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기 좋은 회사보단 일하기 좋은 회사, '우아한형제들'

다니기 좋은 회사보단 일하기 좋은 회사, '우아한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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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스타트업 조직문화> 시리즈의 5화입니다.


“우아한형제들에 왜 지원하셨나요?”
“우아한형제들은 어떤 회사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아한형제들에 대해 어떻게 알고 계신가요?”

회사 이름만 바꿔 넣으면 어느 회사 면접에서나 받을 수 있는 질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며 납득할 만한 답변을 하는 데 무리가 없지만, 머리로만 이해되는 답변이 있는가 하면, 마음으로 공감이 가고 ‘오! 저희 그런 회사 맞아요! 어서 오세요’라고 속으로 외치며 올라가는 입꼬리를 잡게 되는 답변이 있다.

일례로, 한 번쯤 회사에 대해 검색하고 공부해 본 지원자라면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이하 ‘11가지 방법’)’을 언급하기도 하는데, “11가지 중 가장 공감이 가는 항목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라고 뒤따르는 질문을 했을 때, 홈페이지에서 읽었던 내용을 복기하며 말하는 지원자가 있는가 하면, ‘찐’ 공감을 바탕으로 행간의 의미를 놀랍게 해석해 내는 지원자가 있다.

수평적인 스타트업 조직문화, 주 4.5일제에 주 32시간 근무, 재택근무 수당 및 사무용품/가구 등 재택근무 환경 지원, 가족을 위한 복지 제도, 사이닝보너스에 주식 보상, 무제한 도서구입비, 잡담이 경쟁력이라고 말하는 문화, 유쾌하고 독특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에서 보여지는 재미있는 회사,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테크기업 오피스가 부럽지 않은 최신식 스마트오피스 공간까지.

우아한형제들의 스마트오피스 ‘더 큰집’ ⓒ 우아한형제들

 
IT업계 인재 확보 경쟁이 심화, 지속되면서 많은 기업이 좋은 복지, 좋은 조직문화, 좋은 동료 등 각종 좋은 것들을 내세우며 훌륭한 분을 모시고자 다방면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역시 이 노력의 대열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고심하며 위와 같은 것들을 만들어 왔고 계속해서 다듬어 가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은 여러 제도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고 외부에 글로 전달되는 조직문화와 결합되어 ‘다니기 좋은 회사’로 인식되기도 하는 것 같다.

우아한형제들은 물론 다니기 좋은 회사이지만, 더 적절하게 표현하자면 “일하기 좋은 회사”다. 여러 제도는 구성원들이 몰입해서 일을 더 신나게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요소들이다. 우아한형제들의 본질적인 진짜 문화는 “일하는 문화”에서 비롯된다. 문화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는 것처럼, 11가지 방법을 따라 구성원 각자가 일하는 방식과 태도들이 우아한형제들에서 경험할 수 있는 진짜 문화로 거듭나고 있다.


‘이렇게까지 한다고요?’ 

일에 진심인 사람들

우아한형제들에 입사한 모든 구성원은 3개월의 수습 기간(신입 6개월)을 보낸다. 수습 기간은 인터뷰 과정에서 알기 어려웠던 부분들을 좀 더 자세히 알아가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어떤 성과를 내는지를 보기보다, 넓은 범위의 조직문화적 관점에서 어떻게 일을 하는지, 일을 하는 방식이 잘 맞는지 회사도 살펴보고 신규 입사자도 마찬가지로 내가 기대한 회사가 맞는지 알아가는 시간이다.

구성원들은 입사 첫 날 피플실의 섬세한 케어가 녹아 있는 ‘웰컴온’ 과정을 시작으로 입사 한 달 동안 같은 부서에서 배정된 전담 ‘돌보미’의 집중 케어를 받는다. 돌보미는 신규 입사자가 업무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생소할 수 있는 것들을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경험하고 습득할 수 있도록 밀착 지원을 한다. 이제 조금씩 적응해갈 때 쯤이면 회사의 창업 스토리부터 사업, 문화, 제도, 철학 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온라인 배민컬처캠프’ 과정이 3일간 진행된다. 시기적으로 잘 맞으면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렇게까지 하나 싶은 송년회 또는 N주년 전사 행사를 경험하면서 배민다운 조직문화의 정수를 맛볼 수도 있다.

신규 입사자 교육 과정인 온라인 배민컬쳐캠프 진행 현장 ⓒ 우아한형제들


3개월이 되었을 때 진행하는 수습해제인터뷰에는 속한 조직이 아닌 다른 조직의 리더 두 명이 참석한다. 구성원이 3개월 동안 느낀 점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당 조직의 상황을 모르는 리더들을 배정해 구성원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때, 신기하게도 많은 구성원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정말 진심으로 일하는 것 같다”고.

