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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10명 중 9명 “회사 내 부서간 갈등이 존재한다”
폴란드계 패거리 ‘제트파’와 푸에르토리코계 패거리 ‘샤크파’ 두 십대 갱단의 주도권 다툼이 갈등의 뼈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밥벌이 터전인 회사에서 직원들은 사이좋게 지내고 있을까요?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와 지식포털 비즈몬이 지난 2008년 2월 국내 재직 중인 직장인 1,7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내 부서간 갈등 정도’ 조사 결과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 96.2%(1,679명)가 ‘현재 재직 중인 기업 내에 부서 간 갈등이 존재한다’고 답했습니다.
부서 간 갈등 원인은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 부재로 인한 오해누적(34.3%)’을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부서장들 간의 권력싸움(13.6%), 부서간 업무분장 미비로 인한 책임전가(13.1%), 사내 매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부서의 파워(10.8%), 사내 근속연수가 높은 직원의 영향(10.3%), 회사 대표의 부서편애 (9.0%), 부서 간 경쟁심(4.2%) 등이 꼽혔습니다.
응답자 86.8%가 ‘부서 간 갈등으로 인해 회사가 손실을 겪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 64.0%는 ‘현재 부서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이 없다’고 답했고 그 이유로 ‘암묵적으로 알고 있는 갈등을 공식화 하고 싶지 않아서(47.1%)’가 1위로 꼽혔습니다.
사일로 효과, 단위조직 간 갈등이 발전을 막는다.
여럿이 뭉칠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지만, 성과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양한 성격의 팀이 모여있는 조직에서도 많이 발견됩니다. 부서 이기주의를 의미하는 용어로 경영학에서는 ‘사일로 효과 (Organizational Silos Effect)’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사일로 (Silo)’는 곡식을 저장하는 굴뚝 모양의 창고를 말합니다. 아래 그림처럼 사업부별 산하 부서들이 다른 부서와 교류 없이 사업부 내부이익만을 추구하는 모습이 사일로와 닮아있다해서 유래한 말입니다. 각 단위조직에서 자기 부서만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오히려 회사 전체에는 해를 끼치는 경우를 말합니다.
(사진=이호석 제공)
성과에 따라 평가와 보상이 합리적으로 차등되는 성과주의는 내부경쟁 체제를 통해 성과향상에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결과만을 중시해 평가와 보상을 진행한다면 경쟁 심리가 지나쳐 시기와 질투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물론 경쟁 없이 협력만을 강조한다면 조직의 긴장감이 떨어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단위조직 간 선의의 경쟁 속에서 협력을 이뤄낼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조직장벽 극복 비결
LG경제연구소는 2007년에 발표한 ‘조직장벽을 극복하는 비결' 보고서에서 성과주의 체제 아래 부서 간 경쟁과 협력을 통해 역량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을 5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공동 목표 관리하기
경쟁 관계에 있는 부서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협력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경쟁해서 이기는 것뿐만 아니라 때로는 협력을 통해 더 빨리, 효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음을 알게 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부서 간 공동 목표를 강조하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경쟁 관계에 있는 부서들의 협력을 유도해 회사 전체 성과에 기여하도록 하려면 각 부서의 목표에서 공통 분모를 뽑아 전사적인 목표와 연동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표 관리의 실패에 따른 내부장벽의 폐해에는 IBM의 과거 사례로 알 수 있습니다. 파산 위기에 놓였던 1990년대 초반 IBM은 사업부간 이기주의가 극에 달해 같은 고객을 놓고 사업부끼리 경쟁적으로 입찰하는 등 폐해가 속출한 바 있습니다.
둘째, 부서 간 명확한 선 긋기
‘영역의 명확화’는 경쟁의 효과와 협력 효율을 동시에 높이므로 이 두 조화를 목표로 조직 내 업무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경쟁 측면에서 경쟁 상대를 조직 외부로 돌리고, 내부적으로는 조직 성과에 더 많이 기여하기 위해 겨루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협력 측면에서도 명확한 업무 영역의 구분이 필수적입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부서는 어디인지, 어떤 내용을 협력해야 하는지를 조직 전체가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협력을 유도하는 체계 구축
교육이나 지시로 부서간 협력을 유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협력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동의한다 해도 업무 수행 과정에서 적자생존이라는 현실적인 벽이 먼저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서 간 협력을 쉽게 인식하고 협력의 결과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넷째, 협력 보상하기
경쟁에서 승리해 얻은 성과뿐만 아니라 협력 과정과 결과에 대해 중요하게 평가하고 보상해 줘야 경쟁 속에서도 협력이 가능합니다. 구성원들에게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시켜주기 위해 공통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한 IBM의 전임 CEO 루 거스너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협력하는 부서와 직원들이 정당하게 평가되고 보상받을 때 기업문화로 정착될 수 있습니다.
다섯째, 갈등 관리의 시스템화
업무상 갈등이 감정적인 갈등으로 악화되는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조직 성과를 높이기 위한 선의의 경쟁이라고 해도 결국 경쟁은 갈등을 야기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평소에 갈등 발생을 방지하는 노력과 함께 갈등 발생 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갖춰야 갈등의 반복을 막을 수 있습니다.
세대 간 갈등 관리의 필요성
최근 조직 내 또 다른 ‘세대 갈등’ 입니다. 기성세대에게 익숙한 관리 방식이 ‘자율’, ‘공정’, ‘취향’, ‘성장’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세대론’, ‘꼰대론’ 등을 주제로 한 많은 도서, 강연, 영상 콘텐츠를 통해 문제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 확보되었고, 지시와 보고, 소통과 회의, 야근과 회식 등 직장 문화는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4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직장 내 세대갈등 실태와 해법을 분석한 보고서인 ‘한국기업의 세대갈등과 기업문화 종합진단 보고서’가 발표되었습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애들’과 ‘꼰대’ 간 갈등을 세대별 특징과 갈등 상황, 원인분석을 통해 진단하고 조직관리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직장 내 세대갈등에 대해 4050세대는 ‘세대차이’라며 덤덤해 했지만, 2030세대는 ‘세대갈등’이라 답답해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직장 내 세대갈등’의 원인 관련해서 표면적 원인은 ‘개인주의’ 성향의 밀레니얼 세대 사회 진출이었습니다. 1980년대 이후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에 진출해 지금의 2030세대를 형성하면서 집단주의 성향이 약해지고 개인주의 성향이 높아졌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바뀐 구성원’을 담아 내지 못하는 ‘바뀌지 않는 조직’이라고 보고서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세대갈등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근본 원인은 낮은 조직 경쟁력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대갈등을 넘어서려면 피상적인 리더십 교육이 아니라 조직의 체질을 ‘가족 같은 회사’에서 ‘프로 팀 같은 회사’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습니다. 프로 팀의 운영 공식인 ‘선수가 팀을 위해 뛸 때, 팀은 선수가 원하는 것을 준다’는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프로 팀’ 같은 기업문화를 도입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치 있는 헌신(Re-establish), 상호존중(Respect), 성과와 결과(Result), 보상과 인정(Reward), 훈련과 성장(Reboot) 등을 기업문화로 정립해야 한다는 제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