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매니징, 나 때문에 팀원이 퇴사했다

마이크로매니징, 나 때문에 팀원이 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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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리더가 된 MZ세대> 시리즈의 1화입니다.


팀장님, 저 사실 팀장님과 일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부끄러운 경험이지만, 팀을 이끌었던 초기에 신입으로 입사하셨던 한 분이 제 리더십 문제로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퇴사는 회사가 아니라 상사를 떠나는 것'이란 말과 함께 자신의 퇴사 의사를 전하셨죠. 이 경험은 제가 리더십에 대해 몰두하게 된 터닝포인트이자 팀장이라는 자리가 팀원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팀장은 단순히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죠.

일종의 변명을 해보자면 저는 대학교 졸업 직후, 스타트업을 창업해 팀을 꾸렸기에 실무를 포함한 여러 경험치를 쌓지 못한 채로 팀을 리딩하는 역할을 맡게 된 상황이었습니다. 실무와 함께 리더로서의 경험도 부족한 사람이 팀장 역할을 하니 문제가 발생하게 된 거죠.

사실 리더십과 관련된 어려움은 아무리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신임 팀장이 되면 누구나 고민하게 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새로운 리더를 임명하면서 사전에 충분한 준비나 예고 시간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요. 이번 생에 팀장은 처음이었기에 겪을 수밖에 없던 문제 상황과 그 문제를 해결했던 방법을 담아 봤습니다.

ⓒ 셔터스톡


직원을 팀원으로 만드는 방법 : 1on1



직원? 아니면 팀원? 
당신은 누구와 일하고 있나요?

직원 혹은 팀원. 스타트업에서는 특히 이 단어가 구분되는 것 같습니다. 적은 인원으로 조직을 구성해 고효율의 퍼포먼스를 내야 하므로 원팀이라는 메시지가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직원과 팀원의 차이는 ‘소속감'에서 구분된다고도 할 수 있겠죠.

스타트업 팀장으로서 가장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어떻게 직원을 팀 내 소속감이 충만한 팀원으로 만들 수 있을까’입니다. 직원에게 소속감을 불어 넣어 팀으로 만든다면, 팀장은 함께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동료를 얻게 되는 셈이니까요. 저는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소속감을 불어 넣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을 늘리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리더십의 출발은 듣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1ON1 미팅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면담과는 달리 1on1은 팀 조직의 미션과 R&R에 대해 정기적으로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 미팅인데요. 이는 일의 범위와 기대 사항을 팀장과 직원이 공감하는 과정을 수행하며 같은 관점을 가질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팀원들과의 1on1을 격주마다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점차 팀원들도 1ON1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죠. 1on1을 진행한지 4개월 차에 접어들던 무렵, 함께 일하던 팀원이 “제가 준비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가 우리 서비스의 발전 방향과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라며 1on1을 통해 의논할 내용을 제안해 준 적이 있었어요. 

놀랍게도 그 문제는 저도 고민하고 있던 부분이었죠. 1on1으로 팀원과 동일한 관점에서 같은 문제를 고민할 수 있었던 첫 경험이었습니다.

때로는 팀이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일할 때가 있고, 특히 시스템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스타트업에서는 그 가능성이 더욱 높습니다. 그렇기에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요, 1on1은 팀장과 팀원이 동일한 방향을 보고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 셔터스톡


마이크로 매니징으로부터 벗어나려면?


“A 님, 어제 부탁드린 일 다 됐나요?” “이 내용으로는 콘텐츠 발행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제가 다시 작업할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팀원 전체에게 슬랙(Slack, 업무 협업툴)을 보내며 업무 현황을 파악하는 일이었습니다. 팀원들의 업무 세세한 부분까지 들여다 보며 오전 시간을 보낼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팀을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팀원들은 불만이 생겼고 팀장인 저도 제 기대만큼 따라주지 못하는 팀원들에게 실망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팀장의 역할은 팀원들을 세세하게 살피며 업무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열심히 서포트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롯이 저 혼자 담당하던 업무를 하나씩 팀원에게 분배하다 보니, 팀원들이 제가 했던 그대로를 따라 해 주기를 바랐던 것이죠.

저는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회사는 채용할 때 사람의 성장성과 잠재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데, 저는 그런 직원들의 잠재력을 억누르는 데 제격인 마이크로 매니징을 통해 팀을 관리하고 있었던 것이죠.

왜 문제가 생겼는지 알게 되었지만, 쉽게 마이크로 매니징을 그만두지는 못했습니다. 빠른 시간 내 성과를 달성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 마이크로 매니징을 완전히 배제하기란 쉽지 않았죠. 당장 업무를 수행해서 퍼포먼스를 내야 하는 일들이 산더미인데 직원들을 교육하고 업무를 제대로 익힐 때까지 기다려주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범위 내에서 마이크로 매니징을 유지하되, 장기적 관점에서 매크로 매니징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1. 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보기

스타트업은 언제나 리소스 부족 문제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나의 과업을 팀원에게 완전히 위임하자니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낮고, 하나하나 교육하자니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아 차라리 직접 하는 것이 효율적이겠다는 생각이 들곤 하죠. 하지만 이것은 단기적으로만 효용 가치가 있는 업무 처리 방식이며, 추후 권한을 완전히 위임할 수 있는 상황으로 점차 나아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더 나은 투자라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2. 중요도가 낮은 일부터 ‘완전히’ 위임하기

어쩌면 저는 팀원과 일할 때 ‘내가 하면 훨씬 잘할 텐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업무는 일임했지만 결과물을 기다리지 못하고 업무 중간에 계속 참견하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던 것이죠. 그래서 당장 모든 업무를 위임하기보다 중요도가 낮은 일부터 완전하게 팀원에게 맡기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위임하고 싶은 일들을 나열한 뒤, 팀의 성과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업무부터 반드시 팀장의 컨펌이 필요한 업무까지 일의 중요도를 파악합니다. 일의 중요도가 가장 낮은 순서대로 팀원에게 위임한 뒤, 그 업무의 책임자로서 팀원을 인정해 주세요. 


