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러고도 회사가 굴러가요?

와, 이러고도 회사가 굴러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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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스타트업 조직문화> 시리즈 1화입니다.


스타트업에만 있고, 스타트업에만 없는 것


대기업 16년 경험을 뒤로하고 스타트업에 처음 출근한 날부터 6개월 동안 ‘이러고도 회사가 굴러가요?’라는 소리를 하고 다녔습니다. 여기저기 빈틈이 많았고, 작은 시스템과 규칙을 정하면 추가로 2~3% 영업 이익을 올릴 수 있는 부분들도 많이 보였거든요. 그런데 6개월이 지난 이후부터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스타트업이 이렇게 일하니까 대기업이 못 쫓아오지’라고 말이죠.

2019년부터 2022년 1월까지 약 70여 곳의 스타트업을 만나고, 코칭과 강의, 멘토링을 하며 깨달은 부분은 ‘스타트업의 성장과 리더십, 조직문화의 이슈는 비슷한 시점에 비슷한 주제로 나타난다’였습니다. 지금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실험을 거치고 있죠. 비슷한 시기에 나타나는 비슷한 이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타트업의 특징과 성장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스타트업에는 크게 두 가지가 없고, 두 가지가 있습니다.

ⓒ 셔터스톡


스타트업에 없는 두 가지



1. 사람
스타트업은 최소한의 인원으로 회사를 운영합니다. 그 최소한의 인원조차 친구 또는 친구의 친구죠. 그래서 회사 안에는 사수도 없고, 그 과업을 해봤던 경험자도 적죠. 회사 안에 실력자와 전문가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고, 전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2. 여유
수익을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외부에서의 투자가 필수입니다. 투자 받은 돈이 통장에서 사라지기 전에 새로운 투자를 받아야 회사가 생존하게 되고, 이 기간 동안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도록 CEO와 직원들은 단 하나의 숫자를 바꿔서 증명해야 합니다. “이번에 투자를 받았어요. 그래서 이제 6개월 동안은 일에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안도의 숨을 내쉬는 CEO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일이 이곳에서는 일상이거든요.

반대로 초기 스타트업에만 특별하게 더 넘치는 것도 있습니다.

ⓒ 셔터스톡


스타트업에 있는 두 가지



1. 심리적 안전감
초기 스타트업은 2~5명의 친구들이 모여 창업을 합니다. 그리고 20~30명이 될 때까지 새롭게 모인 구성원들은 친구의 친구, 친구의 전 직장 동료 그리고 가족들이 되죠. 그렇게 모인 초기 멤버들은 때로는 대학교 동아리처럼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무실 쇼파에서 쪽잠을 자며 일을 하고, 서로에게 날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싸우고, 맥주 한 병 커피 한 잔에 화해하고 또 몰입합니다. 어떤 날은 쌩뚱맞은 아이디어를 제안한 친구를 욕하면서 그 아이디어 때문에 회사가 살아남기도 하죠.


2. 학습과 공유
심리적 안전감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신감을 주고, 끊임없이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학습하도록 동기부여 시켜줍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학습하고, 학습한 것을 회사 동료들에게 공유하고 그것을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적용하고, 고객의 솔직한 피드백을 다시 학습하고 공유하며 적용, 개선하는 무한 학습, 피드백 고리가 연결되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의 KEY가 ‘심리적 안전감과 학습 그리고 공유’이고, 이것은 스타트업에 없는 ‘사람과 여유’ 때문에 기업의 생존을 위해 생겨났다는 것이죠. 

(역으로 스타트업에 사람과 여유가 채워지는 순간 심리적 안전감과 학습, 공유라는 조직문화가 무너지고 이 시점에서 스타트업은 리더십 이슈가 발생한다는 것을 미리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성장에 따른 HR의 주요 관점들 


① 이젠 친구가 아닌, 리더가 될 때 
첫 번째는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처음 친한 친구 사이에서 모두가 함께 허슬로 일하던 초기 스타트업은 외부 투자를 받기 시작하면서 대기업이나 이미 성공한 스타트업 경험을 가진 시니어와 리더들을 영입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식과 경험은 부족하지만 지금의 회사를 만들어 놓은 동료애와 허슬로 뭉친 초기 멤버와 ‘의사결정권’과 ‘업무 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겪게 되죠. 과거의 헌신과 미래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부딪히는 순간입니다. 미리 준비하지 않게 된다면 CEO는 이때 심리적 충격을 받게 됩니다. 회사의 미래와 과거 어려울 때 회사를 살리고 키워줬던 멤버 사이에서의 갈등 때문이죠. 

