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셔터스톡
남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들
계획된 갭이어, 사이드 프로젝트, 커뮤니티, 개인 브랜딩 등이 각광받는 시대다. 구체적인 목표에 점을 찍어두고 차근차근, 성실히 만들어 가는 것이 훨씬 더 기대한 결과를 충족시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행처럼 마치 이렇게 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조바심을 양산하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 않는가?
많은 사람이 성공, 승진, 부 등의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이것들을 달성하려면 해야 한다는 ‘정답’처럼 여겨지는 방법을 찾아 달려간다. 물론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나’를 놓친 채 휩쓸리기도 쉽다. 가장 나다움을 찾고 삶을 채워가야 하는 것들에 대한 치열한 고민은 간과한 채 말이다.
나다움을 찾는 건 가장 중요하고 무엇보다 선명해져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린 사회 속, 직장 속, 관계 속의 ‘one of them’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라. 더구나 내 일을 좀 더 주도적으로 할지는 몰라도 내 일을 선택하고 설계하기엔 한계가 있는 직장인들은 더더욱!
이 측면에서 본다면 꼭 뭔가를 이루기 위한 치밀한 계획이 아니더라도 나를 찾기 위한 노력이 수반된 쉼표는 찍어볼 만하다 생각한다. 나는 현재 6개월 넘게 휴식 중이다. 처음에는 휴식 기간 동안의 경험을 부담 없이 나누면 된다는 이번 원고 요청을 받고 고민했었다.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해도 될까’ ‘아직 넥스트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과거형으로 결론 없이 마무리해도 될까’ 하는 고민.
왜냐하면 나는 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휴식 기간에 대해 어떤 사전 계획도 없었고, 지금도 또렷한 목표를 가지고 보내는 건 아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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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는 아니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심신의 휴식 → 회복 → 검증기간 → 이왕 하는 거 제대로’를 위한 시간이 순차적으로 흐르며 자신감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어떤 일을 해야 할까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에 접어들었다. 물론 6개월이 넘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그 고민은 진행형이다. 하지만 6개월이란 시간은 무작정 일을 쉬기엔 길 지 몰라도 나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세우는 데엔 턱없이 짧을 수 있다. 그럼에도 너무나 많은 성찰과 변화를 얻고 있기에 난 이 기간을 갭이어도, 휴식도 아닌 내 삶의 터닝포인트라 말하며 충분히 누리려 하는 중이다.
본의 아니게 일에 쉼표가 찍혔고, 쉬는 기간 일이 시작되었으며, 끄적이던 글들이 기회가 되었다. 본의 아니게 프리랜서가 되었고, 일을 고르는 상황까지 생겼다. 이 모든 건 구체적인 계획도, 어떤 목적도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갔을 뿐이다. 그런데도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편안하며 내가 내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간다 느낀다.
계획이 없었다 해서 노력도 없어야 하는 건 아니다
나는 지극히 운이 좋았다 생각한다. 주변에 나를 북돋아 주고 응원하는 이들이 많았고 시행착오를 귀한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었다. 이 경험을 기꺼이 사주는 이들이 있었고. 대단한 기회까지는 아니어도 좋은 기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내가 운에만 몸을 맡겼는가 하면 그렇지만은 않다. 사전에 어떤 성과를 얻어내기 위한 설계가 없었을 뿐, 집요할 정도로 자기인식 노력에 집중했고, 스스로를 다양한 과제를 통해 검증하려 했으며 그 과정에서 조금씩 관점과 나만의 관(觀)을 수정 보완해 나갔다. 그 수정된 부분들을 다시 검증하는 일을 반복했고 발전시켜 나갔으며 머릿속이나 구두로 나누어 휘발되던 걸 새기기 위해 부족하나마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이에 필요한 학습도 병행해 가며, 너무 힘주지 않으면서도 느슨해지지 않도록 내 일에 가치를 매기고 요구하고 그에 대한 결과치를 만들어내기도 하면서 말이다.
앞서 내가 마치 물살에 몸을 맡긴 채 흘러가는 것 같음에도 어느 때보다 주도적으로 살아간다 느낀다 했던 건 진지하게 자신을 직면하고 이해하게 되었으며 무엇보다 스스로를 소중히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는 주도적이라기보단 주체적(어떤 일을 실천하는 데 자유롭고 자주적인 성질이 있는, 네이버 국어사전)이란 말이 더 적절할 수 있겠다. 프리워커 혹은 프리랜서에서 말하는 ‘자유’보단 스스로의 원칙을 세워 행하는 ‘자율’이 더 맞을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