3. 팀장이 업무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기

완벽한 매크로 매니징을 할 수 있게 되더라도, 중요한 과업은 팀장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일이 있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의 매출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업무라든지,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된다고 느껴질 때와 같은 상황들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팀장이 직원이나 팀에 마이크로 매니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마이크로 매니징이 진행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야 합니다. 그래야 팀원들이 매니징을 불필요한 간섭이 아닌, 필요에 의한 서포트라고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 셔터스톡


선배가 꼭 직장 안에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P : “나 회사 때려 칠까 봐. 과장님 때문에 진짜 일하기 싫어. 사람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라니까?! 진짜 그렇게는 되지 말아야지.”
K : “팀 바이 팀이라는 얘기 알지? 회사는 수직적인데 우리 팀은 수평적이라서 다른 팀으로 간 회사 동기들이 나 엄청 부러워해. 나중에 나도 우리 팀장님처럼 되고 싶어.”

대학 동기들끼리 회사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나온 대화의 일부입니다. 직장 생활 2년 차에 접어든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리더십의 많은 부분은 선배를 통해 완성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보통은 회사 선배가 보여주는 리더십을 기준으로 배울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해 자신만의 리더십을 만들게 되니까요.

하지만 선배를 통해 리더십에 대한 가치관을 확립할 기회가 없이 바로 리더의 역할을 맡게 될 경우, 대체 어디서 리더십을 배워야 할지, 팀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책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직장 내에서 그 조언을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직장 밖에서 찾으면 되니까요. 선배가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유는 1. 같은 문제를 고민했던 경험이 있고  2.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니, 직장 밖에서 우리가 가진 비슷한 고민을 해결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됩니다.

저는 ‘직장 밖 선배’들을 주로 스타트업 네트워킹을 통해 만났습니다. 아쉽게도 한국의 경우, 스타트업 네트워킹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부 지원 사업이나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선정되거나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 주최 기관에서 자리를 마련해 주곤 하는데요. 그런 행사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약한 연대의 힘'을 통해 실질적인 고민 해결이 가능한 기회가 찾아옵니다.

오프라인 채널에 스타트업 네트워킹이 있었다면 온라인 채널에서는 ‘웨비나(온라인 세미나)'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는데요. 스타트업 네트워킹과 같은 오프라인 행사보다 시간 소요가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 중에서도 웨비나를 선호하는 이유는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해결책을 공유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고민 해결에 매우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와 완전히 동일한 주제가 다뤄지는 경우가 많지는 않겠지만, 실제 겪었던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호스트의 경험을 듣다 보면 내가 고민 중인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죠.


나를 잃지 않으며 팀장 역할 수행하는 법 : 커리어 패스 명확히 하기



이 팀장, 번아웃 오지 않게 관리 잘해요 

한 번은 대표님이 팀원 관리하다 오히려 팀장이 번아웃 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진짜 답이 없는 상황이니 컨디션 관리를 잘하라는 말씀을 하셨죠. 선견지명이 있으셨던 걸까요? 팀장으로 일한 지 1년 차가 되었을 때, 번아웃이 찾아 온 적이 있습니다.

팀장 역할에 몰두하다 보니, 제 개인적인 역량을 키우는 일보다 팀원들의 성장에 집중하게 되면서 소위 말하는 ‘현타'가 찾아왔거든요. 팀에 몰두한 만큼 성과가 나왔다면 그나마 괜찮았을 텐데, 앞서 이야기한 팀 내에서 발생하고 있던 문제도 있었기에 팀장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 개인적인 성장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이 팀에서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고민에 깊이 빠지지 않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갈구하는 편이라 빠르게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 동기부여 강의나 책보다도 가장 도움이 되었던 시도는 ‘내 커리어 패스를 명확히 정의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하고 있는 ‘팀장으로서의 역할’이 내 커리어에는 어떤 의미인지를 살펴보았죠.

우리는 ‘이 조직이 나를 얼마나 성장시킬 수 있는가’가 근속의 척도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직장은 노동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장소 외에도 자신의 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학습의 장이자 경험을 쌓는 공간이 되어야 하죠. 그래서 저는 제가 팀장 역할로서 수행하고 있는 회사에서의 과업이 제 커리어에 있어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커리어 패스를 그려보니, 제 커리어의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해 리더십 역량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만약 팀장 역할이 자신에게 대체 어떤 의미인지 고민하고 계신 분이라면, 본인의 커리어 패스를 명확히 하고 리더십 역량이 내 커리어에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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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이혜신 (swan04290@yonsei.ac.kr)
이혜신 님은 Z세대를 위한 커리어 패스 플랫폼, 슥삭(SSGSAG)을 운영하고 있는 이십사점오에서 사업 전략을 총괄하는 CSO로 재직 중입니다. 그리고 취미로 글을 쓰며 사람들이 보고 읽었을 때 성장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길 꿈꾸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hye_shinn)



발행일 2022.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