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타깃을 제대로 읽어야 파름신이 보인다 '번개장터'

세부 타깃을 제대로 읽어야 파름신이 보인다 '번개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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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Z세대가 선택한 앱의 비밀> 시리즈 1화입니다. 


누구에게나 취향이 있고, 그 모양이 바뀌어도 언제든 다시 취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 '번개장터'는 취향에 붙는 물음표를 한결 가볍게 만들어 주는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 번개장터


한 분야에 웅숭깊은 소리를 내기까지


번개장터 엄태원 미디어 팀 팀장은 첫 커리어를 퍼포먼스 마케터로 시작해 미디어 플래너를 거쳐 지금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마케팅을 해오고 있다. 숫자라는 결과값만으로는 닿기 어려운 누군가의 마음을 그는 어떻게 들여다 보고 있을까.


마케팅 직무를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마케팅에 관심 있지는 않았어요. 이전 서울시장 선거 시즌에 운 좋게도 선거 캠프에서 디지털 마케팅 팀 막내로 일할 기회가 생겼어요. 그때 함께했던 분들이 대형 광고대행사의 카피라이터, AE, 데이터 분석가 등이었어요. 그분들의 일하는 방식이나 전문성을 보면서 막연하게 마케팅을 한 번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팀원 중 한 분이었던 데이터 분석가가 무척 멋있으셨어요. 첫 커리어를 퍼포먼스 마케터로 출발하는 데 영향을 주신 분이에요. 퍼포먼스 마케팅을 하며 숫자로 마음을 움직이는 일에 매력을 느꼈어요. 나아가 무언가 고민하고 실행에 옮겼을 때 숫자가 바뀐다는 점도 뿌듯함을 줬어요.

퍼포먼스 마케터를 비롯해 디지털 미디어 플래너, 마케팅 큐레이션 팀 AE 등 여러 직무를 경험하셨습니다. 같은 마케팅 카테고리에 있지만 각자 전문성이 강하기 때문에 직무 변경이 쉽지만은 않으셨을 텐데요.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언제나 마케팅의 세부 카테고리 직무를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직무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적극적으로 잡았죠, 이직 과정은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바뀐 직무를 적응하는 것이 저에게는 허들이었어요. 정량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움직이고 ROI 관점으로 모든 액션을 평가하며 최적화시키는 퍼포먼스 마케팅은 디지털 미디어 플래닝과 결이 완전히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에요. 디지털 미디어 플래너는 브랜드 콘텐츠를 여러 채널 중 과연 어떤 타깃에 노출시켜야 사용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가에 조금 더 집중해요. 디지털 미디어 플래너에서 광고 회사 HS애드 AE로 전향을 했을 당시에는 소비 시장을 이해한 후 소비자의 페인 포인트를 발견해 광고에 적용할 때의 커뮤니케이션을 굉장히 고민했어요. 

엄태원 번개장터 미디어팀 팀장 ⓒ 이용석 


에이전시와 인하우스.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보는 지점입니다. 두 곳에서 조금 더 필요로 하는 마케터 역량은 무엇일까요?

에이전시는 워낙 다양한 클라이언트의 고민과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각 상황에 맞는 솔루션을 제안하는 역량이 중요해요. 프로젝트를 직접 경험해 보는 게 베스트지만, 다른 레퍼런스를 살피며 간접적으로 경험해도 도움되는 것 같아요. 어떤 질문이 오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답을 내는 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인하우스는 내 전문 분야가 아닌 조직원과 이야기하는 경우가 빈번해요. 마케팅에 대한 고민과 관점을 축에 놓고 논의하기보다 스스로 마케팅 측면의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나서 타 부서와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 다른 점을 추가로 든다면 에이전시에서는 트렌드를 프로젝트의 핵심 포인트로 끌고 갈 수 있어요. 반대로 인하우스는 자사 서비스가 무엇이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의 페인 포인트와 아직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잠재 유저와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도출해야 해요. 


실무자에서 리더로 넘어 오셨을 때 가장 달라진 지점이 있다면요? 

정보의 양이에요. 실무자였을 때는 사업 방향에 맞는 전략을 세우고 열심히 달리는 게 최선이었는데, 팀을 관리하는 리더가 되어 보니 사내 각 부서에서 어떤 고민을 안고 있는지 마케팅으로 특정 방향을 선택하면 다른 부서에서는 리스크가 없는지 고려해야 하더라고요. 방향성 잡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아요. 리더로 올라 오면서 해결해야 하는 큰 숙제라고 생각해요. 

ⓒ 번개장터


세부 타깃을 읽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


번개장터는 2021년 기준 총 거래액 1조 7,000억, 누적 가입자 수 1,700만, 번개페이 거래액 3,000억 원 등 끊임없는 성장을 달성하고 있다. 그 역할을 해낸 구성원 중 미디어 팀은, MZ세대를 단순히 한 그룹으로 이해하지 않는 것이 노하우 중 하나라고 전한다.


