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스타트업 조직문화> 시리즈의 2화입니다.
당근마켓 조직문화의 핵심은 “뛰어난 인재라면 어떤 환경을 좋아할까?”라는 질문이에요. 뛰어난 사람이 모이고, 환경이 더 그에 맞게 변해갈 수 있다면 당근마켓의 성장과 좋은 인재가 모이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 당근마켓
뛰어난 인재가 좋아하는 일하는 환경은?
뛰어난 인재는 무엇보다 ‘자율적인 환경에서 즐겁게 일하는 문화를 좋아한다’고 판단해요. 어떻게 하면 개개인이 자율적인 환경에서 즐겁게 일하면서도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이 둘을 어떻게 잘 디자인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게 당근마켓이 지금껏 해왔던 조직문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자율적이고 즐겁게 일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개개인이 조직 안에서 솔직할 수 있어야 해요. 생각보다 직장에서 솔직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반대 의견이 있더라도 ‘내가 잘 몰라서 하는 말일까?’라고 생각할 수 있고, 직급이나 연차가 낮아서 오는 두려움을 느낄 수 있고, 반대하면 나를 싫어할까봐 이야기를 못하고 침묵하거나 속마음과는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지요.
당근마켓은 구성원 개개인이 솔직했으면 좋겠어요. 각 분야 인재들을 모아 놓았으니, 이분들이 솔직하고 뜨겁게 논쟁하면서 내놓는 결과물이 무엇보다도 뛰어나리란 걸 저희는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당근마켓은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일의 맥락을 공유하는 걸 무척 중시하고, 우리가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충돌을 권장하고 강조해요.
자율과 책임, 공개와 공유 등의 키워드는 많은 기업이 표방하고 있지만, 당근마켓에서는 이 같은 중요한 가치가 매 순간 실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당근마켓은 항상 더 나은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어요. 그 어떤 시기에도 우리가 완벽하다고 느꼈던 적은 없어요. 조직문화는 유기체와 같아서 시시각각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어요. 새로 오신 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따라, 어떤 팀의 회의하는 방식에 따라 지금 이 순간에도 조직문화는 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당근마켓이 잘하고 있는 부분이라면, ‘현재 필요한 것'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걸 끊임없이 생각하고 개선하려는 태도라고 생각해요. 이런 인식과 노력이 회사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기도 하고, 이러한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조직문화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지금은 조금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보여도 회사에서 개선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걸 구성원들이 알아준다는 것도 중요한 문화 중 하나인 것 같아요.

ⓒ 당근마켓
당근마켓 문화를 지키는 제도들
1) 나보다 뛰어난 동료
뛰어난 인재는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일하길 원해요. 함께 일하는 과정 속에서 많이 성장할 수 있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당근마켓은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채용해요. 나보다 뛰어나다는 건 매우 직관적인 기준이에요. 만약 면접을 볼 때부터 나보다 뛰어나지 않은 동료를 채용하면 막상 동료가 입사해서도 “저 사람 진짜 잘하는 거 맞아?”라는 의심으로 관계가 시작되고, 이건 곧 수직적인 문화가 싹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그 사람을 존중하게 돼요. 그 사람이 우리와 잘 융합했으면 하는 마음이 큰 거죠. 이 첫 단추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당근마켓만의 채용 기준을 고수해오고 있어요. 뛰어난 인재에 대한 기준은 절대 양보하지 않아요. 당근마켓의 조직문화를 지탱하는 핵심적인 축은 ‘뛰어난 인재’이기 때문에, 이 기준이 무너지는 순간 전체 조직문화가 흔들릴 수 있어요.
2) 일의 재미, 그리고 자율
사람들이 회사에 다니는 이유는 다양해요. 어떤 사람은 월급날만 기다리고, 어떤 사람은 조직 내 위치가 가장 중요해요. 하지만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일이 너무나 재밌고 즐거운 사람들이 있어요. 당근마켓에는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고, 일로부터 삶의 에너지를 얻으며 일하는 게 재미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돈, 명예, 승진, 조직 내 위치 등 그 무엇보다 본인이 하는 일을 좋아해요. 일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은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런 동료와 함께 일하는 건 정말 큰 행운이에요. 뛰어난 동료들이 즐겁고 재미있게 일하면 그 긍정적인 에너지들이 모여 더 큰 ‘혁신’을 만들어낼 거라고 당근마켓은 믿고 있어요.
즐겁게 일하며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불필요한 절차나 승인 체계를 최대한 없애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스스로 공부하고 싶을 때 누군가가 억지로 하라고 하면 하기 싫어지잖아요? 스스로 뭔가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자율적인 환경에서 가장 큰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자율과 관련된 제도 하나로 당근마켓은 휴가 일수에 제한이 없어요. 별도의 승인 없이 자율적으로 휴가를 쓸 수 있어요. 휴가를 쓸 때 누군가의 승인을 얻거나 보고하는 형태가 필요하지 않다고 봐요. 신뢰를 기반으로 주도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죠.
