개발 배운지 얼마 안 됐을 때라 의욕이 앞서다 보니 시간을 쪼개가며 열정적으로 만들었고요.
국제기구 경험을 위해 떠난 아프리카에서 인턴십을 하며 ⓒ 최연주
Q. '내가 보는 나, 남이 보는 나'를 만들게 된 계기가 면접 준비 때문이라고요.
면접을 보다 보면 본인에 대해 묻는 질문이 많은데 대답을 못 하겠더라고요. 한 번은 본인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블로그 글을 보게 됐어요. 수많은 단어 중 내가 생각하는 나에 가까운 단어를 고르고, 그다음엔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어울리는 단어를 골라주는 방법이었죠. 겹치는 단어가 나와 가까운 단어일 테니 나를 알기 적합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단어 목록 이미지를 다운받아 지인에게 공유한 뒤 지인들이 표시해 준 단어들을 일일이 체크해야 하는 과정이 번거롭더라고요. 보내준 지인이 친구인지, 가족인지, 연인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점도 아쉬웠고요. 그래서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왕 만드는 거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해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에게 도움도 주고요.
Q. 일주일 만에 개발을 마치고 배포했어요. 기대한 만큼 반응이 왔나요?
처음에는 다른 MBTI 테스트처럼 유명해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래서 에브리타임 같은 앱에 글을 올리며 홍보도 했고요. 생각만큼 반응이 오지 않았지만, 800명의 유저가 참여했다는 것에 만족하면서 감사해 했어요.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1위, 최근 30분 동안 14,068명의 사용자가 참여한 모습 ⓒ 최연주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거울이 우리의 모습을 정확히 비추는 것처럼 성격도 투명히 비춰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을 분석하기 위해 만든 성격 테스트를 75만 명이 즐기며 트렌드가 될 줄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수많은 성격 테스트 속에서 '내가 보는 나, 남이 보는 나'가 유독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Q. 2022년 1월 기준 누적 75만 명이 참여했어요.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1위도 했고요. 초반에 비해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보통의 테스트는 혼자 하는 거예요. 그런데 '내가 보는 나, 남이 보는 나'의 경우 타인이 참여해야 의미가 생기죠. 처음엔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고 결과를 얻어야 하기에 살짝 번거롭다고 생각했을 거 같아요. 이런 테스트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면서 초반 러시에 한계가 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다른 테스트와 다르게 개인별로 완전히 다른 결과지가 나온다는 게 '내가 보는 나, 남이 보는 나'의 매력이라 생각해요. 공유를 할수록, 그래서 새로운 피드백을 받을수록 더 정교한 결과가 나오죠. 이렇게 결과가 누적되고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며 인기를 얻은 것 같아요.

성격 테스트 '내가 보는 나, 남이 보는 나'가 바이럴 되어 가는 과정 ⓒ 최연주
Q. 유독 MZ 세대의 반응이 좋았던 거 같아요. MZ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MZ 세대는 자신에 대한 정보가 덜 쌓여 있어 본인을 알기 어려운 나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하고 많이 신경 쓰게 되죠. 실제 유저분들의 후기를 보면 공통적으로 ‘생각보다 타인의 평가가 좋은 것 같다’ ‘그동안 자신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해요. 물론 편안한 집에서의 모습과 사회 활동을 하는 모습이 다르고, 타인은 본인의 좋은 모습을 주로 보기 때문에 그런 걸 수도 있겠죠. 그래도 피드백 결과지를 보면서 ‘생각보다 나를 좋게 봐주는구나’ ‘나한테 이런 면도 있구나’ 하면서 감동받으시는 것 같아요.
Q. 취업에 도움 됐다는 피드백도 받으셨다고요.
공기업 취업 준비를 하던 대학 동기가 있었어요. 자기소개서 항목 중 “본인이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기술하고, 친구 또는 동료들이 평가하는 ‘나’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이며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지 기술해 주십시오”라는 질문이 있었죠. 마침 '내가 보는 나, 남이 보는 나'를 통해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추천해 줬고, 친구는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했어요. 결국 합격했답니다. 물론 친구의 노력이 컸겠지만 저 또한 어느 정도 도움을 준 것 같아 뿌듯함이 있더라고요.

