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에게 요구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개발자에게 요구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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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이 시대의 개발자로 일하기> 시리즈의 7화입니다.


개발자에게 요구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사실 개발자들은 깊은 수준의 소통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아닐까.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CPU 및 운영체제, 혹은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와 프로그램 언어를 통해 완벽한 소통을 이루어 낸 경험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그냥 주어진 것은 아니고,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통해 소위 버그를 잡아가면서 이루어낸 성과로써, 기계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높여가고, 자신이 구상한 소통 로직의 오류를 발견하고 해결해 나가는 괴로운 과정을 거쳐 이룬 높은 수준의 경험일 것이다. 

경험이 쌓일수록 시행착오도 적어지고 소통의 효율성은 좋아진다. 하드웨어 개발자들도 자신이 다루는 구성요소 간 전기적 신호의 주고받음에 있어서 완벽한 소통이 되도록 만든 경험이 있고, 기계장치, 기구, 물리, 화학 등 기술 분야에도 모두 적용이 될 것이다. 

아래에서 다뤄볼 내용은 스스로 기술에 자부심을 가진 혹자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좌충우돌 경험해 본, 그래서 ‘어떻게 하는 게 더 좋았겠구나’를 알게 된 이야기들이다. 

ⓒ 셔터스톡


1. 받아들이기

프로그램에 대한 재미를 놓치지 않고 도전적 과제를 늦은 밤까지 고민하던 때, 뭔가 생각대로 되지 않는 현상을 놓고 ‘이건 분명히 컴퓨터가 이상한 거다’라는 확신을 가진 적이 한두 번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오늘날까지도 프로그램을 짜고 기술 분야에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내가 만든’ 오류를 찾아냈고 ‘컴퓨터는 옳다(?)’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컴퓨터는 옳지만 자동으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고 내가 일일이 다 코딩해 주어야만 한다는 것. 그 과정에 이런저런 실수가 있고, 약간의 작업을 통해 그런 실수들을 잡아내서 수정하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는 확실한 기대감 같은 거 말이다. 

돌이켜보자면, “받아들임”이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다. 회사 생활하면서 갈등은 상대방을 향한 의심과 경계가 내면에 깔려 있고 표현 여부와 관계없이 마음 속에 결국은 ‘내가 옳다’라고 믿으며 나의 스탠스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사실 말을 안 하면 모를 것 같지만, 모든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짐작하고 알 수 있다는 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결국 ‘그렇다’라는 공감이 구축되지 않으면 잠깐은 노력으로 넘어갈 수는 있지만 사안에 따라 효과적 팀웍으로 갈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느낌을 나의 상사에게 반복적으로 준다는 것이 결국 커리어와 관련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요인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도 많이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개발자들이 자주 쓰는 용어 중 ‘뻘짓’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상사가 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하기는 하지만, 본인의 생각으로는 매우 비효율적이거나 결국 쓸데없는 결과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것은 ‘뻘짓이 될 것이다’라는 의미의 의견 피력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을 몇 번 반복한 개발자들은 의심과 경계는 가지되 무력감이 섞여서 냉소적인 스탠스를 가지게 된다. 그러면 이러한 의심과 경계를 어떻게 완화하거나 없앨 수는 없을까? 일반화할 수 있는 노하우 같은 것은 있을까? 

ⓒ 셔터스톡


2. 의심과 경계의 해소

기술 조직의 상사가 실력이 있어 그가 하는 말이 맞고, 그의 사고방식에 동의한다면 지금까지 언급한 의심과 경계는 사라지고, ‘배울 수 있겠다’라는 의욕이 생긴다. 물론 이런 상황이 빈번하진 않겠지만 가장 바람직한 상황이고, 그래서 훌륭한 회사를 만들고자 하면 훌륭한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배움의 시간도 영속적이지는 않다. 

위-옆-아래 상관없이 누군가 나를 설득하려 할 때 나의 의심과 경계를 들키거나 냉소적인 태도는 좋은 대응 방법이 아니다. 왜냐하면, 나의 의심과 경계 대상은 특정 방법이지만, 상대방은 설득하고자 하는 그 자체에 도전을 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즉, 의도하지 않은 오해가 생기고, 이것이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자라난다. 

