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사랑받는 캐릭터 디자인> 시리즈의 1화입니다.카카오에 따르면 이모티콘 산업 종사자가 1만 명에 달하며 수익 시장 규모가 7,000억 원으로 확대되었다고 한다.(2021년 12월 기준) 매일 새롭게 출시되는 각양각색 이모티콘 속에서 우리도 오랫동안 사랑받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까? 이모티콘을 애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봤을 ‘모찌’와 ‘세숑’을 그린 백윤화 작가는 본인의 지난한 과정을 아낌 없이 풀며 그 해답에 가까이 가는 데 함께했다. 백윤화 FUNPPY 스튜디오 대표 ⓒ 백윤화
안녕하개,
우리가 그렇게 인기가 많숑?
백윤화 작가는 국내 포털 사이트 네이버(NAVER)에서 9년간 디자이너로 근무하다 캐릭터 엔터테인먼트 FUNPPY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창작자라면 누구나 ‘내 것’을 하고 싶지만, 직장인이 가지는 안정성을 포기하는 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백윤화 작가에게 가슴 속 사표를 꺼내게 된 계기를 묻자 무모했던 ‘의식의 흐름’이었다며 호쾌하게 웃었다.
오랜 회사 생활 끝에 사표를 던진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 질문을 제법 자주 받지만 사표를 던질 만한 결정적인 계기는 없었어요. 회사 생활 9년 차에 이모티콘 서비스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작업이 너무 즐거웠어요. 쉽지만은 않지만 내가 이것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가능성이 들었어요. 일본에서 한국으로 입국을 고민하던 타이밍이 기폭제가 되어 저를 이상할 만큼 긍정적으로 만들더라고요. 결국 무모하고 거침없이 사표를 썼어요. 주변에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지금처럼 퇴근하고 개인 작업을 하면 안 되냐고 설득하기도 했죠. 하지만 한 번 마음을 먹고 나니 하루라도 빨리 도전하고 싶었어요. 물론 후배들에게는 절대 저처럼 시작하지 말라고 해요.(웃음)

귀여운 FUNPPY 스튜디오 ⓒ 백윤화
FUNPPY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우선 고정 수입이 없다는 점이에요. 초기에는 자금 여유가 없어서 외주만 해야 했어요. 그 시기를 지나고 나서야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다양한 창업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저는 놓쳤지만 창업을 준비 중인 주변 사람에게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를 충분히 검토하고 준비해서 조금이라도 더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 두라고 이야기해요. 이모티콘 같은 경우 그림을 완성해도 출시까지 몇 개월 이상 걸리기도 하기 때문에 공백기 준비가 반드시 필요해요. 창업이 아닌 가볍게 이모티콘을 출시해보고 싶은 작업자라면, 작업 자체가 크게 어렵지 않으므로 저처럼 회사에서 무작정 나오기보다 개인 작업으로 출발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일동 웃음)
작가님께서 첫 번째로 만든 캐릭터가 감수성이 풍부한 귀여운 개냥이 ‘모찌’라고 알고 있어요. 우리 모찌는 어떻게 탄생한 건가요?
사실 모찌는 애증의 캐릭터예요. 이모티콘을 만들 계획으로 짜임새 있게 그린 캐릭터가 아니라 일상에서 끄적인 낙서에서 탄생한 개냥이죠. 다른 캐릭터들은 탄생 비화가 명확한데 모찌는 저의 창업 계기처럼 의심의 흐름으로 탄생했어요. 처음 한국에서 모찌 1, 2탄이 출시되었을 때는 인기를 얻지 못했어요. 출시 이후에 이모티콘 환경에 최적화될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하며 캐릭터 텐션을 조금 더 높여보거나 외형을 조금씩 바꿔보는 등 여러 테스트와 본격적인 고민 끝에 의미 있는 반응을 얻었어요. FUNPPY 스튜디오 캐릭터 중 초기 모습과 가장 많이 달라진 캐릭터이기도 해요. 그래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어요.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 모찌 포스트에 한 분께서 작가가 바뀌었냐는 질문을 하신 거예요. 모찌에 애정하는 분들은 크고 작은 변화를 알아봐 주세요. 아, 지금도 모찌는 계속 변하고 있답니다.