꾸준하게 신규 유저를 유입하는 번개장터 미디어 팀의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미디어 팀은 번개장터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의 특성부터 확인했어요. 외부에서 볼 때는 번개장터가 MZ세대 비중이 높은 플랫폼이기 때문에 메인 타깃은 MZ세대고 그것에 맞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런데 타깃을 더블 클릭해서 보면 MZ세대라고 해도 패션 트렌드 세터, 연예인 굿즈를 거래하는 학생, 골프가 취미인 30세 초반 유저 등 번개장터를 사용하는 이유가 저마다 달라요. 미디어 팀에서 한 목소리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한 이유죠. 그래서 마이크로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했어요. 각 그룹에서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 채널들과 생활 패턴을 공부한 거예요. 이를 기반으로 해당 카테고리에 관여도가 높은 유저를 설득할 수 있는 메시지인지, 유저가 좋아하는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인지 검토했어요. 한 예로 팀원 중 한 분은 골프 세계에 직접 입문해 그 세계관을 몸소 이해한 다음 전략을 짜고 메시지를 도출하는 구조로 일하고 있어요. 실제로 번개장터에서 골프 아이템을 거래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어요. 하지만 거래하는 유저의 객단가와 기여도가 타 유저보다 높아 충분히 가능성을 봤었고, 중고 거래하는 유저의 대부분은 정해진 특정 플랫폼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골프 취향을 가진 유저를 마이크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공략하며 번개장터로 유입시켰더니 현재는 골프 아이템이 번개장터 안에서 많이 거래되는 카테고리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번개장터는 Z세대 이용자가 전체 이용자 중 54%를 차지한다고 들었어요. 그렇지만, 프리미엄 콘셉트 스토어 브그즈트(BGZT) 컬렉션을 오픈하는 등 명품 취향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3040 세대를 공략하고 있기도 하죠. 현재 번개장터가 바라보는 타깃층과 그에 대응하고 있는 마케팅 전략이 궁금합니다. 

올해부터 패션 트렌드 세터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번개장터 안에서 거래 문화를 만들고 시장 장악력을 더욱 갖기 위해서는 패션에 집중해야 한다고 결정했어요. 그 결정에서 미디어 팀이 공략하는 방법론 또한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아요. 럭셔리, 빈티지, 스트릿, 등 세부 카테고리를 따라 4-5개의 타깃군으로 페르소나를 분리해 놓고 각각에 맞는 생활 패턴과 사용하는 커뮤니티를 공략하는 전략을 구성하고 있어요. 

송호준 요트 프로젝트 ⓒ 번개장터


태동하는 중고 거래 시장에서 브랜드 슬로건 ‘취향을 잇는 거래’를 내세우며 선두주자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번개장터에서 인상적으로 성과를 낸 마케팅 사례가 있다면 한 가지 소개해 주세요.

2021년에 송호준 미디어 아티스트와 <송호준 요트 프로젝트>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송호준 작가님은 MBC every1에서 진행한 <요트원정대>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시고 요트에 대한 열망이 생기셨죠. 당장 하고 싶은 ‘To Do List’ 첫 번째가 ‘나만의 요트로 세계일주’일 정도로요. 작가님은 2013년 세계 최초로 개인이 제작해 쏘아 올린 인공위성부터 우리나라에서 거래되지 않은 너트와 같은 특별한 제품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들을 판매해 요트 자금을 모으기로 결심하셨어요. 번개장터 플랫폼과 결이 잘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함께 프로젝트를 꾸려 보자고 뜻을 모았어요. 작가님은 수차례의 중고 거래 끝에 결국 요트를 장만하고 세계일주를 떠난다는 내용으로 캠페인을 마무리했습니다. 

▶ 송호준 요트 프로젝트 런칭_선언 편

이러한 긴 호흡의 스토리가 대중에게 공감을 얻기 어렵겠지만 분명 가슴 깊은 울림을 받는 유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팀에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TED> 콘텐츠를 소비하는 유저는 여기에 뜨겁게 반응할 거라는 아이디어를 나누었고 이 발상 안에서 미디어 전략을 촘촘히 쌓았어요. 머신 러닝으로 AB 테스트를 진행해 보기도 했는데요, 머신에 기대 장기적으로 최적화시키는 것보다, 인사이트를 가지고 내부에서 전략을 짜서 실행했을 때 유입되는 유저의 거래 빈도나 거래액이 평균보다 월등하게 형성되었어요. ‘브랜드 캠페인으로 거래액을 늘릴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답을 구하고 나아가 퀄리티 높은 유저들이 번개장터와 함께하는 기회를 만들어 준 의미 있는 마케팅이었습니다.