소위 말하는 경륜이 쌓이고 나니 이런 유사한 상황을 맞이할 때 총론이 맞다고 생각되면 우선 강한 긍정과 공감을 보이려고 노력하는 스탠스가 되었다. 귀신을 속이려면 내 마음속에 귀신이 알아낼 것을 두지 않으면 된다는 간단한 노하우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너와 같은 입장’임을 보이며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다른 모든 것을 잘 풀어주는 힘이 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위 행동을 원한다면 상황을 장악하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그저 가만히 있고 상대가 와서 설득하길 바라면 안 된다.  상대방이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부족하고 정보의 전개 순서도 조금 이상하고, 논리력도 떨어지더라도 주어지는 부족한 정보에 본인의 인사이트와 질문을 통해 거꾸로 생각의 틀을 만들어 주면 상황을 주도하는 모양이 될 수 있다. 물론, 과유불급을 명심하자. 상대방이 나에게 전하는 언어 이외의 여러 정보를 수집하고 종합하는 데 눈을 뜨면 조직 내 사람들의 입장, 이해관계 등을 종합하는 구조적 사고, 통찰력이 생기고 시야가 넓어지는 효과가 생긴다. 


3. 낯선 것에 대한 경계심

스스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믿는 개발자가 많지 않을까. 필자 또한 그것이 에너지의 근원이라고 믿고 살아온 면이 조금 있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 엘리베이터 안 작은 디스플레이에서 나온 에피소드가 막연히 느끼고 있었던 점을 잘 정리했기 다음과 같이 인용해 본다.

“당신 포함 과장, 대리가 한 팀이 되어 임원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고했는데, 보고받은 임원이 ‘그거 되겠어?’라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더라도 실망하지 마세요. 6개월쯤 후 정확히 같은 구성원이 같은 사람한테 같은 내용을 보고해 보세요. 아마도, ‘오, 그거 좋은 아이디어네’라는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이런 것을 ‘sleeper effect(수면 효과)’라고 하는데, Wikipedia에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a psychological phenomenon that relates to persuasion(설득과 관련된 심리 현상)”.

이러한 마음의 작동원리가 나에게도 작동해 새로운 것에 대한 경계심, 거부감이 드는지 알아차리는 데 노력이 필요하다.

ⓒ 셔터스톡


4. 공감력

호기심 많은 공대 DNA 영향인지, 기술 분야 커리어를 쌓으며 생긴 성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둘러 명확한 이유를 정의하고 실행력을 가져가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Mile Stone, Action Item, Output 용어를 자주 쓰는 개발자라면 아마도 그런 분위기 속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제는 공대생으로서 실행력을 강화하는 훈련과 경험은 충분하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스킬에는 상대적으로 더 약해졌다는 것이다.

큰일을 하고자 하면 팀을 이루고 협력해야 하고, 주도적 역할을 하고 싶다면 공감력의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공감력은 사람을 모으고, 같이 무언가를 도모할 때 서로 빈 곳을 메워주고, 위기를 넘어가도록 해주는 중요한 연료이기 때문이다. 다니엘 핑크의 저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저자는 미래 인재의 조건을 디자인(design), 스토리(story), 조화(symphony), 공감(empathy), 놀이(play), 의미(meaning) 6가지로 정의하고 있는데, 여기에 기술(Technology)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물론 기술은 기본으로 있어야 하는 요소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한국 본사와 미국 조직, 개발 부서, 사업 부서가 얽힌 갈등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경험이 있다. 평생 기술을 무기로 살아온 터라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서 논리와 기술로 풀어보자라고 했다. 결국 목적한 문제는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다분히 파괴적이었던 것 같고, 결국 나의 커리어에 원치 않았던 영향이 왔다.

당시 접해본 공감의 벽의 실체를 알고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대망>이라는 소설로부터 시작해 각종 심리학, 마케팅, 조직 갈등이론 등의 전문서를 보면서 힌트를 찾을 수 있었고 이는 10년간 필자 회사 생활의 또 다른 연료가 되어주었다. 공감을 과학적 도전 과제라고 생각하고 ‘공감의 다이나믹스를 이해해 보자’. 액션 아이템과 산출물을 잘 정의하고 개발하는 느낌을 담아 시행착오와 버그를 잡아가면서 규명해 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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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김규호 (ekyuho@gmail.com)
김규호님은 엔씨소프트 미국법인, NHN 글로벌기술본부장,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 게임서비스팀장을 거쳐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산학협력중점교수로 활동 중이다. 북미시장에서 엔씨소프트 리니지 I, II 온라인서비스를 런칭시켰고, NHN에서는 한게임 중심으로 일본, 미국, 한국의 기술조직 지원협력활동을 하였고, 삼성전자에서는 삼성폰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서비스를 담당하였다. 2010년부터는 앱센터운동본부에 봉사 참여하여 스타트업위크엔드 행사를 운영하며 개발자들과의 교류를 즐겨왔다.



발행일 202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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