모찌 캐릭터 이미지 ⓒ 백윤화
직장을 다니실 때도 정말 다양한 캐릭터를 그리셨다고요. 시간 관리는 어떻게 하셨었나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저는 시간 관념이 철저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작업 시간을 계획하거나 정해두지 않았고 진행이 막히면 내려놓는 유연한 스타일이었어요. 다만, 습관이 되었던 것 같아요. 회사 업무를 마치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애니메이션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렸어요. 낙서하고 그림 그리는 일이 좋아하는 시간이 되어 꾸준히 할 수 있었어요.
나도 펀피처럼
캐릭터 만들고 싶다냥
모찌로 큰 사랑을 받은 백윤화 작가 또한 이모티콘 출시에 몇 번의 아쉬운 결과를 경험한 시기가 있었다. 그에게 이모티콘 영역과 귀엽게 그린 캐릭터 사이, 한 턱의 높낮이가 있음을 알게 해준 건 뭐든지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바쁘개’였다.

바쁘개 캐릭터 이미지 ⓒ 백윤화 ‘귀엽게만 그리기’에서 탈피한 바쁘개 제작 히스토리, 자세히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바쁘개’ 전과 후로 작업 방법과 발상의 과정이 많이 바뀌었어요. 이전까지는 제가 좋아하는 그림을 사람들에게 강요했던 것 같아요.(일동 웃음) ‘이게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데 왜 몰라주지?’와 비슷한 심정으로요. 바쁘개를 그리던 시점에서야 사람들이 어떤 이모티콘을 좋아하고 무슨 상황에 사용하는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귀여운 그림보다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사용성에 집중하게 된 거죠. 그러다 우리나라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떠올랐고 이모티콘에 이 감성을 넣어보자고 생각했어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메시지 콘셉트를 먼저 잡은 후, 이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구상했더니 훨씬 더 신선하고 차별화 되는 이모티콘이 나온 거예요. 바쁘개가 생각의 전환을 하게 해준 고마운 캐릭터입니다.창작자의 큰 고민 중 하나는 콘텐츠(캐릭터) 홍보인 듯합니다. 소셜을 통한 홍보가 허들이 낮아 보이지만, 오히려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 주목받는 것이 무척 힘들기 때문이에요, 작가님께서는 어떤 방식으로 캐릭터(스튜디오) 인지도를 쌓아 오셨나요?저희 역시 지금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창업 초기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홍보 가능한 채널은 전부 활용하면서 그림을 자주 업데이트했었어요. 그런데 시간을 들인 만큼 좋아요와 팔로워가 늘지 않더라고요. 캐릭터 페어에 참가해 무료로 선물을 드리며 페이지 추가를 요청하는 원초적인 홍보 수단까지 도전해 봤지만 소용 없었어요. 왜냐하면 팔로워만 잠깐 늘어날뿐 콘텐츠 자체의 관심도는 여전했기 때문이에요. 그때부터 우리가 왜 SNS을 해야 하는지 되짚어 봤어요. 높은 숫자의 팔로워를 모으는 게 아니라, 기존 FUNPPY 콘텐츠를 알고 있는 사람이 조금 더 캐릭터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고 새로운 소식이 궁금하게끔 하는 데 집중했어요. 팔로워가 100명이 늘더라도 그 100명이 온전히 좋아요 100개를 눌러주는, 우리를 진심으로 좋아해 주는 사람으로 만드는 데 관점을 변화시켰죠.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단순한 캐릭터 그림이 아닌, 캐릭터 설정과 캐릭터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이야기를 올리기 시작했어요. 