이를 미리 예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바로 ‘리더의 역할’입니다. CEO는 이제부터 CEO만이 해야 하는 일을 찾아서, 중요한 일 중심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HR과 회사의 주요 과업은 시니어 인재들을 영입해서 그들이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초기 멤버와의 갈등을 햇징(hedge, 방지책)하기 위해 히스토리와 지식, 경험을 서로 공유하며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닌, 더 성장하기 위해 대화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하고, 인재 영입과 근무, 경력 직원의 조직 적응을 위한 온보딩, 회사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초기 멤버와 잘 헤어지는 방법들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②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리더십 & 조직문화
두 번째 이슈는 ‘새롭게 많은 경력 직원이 입사하고, C 레벨이 합류하는 시점’입니다. 얼마 전까지 직원이 30명이었는데, 최근 3개월 동안 새롭게 입사한 사람이 30~40명이 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이때 내가 알지 못하는 부서와 직무가 생기고, 기존에는 공유되던 정보가 전달되지 않기도 합니다. 슬랙만 보내면 만나서 1 ON 1 미팅을 할 수 있었던 CEO는 이제 대화는 물론 만나기도 어려워졌죠. CEO가 C 레벨들과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구성원들은 소외감과 함께 자존감에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이런 이슈가 발생하기 전에 해야 할 것은 ‘조직 리더십과 흔들리지 않는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가 가지고 있는 비전과 미션, 이를 수행하는 탁월한 인재상을 미리 정의해 두고 이에 부합하는 C 레벨과 경력 직원들을 영입하며, CEO의 리더십과 C 레벨 그리고 매니저의 역할과 리더십을 정의해야 합니다. 그 이후에, 구성원들과 변화된 리더십을 소통하기 시작한다면 많은 갈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초기 멤버들의 성장을 위해 강점에 맞는 직무를 재배치하고, 3~5년 후의 성장 목표를 설계해 주는 것을 매니저의 과업으로 설정하게 될 때 CEO와 멀어진 직원들이 자신의 매니저에게 리더십을 줄 수 있게 됩니다.


③ 우리만의 문화와 가치관 정립 
세 번째 이슈는 조직의 확장과 다양성, 이로 인한 사내 정치의 발현입니다. 조직이 커지면서 모르는 동료와 사업이 더 많아졌고, 이를 이용하는 구성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각 리더가 회사와 구성원들이 기대하는 역할을 이해하고, 조직의 비전에 맞게 각자의 팀을 운영할 수 있도록 리더를 양성하는 것과 사내 업무와 사업, 관계에서의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문화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평가로 직원을 움직이는 것이 아닌, 문화와 가치관으로 직원을 움직이는 체계가 되어야 하는 것이죠.


스타트업의 모습을 잃지 않는 스타트업 


조직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습니다. 그중에서 스타트업은 그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사회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죠. 놀라운 것은 스타트업만큼 빠르게 학습하면서 성장하는 조직도 없다는 것입니다. 

2019년만 해도 200~300명 조직에서 고민하던 조직문화와 리더십을 지금은 30~50명 조직들에서 고민하고, 적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의 학습 속도에 감탄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먼저 성장과 실패의 경험을 했었던 스타트업 선배 리더들이 그 경험을 아낌없이 전수해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안 드리고 싶은 것은 회사에 사람과 여유가 생기더라도 ‘심리적 안전감과 학습, 공유’라는 스타트업의 강점을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만 유지할 수 있다면 어떤 어려운 외부 환경이 오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고 믿고 있거든요. 성장하고 성공하는 스타트업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모두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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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백종화 그로플 대표 (100coach@growple.kr)
필자는 스타트업과 대기업에서 HR Lead, HRD, 경영자 및 신입사원 양성 등 직원과 조직의 성장과 관련된 다양한 영역을 경험했습니다. 지금은 리더십과 조직문화의 성장과 성공을 돕는 그로플 (Growple) 회사를 운영하며 CEO부터 팀장까지 리더들을 위한 코칭, 컨설팅. 강연을 하며 매일 글을 쓰는 작가로 활동 중 입니다. (저서 : 요즘 팀장은 이렇게 일합니다, 원온원_일 잘하는 팀장들의 대화력)



발행일 2022.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