구성원들이 휴가 일수를 남용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자율적으로 판단해, 휴가 제도를 잘 사용하면 업무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길게 쉬고 오는 형태의 휴가를 원할 수도, 누군가는 짧게 자주 쓰는 것을 원할 수도 있어요. 개개인이 다르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요. 또 휴가 제도를 잘 사용해서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역량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휴가 일수에 제한이 없는 것처럼 근태 관리도 별도의 제한이 없고, 현재는 장소도 판단해서 일하고 있어요. 일하는 시간이나 장소를 선택하도록 자율의 범위를 넓힌 거죠.
하지만 자율에는 책임이 동반되어야 해요. 당근마켓은 일을 잘 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잘 해내서 동료들의 신뢰를 얻어야 할 책임이 있어요. 자유롭게 행동하는 과정에서 동료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동료가 있다면 그건 책임을 다하지 못한 거라고 판단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재택근무를 하는데 잠깐 나갔다 올 수 있어요. 당연히 가능하죠. 급한 일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이런 경우 이걸 동료들 몰래 하다 걸리는 동료가 있을 수 있고, 솔직하게 미리 이야기하고 가는 동료가 있을 수 있어요. 같은 자율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첫 번째 동료는 동료들의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고, 두 번째 동료는 오히려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회사는 개개인의 자율적인 행동에 대한 모든 맥락을 파악하기 어려워요. 그 판단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가장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당근마켓은 책임을 동료들의 신뢰를 얻는 것으로 정의했어요. 책임을 다했는지에 대해선 개인별 입사일 기준으로 6개월 단위의 다면 평가와 월 1회 리더 1on1을 통해 리뷰하고 피드백을 주고 있어요. 리더와 동료들이 바라보는 관점을 짧은 주기로 피드백 줌으로써 당근마켓이 지향하는 문화를 지켜나가고 있답니다.

ⓒ 당근마켓
3) 공개와 공유
정보는 권력이라는 말이 있듯이 정보는 일을 할 때 무척 중요한 도구예요. 뛰어난 인재들은 정보를 최대한 많이 얻고 싶어 해요. 아무리 열정과 의욕이 있어도 관련 정보나 데이터가 없다면 좋은 의사결정과 판단을 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당근마켓은 경영진부터 신규 입사자까지 공개와 공유의 원칙을 지키고 있어요.
경영진 회의록, 팀별 업무 현황 등을 비롯해, 휴가 사용내역, 법인카드 사용내역 등도 공개하고 공유하고 있어요. 공개와 공유는 회사의 강한 의지가 없다면 실제로 돌아가기 어려운 요소라고 생각해요. 회사가 커질수록 보안 리스크도 커지고, 공개와 공유에 들어가는 리소스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이에요. 당근마켓도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며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지만 공개와 공유의 원칙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4) 신뢰와 충돌, 솔직함, 그리고 수평문화
솔직하게 공개하고 공유하다 보면 더 좋은 방안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어요. 이런 의견들의 충돌 과정에서 가장 좋은 대안이 나오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조직 내에서 충돌하기 어려운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어요. 직급이나 연차 때문에 혹은 수직적인 분위기 때문에 이야기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고, 상대방이 나를 싫어하게 되는 불편한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아 충돌을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당근마켓에서 커뮤니케이션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솔직함'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함은 때로는 예민함, 그동안 쌓인 갈등, 과거에 받았던 상처, 긴장감, 인정하기 싫은 현실 등을 동반하면서 어려워질 수 있지만 결국에는 모든 이슈에 대해서(업무, 비전, 문화)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당근마켓의 문화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당근마켓에서는 솔직하게 충돌할 수 있어요. 우리는 서로 신뢰하며, 누구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의견이 다르더라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노력해요. 우린 모두 사용자를 위해 고민하고, 하나의 비전을 바라보고 있으니까요. 서로 신뢰하기 때문에 이런 작은 충돌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모든 팀원 사이에는 서로 간의 신뢰라는 중요한 끈이 있어요. 팀 구성원이 늘어나도 서로의 끈이 얇아지거나 끊어지지 않도록 팀원 모두가 노력하고 있어요.
충돌을 잘하기 위해 수평문화를 지향하고 있어요. 직급이 없고,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신입/경력, 주니어/시니어, 나이, 직책 등 상관없이 누구나 동등한 위치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항상 100% 수평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수평적인 관계가 건강한 충돌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라고 믿어요.