올해 3회째를 맞이한 FUNPPY 캐릭터 그리기 대회 ‘펀피 사생대회’ 등의 이벤트도 기획하며 채널 안에서 찐팬들끼리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공간을 꾸리고 있어요. ▶ FUNPPY 인스타그램 놀러가기카카오 이모티콘 승인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카카오 이모티콘을 출시할 때 쉽게 실수하는(놓치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승인 잘 받는 요령은 작가님마다 다른데 제 경험을 기반으로 말씀드릴게요. 재작년 쯤 <클래스 101>에서 온라인 클래스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이미 만들어 둔 자신만의 캐릭터가 있어 이모티콘 출시에 도전하는 수강생분이 꽤 계셨어요. 하지만 이모티콘 영역에서 특화된 대화와 사용성을 충분히 고민하고 해당 캐릭터가 이 분야에 적합한지 검토해 봐야 해요. 제가 창업을 시작한 시점에는 캐릭터 IP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고 이모티콘 사용도 활성화되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승인이 될 확률이 비교적으로 높았죠. 반면에 지금은 하루에도 수십 건의 신규 이모티콘이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콘셉트의 캐릭터는 이미 존재하고 있을 거예요. 콘셉트 디테일, 차별화된 메시지 등 이모티콘 관점에서 연구하신다면 승인율이 올라갈 거라고 생각해요. 
세숑 캐릭터 이미지 ⓒ 백윤화
작가님께서는 100개 이상의 이모티콘을 출시하셨어요. 꾸준하게 새로운 콘셉트와 이야기를 그리시는 비결이 듣고 싶습니다. 스토리텔링을 잡아가는 과정에 대해 말씀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FUNPPY 캐릭터 이야기 중 큰 머리 삼총사를 제일 좋아해요.
배우가 작품에 따라 이미지 변신하는 것처럼 캐릭터도 이모티콘 시리즈마다 변화를 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어요. 한 가지 예로, 강아지 캐릭터 ‘세숑’의 이모티콘 2탄에서 파마 머리 설정을 넣어 봤어요. 미용실에서 파마하는 세숑이 그림과 함께 ‘이미지 변신하고 있숑’ 메시지를 넣어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했더니 다들 귀여워해 주셨어요. 이후 시리즈에서 옷을 입히고 머리도 묶어 보며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였어요. ‘예쁘게 그리기’가 아닌, 이모티콘 판에 맞는 이야기를 짜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토리텔링이 생긴 것 같아요.
‘큰 머리 삼총사’도 FUNPPY에서 사전에 계획한 설정은 아니에요. 상대적으로 인지도 낮은 ‘랑곰’이를 모찌, 세숑이와 같이 엮어 사람들에게 알리는 목적으로 붙여 본 거죠. 모찌가 입는 노란색 후드티가 이모티콘에서는 귀여운 소품에 불과하지만, 인스타그램에 발행하는 컷툰에서는 추워하는 모찌를 위해 랑곰이가 직접 후드티를 만들어 준다는 설정을 엿볼 수 있어요. 그러다 한 팬분께서 ‘얘네 봐 머리 큰 세 명이 모여 있어’라고 좋아해 주셨어요. 그때부터 큰 머리 삼총사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된 거랍니다.
구독자분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계세요. (저도 FUNPPY 열혈 팔로워 중 한 명이에요!) 실제로 팬 & 팔로워의 피드백을 반영한 사례가 있나요?
엄청 많아요.(웃음) 특히 DM을 통해 사용하고 싶은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해 주시면서 제작을 요청하시곤 해요. 팬으로서 애정이 느껴지는 건들은 최대한 적극적으로 반영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잘자’라는 메시지를 존댓말 버전으로, 이불 덮지 않고 서서 굿나잇 인사하는 이모티콘을 말씀해 주시죠. 요청을 반영한 이모티콘을 발행하고 포스팅을 업로드하면 댓글로 환호해 주세요. 그럼 저희가 좋아요 눌러 드려요. 모든 창작물은 소통하지 않으면 의미 없잖아요. 이 아티클을 보시고 더욱 많은 분이 DM 주시면 기쁠 것 같아요.
