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찐팬이 '입사'하면 생기는 일

브랜드 찐팬이 '입사'하면 생기는 일

일자

상시
유형
아티클
태그
이 아티클은 <나의 일을 찾아가는 여정> 시리즈 2화입니다.


2016년 7월 에어비앤비 한국지사 호스트 커뮤니티 팀에 Host Acquisition Specialist로 합류했다. 어라운드 매거진과 에어비앤비가 공동 기획한 33인의 <여행은 살아보 는거야> 스토리북 여행 작가가 된지 딱 한 달만이었다. 에어비앤비 여행에 대한 관심,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기록과 경험으로 쌓였기에 업무를 시작할 때 큰 기대와 부푼 기대감을 안고 임했다. 

당시 팀의 목표는 지역별 호스트의 풀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국내 여행 목적지 중 제주 여행 수요가 점차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해 2017년 상반기까지 제주 호스트 발굴 및 온보딩(Onboarding)에 중점을 두고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숙박 공급 활성화 측면에서 서울시 내 구청 및 지방의 일자리 지원센터와 협업해 출가한 자녀의 방, 남는 방을 통해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시니어, 여성 호스트 발굴 프로젝트도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브랜드의 찐팬이었던 내가 직원이 된 후, 다양한 고객(호스트 및 게스트들)을 만나며 어떤 업무를 해나갔는지 공유하고, 나아가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되기도 했던 신사업 프로젝트 참여 경험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에어비앤비 제주 호스트 밋업 2017, 제주맥주 양조장 ⓒ 박찬빈 


지금 가장 핫한 제주 101 

출장도 살아보는거야
 
팀의 주된 업무 중 하나가 바로 신규 호스트를 발굴하고, 기 가입자의 온보딩을 돕는 일이다. 일종의 세일즈 파이프라인의 볼륨을 확장하는 업무이다. 제주 지역 내 에어비앤비 웹사이트에 회원가입한 후 숙소를 등록하기 시작한 고객 중 절차를 마무리하지 않고 정체가 되어있거나, 등록은 마무리했으나 게스트를 한 번도 받지 못한 호스트를 리스트업했다. 이후 숙박업 허가를 받고 운영하는 숙소를 필터링해 콜드 콜(Cold-Call)을 진행했다. 

유선 연락 이전에 이메일로 컨택을 시도하긴 하나, 지역에 따라 그리고 호스트의 연령에 따라 이메일을 잘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하다. 콜드 콜을 통해 세부 지역별로 출장 일정을 추린다. 그렇게 직접 방문해 올바른 숙소 등록 절차를 교육해 드리고, 플랫폼 전반 운영 교육을 진행했다. 대부분의 호스트 분들이 다른 채널에 비해 에어비앤비를 처음에 어려워했다. 그 이유는 에어비앤비 브랜드의 시작이 ‘홈(Home)’ 호스팅을 뼈대로 기획이 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주로 집 전체를 운영할 때의 기준으로 초점이 맞춰져있었고 숙소(방)의 수가 많아지면 재고 및 운영 관리가 타 플랫폼에 비해 어려운 환경이었다.) 

내가 소속되어 있을 때 점차 ‘프로페셔널(Professional)’ 호스트의 풀을 확대하고 있어 게스트하우스, 펜션 및 소형/부티크 호텔의 공급자 범위까지 아우를 수 있는 프로덕트로 점차 발전해 나가고 있었다. 온보딩 업무와 동시에 제주 내 에어비앤비에 등록되지 않은 숙박 시설을 추려 브랜드 및 플랫폼 소개를 진행해 신규 호스트를 발굴하는 일도 병행했다. 확실히 신규 호스트 발굴은 기존 호스트 온보딩 업무에 비해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야 했다. 주로 방문 대면, 유선을 통해 업무를 진행했는데 필드 세일즈, 콜드콜을 통해 가입한 고객을 다시 붙잡는 것이 새 고객을 발굴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

에어비앤비 홍대 호스트 커뮤니티 아트립 ⓒ 박찬빈


팀의 또 다른 주된 업무는 바로 호스트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일이었다. 새로운 기능이 업데이트되면 빠르게 알리는 정보 교류 목적도 있었고, 가까운 지역 내 호스트 간의 연결을 통해 보다 즐거운 호스팅을 지원하는 목적이 있다. 물리적으로 거리가 있고, 팀 리소스가 충분치 않아 매 호스트 커뮤니티 모임을 주최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지역 내 슈퍼 호스트 중 다른 호스트와의 교류 및 연결에 관심 있는 분들을 커뮤니티 리더로 모셔 자발적인 커뮤니티를 이어나가실 수 있도록 지원했다. 