몇 가지 인용하자면, 첫 날부터의 환대와 케어에서 사람에 대한 따뜻한 진심과 배려가 느껴졌다고도 하고, 어떤 일을 할 때 모두가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일에 대한 진심을 느꼈다고도 하고, 회사가 어떤 제도나 정책을 만드는 데 있어서 진심으로 구성원의 입장을, 또는 고객의 입장을 고민하는 게 느껴졌다고도 하고,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우아한수다타임, 전사 발표 등을 보면서 소통에 진심인 회사인 것 같다고도 한다.

대부분 (아직은 신규 입사자기에) 관찰자의 시점에서 우아한형제들의 구성원과 일하는 방식에 대해 평가한 내용인데, 더 재미있는 사실은 오래 재직한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꽤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이디어가 확장되어 나올 때, 파고 파고 들어가 디테일의 끝판왕을 보고 나면 그제서야 만족감을 드러내며 웃는다. 우리 이렇게까지 할 일이었냐며.

“세상의 모든 위대한 업적은 사소한 데에서 시작하고, 그 사소한 것에 애정을 갖는 사람만이 위대해지는 법이다. 일에 대한 애정만큼 유능한 스승은 없는 법이다.”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 2021>

일에 진심이라는 것은 우리가 하는 일에 오너십을 가지고 있고 그 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디테일의 힘을 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꾸준함의 힘, 지속하는 힘이 만들어온 ‘배민다움’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을 쓰게 된 배경에는 ‘잡지테러’ 캠페인이 있다. ‘잡지테러’ 캠페인은 매달 다른 월간지에 배달의민족 광고 카피를 만드는 배민의 가장 오래된 브랜딩 캠페인으로 2012년 12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무려 8년 동안 한 달도 거르지 않고 100개의 광고 카피를 만들어왔다. (지금은 잠시 쉬어가며 시즌2 준비 중이다.)

그리고 이 캠페인의 광고 카피를 쓰는 카피라이터는 전문 카피라이터가 아닌 우아한형제들의 구성원이다. 매달 잡지테러 대상 잡지가 선정되면 그 잡지의 주제에 맞는 카피를 전 구성원에게 공모하는 방식으로 잡지테러범을 공개수배한다. 모든 구성원이 카피라이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잡지에 실리는 배달의민족 광고이기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잘 살리면서 배민 특유의 감성을 키치로 표현할 수 있어야 했는데 이런 것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구성원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이 브랜딩 캠페인을 장기적으로 이끌어 올 수 있었다.

매체에 따라 광고 효과가 크든 작든 긴 시간 꾸준하게 광고를 만들어온 덕분에 ‘배민다운’ 브랜딩을 더 확고히 하면서 이 캠페인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 스토리가 될 수 있었고, ‘배민다운’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씨앗이 되었다. ‘배민다움’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매달 잡지테러범 공개수배가 올라 오기를 기다리다 공모된 카피들을 보며 함께 웃고 평가하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배민다운’ 느낌을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전파해 오며 또 하나의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꾸준하게 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2013년 ‘한나체’를 시작으로 매년 한글날 무료 서체를 제작해서 배포하는 것이나, 배달이친구들 캐릭터를 모두 한 땀 한 땀 손으로 조각해서 만드는 것도 입체적이면서 스토리가 살아있는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다. 효율만을 생각한다면 지속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세상의 획을 긋는 성취는 알량한 ‘머리’와 ‘효율’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우직한 ‘엉덩이’에서 나온다. (중략) ‘노력하는 능력’, 하나의 문제에 관심과 에너지를 집중시키고 또 고민하고 고민하고, 겉으로 뚜렷한 발전의 신호가 보이지 않는데도 계속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 강렬한 호기심, 그리고 지속하는 힘이 천재를 이긴다.” 
『일의 격』 <신수정, 턴어라운드, 2021>

우아한형제들에게 회사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한 성과를 만드는 곳’이라고 말한다. 말콤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처럼 꾸준한 노력을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노력을 통해 성장하고 전문성을 발휘하고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스마트오피스 ‘더 큰집’ ⓒ 우아한형제들


‘배려와 협동’, ‘스타보다 팀웍’의 지향점은?

함께이기에 도전할 수 있게 하는 것

“하면 되죠.”
“괜찮아요. 할 수 있어요. 너무 걱정 말아요.”
“해 봅시다. 그럼 이것도 같이 하면 더 좋겠는데요?”