성격 테스트 '내가 보는 나, 남이 보는 나' 개발 화면 ⓒ 최연주 걱정은 나중에, 일단 도전해 봐
무엇을 시작하기 전이면 걱정이 앞선다. 너무 잘 하려다 보니 부담스러움에 시작을 미루기도 하고, 시작하더라도 직장 혹은 학업 때문에 그만두기 일쑤다. 빠르게 추진하는 방법, 그 노하우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눈 딱 감고 일단 해보는 것이다. Q. 800명을 시작으로 75만 명까지. 갑작스러운 인기를 혼자 감당하시느라 어려웠을 것 같아요.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우셨나요?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유저 친화적인 개발이 다소 부족했던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저는 기획부터 개발까지 전담했기에 어디에 어떤 요소가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지만, 이 페이지를 처음 접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어려울 수 있겠죠. 어디에 어떤 요소가 있는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어떤 걸 클릭해야 하는지 잘 모르니까요. 실제 CS 문의 역시 설명이 부족해 생기는 문의가 많았어요. 그래서 자주 오는 공통 질문을 모아 노션으로 FAQ 페이지를 만들어 해결했습니다. Q. 보통 사이드 프로젝트는 팀을 꾸려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혼자 사이드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없나요? 초반에는 문서로 공유하고 소통할 필요가 없으니 편했어요. 그런데 문서로 기록하지 않다 보니 초반 기획과 일관성이 떨어지기도 하고 회고할 때 참고할 문서가 없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사이드 프로젝트를 꾸리더라도 문서로 남겨두는 게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하니 기술적인 피드백과 심도 있는 도움을 받기 어려웠던 게 아쉬워요. Q. 요즘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계속하고 계신다고요.꽃다발을 공유하는 사이트 '추카헤'를 만들었어요. 원하는 꽃을 커스터마이징해 꽃다발을 만들고 원하는 사람에게 주는 거예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졸업식 날 친구들을 만나기 쉽지 않으니 온라인으로 꽃다발을 전달하며 축하해 주는 거죠. 
연주 님의 두 번째 사이드 프로젝트 ⓒ 추카헤 Q. 사이드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원티드 독자분들께 팁을 주신다면요?일단 시작하세요. 저는 개발자도, 기획자도, 그렇다고 디자이너도 아닌 대학생인데 그냥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잘 해야겠다는 욕심 때문에 혹은 ‘내가 할 수 있을까?’란 걱정 때문에 망설이실 거 같은데요. 사이드 프로젝트는 절대 거창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걸 만들기 시작하면 어떻게 구현할지 자연스럽게 찾게 되고, 실제로 적용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게 되니까요. 뭐든 찾아서 시작하면 일단 완성은 되더라고요.(웃음) 그리고 사용할 수 있는 툴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으세요. 저의 경우 프론트엔드 위주로 공부했기 때문에 백엔드를 잘 몰라요. 그런데 Firebase를 사용해 백엔드를 쉽게 구현할 수 있었어요. 잘 찾아보면 좋은 툴이 정말 많으니 꼼꼼히 검색을 해보세요. 마지막으로 개발해 나가는 과정을 기록해 두세요. 저는 문서화를 제대로 해두지 않아 후회가 들어요. 물론 사이드 프로젝트를 구현한 결과물 자체가 기록일 수 있겠지만,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기록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Q. 연주 님의 성격 테스트 결과도 궁금해요. 예상했던 것과 비슷한가요?의외인 점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겹치는 것도 많았어요. ‘아이디어가 많은’ ‘개척적인’ ‘목표를 이루는’ ‘사교적인’ ‘추진력 있는’은 예상했지만 ‘활동적인’ ‘적응력이 뛰어난’ ‘변화를 즐기는’ ‘열정적인’이란 키워드는 의외였어요. 이 결과만 보면 제가 모험광처럼 느껴지실 수 있는데, 그렇지는 않아요.(웃음) ▶ <트렌드가 된 사이드 프로젝트> 시리즈 보러 가기 CREDIT
김한나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발행일 2022.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