주요한 정보들은 가장 빠르게 알리고, 프로덕트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을 관심과 충성도 높은 커뮤니티 리더분들을 통해 피드백을 수집했다. 호스트 커뮤니티는 제주뿐만 아니라 서울에도 다양해졌다. 특히 홍대 지역을 주축으로 꽤 오랜 시간 동안 두텁게 유지되고 있는 커뮤니티가 있었다. 아트립(Artrip)이라는 프로젝트는 지역 아티스트와 협업해 호스팅 하는 집을 호스트 커뮤니티 내에서 돌아가며 갤러리로 탈바꿈하거나, 아트 페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호스트 커뮤니티의 장점은 서로의 고민을 편하게 나눌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호스팅을 더 유쾌하게 이어나갈 수 있는 좋은 시너지를 만들었다. 제주에 흠뻑 젖어 출장을 참 많이 다녔다. 몇 바퀴를 돌았는지 수를 셀 수는 없지만 5년이 지나도, 제주의 모든 읍 소재지가 기억날 정도이니 여운이 꽤 길다. 

“출장도 살아보는 거야. Work like a local.”


액티브 시니어, 여성을 주목하다 

빈 방이 새로운 삶의 기회가 되다  

팀에 조인했던 시기에 홍보팀 기획으로 이야기나무 출판팀과 제작한 <액티브 시니어 인생 호스팅> 책이 출간됐다. 입사 전에는 몰랐던 시니어 호스트라는 존재에 처음 접했을 때 실제 60세 이상의 비중이 플랫폼 내 10%가 넘는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었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50~70세 호스트의 수가 약 1,300명 이상에 달하고 있었고, 이 액티브 시니어들은 에어비앤비 플랫폼에서 가장 급속도로 증가해 그 수가 2015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속초의 경우 호스트들의 40%가 50~70세로, 액티브 시니어 호스트가 가장 많은 도시로 기록되었다. 

에어비앤비 시니어 호스트 책 출간 기념회 (맨 좌측 박찬빈) ⓒ 에어비앤비 코리아


생계를 꾸리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삶의 많은 시간을 기여한 액티브 시니어(50~70세)들은 이제 금전적인 여유와 자유를 기반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많은 액티브 시니어들이 ‘진정한 교류’를 은퇴 계획, 또는 인생 제2막의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있다는 것은 놀랄 일은 아니었다. 12명의 시니어 호스트의 스토리를 엮은 책의 출간 기념회를 열었다. 전국 각지에 위치한 곳에서 플랫폼의 역할을 열정적으로, 진심으로 전하는 이야기로 많은 참가자 및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시니어 호스트는 경제적인 부수입 외에 아래와 같은 삶의 긍정적인 기회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양한 외국 게스트들과 교류하며 한국 문화를 알리고, 여러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배움의 기회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관계가 더욱 두터워지는 교류의 기회들도 있다. 특별히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이기에 자녀의 도움을 받아 시작, 유지하며 더 많은 대화가 이뤄지기도 했다. 출가한 자녀의 방에 게스트가 찾아오며 새로운 일상을 선물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시니어 호스트에게 찾아온 긍정적인 변화들

1) 적막한 시골 생활이 ‘생기 넘치는’ 일상으로 변화
2) 집이 ‘글로벌' 인생학교와 같아짐
3) 빈방이 ‘한국 문화 홍보대사'라는 새로운 직업을 줌
4) 우리 가족에게 끈끈한 ‘동지애'를 선물해줌
5) 머무는 외국인 친구들 덕분에 매일 ‘새로운 문화’를 경험함
6) 낯선 나라의 동네로 게스트를 만나러 가는 ‘여행’을 떠남
7) 게스트와의 대화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아줌  
8) 아들과 공동 호스팅을하며 ‘관계’가 더욱 돈독해짐

책 출간과 동시에 서울의 한 구청과 협업해 어르신 일자리 창출 및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활성화 지원 사업 일환으로 시니어 호스트를 교육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나아가 강릉과 부산 소재의 여성인력개발센터와 협업해 ‘여성 일자리 창출' 목적으로 외국인 관광 도시 민박업 활성화 측면에서 호스트 교육을 진행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호스트 50% 이상은 여성이며, 에어비앤비 플랫폼을 통해 생계를 꾸려가거나 재정적인 측면이나 본인의 일과 사회적 활동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동시에 전세계에서 찾아오는 게스트와 의미있는 관계를 쌓고 기억에 남을 만한 여행 경험을 제공한다. 세계 여성의날 캠페인 #HostwithHer