번개장터 포장 택배 ⓒ 번개장터


번개페이, 포장 택배 서비스 등 플랫폼 내 서비스 기능이 안정적으로 안착하는 데 마케팅적인 부분에서 어떤 노력이 있었나요? 

번개장터를 제외하고 중고 거래에 엮여 있는 서비스나 피처를 공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플랫폼은 없다고 생각해요. 번개장터는 ‘중고 거래가 안전하고 편해야 하며 전국에 있는 누구나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방향성이 있어요. ‘번개페이’ ‘포장 택배 서비스’는 브랜디 ‘하루배송’이나 쿠팡 ‘로켓배송’과 같은 직관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유저가 서비스를 끝까지 이용해 보지 않으면 자신에게 어떤 베네핏이 있는지 한번에 납득하기 어려워 해요. 저희도 이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번개페이’가 구매자에게는 사기를 방지할 수 있고, 판매자에게는 구매자를 안심시키며 더욱 빨리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메시지를 앱 내 곳곳에 녹여냈어요. 필요한 경우 브랜드 필름으로 만들어 매스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해요. 성과가 단기간에 쉽게 나오진 않지만, 지표를 모니터링해 보면 주목할 만한 서비스 재이용률이 나와요. 특히 ‘포장 택배 서비스’는 한 번 이용한 유저의 재이용률이 무려 90퍼센트 중반이에요.

파름신 캠페인 ⓒ 번개장터


2021년 [파름신이 내리면 번개장터]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브랜드 키 메시지가 궁금합니다. ‘파름신’은 곧 번개장터를 의미하는 걸까요?

중고 거래 라이프 스타일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끔 CTA가 명확한 캠페인을 목표로 한 캠페인이에요.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게 풀어보고 싶었어요.(웃음) 내부에서 지름신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파름신을 붙이면 사람들이 재미있게 받아들여 주지 않을까 했어요. 파름신 개념과 메시지를 적절한 톤으로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을 고민했을 때 이정재 배우밖에 없더라고요. 

▶ 번개장터 X 이정재ㅣ파름신이 내리면


번개장터의 신뢰도를 성장시키고 이용자와의 상호작용하기 위한 넥스트 계획이 있다면요?

첫 번째로, 번개장터는 중고 거래 시장에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기 없는 거래에서 신뢰가 형성된다고 생각합니다. 거래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번개페이’를 도입한 것도 그 이유죠. 두 번째로 모든 플랫폼이 간편하고 편리하다는 속성을 보유해야 신뢰도가 올라가므로 유저 간 거래 과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번개장터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포장 택배 서비스’도 유저의 편리성을 도와주죠. 깨지기 쉬운 제품을 번개장터 물류센터에서 꼼꼼하게 포장해 출고하면 배송에 대한 구매자의 불안감은 줄어드니까요. 번개장터는 중고 거래를 진심으로 생각하며 이와 같은 서비스를 계속해서 만들고 있어요. 올해 또 다른 서비스를 론칭 예정인데요, 중고 거래에서는 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니까 기대해 주세요.

ⓒ 이용석


마케터를 움직이는 마케팅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 섬세하게 바라보는 마케터는 과연 어떠한 마케팅에 설득될까. 엄태원 팀장은 무신사의 ‘셀프 러브’와 원티드 서비스를 이야기한다.


최근 팀장님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던 브랜드 마케팅이 궁금합니다.

무신사 ‘셀프 러브’ 마케팅을 인상 깊게 봤어요. 무신사도 취향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해요. 취향이라는 말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때 꽤 어렵더라고요. 왜냐하면 대다수의 유저는 ‘내가 취향이 있나’ ‘있다면 무엇일까’라는 물음이 있거든요. 그런데 무신사는 ‘나를 사랑하자’라는 메시지로 취향을 쉽게 풀어낸 거예요. 저는 이 워딩을 듣자마자 매료되었어요. 


지난한 터널을 통과해 오고 있는 신입 마케터에게 조언이나 응원 한 마디해 주세요. 

‘WHY’에 집착하면 좋을 것 같아요. 내 업무가 전사 안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알고 있다면 방향성이 휘둘리지 않아요. 휘둘린다고 하더라도 바로 잡을 수 있는 속도가 빨라지고요. 그리고 성과를 분석할 때 결과값에 물음표를 붙여가다 보면 잘 나온 지표가 사실은 아닐 때가 의외로 많아요. ‘WHY’에 따라갈수록 자신만의 기준도 명확하게 확립되고 성장하는 밑바탕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항상 WHY를 머리, 마음속에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 이용석


지금 이 순간! 마지막으로 열었던 앱을 알려 주세요.

원티드요. (일동 웃음) 원티드플러스 정말 잘 보고 있습니다.



▶ <Z세대가 선택한 앱의 비밀> 시리즈 보러 가기 



CREDIT


박효린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이용석ㅣ포토그래퍼



발행일 2022.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