창작자를 따라오는 고충, 저작권 문제는 어떻게 대응하고 계신가요?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면 개인의 콘텐츠를 안전하고 철저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고 느껴요. 법적 테두리라고 한다면 저작권과 상표권 등록, 경고성 메시지를 표기하는 정도예요. FUNPPY 캐릭터를 불법적으로 판매하시는 사람은 여전히 있어요. 몇 번 법적 분쟁까지 가게 된 상황도 있었어요. 분쟁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법적 제재가 강력하지 않다는 걸 실감했어요. 지금은 경고성 문구를 자체적으로 정리해 두고 발견할 때마다 보내면서 대응하는 편이에요. 다 발견할 수는 없지만 팬분들께서 제보해 주시기도 해요. 법적 소송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생각보다 상당해요. 법적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전문가와 미리 상담하시는 것도 좋아요. 또 하나 팁이 있어요! 캐릭터 창작물을 관리, 판매하는 플랫폼에는 관련 정책을 관리하는 법무팀이 존재해요. 그 팀에 문의해 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창업 초기에 모든 것을 세팅하고 갈 수 없으니까 최대한 주변 사람의 힘을 빌려 해결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해요.
펀피 세계로
놀라오라찌
이모티콘으로 만나 오던 FUNPPY 캐릭터가 화면 밖으로 나와 작년 2월 아모레 성수에서 팝업 스토어를 통해 팬들을 만났다. 오늘보다 내일 더 견고한 관계를 맺어가는 이들은 앞으로 어떤 새로운 결의 이야기를 만들어 갈까.

아모레 성수 FUNPPY 팝업 스토어 ⓒ 백윤화 FUNPPY 스튜디오가 계획 중인 새로운 프로젝트(계획)이 있나요?이제 팬층이 생기고 역사가 쌓이고 있어 활동을 넓혀야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어요. 작년에 아모레 성수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었는데 수많은 분께서 열렬히 호응해 주셔서 감격스러웠어요. 더 열심히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어요. 올해 6월에는 이전보다 볼륨을 키워 전시를 결합한 팝업 스토어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FUNPPY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제품군도 준비하고 있어요. 이모티콘에서 출발했지만 캐릭터 회사기 때문에 캐릭터들이 여러 필드에서 재미있게 쓰였으면 좋을 것 같아요. 새로운 캐릭터도 준비하는 중인데요, 큰 머리 삼총사와 엮일 수도 있겠네요.(웃음) 펀피 유니버스라고 해야 할까요? 살을 붙여 나가는 본격적인 한 해가 되기를 바라요.스튜디오 밖의 작가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무엇이 작가님을 살게 하고, 행복하게 하나요?저는 어렸을 때부터 캐릭터와 그림 그리고 게임을 좋아하는 덕후였어요. 운 좋게도 취미이자 특기, 그리고 본업이 캐릭터와 그림에 연결되어 있어요. 그래서 뻔한 말일 수 있지만 쉴 때 낙서하고 일할 때 그림 그리고 심심할 때 애니메이션 보는 게 인생 루틴인 동시에 행복이에요. 밝은 덕후로서 작업물이 켜켜이 쌓이는 과정이 저에게 삶의 원동력이에요. 펀피도 올해로 창업한지 9년 차가 됐거든요. 9년 차까지 잘 버텨왔는데 돌이켜 보니 너무 너무 즐거웠던 추억이 모두 여기에 얽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뗄레야 뗄 수 없는 삶 그 자체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팬분들의 피드백이나 좋아해 주시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두근두근해요. 너무 덕후 같나요? 주변 분에게 말하곤 해요. 끝까지 캐릭터와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요.▶ <사랑받는 캐릭터 디자인> 시리즈 보러 가기 CREDIT
박효린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발행일 2022.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