에어비앤비 해운대구 여성인력개발센터 호스트 교육 2017 ⓒ 박찬빈


자사 플랫폼을 웹과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이해하기 쉬운 교육 자료를 만드는 일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IT 자체가 낯선 호스트 분들에게는 이메일 주소를 만들어 드리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가장 이해하기 쉽고, 플랫폼을 잘 사용할 수 있을지 매 교육 피드백을 통해 개선해 나갈 수 있었다. 수업 전, 빼곡히 노트를 손글씨로 메모해 준비해 오신 열정을 통해 시니어 호스트 분들의 호스팅 경험이 더욱 기대되었다. 시간이 지난 뒤 에어비앤비 호스팅 교육을 해드렸던 분들의 숙소에 머무는 경우가 있었다. 오랫동안 기억해 주시고, 그때의 교육을 통해 호스팅을 잘 해나가고 있다며 감사 인사를 건네주실 때 큰 뿌듯함과 감사함을 느낀다. 호스팅의 시작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여행의 범위를 확장하다

경험(Experience) 서비스의 시작

숙소를 통해 여행자와 호스트를 연결하는 기존의 플랫폼 서비스 범위를 ‘경험(Experience)'전반으로 확장해 나가는 시기에 약 5개월간 뉴욕 본사의 주최로 프로젝트 파트 일부를 리드하게 됐다. 이 프로젝트는 베타(Beta)로 서울 내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한 게스트들을 위한 밋업(Meetup), 즉 모임을 여는 일이었다. 이와 동시에 게스트 여행지 근처의 로컬 현지인만 아는, 현지인 추천의 공간들을 소개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공간 카테고리별 인플루언서 리스트를 마케팅팀과 함께 취합해 컨택, 포토그래퍼를 연결하는 일이었다. 에어비앤비가 단순히 공간에 한정된 여행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현지의 다양한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는 범위까지 확장한 셈이다. ‘Live like a local’에서 ‘Play like a local’이 된 것이다. 

에어비앤비 게스트밋업 ⓒ 박찬빈


서울의 9개 공간에서 매주 1번, 총 16번의 게스트 밋업을 진행했다. 영어가 다른 동료들에 비해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기회를 통해 더 잘해보고 싶어 도전을 망설이지 않았던게 값진 경험으로 남았다. 약 200명의 외국인 게스트들을 만나 에어비앤비 브랜드의 얼굴이 되어 환대하고, 게스트와 게스트를 연결하고 현지의 다양한 공간을 소개할 수 있었다. 이 경험 덕분에 프로젝트 리드인 뉴욕 현지 팀과 주간 회의, 리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나아가 참여한 게스트와는 지금까지도 연락을 이어나갈 수 있는 소중한 인연의 시작점이 될 수 있었다. (하와이에서 온 Lindsay는 Refinary 29 크리에이티브 전략가였고, 싱가폴에서 온 Janson은 Apple 스태프다.) 

이와 동시에 경험(Experience) Host가 되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이태원 지역을 중심으로 ‘Morning Coffee Inspiration’이라는 주제로 내가 좋아하는 카페 3곳을 투어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한남동 아러바우트 카페에서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3가지 맛의 브루잉 커피를 맛보고, mtl (모어댄레스)에서 에스프레소 베이스 커피를 맛본 뒤 한남동 앤트러사이트 커피 드립백을 챙겨 가는 동선의 프로그램이었다. 직접 경험 호스트가 되어 서비스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또 다른 축의 비즈니스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눌 수 있는 게 누군가의 여행에 작은 영감과 흥미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에어비앤비 경험호스트1, 한남동 아러바우트 카페 ⓒ 박찬빈


1년 7개월간 브랜드의 찐팬에서 직원이 되어 브랜드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은 다시 돌이켜 봐도 정말 감사한 시간이었다. 전국 각지의 수많은 호스트 분을 만났고, 새롭게 런칭하는 일부 사업 영역의 프로젝트들도 합류할 수 있었다. 결국 브랜드의 얼굴이 되는 일은 만남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덕분에 나는 어떤 일을 하든  “누구를 어떻게, 왜 만나고 있는가?”를 잊지 않기로 했다.



▶ <나의 일을 찾아가는 여정> 시리즈 보러 가기



글ㅣ박찬빈 (chanbinparc@gmail.com)
박찬빈 님은 코리빙 브랜드, 맹그로브(mangrove)를 기획 개발하는 MGRV의 신사업팀 커뮤니티 비즈니스 리드로 재직 중이다. 필자는 공유 숙박, 공유 오피스, 공유 주거 산업에서 ‘커뮤니티' 를 만드는 일을 해오고 있다. 또한, 찬빈네집 Vol 1. 촌스러운 집의 낭만이라는 독립출판을 펴낸 작가로도 활동중이다. (인스타그램 @dripcopyrider) 



발행일 2022.04.06