5) 소프트 네트워킹
뛰어난 동료들이 모여서 솔직하게 충돌을 하다 보면 긴장감이 생겨날 수 있어요. 이런 긴장감을 이완하면서 또 즐겁게 일을 하기 위해서 구성원들 간 소프트 네트워킹을 적극 지원하고 있어요. 당근마켓에서는 법인카드로 식대를 비용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어요. 금액에 대한 부담 없이, 동료들과 맛있고 건강한 식사를 하며 의미 있는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지원하겠다는 의미예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문화의 날'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 날 당근마켓 전 구성원은 건강한 조직 문화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문화 회의’ 시간을 가지고, 오후에는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일할 때는 치열하게 놀 땐 제대로 놀자는 기조로, 업무에서 벗어나 재충전의 기회를 갖고 동료 간 친밀감을 높이며 서로 알아갈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져요. 한 달은 같은 팀끼리, 한 달은 팀 구분 없이 주제 중심으로 모여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고, 활동이 끝난 뒤에 함께 저녁을 먹기도 해요. (물론 저녁을 먹을지는 개인의 자율에 맡기고 있어요) 문화의 날에 드는 모든 비용은 회사에서 지원하고 있어요.
문화의 날은 업무에서 벗어나 구성원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친목을 다질 수 있는 시간으로 만족감이 높아요. 소소하게 연극/뮤지컬/영화를 보거나 미술관/박물관 등을 가보는 경우도 있고, 방탈출/1일 클래스/마사지를 하러 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등산/사격/활쏘기/클라이밍 등의 스포츠를 즐기러 가는 팀원들도 있어요. 교외로 실내 서핑을 하러 가거나, 캠핑을 가기도 해요. 코로나19로 활동의 제한이 생기기도 했지만, 전 직원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진행하고 있어요.

ⓒ 당근마켓그 과정에서의 성과와 어려움
당근마켓은 2년도 안되어 60명 수준에서 270명 수준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루어 냈어요. 고도성장하는 회사에서는 외부-내부 환경이 모두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제도나 문화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늘 적합한 문화나 제도가 내일이 되면 안 맞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에서는 매일이 챌린지고 시행착오일 수밖에 없어요. 오늘도 인사제도, 평가제도, HR시스템, 조직문화 core value, 공간설계, GHR, 채용검정 등 내외부 변화에 따른 개선 챌린지를 마주하고 있지만 이런 시행착오 자체가 더 크게 성장하는데 필수적인 밑거름이라고 생각해요.여전히 많은 시행착오를 매일 겪고 있지만 뛰어난 인재, 자율과 책임, 공개와 공유 등 당근마켓만의 문화 가치들을 뚝심 있게 지켜나가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덕분에 채용 전쟁이라고 불리는 인재 경쟁 환경에서도 많은 개발자 분들이 당근마켓에 지원해 주고 계세요. 채용과 관련해서 자극적인 문구의 광고를 하지 않아도 당근마켓이 ‘가고 싶은 회사’로 입소문 나고 있는 점은 이런 저희 노력의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싶어요.HR로서 더욱 노력할 점과 고민사항
구성원들이 나날이 늘어가다 보니 어떻게 하면 당근마켓만의 문화를 새로 입사하시는 분들에게 잘 정의해서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이 우리의 문화를 내재화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점점 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인 정체성을 이어나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 같아요.구체적으로는 ‘문화 회의’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재 당근마켓의 문화 회의는 270여 명 임직원 누구나 원한다면 참여할 수 있어요. 그런데 직원 수가 1,000명이 되었을 때도 이 방식을 유지할 수 있을까? 조직 단위의 문화회의를 할 수 있도록 퍼실리테이팅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작은 단위에서 보다 긴밀한 소통을 할 수는 있는데, 전체적으로 연결하는 건 또 어떻게 해야 할까? 기존에 전체가 다 참여하던 문화 회의의 장점은 어떻게 살려야 할까? 등의 고민이 생겨나는 것이죠.또 작년만 하더라도 당근마켓이 100명이 안되는 규모였기 때문에, 모두가 서로의 이름을 알고 얼굴을 알았어요. 그런데 인원이 점점 늘어나고 코로나 때문에 재택을 하는 구성원들도 많이 있고 또 사무실에 나오더라도 마스크를 모두 쓰고 있기 때문에 서로 얼굴을 익히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런 이유로, 구성원들이 서로를 잘 알 수 있는 기회들을 마련하는 부분도 고민하고 있어요. 물론 성장에 따른 행복한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 조직문화> 시리즈 보러 가기글ㅣ강구열 필자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카카오, 엔씨소프트에서 비즈니스 전략, 교육문화, 채용, 인사관리 영역을 두루 경험했습니다. 현재는 당근마켓의 국내/해외 인사, 총무, 사내 인사시스템 개발을 총괄하고 있습니다.발행일 2022.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