우아한형제들이 만들어온 성과와 앞으로 만들어낼 더 높은 성과 창출을 위해 빠질 수 없는 한 가지의 가치를 고르라면 단연 “배려와 협동”이다.

배려란 ‘서로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쓴다’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함께 일하는 장면에서 보면 동료 구성원을 존중하고 인간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태도적인 측면과 더불어 동료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기꺼이 도와주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동료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마음과 힘을 합하는 협동’을 통해 도움을 주는 것이 동료의 목표 달성을 위함이 아니라 궁극에는 우리가 함께 달성해야 하는 공통의 목표임을 암묵적으로 공감하기에 함께 달려갈 수 있는 것이다.

배려만 있으면 서로에게 친절한 문화에 그칠 수 있지만, 배려를 바탕으로 하는 협동을 추구하기에 서로에게 인간적인 예의를 다 하면서 ‘고객 창출’과 ‘고객 만족’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함께 노력하는 조직의 모습을 지향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가 조직에 전반적으로 형성이 되어 있으면 말 그대로 못 할 것이 없는 자신감이 생긴다. 나의 능력으로 부족하다면 동료의 도움을 받으면 되고, 우리 조직의 역량 밖의 일이라면 다른 조직과 함께 하면 되기 때문이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도 모여서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선명해지고, 이러 이러한 이유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도 다른 시각에서 새로운 해결 방안을 찾아 시도해 볼 수 있다.

“우리 팀 중에는 그 누구도 꽉 찬 정육각형 스탯(*)을 가진 사람이 없다. 각자의 스탯은 모두 어느 한 방향으로 일그러져 있다. 하지만 우리의 스탯을 모아 포개면 육각형의 모양이 달라진다. 정육면체에 가까운 모양이 된다. 이것이 우리가 함께 일하는 이유다.” 
『프리워커스』 <모빌스 그룹, RHK, 2021> 

(*)스탯(stats): 사용자의 능력치를 정육각형 꼭짓점에 표현한 모양


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혼자 해내야 한다는 압박과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심리적 부담 때문에 생긴다. 여전히 도전할 거리가 많은 우아한형제들에는 기꺼이 함께 길을 찾아주는 동료들이 있기에 계속해서 도전하고 성과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수습해제 인터뷰에서 첫 3개월 간의 이야기를 나누고 마지막에 하는 시그니처 질문이 있다.

 “좋은 회사란 어떤 회사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래는 지난달 진행한 수습해제인터뷰 답변 중 일부다.

“같이 성장하고 일하면서 존중받을 수 있는 회사”
“스스로 잘하고 싶게끔 동기부여해 주는 회사”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좋은 일을 되게 만드는 곳”
“실무진의 의견을 자유롭게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회사”
“우리가 하는 일에 진심과 열정을 담아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회사”
“일을 열심히 하고 잘하는 사람이 더 열심히 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회사”
“더 잘하고 싶게, 나아지고 싶은 의지를 계속 북돋워주는 곳이 좋은 회사”
“좋은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회사”
“나의 업무로 인해 나와 구성원이 함께 보람을 느끼게 만들어 주는 회사”
“같이 성장하는 회사, 배움이 있는 회사라고 생각함”
“스스로 일을 잘 하고 싶게 원동력을 주는 회사”
“고민한 의견을 말했을 때 들어주는 회사”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가는 곳!”


“배민!! 거짓말 아니고 진짜예요~!“


우아한형제들 오피스 한 켠에는 “나도 누군가에게 회사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좋은 동료와 함께 일하고 싶은 만큼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동료가 되기 위해 진심을 다한다. 건강한 조직문화를 위해 조직문화 담당자만 노력하는 게 아니라 일하면서 각자가 느꼈던 좋은 경험을 다른 구성원도 경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조직문화의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어 진정한 문화가 되고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덧. 본 글에 인용된 세 권의 책은 2021년 배민 구성원이 가장 많이 읽은 책 top 10 중 ‘일’과 관련된 책으로, 우아한형제들 구성원들의 관심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지 않을까!

5위.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 2021>
8위. 『프리워커스』 <모빌스그룹, RHK, 2021>
10위. 『일의 격』 <신수정, 턴어라운드,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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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곽지아 (jia.kwak@woowahan.com)
필자는 인사컨설팅사인 Mercer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한 경험과 금융대기업 해외사업본부에서 글로벌 HR 거버넌스, 해외법인 인사제도기획 관리 경험이 있습니다. 컨설팅 바탕의 전문성과 현업 경험을 바탕으로 우아한형제들에서 여러 HR 제도를 만들어왔고 현재는 인사 전반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발행일 2022.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